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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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3화
3화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건만 강무진은 늘 그랬다. 마홍은 그것이 강무진의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무공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노력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고수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마홍은 믿고 있었다. 강무진은 노력만으로 그 이상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가친척 피붙이 하나 없는 마홍에게 강무진은 마치 손자와 같이 여겨졌고 그만큼 정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반드시 대공자를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대공자를 무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럼 나와 우리 12조의 한도 조금은 풀리겠지.’
땀을 뻘뻘 흘리며 수련하는 강무진을 보며 마홍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는 어떤가요?”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인이 물었다.
30대 초반의 나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아름다웠다.
그런 여인의 뒤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짙은 눈썹에 꾹 다문 입술이 남자다운 강인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마홍을 비롯한 패왕마전대 12조의 조원들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풋! 상공께선 도대체 왜 그 아이를 데려왔는지 모르겠군요. 그 일은 진척이 좀 있나요?”
“아직까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주군께서 단독으로 나가서 데려온 아이이기 때문에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시일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일에는 손 떼세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아이가 누군지 굳이 알 필요가 없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가요?”
“셋째 공자인 왕이후는 그의 아버지인 왕철심에게서 뇌전폭풍도(雷電暴風刀)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다섯째 공자인 화운영 역시 그의 조부인 화묵정으로부터 수라십삼검(修羅十三劍)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넷째인 주소예 아가씨는 현재 패왕무고에 들어가 있습니다.”
“응? 겨우 1년이 지났는데 벌써 무고에 들어갔다는 건가요?”
“네.”
부용화가 잠시 그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어차피 여자 아이이니 그리 신경을 쓸 필요는 없겠지. 운휘는 어떤가요?”
“마력진패강기의 기초 단계는 이미 넘어선 상태입니다.”
“좋아요. 그럼 주소예가 나오는 대로 운휘를 패왕무고에 들어가게 해야겠군요. 상공께서 아이들에게 2년씩 무고를 개방한다고만 했지, 그 전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죠. 그러니 굳이 2년을 채울 필요는 없는 일! 게다가 어차피 아버님의 열화마결을 빼고는 패왕무고에 있는 최상승의 무공들은 이미 모두 나와 있으니까 얻을 것도 없지요. 굳이 오래 들어가 있을 필요가 없어요. 아마 주소예도 얼마 안 있어 나올 거예요.”
패왕성에는 사대비기(四大秘技)라 불리는 최강의 무공들이 있었다.
마력진패강기(魔力眞覇剛氣), 뇌전폭풍도(雷電暴風刀), 수라십삼검(修羅十三劍), 열화마결(熱火魔結). 이렇게 네 가지가 그것이었는데, 모두가 그 우위를 논할 수 없는 최고의 무공들이었다.
그중 마력진패강기는 성주인 적상군이 익혔고, 뇌전폭풍도는 패왕폭풍대의 대주인 왕철심이 익혔으며, 수라십삼검은 좌호법인 화묵정이 익혀서 그 진전(眞傳)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열화마결은 적상군의 부친인 적공후가 익혔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자를 두지 않아 현재 열화마결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패왕무고에 머무는 시간은 6개월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운휘에게도 그렇게 일러놓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됐어요. 이제 가보세요.”
“그럼…….”
사내가 밖으로 나가자 부용화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아들인 적운휘를 패왕성의 다음 대 성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할 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삼 년 후. 강무진의 나이 열여섯 살.
“하앗!”
깡!
“제법!”
강무진이 자신의 가슴까지 오는 커다란 도를 무섭게 휘두르며 염전상의 어깨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이에 염전상이 빠르게 옆으로 피하며 도를 휘두르자 강무진이 재빨리 들고 있던 도를 빙글 돌리며 방어를 했다.
그러자 염전상의 도가 강무진의 도에 부딪치는 순간, 슥 미끄러지면서 강무진의 배를 베기 위해 회전을 했다.
강무진이 세워서 막은 도를 축으로 도는 것이라 그대로 배를 베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를 놓고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그러지 않았다. 몸을 회전시키며 자신의 배를 베어오는 염전상의 도를 염전상이 하듯이 똑같이 미끄러트렸다.
그러자 염전상의 도가 강무진의 옆구리 옆으로 흘러버렸다.
강무진은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며 도를 잡고 있던 팔의 팔꿈치로 염전상의 얼굴을 쳐갔다.
이에 염전상이 급히 뒤로 물러나자 강무진이 쳐가던 팔꿈치를 쭉 펴면서 들고 있던 도를 힘껏 내려쳤다.
후우우웅!
회심의 일격이었음에도 강무진의 도는 허공을 갈랐다. 있어야 할 곳에 염전상이 없었던 것이다.
염전상은 어느새 뒤로 훌쩍 물러나 강무진의 뒤에서 도를 거두고 있었다.
“쳇!”
강무진이 아쉽다는 듯 염전상을 바라보자 염전상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 살래살래 흔들면서 말했다.
“클클, 아직 느립니다. 그렇게 느려서야 어디 파리 한 마리나 제대로 잡을 수 있겠습니까?”
“쳇! 무게를 늘린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렇지.”
강무진이 투덜거리며 들고 있던 도를 땅에 꽂았다.
염전상은 처음에 강무진에게 모래가 가득 든 소매 없는 상의를 입혔다. 그리고 팔뚝과 종아리에도 모래가 가득 든 주머니를 감게 했다.
도(刀)도 강무진이 쓰기에는 너무나 크고 무거운 것을 처음부터 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 익숙해진다 싶으면 무게들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모래가 아닌 긴 쇠막대들을 끈으로 촘촘히 엮은 것을 몸과 팔뚝, 종아리에 두르고, 도(刀)는 강무진의 가슴까지 오는 길이에 한 뼘이나 되는 넓이의 커다란 것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것들의 무게를 또 늘렸다.
이에 무게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동작이 조금 둔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붕마도법이 그 위력에만 중점을 둔 도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도 알아. 붕마도법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펼쳐야 된다! 이 말이지? 귀에 딱지 앉겠다.”
“맞습니다. 빨라야 합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를 휘두를 수 있어야 진정한 붕마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야 쉽지, 저렇게 커다랗고 무거운 도를 일반적인 보통의 도를 휘두르듯이 빠르게 휘두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염전상이 원하는 수준은 그 정도가 아니라 눈에 안 보일 정도의 빠르기였다.
극쾌(極快)!
염전상은 늘 섬전(閃電)이나 분광(分光)이라고 불릴 정도의 극쾌로 붕마도법을 펼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알아. 떨어져서 싸우지 말고 붙어서 싸워라! 이거지?”
“잘 아시는군요. 그 두 가지를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 두 가지를 잘 명심하시고 붕마도법을 펼친다면 어느 상승의 도법 못지않은 것이 될 것입니다.”
“알았대도 그러네. 그런데 마홍은 어디 간 거야? 오늘은 웬일로 안 보이지?”
“모르고 계셨습니까?”
“뭘?”
“3일 후면 대공자님이 패왕무고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을 준비하느라 바쁠 겁니다. 클클.”
“쩝! 벌써 그렇게 되었나?”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금 있으면 초가 놈이 올 겁니다. 그놈한테 궁술(弓術)을 배우다 보면 마홍도 일을 마치고 올 것입니다.”
“응, 그래.”
강무진은 마홍에게서 암기술을, 염전상에게는 붕마도법을 배우는 한편, 최근에는 초사영에게 활 쏘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초사영 역시 패왕마전대 12조의 조원이었다.
궁술이라는 것이 무림인에게 많이 등한시되는 것이다 보니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자 12조로 쫓겨 온 인물이었다.
염전상이 가고 나자 잠시 후, 초사영이 왔다.
초사영은 큰 키에 삐쩍 마른 체형을 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마홍이나 염전상보다 다섯 살이나 나이가 어려 그들에게는 항상 애 취급을 받았다.
초사영은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강무진의 옆에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주의를 주었다.
“그렇습니다. 활시위를 최대한 당긴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이미 마음속에서는 과녁을 뚫고 있는 화살을 그리고 있어야 합니다.”
“후!”
슈웅!
탁!
강무진이 시위를 놓자 화살은 멀리 있는 나무의 중앙에 가서 정확히 꽂혔다.
“잘했습니다. 많이 느셨군요.”
“헤헤, 초 할아버지가 잘 가르쳐 줘서 그런 거지 뭐.”
“다시 한 번 쏴보십시오. 이번에는 바람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항상 바람을 염두에 두셔야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맞출 수가 있습니다.”
초사영의 말에 강무진이 허리에 차고 있던 화살집에서 화살을 하나 꺼내 시위를 먹이고 있을 때였다.
그런 강무진의 뒤쪽으로 마홍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초사영을 보며 입술에 검지를 세워서 대었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이미 마홍이 다가오는 기척을 알고 있었다.
“이미 온 거 다 알고 있어. 후!”
강무진이 말하면서 화살을 날리자 이번에도 나무의 중앙에 정확히 화살이 꽂혔다.
“잘 쏘셨습니다. 사영이가 잘 가르친 모양이군요.”
“그렇지 뭐. 간 일은 어떻게 됐어?”
“예정대로 3일 후, 패왕무고에 들어가시게 됩니다.”
“오, 드디어 그곳에 가는군요. 좋겠습니다. 저희 같은 것들은 평생 가도 한 번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초사영의 말에 강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서 좋은 것들이 많이 있나 보고 알려줄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은 어차피 늙어서 뼈가 굳어 새로운 것을 익힐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무공에 만족을 해야죠. 가시거든 부디 대공자님에게 도움이 될 비급을 얻어 나오십시오.”
“그런데 사제들을 이길 수 있을 만한 비급이 그곳에 있을까?”
강무진의 말에 마홍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실 강무진을 제외한 네 명의 아이들은 이미 모두 패왕무고를 갔다 나온 상태였다.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나 조부로부터 패왕성 최고의 무공들을 전수받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패왕무고에서 오랜 기간을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단지 적상군이 그곳에 갔다 와야 직접 무공을 지도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모두들 형식적으로 몇 달 정도 있다가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에 비해 모든 것이 늦기만 한 강무진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어떻게 해서든 최상승의 무공을 찾아서 익혀야 했던 것이다.
“글쎄요. 사실 이미 패왕성 사대비기가 모두 나와 있기는 합니다. 아! 전대 성주님이셨던 적공후님의 열화마결만은 현재 그 진전을 이은 사람이 없습니다. 나머지 무공들은 다른 분들이 모두 익히고 있으니 열화마결을 찾으면 좋으련만……. 아니지. 꼭 찾게 되실 겁니다.”
마홍이 애써 밝게 웃으며 말하자 강무진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마홍은 그런 비급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태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패왕무고를 들락거렸건만 왜 사대비기를 익히는 사람들의 수가 그렇게 적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