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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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38화
38화
퍼억!
그러나 의외의 위력에 강달무는 그 힘을 미처 다 흘리지 못하고 반격은커녕 그 힘 때문에 오히려 뒤로 물러나야 했다.
“큭!”
그것을 보고 황삼위가 잠시 놀란 눈으로 강달무를 바라봤다.
그때 뒤로 물러났던 강달무가 어느새 황삼위의 가슴에 일장을 날리고 있었다.
펑!
“크윽!”
이에 그것을 제대로 맞은 황삼위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흥! 겨우 그 정도냐?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잖아.”
가슴을 문지르면서 일어나는 황삼위를 보면서 강달무가 말했지만 황삼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앞에서 말하는 강달무를 무시하고 강무진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 잠시 대주를 의심했었소. 용서해 주시오.”
그러자 모두가 뭔 일이냐는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제야 알았냐? 네 몸에 있는 것은 무려 40근이라고. 그걸 차고도 평소와 다름없다면 떼어냈을 때는 훨씬 빠르게 움직을 수 있다는 말이야. 빠르면 빠른 만큼 위력도 나오는 법이지. 내공을 먼저 수련한 사람들은 근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근력 이상의 힘을 내기 때문이지. 하지만 말이야 근력이 뛰어나면 그만큼 내공을 덜 쓰게 돼. 내공의 소모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전력을 다해도 빠르기와 위력에서 차이가 나는 거야라고 염 할아버지가 이야기했었지.”
“저기!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그렇다면 왜 내공 수련을 먼저 하는 겁니까? 우선 근력 수련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솔직히 근력 훈련이라면 저희들도 이미 어느 정도 했습니다.”
강무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원들 중 하나가 질문을 하자 강무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죽을 정도로 하지는 않았지. 게다가 근력 훈련을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내공을 조금이라도 더 쌓기 위해 노력했을걸. 내공이 강해질수록 근력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니까. 늙으면 더욱이나 그렇지. 근력은 내공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니까.”
강무진이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듣고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말이야. 늙어서 없어질 힘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지. 게다가 강해지기 위해서 죽도록 노력할 자신이 있다면 내공도 열심히 쌓고 근력도 열심히 길러야지. 나나 너희들이나 근력 없이 내공만으로 무공을 펼치기에는 아직 젊어.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이 늙은이들의 구닥다리 방식을 따라 할 필요는 없는 거야. 안 그래?”
“으음.”
강무진이 몸에 그 무거운 것들을 달고 다니는 것이나 황삼위가 강무진을 따라 매일 아침 뛰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들 그것을 구닥다리 방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무진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수련하는 방식을 보고 늙은이들의 구식 방법이라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강무진의 말이 끝나자 몇몇 사람들은 이해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크큭! 사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도 어렸을 때부터 내공 늘려주는 영약 먹고 고수들한테 추궁과혈도 받고 그래서 내공이 좀 받쳐줬다면 이러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가진 것이 몸뚱이뿐이니 방법이 있나? 그런 사람들보다 나아지려면 죽어라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으음.”
이번에 한 강무진의 말에는 아까와 다르게 그곳에 있는 모두가 동감하는 기색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에 있는 패왕마전대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공을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강무진이 방금 이야기했듯이 내공을 늘려주는 영약은 구경도 못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추궁과혈은 아예 생각도 못 할 먼 이웃동네의 일처럼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노력으로 이루어낸다는 강무진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어이, 황 조장. 대주에 대한 불신 죄를 용서해 주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야. 또 한 번 그러면 우리 사이는 끝이야.”
“알겠소.”
황삼위가 굳은 결심을 한 듯 대답을 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강달무를 보면서 기분 나쁘게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헉! 저 자식이 저거 왜 저래?’
이에 강달무가 흠칫하면서 몸을 살짝 떨었다.
그 다음 날 새벽부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패왕마전대 대원들 십여 명이 아침부터 어디서 구해 왔는지 손목과 발목에 무거운 쇳덩이들을 달고 나타난 것이다. 쇳덩어리를 구하지 못해 커다란 돌멩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헛! 너, 너희들…….”
그것을 보고 황삼위가 놀라서 말을 더듬자 대원들 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헤헤, 저희도 그냥… 아침 일찍 수련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죠. 노력해야죠. 하하.”
이에 황삼위가 강무진을 바라보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다 같은 내 부하들인데 뭐. 그렇지?”
강무진의 말에 대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넷! 대주!”
그 후로 매일 아침이면 강무진의 지도하에 게거품을 무는 체력 단련이 행해졌다.
“크흑! 헉! 헉!”
‘어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앞쪽이다! 놓치지 마라!”
“헉! 헉!”
‘벌써 이렇게까지 따라붙었나?’
골목 안의 어둠으로 몸을 숨긴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쉴 새 없이 사방을 경계했다.
“앞쪽으로 갔어. 더 앞을 살펴봐!”
‘여기서 당할 수는 없다. 벌써 동료들이 네 명이나 당했다. 크흑! 무슨 일이 있어도 본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내를 찾던 사람들이 모두 지나갔는지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에 사내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내가 이동하는 자리에는 사내의 부상으로 인해 피가 뚝뚝 떨어져 흔적이 남고 있었다. 사내는 그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조건 움직이고만 있었다.
그것을 멀리에 우뚝 솟아 있는 한 전각의 지붕 위에서 두 명의 사내가 보고 있었다.
“쯧쯧! 피를 저렇게 흘리면서 가면 안 되지. 그럼 금방 잡히잖아.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나 보군. 패왕마전대도 예전 같지가 않아. 많이 물러졌어.”
두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혀를 차며 말하자 다른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저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확실히 보냈고 저놈만 죽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입혀놓았습니다. 확실하게 우리가 한 이야기를 전할 겁니다.”
“우리 쪽 피해는?”
“서른 명이 넘게 당했습니다. 그중 아홉 명은 죽었습니다.”
“쯧쯧! 어떻게 붙었다 하면 항상 곱절로 당해? 썩을 놈들.”
“이번에 제대로 정보를 흘렸으니 그것을 물기만 하면 놈들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임무 완수다. 가서 련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네.”
늦은 밤.
객잔의 모든 방들에 이미 불이 꺼져 있었지만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
그 안에는 네 명의 사내들이 모여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이건 기회라고 생각해. 이이책, 네 생각은 어때?”
“흠, 정보대로라면 확실히 기회로군. 하지만 함정이라면 우린 전멸이다. 무조건 믿고 달려들기에는 장소가 안 좋아.”
강달무의 물음에 이이책이 대답하자 옆에 있던 황삼위가 강달무를 보고 물었다.
“정보가 정말 확실한 거야?”
“이걸 얻어내느라고 우리 조원 넷이 죽었다. 정보를 물어 온 녀석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어.”
“음.”
강달무의 말에 모두들 잠시 숙연해졌다. 근래 들어 이렇게 대원들의 피해가 생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휴, 이미 그렇게 된 거니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일한 것도 있었어. 그래서 이이책, 넌 어떻게 할 건데?”
강달무가 다시 이이책에게 묻자 이이책이 대답했다.
“글쎄.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대주가 해야겠지.”
“뭐? 이이책! 너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강달무의 말에 이이책이 딴청을 부리며 말했다.
“뭘 말인가?”
“정말 그 녀석을 대주로 인정하는 거야?”
“내 입장 표명은 이미 했을 텐데…….”
“나 참, 도대체 왜 그래? 대주직를 어떻게 그런 애송이가 맡아서 한다고 그래. 게다가 대주님이 돌아가셨으면 당연히 그 자리는 부대주가 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 나도 그가 안 나타났다면 그렇게 여기겠지만 어쨌든 그는 대주님의 유언을 가지고 증거까지 들고 왔잖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경험도 없는 애송이를 대주에 앉히면 우리 패왕마전대는 하루아침에 끝이라고.”
강달무의 말에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황삼위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건 모르는 거지.”
“뭐야? 이제는 너까지 그러냐? 듣자니 너도 그 애송이를 대주로 인정하기로 했다더니 정말인 거냐?”
“그, 그건…….”
“그만둬.”
그때 지금까지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던 막평이 말을 꺼내자 모두가 막평을 바라봤다.
“우리가 이곳에 온 지 벌서 5년이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어. 난 이곳에서 더 이상 썩고 싶지 않다. 너희들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다. 강달무가 어렵게 구한 정보이니만큼 난 한번 믿어볼 생각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만약 함정이라고 해도 우리는 강하다. 뚫고 나오면 그만이야. 어떻게 할 테냐?”
“난 당연히 부대주를 따를 거요.”
강달무의 말에 막평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황삼위를 바라봤다.
그러자 황삼위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그래. 5년이나 이곳에 처박혀 있었으면 된 거지. 나도 부대주와 함께하리다.”
황삼위마저 찬성을 하자 이제는 이이책의 결정만이 남아 있었다. 이에 세 사람이 이이책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이랬든 저랬든 난 그를 대주로 인정한 상태다. 대주 몰래 뭔가를 할 수는 없어.”
“이이책, 지금 그자에게 이 일을 알린다고 해도 뭔가 달라질 건 없다. 네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태까지 함께해 왔던 동료이지 않나? 처음을 같이 시작한 일이니 마지막도 같이하고 싶은 것이다. 잘 생각해 봐라, 이이책. 어차피 마지막이다. 대주직에 관한 것은 흑마련을 밀어버리고 나서 이야기해도 되는 일이다. 그때는 우리 모두 성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이렇든 저렇든 대주에 관한 것도 확실히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대주직에 미련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은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부탁이다, 이이책. 마지막까지 함께하자.”
막평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이이책으로서는 끝까지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선뜻 찬성하기에는 아무래도 강무진이 마음에 걸렸다.
이이책은 막평이나 강달무가 왜 강무진 몰래 일을 진행하려는지 이해는 하고 있었다.
이 일을 강무진과 같이 의논했을 경우 강무진이 찬성을 해도 문제고, 반대를 해도 문제였다.
강무진이 찬성을 한다면 당장에 명령체계에 문제가 생긴다. 막평이 강무진의 명령을 들을 리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강무진이 막평의 명령을 들을 수도 없었다. 이랬든 저랬든 강무진은 대주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무진이 반대를 해도 골치 아픈 일이었다. 지금 패왕마전대의 3분의 1 정도는 은근히 강무진을 따르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