패왕전설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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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9화
9화
곽소소는 무공을 연마하는 줄 알고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후로 강무진은 다른 무공의 수련을 전부 그만두었다. 그리고 오로지 금강불괴신공만을 밤낮으로 연공했다.
그리고 패왕무고를 나가기 하루 전날인 바로 오늘!
아수라패왕권과 금강불괴신공을 다시 한 번 시험해 볼 생각을 한 것이었다.
“후욱! 후욱!”
그때의 아찔한 충격을 생각하니 다시금 숨이 가빠오면서 다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살살… 그때처럼 아주 살살 쳐보는 거야. 후욱! 아수라… 아씨! 떨리네. 패왕…권?”
쿠아앙!
강무진의 주먹이 몸에 살짝 닿는 순간이었다. 강무진의 몸이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갑자기 뒤로 휙 날아가서 벽에 사정없이 쑤셔 박혔다.
터엉!
“쿨럭! 쿨럭! 우엑…….”
강무진은 아수라패왕권의 충격으로 벽에 몸이 반쯤 틀어박힌 상태에서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내었다.
“헉! 헉! 저번에 비해 조금은 나아진 건가?”
그랬다. 최소한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두 달 동안의 노력치고는 봐줄 만한 성과였다.
다음 날 강무진은 곽소소가 흔드는 방울 소리에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몸이 천 근처럼 무거웠다.
간신히 몸을 추슬러서 밖으로 나오자 곽소소가 놀란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괘, 괜찮으세요?”
“헉! 헉! 아니, 전혀 안 괜찮아.”
강무진이 힘없이 손을 들자 곽소소가 재빨리 강무진을 부축했다.
“으, 고마워. 벌써 아침인가?”
“아니에요. 지금은 점심이에요.”
“후욱, 으……. 그럼 아직 저녁때까지는 있어도 되는 거지?”
강무진이 고통으로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묻자 곽소소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 그럴 거예요.”
“그럼, 나 잠시만…….”
강무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부축하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있던 곽소소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러자 곽소소의 얼굴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누가 볼세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실 밖에는 마홍이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도백광 역시 와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곽소소는 왠지 지금 강무진을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강무진은 그렇게 곽소소의 다리를 베고 누워 눈 위에 팔을 얹어 햇살을 가렸다.
“하악, 하악.”
강무진의 거친 숨소리에 걱정이 된 곽소소가 강무진의 얼굴에 살짝 손을 대보았다.
뜨거웠다. 열이 심한 것 같았다.
이에 곽소소가 일어나서 밖에 알리려고 했다.
그 순간 강무진이 곽소소의 손을 꽉 잡았다.
“하악, 이제 당분간은 못 보겠네. 하악.”
강무진의 말에 곽소소가 조용히 말했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요.”
“응, 나중에… 반드시 데리러 올게.”
곽소소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강무진의 얼굴로 떨어졌다.
“기다릴게요.”
“응. 마홍이 밖에 와 있지?”
“네.”
“잠시만 이렇게 더 있자.”
“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 강무진은 깜깜한 저녁이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그때까지도 곽소소는 강무진에게 무릎을 허용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깨우지 그랬어. 끙.”
강무진이 비틀거리며 곽소소가 재빨리 부축을 했다.
“아니에요. 너무 곤히 자는 것 같아서…….”
“끄응.”
강무진은 곽소소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려고 하는데 곽소소가 하얀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싼 뭔가를 내밀었다.
“제가… 틈틈이 만든 옷이에요.”
“응? 아! 고마워.”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강무진이 힘든 것을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곽소소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가야겠어.”
“네.”
강무진은 곽소소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곽소소가 만든 옷을 가슴에 안았다. 이렇게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들어 떨어트릴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강무진은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곽소소에게 업히다시피 해서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홍과 도백광이 그런 강무진의 모습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대공자님!”
마홍이 급히 뛰어가서 강무진을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얼굴이 창백한 것이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패왕무고 안은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건만 내상이 웬 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혹시 무리하게 무공을 수련하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것은 아닌가?
다급한 마음에 마홍이 강무진을 앉히고 등에 손을 대었다.
그렇게 내기(內氣)를 천천히 불어넣던 마홍은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무진의 모든 맥들이 제멋대로였던 것이다.
어떤 곳은 확 넓어서 기가 빠르게 흘러가다가 어떤 곳은 좁아서 조금씩밖에 흘러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하게 자신이 불어넣는 내기가 모두 들어가자마자 어딘가로 다 새어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금강불괴신공이 스스로 움직여 마홍의 내기를 끌어다가 내상을 치료하는 한편 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 무진이 아수라패왕권을 금강불괴신공에 시험했을 때 7일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몸은 멀쩡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마홍은 마치 빈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느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혹시 이상한 무공을 익히신 것인가? 허허.’
마홍이 손을 떼고 일어나자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곽소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저 아이의 눈빛은 마치 정인을 걱정하는 것 같은 눈이지 않은가? 설마…….’
“끙. 고마워, 마홍. 한결 좋아졌어. 정말 오랜만이네. 정확히 2년 만이야. 그렇지? 크큭. 도 아저씨도 오랜만입니다. 있는 동안 얼굴이라도 비추어주시……. 쿨럭!”
말을 하던 강무진이 갑자기 기침을 하다가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내었다.
“대공자님!”
그것을 보고 마홍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강무진이 힘없이 말했다.
“괜찮아. 검은 피잖아. 이제 내상(內傷)이 다 나은 거야. 걱정하지 마. 그런데 힘이 없네. 나 좀 부축해 줘.”
“아니,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강무진은 아수라패왕권과 금강불괴신공의 강한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시험해 봤다는 이야기는 죽어도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사대비기를 찾아서 익혀야 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던 마홍이었는데 그런 이상한 무공들을 익혔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실망을 하겠는가?
그뿐이 아닐 것이다. 마홍의 성격상 왜 그랬냐는 잔소리를 며칠간은 늘어놓을 것이 뻔 한 일이었다. 차라리 비급을 찾느라고 2년을 다 허비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자. 힘들다.”
강무진이 힘없이 이야기하자 마홍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강무진을 일으켜 세워 들쳐 업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렇게 마홍의 등에 업혀 가는 동안 강무진은 문득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왼쪽 벽에 붙어 있는 그림들을 잘 살피세요.
정확히 2년 전 강무진이 패왕무고에 들어가던 날 주소예가 해준 말이었다.
‘허걱! 그걸 왜 여태까지 잊고 있었지? 니미.’
주소예가 가르쳐 준 만큼 아마도 그곳에는 뭔가 굉장한 무공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사대비기 중 하나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을 여태까지 잊고 있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홍에게는 비밀로 해야겠군.’
강무진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의식의 끈을 점점 놓았다.
강무진을 업고 가는 마홍의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도백광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둘의 모습이 마치 조손(祖孫)들 같구나.”
“네.”
곽소소가 도백광의 말에 그저 습관적으로 대답을 했다. 지금 곽소소는 강무진이 걱정되어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강무진은 그렇게 마홍의 등에 업혀서 돌아온 이후로 3일이나 지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동안 강무진이 패왕무고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앞을 다투어 염전상과 초사영이 왔었지만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 강무진을 보고 그냥 돌아가야 했다.
“괜찮을 게야. 내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으니……. 휴, 그나저나 성주님도 참 무심하시군. 큰 제자가 이 꼴이 났는데도 얼굴 한 번 안 비추다니 말이야.”
마홍이 한숨을 쉬면서 강무진의 이마에 얹어놓은 수건을 옆에 있던 차가운 수건으로 다시 갈았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한 소녀가 들어왔다.
“헛! 아, 아가씨.”
“오랜만이군요.”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홍은 뜻밖의 손님으로 인해 약간 당황을 했다. 설마 주소예가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소예는 2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어엿한 소녀가 되어 있었다. 워낙에 미모가 뛰어나서 적상군의 여식인 적영령과 함께 벌써부터 패왕지화(覇王之花)라고 불리고 있었다.
“어, 어쩐 일로 오셨는지…….”
“대사형이 다쳤다고 들었어요.”
주소예는 정신을 잃고 침상에 누워 있는 강무진을 바라봤다.
-귀엽게 생겼네. 아침부터 열심이구나. 아함.
-먹어봐. 마홍이 몸에 좋다는 약재들을 구해다가 만든 거야. 맛도 제법이야.
-왜? 아! 너 이어 깔 주울 무르느구나? 줘바바.
-나 간다. 사매도 건강해.
주소예는 2년 전에 잠시 만났던 강무진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상하게 그것이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마홍은 주소예가 자신이 있는 것도 잊은 채 강무진을 바라보고 있자 수건을 대야에 담으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저는 가서 물을 좀 갈아 오겠습니다.”
마홍이 밖으로 나가자 주소예는 강무진이 누워 있는 침상으로 가 그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강무진의 얼굴에 손을 대려다가 순간 화들짝 놀라며 손을 거두었다.
설마 자신이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줄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가 제풀에 놀란 것이었다.
주소예는 잠시 아무도 없는 방 안인데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강무진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따뜻했다. 그때 그 아침에 먹었던 주먹밥처럼 따뜻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열이 나기 때문이었지만 주소예는 열 때문이 아니라 그때 느꼈던 강무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끄응.”
그때 강무진이 신음을 내며 몸을 살짝 뒤척이자 주소예가 깜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휴.”
주소예는 한숨을 쉬며 가슴을 좀 진정시킨 후 품에서 작은 옥병을 하나 꺼냈다. 옥병의 마개를 열자 지독한 악취가 났다.
“윽!”
이에 주소예는 잽싸게 코를 막고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옥병을 손바닥에 쏟으니 둥근 알약이 하나 나왔다.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지독한 악취는 그 알약에서 나고 있었다.
그 알약은 내상단(內傷蛋)이라는 약으로 내상은 물론이고 외상까지 치료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으윽, 아무리 효과가 뛰어나면 뭐 해. 냄새가 이러니 이걸 먹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내상단은 주소예의 아버지가 위급할 때 먹으라고 준 약으로 딱 세 알밖에 없었다. 흔하게 구할 수 없는 약으로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주소예는 아버지의 말대로 항상 품에 가지고는 다녔지만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었다. 늘 패왕성 안에만 있어서 내상단을 먹을 정도로 부상을 당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