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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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화
6화
“혼자 먹기 외로워서 그래. 마홍도 항상 나랑 같이 식사를 했는걸. 밥 먹으면서 잠시나마 무료함도 달랠 수 있고 좋지 뭐. 너도 여기서 나랑 같이 밥 먹으면 그만큼 네 시간이 많아 질 것 아냐.”
“그건 그렇지만…….”
“됐어, 그럼. 내일부터는 같이 먹는 걸로 알고 있을게.”
강무진은 그렇게 결정을 해버리고 다시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곽소소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고에 일단 들어가면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책을 찾고 무공을 익혔다. 그래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뭔가를 시킬 때 아니면 기껏해야 고맙다는 말이 다였다.
그리고 이렇게 밖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도 없었고, 자신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사람은 더욱이 없었던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곽소소는 빈 그릇들을 담아서 돌아갔고 강무진은 다시 석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 보자…….”
‘복마검법(伏魔劍法), 사일검법(射日劍法), 타구봉법(打狗棒法)…….’
무고 안에는 정말 없는 무공비급이 없었다. 저잣거리에서 나도는 삼류 무공부터 명문대파의 비기들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무공비급들은 모두 있었다.
물론 이 비급들이 진본은 아니었다. 전부 필사본이었지만 내용은 진본과 다름이 없었다.
‘응?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에 대한 연구 고찰?’
책들의 제목만 쭉 훑어보던 강무진이 멈추어 서서 그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은 얼마나 그 자리에 있었던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강무진은 그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소림사(少林寺)의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한 사람은 역대 오직 세 사람뿐이다.
이에 사람들은 금강불괴신공을 도저히 연공할 수 없는 난해한 무공으로 치부하며 익히기를 꺼린다.
또한 무림인이라면 한 대 먼저 때릴 것을 염두에 두고 공격법을 익히지 맞을 것을 걱정하며 이런 무공을 먼저 익히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는 불가(佛家)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불법(佛法)을 어쩌고저쩌고…….
상대를 때리기보다는 맞기를 원하며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까지 내밀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왈가왈부…….
금강불괴신공은 그 어떤 공격을 당해도 끄덕도 하지 않는 몸을 만들어준다.
도검곤창(刀劍棍槍)과 같은 무기는 물론이고 전설상으로 내려오는 날카로운 보검(寶劍)일지라도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
혹자는 몸 안에서부터 충격을 주는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으로 금강불괴신공을 깰 수 있다고 알고 있으나 그것은 금강불괴신공을 어설프게 익혔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금강불괴신공을 제대로 익히면…….
그래서 누구라도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연구의 기록을 여기에 남긴다.
‘오호, 이것 봐라. 제대로 하나 건졌는걸.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다 이거지. 좋았어.’
강무진은 씨익 웃으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그러다가 순간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금강불괴신공을 익히는 방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괴이했고 또 고통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충 책에 적혀 있는 방법은 이러했다.
우선 약을 만든다. 몸에 바를 약과 먹는 약을 책에 나와 있는 방법에 따라 만든다.
그리고 얇은 대나무와 같은 회초리로 전신을 때린다. 온몸에 빨갛게 자국이 남고 멍이 들 때까지 때린다.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약을 먹고 바른다.
상처가 조금 아문다 싶으면 다시 그 같은 짓을 반복한다. 수십에서 수백 번까지, 회초리의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한다.
그 후에는 회초리를 몽둥이로 바꾼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몽둥이로 맞아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으면 이제는 바닥이 돌로 된 곳을 찾는다.
넓은 바위가 가장 적당하다.
그 다음에 몸을 사정없이 바닥에 던진다. 그리고 약 먹고 바른다.
그게 익숙해지면 좀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진다. 다시 그것이 익숙해지면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그렇게 삼 장(약9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몸이 멀쩡하고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니미, 여기 나오는 약은 무슨 만병통치(萬病通治)의 신비의 영약이냐? 이 지랄을 해도 그냥 먹고 바르기만 하면 안 죽는다는 거야? 이거 아무래도 외문무공(外門武功)을 익히는 사람들이 하는 거 같은데……. 가만있자, 어딘가 기공법(氣功法) 같은 것이 있을 텐데……. 여기 있군. 항상 자신의 몸이 그 어느 것보다 강하다고 생각을 한다. 몸에 고통이 가해질 때마다 안 아프다고 생각한다. 뭐야? 이게 심법(心法)이야?’
강무진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는 막무가내로 몸으로 부딪치며 익히기를 원하고 있었다.
강무진은 그냥 책을 덮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모를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끝내 수련 방법의 마지막 부분까지 읽었다.
마지막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금강불괴신공의 위대함을 알면서도 그 긴 세월 동안 오로지 세 명만이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수련 방법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금강불괴신공을 익히다가 허리를 잘못 맞아 허리 병신이 되어 사내구실을 못 하거나, 머리를 잘못 맞아 호랑이 잡겠다고 뛰쳐나간 뒤 행방불명이 되거나, 너무 맞다 보니 이상한 쾌감을 느끼며 결국 이상한 쪽으로 빠져버린 자도 있었다.
그러니 어찌 두렵지 않으랴?
이러하다 보니 금강불괴신공을 만들어낸 소림사에서조차 이름만 남겨놓았을 뿐 이 무공을 익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호통재라! 이 안타까운 일을 어이할꼬!
그러나 이 두려움을 뛰어넘었을 때 진정한 고수로 거듭나게 되고 그때는 그 누구도, 설사 천신(天神)이 나타나서 그대의 죽통(얼굴)을 날린다고 해도 그대는 무사하리라.
‘아씨! 이거 은근히 사람 무시하는 말투인데……. 좋았어. 일단 해본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강무진은 일단 <금강불괴신공에 대한 연구 고찰>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책장을 쭉 훑어봤으나 그다지 눈에 뜨이는 무공비급은 없었다.
그날 하루 종일 그렇게 책들을 살펴봤지만 서고에 있는 책들의 10분의 1 정도도 보지 못했다. 그것도 겨우 제목만 살펴보았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곽소소가 식사를 들고 오자 강무진은 곽소소에게 금강불괴신공을 익히는 데 필요한 것들을 부탁했다.
곽소소는 강무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꼼꼼히 적어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약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하루 만에 다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아침을 먹고 나자 무고의 연공실로 가서 마홍이 가르쳐 준 암기술을 연습했다.
마홍은 그것을 무적천변결(無敵千變結)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강무진의 느낌으로는 앞의 무적은 마홍이 붙인 것이고 원래 이름은 그냥 천변결인 것 같았다.
천변결의 기본은 비도술에 있었다. 단검을 날리는 기술에서 천 가지의 암기를 날리는 방법이 파생되어 나오기 때문에 천변결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에 강무진도 비도술을 가장 중점적으로 연마하고 있었다.
암기를 던질 때는 항상 네 가지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첫째는 정확성, 둘째는 빠르기, 셋째가 변화, 그리고 마지막이 위력이었다.
위력을 마지막에 두는 것은 암기 자체가 위력과는 거리가 먼 무기였기 때문이다.
위력은 암기 끝에 살짝 독을 묻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강무진은 최근에 변화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변화란 암기를 직선으로 던지는 것에서부터 휘어서 던지기도 하고 완전히 원을 그리며 던질 수도 있어야 했으며, 나중에는 여러 개의 암기를 던져 서로 부딪치게 해서 생기는 변화까지 정확히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강무진은 지금 휘어서 던지는 것을 갓 벗어나 완전한 원을 그리며 던지는 것을 연습할 단계였다.
“쳇! 역시 혼자 하니까 잘 안 되는군.”
강무진은 그렇게 잠시 천변결을 연습하다가 붕마도법을 연습하려고 했으나 무고 안에 있는 무기 중에는 손에 맞는 도가 없었다.
강무진이 늘 쓰던 커다란 도는 무고 안에 들어오면 비급을 찾아 익히기에도 시간이 모자를 것이라 생각해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다시 무게를 늘릴 때도 됐지. 나중에 소소한테 부탁해서 염 할아버지한테 가져다 달라고 해야겠군.’
강무진은 연습을 포기하고 책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책장을 살폈으나 패왕성의 사대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쯤 곽소소에게 부탁한 약재들이 하나 둘씩 도착을 했고 이에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을 익히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익히려니 또 문제가 있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에 한참 고민을 하던 강무진은 어쩔 수 없이 곽소소에게 부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곽소소가 아침을 챙겨오자 강무진은 그걸 먹으면서 곽소소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잠시 망설이던 강무진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기, 소소.”
“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에 힘을 주고 자신을 부르는 강무진을 보며 곽소소는 갑자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꿀꺽!
곽소소는 순간 강무진이 긴장한 듯 침까지 삼키자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가슴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것은… 서, 설마?’
“저기 말이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네.”
‘설마 여기서… 그, 아이 참. 지금 밥 먹는 중이었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곽소소는 입 안에 있던 음식을 한꺼번에 꿀떡 삼켜버렸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무진이 곽소소에게 얼굴을 천천히 들이댔다.
이에 곽소소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응? 뭐야? 왜 눈을 감아? 눈에 뭐가 들어갔어?”
“네?”
강무진의 말에 소소가 눈을 떴다. 그러자 강무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그게…….”
“쩝! 이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저기 소소.”
“네, 공자님.”
“이걸로 나 좀 때려줘.”
진지한 표정으로 회초리를 내미는 강무진을 보면서 순간 곽소소는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깨지는 것을 느꼈다.
“그걸로 공자님을 때리라니요?”
“응, 이걸로 날 사정없이 패줘.”
강무진의 말에 곽소소는 몸을 흠칫 떨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강무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응?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냐. 이게 다 무공수련이라고, 무공수련.”
그렇게 말한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외문무공을 하나 수련하려고 하는데 이런 걸로 몸을 강하게 만들어야 된대. 그냥 이 회초리로 내 온몸을 막 때려주기만 하면 돼. 별로 어렵지 않…….”
강무진이 차곡차곡 설명을 해서 곽소소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곽소소는 양손을 저으며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안 돼요! 안 돼!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해요.”
“괜찮아. 이건 무공수련이라고 했잖아. 소소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그 무공을 익힐 수 없단 말이야. 내가 익혀보고 괜찮으면 너한테도 가르쳐 줄게.”
강무진의 말에 곽소소는 속으로 질겁을 했다. 무슨 무공인지는 몰라도 회초리로 온몸을 맞아야 하는 무공이라면 절대로 사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