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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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7화
7화
“자, 어서 때려봐.”
강무진은 웃통을 훌러덩 벗고 바지까지 내렸다. 회초리는 맨살 위에 맞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꺄악!”
곽소소가 순간 부끄러움에 비명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응? 왜 그래? 빨리 때려.”
“모, 못 해요!”
‘어떡해. 나 다 봐버렸어.’
순간 곽소소는 밥을 싸 온 바구니를 챙겨 가는 것도 잊은 채 그냥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 참……. 이러면 안 되는데…….”
그것을 멀리서 보고 있던 누군가 슬며시 모습을 감추었다.
“뭐라고? 계집아이한테 몽둥이로 맞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부용화는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혹시나 해서 감시를 하라고 했더니 이상한 것을 알아왔던 것이다.
“그, 그런 무공이 있나요?”
“…….”
“그런 무공이 있을 리가 없지. 혹시 이미 사대비급 중 하나를 찾았는데 감추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계집을 통해서 며칠 간격으로 약재들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외상과 내상을 치료하는 약재들입니다. 제 생각에는…….”
사내가 말끝을 흐리자 부용화가 사내를 보며 말했다.
“말해 봐요. 뭐죠?”
“아마도 기괴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무공이냐고요?”
“…….”
“끙, 아무튼 뭔가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은 확실하군요. 됐어요. 듣도 보도 못한 무공이라면 사대비기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강무진에 대한 것은 뭐 하나 시원스럽게 끝맺음 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늘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아들인 적운휘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기에 부용화는 무시했다.
어쨌든 그 아이 덕에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는 이들이 많이 줄지 않았던가?
물론 거기에는 적상군의 충격적인 발언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패왕성 내에는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지만 속으로는 야망을 품고 있는 자들이 많았다.
전대의 성주였던 적공후는 그것을 압도적인 무위로 눌렀었다.
그러나 적상군은 그러지를 못했다. 물론 그 누구보다 무공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적공후처럼 그렇게 압도적인 차이를 보일 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적공후가 죽고 나자 그들이 조금씩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첫 번째 걸림돌은 당연히 패왕성의 유일한 후계자인 적운휘였다. 일단 자리가 비어야 차지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든 기회만 되면 적운휘를 제거하려 할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것을 적상군이 다섯 명의 제자들을 받으면서 누그러트렸다.
패왕성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다섯 명의 제자에게 공평하게 준다는 말로 적운휘에 대한 위협을 그만큼 줄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제자의 자리를 적운휘가 아닌 강무진에게 줌으로써 적운휘보다는 강무진에게 관심을 쏟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평가 내리기까지 10년이라는 기한을 정해놓았으니 그 안에는 그 누구도 다른 생각을 품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아이들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 최고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부용화가 생각하기에는 그러했다. 적상군이 그런 생각으로 일들을 벌였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게 모두 아들인 적운휘에게 이 패왕성을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과연 적상군의 생각도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끄응, 이거 이번에는 제법 오래 가네.”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든 강무진이 낑낑거리며 겨우 일어나 앉았다. 금강불괴신공의 내공심법을 운용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 곽소소의 몽둥이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가끔 기분이 울적한 날은 더 심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무공을 할 줄 모른다더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몽둥이에 실린 내력을 느끼고 이거 잘못하면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쳇! 처음에는 그렇게 안 하겠다고 빼더니만……. 끄응…….’
강무진은 간신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금강불괴신공을 운용했다.
잠시 그렇게 기공을 돌리자 몸의 통증이 한결 가벼워졌다.
‘흐음, 분명 일반적인 내공심법은 아닌데…….’
그랬다. 금강불괴신공에 적힌 기공법은 단전이 아닌 몸 전체에서 기를 뿜어내되 피부까지만 뿜어내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내공법들은 하단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운용하지 이렇게 몸 전체를 두고 하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고민하면 뭐 하냐,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것을……. 끙, 무공비급이나 찾자.’
이곳 패왕무고에 들어온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사대비기는커녕 그 비슷한 무공도 찾아내지를 못했다.
책장에 있는 책들의 제목은 얼마나 많이 봤는지 잠 잘 때도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였다.
‘어? 이건 뭐야? 아수라패왕권(阿修羅覇王拳)?’
수없이 훑어보며 지나간 책들의 제목이건만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이유는 단지 이름이 왠지 멋있고 뭔가 있어 보여서였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간 경험한 바로는 저렇게 이름이 화려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대부분의 비급들은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무진은 그 아수라패왕권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어디 보자, 상, 하로 나누어져 있네.’
아수라패왕권은 앞부분의 3분지 2 정도가 아수라패왕진결(阿修羅覇王眞訣)이라는 내공법이었고, 뒤의 3분지 1 정도가 아수라패왕권이었다.
‘오호, 오홋! 이것 봐라.’
책을 읽는 강무진의 눈이 점점 흥미로 가득해 가기 시작했다.
[일권(一拳)에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른다.
내가 아수라패왕권을 완벽히 익힌 이후로 나의 일권을 받아낸 자가 없었다.
이에 나는 평생 동안 두 번째 주먹을 뻗어보지 못했다.]
‘캬, 이 얼마나 사내답고 멋진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든 강무진은 급한 마음으로 얼른 다음 장을 펼쳐 보았다.
아수라패왕진결은 내공심법으로 이 내공심법을 완벽히 터득한 후에야 아수라패왕권을 쓸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아수라패왕권을 쓰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게 되리라. 어쩌고저쩌고…….
수많은 사람들이 조바심에 이것을 참지 못하고 왈가왈부…….
그 자리에서 뒈진 사람들만 해도 수백 명이 넘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아수라패왕진결을 완벽히 터득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수라패왕권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음, 그렇지. 성급함이 항상 모든 일을 그르치지.’
그렇게 한참을 읽다가 뒷부분의 아수라패왕권을 본 강무진은 순간 당황했다. 아수라패왕권의 초식이 달랑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나와 있는 내용은 더 기가 막혔다.
‘뭐야? 정말 일권뿐인 거야? 뭐? 너무나 커다란 위력에 아수라패왕권을 쓰고 나면 기력이 탈진해 적게는 1각, 길게는 반 시진 정도 무공을 쓰지 못한다. 뭐 이런……. 한 대 치고 실패하면 맞아 죽으라는 소리잖아. 니미, 이런 것도 무공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오며 무심코 다음 장을 펼쳐 본 강무진의 눈이 순간 빛이 났다.
‘가만! 1년인가?’
다음 장을 보니 빠른 성취를 보일 경우 1년 안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지만 지금 강무진의 상태로는 그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고도 남았으니 걱정할 일이 못 되었다.
그 조건들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동정이어야 할 것.
둘째, 아수라패왕권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는 절대로 여자를 안아서는 안 될 것(다 익히고 난 후는 상관없음).
셋째, 다른 내공심법을 깊이 익힌 것이 없을 것.
넷째, 그 어떤 영약도 먹지 않았을 것.
그러니 강무진에게는 모두 해당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강무진은 잠시 갈등했다.
여기에 보면 일격에 집채만 한 바위를 가루로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일격에 그 단단하다는 만년한철로 만든, 두께가 무려 반 자 가까이 되는 문을 우그러뜨렸다고 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사람이 맞을 경우 기본이 사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 방 갈기고 나서가 문제였다. 아무리 위력이 좋으면 뭐 하나? 무려 1각에서 반 시진 동안이나 무공을 쓰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 위력과 익힐 수 있는 기한이 짧다는 것에 자꾸 끌렸다.
빠르면 1년이라고 했다.
초식이 하나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앞에 나와 있는 내공법도 단순해 보였다.
게다가 다른 무공비급들은 상당히 꼬아서 써놓아서 그것을 해석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런 어려운 내용들은 하나도 없이 알기 쉽게 적혀 있었다.
‘젠장! 그래, 일단 익히고 보자. 벌써 1년이나 지났는데 겨우 금강불괴신공뿐이다. 이거라도 익혀놓으면 그나마 도움이 되겠지.’
그때부터 강무진의 일과에는 아수라패왕진결을 수련하는 시간이 포함되었다.
강무진의 일과는 눈뜨는 순간부터 잠을 잘 때까지 수련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간단히 세수를 하고 연공실로 가서 마홍의 천변결과 염전상의 붕마도법을 연습했다.
그 두 개의 수련이 끝날 때쯤이면 아침 시간이 된다. 그러면 몸의 상태를 봐서 곽소소에게 얻어맞았다.
근래에는 상처가 빨리 아물어서 아침저녁으로 맞아야 했다.
그렇게 맞고 나면 약을 먹고 바른 후, 금강불괴신공을 연공했다.
그리고 초사영에게 배운 궁술을 연습하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아수라패왕진결을 수련했다.
저녁때가 되면 곽소소에게 다시 한 번 맞고 약을 먹고 바른 후 또다시 금강불괴신공을 연공했다. 그리고 쉬는 틈틈이 서고를 뒤지며 무공비급을 찾아다녔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단순하게 반복되면서 패왕무고에 들어온 지 어느새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음, 맛있어. 역시 맛있단 말이야.”
“호호호, 그렇게 맛있어요?”
강무진은 곽소소가 가져온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늘 이렇게 칭찬을 했다.
매일 칭찬을 들으면 질릴 만도 하건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칭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소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았네. 가만 있자, 이제 한 반년 정도 남았군. 맞지?”
“네…….”
강무진의 말에 대답을 하는 곽소소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곽소소는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강무진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패왕성의 대제자라는 신분이었고 자신은 기껏해야 무고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였다. 감히 가슴에 품을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말이야. 내가 여기를 나가도 찾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해줄 거지? 그때는 마홍하고 염 할아버지, 초 할아버지 모두 데리고 올게.”
“정말요?”
“응.”
“정말 이곳에서 나가서도 절 찾아오실 건가요?”
곽소소가 금방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눈으로 말하자 강무진이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무, 물론이지. 다른 사람들한테 소소의 음식 솜씨를 알려주고 싶은걸.”
그때였다. 곽소소가 갑자기 강무진의 품으로 파고든 것은…….
“…….”
강무진은 순간 숨이 탁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던 강무진은 품에 있는 곽소소를 살짝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