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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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화
5화
둘째 사형인 적운휘는 잘생긴 얼굴에 항상 깔끔한 옷을 입고 단정하게 행동을 했기 때문에 고고한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보다 겨우 한 살이 많은데도 마치 어른을 대하는 것 같을 때가 많았다.
셋째 사형인 왕이후는 아버지인 폭풍도 왕철심의 성격을 그대로 닮아 조금 거칠기는 했지만 남자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다섯째인 화운영은 어떤 때는 강해 보이고 어떤 때는 여리고 약해 보여서 종잡을 수 없는 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 세 명의 공통점이라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쓴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은근히 서로를 경계했다.
그러나 오늘 처음 본 대사형이라는 사람에게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유스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옆에서 보는 마홍과의 관계도 그러했다.
자신이나 다른 사형제들이라면 아랫사람과 절대로 저렇게 지내지 않는다.
아랫사람과는 확실한 선을 그어놓고 대하라고 배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강무진과 마홍의 행동을 보면 말투만 위아래가 있을 뿐이지 손자가 할아버지를 대하고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배부르니 또 졸린걸.”
주먹밥을 다 먹은 강무진이 배가 부른 듯 배를 쓰다듬으며 하품을 하고 있을 때 마홍은 옆에서 주소예를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 먹을 것같이 하던 주소예가 주먹밥을 무려 세 개나 먹자 눈물이 앞을 가렸던 것이다.
마홍이 강무진을 돌보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어디에서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마홍 자신의 봉급만으로 두 사람이 생활을 해야 했다.
물론 패왕성에서 잘나가는 패왕마전대의 조장이다 보니 봉급이 그리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싼 영약들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홍은 이번에 강무진이 패왕무고에 들어가는 것이 정해지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고 그것도 모자라서 조원들 주머니까지 털었다.
그렇게 해서 그 귀한 약재들을 구해 만든 주먹밥이었건만, 그것을 주소예가 반이나 먹어버렸으니 아까웠던 것이다.
주소예는 이보다 더 귀한 영약들을 날마다 먹겠지만 강무진은 이 정도의 약재들도 겨우겨우 구해 먹는 처지가 아닌가?
“그럼 사매, 난 이만 가봐야겠어. 오늘 패왕무고에 들어가야 하거든.”
“아! 네에.”
“앞으로 2년 후에나 보겠군.”
“네?”
“패왕무고에 있을 수 있는 기한이 2년이거든. 아! 사매는 8개월 만에 나왔다고 들었어.”
“네에.”
“하긴 그런 곳에 혼자 있으려면 갑갑하지. 에휴, 나도 벌써부터 갑갑하다.”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 패왕무고에 한 번 들어가기 위해 지금도 피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대공자님께서 그리 말하시면…….”
“알았어, 알았다고. 또 잔소리 시작이네. 빨리 가야지. 1각이라도 아껴서 비급을 찾아야 한다며?”
“끙.”
강무진의 말에 마홍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소예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저기, 대사형.”
“응? 왜?”
“저기,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주소예는 자신이 말해 놓고도 순간 놀라서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은 스스로도 몰랐던 것이다.
“어디? 패왕무고에? 아아, 나 배웅해 주려고. 에헤, 착하네. 그래, 같이 가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주소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주소예의 볼이 빨개졌다.
그러나 처음에 강무진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처럼 손을 떨쳐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패왕무고 앞에 도착하자 한 사내와 소녀 한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대공자님.”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얼굴의 반을 덮고 있는 장년의 사내가 강무진이 오는 것을 보고 예를 취했다. 전체적으로 강해 보이면서도 순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였다.
“누구세요?”
“하하, 저는 패왕무고를 관리하고 있는 도백광이라고 합니다.”
도백광이 강무진에게 대답을 해주다가 옆에 있던 주소예를 보더니 주소예에게도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아! 주 아가씨도 오셨군요. 2년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대도 왔구려.”
도백광이 마홍을 알아보고 말하자 마홍이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또 뵙소이다.”
“준비는 다 해두었습니다. 일단 들어가시면 2년까지는 안에서 머무실 수가 있습니다. 그 전에 나오고 싶으시면 그때 이야기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무고 안에 들어가시면 굉장히 많은 양의 책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책들을 절대로 훼손하시면 안 됩니다. 또한 나오실 때 들고 나와서도 안 됩니다. 책의 필사본을 만들어 가져 나오셔도 안 됩니다. 오로지 머릿속에만 간직한 채 나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계시는 동안 여기 이 아이가 시중을 들 겁니다. 식사는 물론이고 의복이나 기타 다른 모든 것들을 이 아이가 시중 들 겁니다. 어서 인사드리거라.”
도백광의 말에 소녀가 강무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곽소소라고 합니다.”
주소예만큼은 아니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인사를 받은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어, 난 강무진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네.”
“그럼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다른 분들은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도백광의 말에 마홍이 강무진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대공자님, 저는 대공자님을 믿고 있습니다.”
강무진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같이 울먹이는 마홍의 손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2년, 금방이야. 꼭 열화마결을 찾아서 나올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어야 돼.”
“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꼭 원하는 것을 이루시고 무사히 나오십시오.”
마홍이 엎드려서 절을 올리자 강무진도 왠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 간다. 사매도 건강해.”
강무진이 그렇게 몸을 돌려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소예가 강무진의 소매를 잡았다.
그리고 한 손을 입에다 대고 강무진의 귀에 숨결이 닿을 정도로 입을 바짝 붙이며 말했다.
“왼쪽 벽에 붙어 있는 그림들을 잘 살피세요.”
“응?”
강무진이 무슨 말인지 몰라 주소예를 바라봤지만 주소예는 이미 뒤로 물러나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에 강무진도 씩 웃으며 도백광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지? 아버님이 아시면 경을 칠 일인데…….’
사실 그곳에는 패왕성 사대비기 중 하나인 수라십삼검의 비급이 숨겨져 있었다.
좌호법인 수라신검 화묵정과 친분이 두터운 주소예의 아버지가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살짝 주소예에게 귀띔해 주었던 것이다.
주소예의 아버지인 파천일권 주양악은 강맹한 권장법(拳掌法)이 주특기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자인 주소예가 익히기에는 맞지가 않았다.
이에 수라신검 화묵정에게 부탁을 하자 화묵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순순히 응하며 비급의 위치를 슬쩍 알려줬던 것이다.
그리고 주소예가 패왕무고를 나오자 가끔씩 주소예를 찾아가 수라십삼검을 익히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화묵정은 주소예를 자신의 손자인 화운영과 맺어줄 생각으로 그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왕무고에 들어가다>
도백광을 따라 안으로 가니 커다란 분지가 나왔다. 제법 넓은 곳에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와아, 예쁘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이곳은 항상 이렇게 기후가 따뜻해서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습니다.”
“으응, 그렇구나.”
“이제 다 왔습니다.”
꽃밭을 가로질러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석실이었다.
도백광이 벽에 있는 뭔가를 건드리자 커다란 석실의 문이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그그그긍!
“저도 이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안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시면 됩니다. 그러면 소소가 이리로 올 것입니다. 다만 식사나 기타 필요한 것들 역시 모두 소소가 가져다줄 겁니다. 소소 역시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으니 귀찮더라도 공자님이 여기까지 나오셔야 합니다.”
“응.”
“그럼 어서 들어가십시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응, 고마워.”
강무진이 석실의 안으로 들어가자 또다시 문이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석실 안은 굉장히 넓었다.
앞쪽에는 책을 볼 수 있게 책상과 의자가 서너 개 놓여 있었고 그 뒤쪽으로는 책장이 빽빽이 차 있었는데 그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휴, 많기는 많군.”
강무진이 천천히 한쪽으로 가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석실 안은 천장과 벽에 그 비싸다는 야명주가 듬성듬성 박혀 있어 전혀 어둡지 않았다.
아마도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등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 달 만에 고수가 되는 법>
“풋!”
<절정고수 따라 하기>
<이렇게 하면 당신도 고수가 될 수 있다>
“나 참, 별의별 책들이 다 있군.”
몇 권의 책을 꺼내서 대충 훑어보고 다시 책장에 넣은 강무진은 석실의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그러자 책장이 끝나는 곳에 두 개의 입구가 나타났다.
그중 첫 번째 입구로 들어가니 한쪽 벽에 각종 무기가 걸려 있는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연공실인가 보군. 책 보고 와서 여기서 연공을 하라는 뜻인가?’
그곳에서 나와 두 번째 입구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돌로 된 둥근 탁자와 의자, 침대 등이 놓여 있었다.
“여기가 쉬는 데인가? 아함, 일단 한숨 자고 맑은 정신으로 하는 것이 좋겠군.”
하품을 하며 침대에 누운 강무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딸랑딸랑!
“끄응.”
딸랑딸랑!
“우웅, 뭐야?”
침대 옆에 달린 방울이 계속 울리자 강무진이 어쩔 수 없이 비실비실 일어나서 시끄럽게 울리는 방울을 바라봤다. 방울은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의해 흔들리고 있었다.
‘밖에서 연락을 할 때 쓰는가 보다.’
강무진은 이런 생각이 들자 곧 석실의 입구로 나가봤다.
역시나 그곳에는 곽소소가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식사하세요.”
곽소소는 석실 입구에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곳에 서서 강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무진이 석실 밖으로 나오자 곽소소가 바구니를 건네줬다.
그것을 받아 든 강무진이 앞쪽의 풀밭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아 바구니에서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을 보고 곽소소가 물었다.
“여기서 드실 건가요?”
“응, 날씨도 좋은데 여기서 먹지 뭐. 와, 진수성찬인걸.”
강무진의 말에 곽소소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그렇게 많이 준비하지 못했는걸요.”
“이 정도면 충분해. 음, 맛있다. 이것 모두 네가 만든 거야?”
“네.”
“최고야.”
젓가락을 들고 음식들을 맛보던 강무진이 순간 엄지손가락을 척 내보이며 말하자 곽소소가 미소를 지었다.
“혹시 먹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거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시면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만들어 올게요.”
“아냐. 난 뭐든지 잘 먹어. 안 가리고 먹으니까 걱정 말라고. 응? 그런데 너는 왜 안 먹어?”
“네?”
“너도 아직 밥 안 먹었지?”
“아뇨. 저는…….”
“그러고 보니 젓가락도 하나뿐이네. 내일부터는 네 것도 같이 가져와. 같이 먹자.”
“아뇨. 제가 어떻게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