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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37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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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37화

 37화

 

“뭐야? 그러니까 패왕마전대의 대주가 왔단 말이지?”

검은 장삼을 입고 통통한 체구에 얼굴은 찐빵같이 둥근데다 어울리지 않게 뾰족한 삼각 수염을 코와 턱에 기른 사내가 앞에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답을 하는 사내 역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뭔가 세상사를 모두 달관한 듯한 표정의 사내였다.

“그런데 그놈이 그 환영검이라 불리는 유운무가 아니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호, 이거 뭔가 있군. 뭔가 있어. 패왕성에서는 그 놈에 대한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흐음, 그럼 완전히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 이건데…….”

뾰족 수염의 사내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다 다시 앞에 있는 사내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패왕마전대의 부대주나 다른 조장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흐음, 좋아.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게 기회일 수도 있겠군. 크크.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사내가 다시 대답을 하자 뾰족 수염의 사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그럼 준비를 해야겠군. 클클, 5년이라……. 쯧! 너무 긴 시간이었어.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놈들에게 정보를 흘려라. 우리가 곧 모여서 놈들을 칠 거라고 말이야. 어정쩡하게 하면 의심 많은 놈들이라 믿지 않을 게야. 쯧! 어쩔 수 없더라도 서너 명 정도 희생시켜. 그 정도는 되어야 믿겠지. 크크. 그리고 조금 위험하더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모두들 진짜처럼 움직이라고 해. 크크크. 이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야. 이제 그럴 때가 되었어.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 않나?”

뾰족 수염을 한 사내의 물음에 앞에 있는 사내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렇습니다.”

‘흐미, 만날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군. 그러려면 나 같은 책사는 뭐 하러 고용한 거야? 뭐, 나야 봉급만 받으면 그만이지만서도…….’

이런 생각을 하던 사내는 뾰족 수염의 사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또다시 같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찾아온 황삼위 때문에 강무진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강무진에게 수련 방법을 대충 전해 들은 황삼위는 급한 마음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씻고 강무진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에 강무진이 하품을 하면서 객잔의 뒤뜰로 나갔다.

“하암! 그래, 그건 준비했어?”

“물론입니다.”

황삼위가 이야기하면서 양팔을 보란 듯이 들어 보였다. 그러자 황삼위의 양쪽 팔목에 커다란 둥근 환이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환은 황삼위의 팔목뿐만이 아니라 발목에도 달려있었다.

“자, 이제 이걸로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냥 이 상태로 무공을 펼치면 됩니까? 그것도 아니면…….”

“아함, 거참 귀찮군. 나 어제 늦게 잤는데……. 으그그극!”

강무진이 하품을 하다가 기지개를 펴며 말하자 황삼위가 강무진에게 바싹 다가붙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알려주시오. 제대로 알려주기로 하지 않았소? 대. 주.”

“응? 아! 맞아. 그랬지. 4조 조장 황삼위. 음…….”

강무진이 황삼위의 대주란 말을 잠시 음미하고 있는데 황삼위가 강무진의 몸에 달려 있는 묵갑을 보고 물었다.

“허! 혹시 그것을 차고 잠을 잔 것이오?”

“응? 뭐? 이거? 당연하지. 일단 수련을 시작하면 이건 항상 차고 있어야 해.”

“불편하지 않소?”

“뭐, 처음에는 그렇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없으면 이상해.”

“음.”

‘뭐야? 그럼 나도 만날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거야?’

황삼위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강무진이 말을 꺼내자 곧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시작은 간단해. 내공을 쓰지 말고 그 상태로 달리는 거야.”

“응? 그것이 다요?”

“물론이지. 오늘은 첫날이니까 함께 달리기로 할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객잔 밖으로 나가자 그 뒤를 황삼위가 따랐다.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시작하자고. 가볍게.”

“정말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요?”

“응? 뭐야, 이거? 대주에 대한 믿음이 없잖아. 배우기 싫어?”

“아, 아니오. 아니오. 시키는 대로 하겠소. 갑시다, 가.”

그렇게 말하면서 황삼위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를 강무진이 웃으면서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2층의 어느 방 창문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헉! 헉!”

“혹시라도 내공을 쓸 생각하지 마. 그럼 끝이야.”

황삼위는 이제 턱까지 숨이 차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입에서 단내가 진동을 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양 손목과 양 발목에 채워둔 무거운 환 때문에 몸을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수련을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황삼위였다.

그러다 옆에서 뛰는 강무진을 보니 자신과 같은 거리를 뛰었건만 멀쩡하지 않은가?

더구나 몸에 두른 무게는 자신의 몇 배에 달하고 내공도 전혀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땅이 푹푹 꺼져들며 소리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체력 하나는 죽이는군.’

“헉! 헉!”

“이 정도로 그렇게 헉헉거리면 어떻게 해? 체력이 완전히 바닥이잖아. 그러려면 도끼는 버리고 계집애들처럼 가벼운 검이나 쓰라고.”

“크으윽!”

황삼위가 여태까지 뛰면서 가장 참을 수 없고, 덕분에 이를 악물면서 뛰게 만드는 것은 강무진의 저 얄미운 소리들이었다.

이이책과 함께 지내면서 간교한 혀 놀림을 전수받았는지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말들이었다.

그렇게 새벽 일찍 객잔을 나섰던 강무진과 황삼위는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객잔으로 돌아왔다.

“우에에엑!”

그리고 황삼위는 객잔에 도착하자마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침에 먹었던 것을 다 게워내고 그 자리에 퍼져버렸다. 이에 점심을 먹던 몇몇 대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수저를 놓았다.

그러나 강무진은 그런 것에 전혀 상관없이 이이책이 밥을 먹고 있는 탁자에 앉아 송편을 보며 외쳤다.

“어이, 송편! 여기 밥 하나 추가!”

“어떻게 수련을 시키면 저렇게 되는 겁니까?”

이이책이 하늘을 보고 대 자로 널브러져 있는 황삼위를 가리키며 말하자 강무진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왜? 이 조장도 하고 싶어?”

“…….”

그때 송편이 밥 한 그릇과 수저를 내려놓자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이책이 말했다.

“식사하시지요.”

“그러지. 크크.”

그 후로도 매일 아침이면 강무진은 어김없이 황삼위를 끌고 달리기를 했다.

그렇게 빠르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황삼위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강무진의 수련 방법을 잘 따랐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객잔 앞에 모여서 조원들과 대련을 하던 황삼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자신을 보면서 실망을 하고 있었다.

사실 겨우 한 달 수련하고 뭔가를 바라는 것이 그렇기는 했지만 그 한 달 동안 황삼위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었던 것이다.

이에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쳇!”

“하하하. 조장, 아침마다 만날 그렇게 뛰어다니더니 뭔가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말입니다.”

황삼위와 대련을 했던 조원 한 명이 웃으면서 말하자 황삼위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그때 강달무도 나서며 황삼위에게 말했다.

“거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녀석이 널 속인 거라고. 네가 좀 순진해 보이고 쉽게 속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야. 설마 너 진짜 그런 구닥다리 방식으로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강달무의 말에 황삼위는 아무래도 강달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공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강무진의 그런 방법은 사실 별 효용이 없는 것 아닌가?

이에 황삼위도 자신이 정말 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강달무가 그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말을 했다.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지금 네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아냐? 그 녀석은 널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조롱거리로 만들려고 한 거라고.”

사실 황삼위는 키는 작은데 덩치는 좋아 더욱 키가 작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팔다리에 커다란 환까지 차고 있으니 그 모습이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정말 배꼽 잡고 웃을 수도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설마……. 대주가 정말 그런 뜻으로 그런 것인가?’

황삼위가 그렇게 완전히 넘어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강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허! 또 대주를 불신하려고 하네.”

“그, 그런 것이 아니오.”

황삼위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은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 나쁜 투가 역력했다.

“뭐가 아니야?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참내. 한 달 동안 같이 수련한 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거야?”

“그, 그것은…….”

황삼위가 뭐라 대답을 못 하자 강무진이 황삼위의 어깨에 팔을 척 하니 두르면서 말했다.

“그렇게 못 믿겠다면 제대로 한번 시험을 해보면 알 일이지. 저기 저 강달무를 한 번도 못 이겨봤다며? 한번 해봐. 겨우 한 달이라 여전히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좀 보일 거야.”

“정말이오?”

“항상 대주를 믿어야지. 절대적인 신임!”

강무진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황삼위가 강달무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달무가 강무진을 보면서 황삼위에게 말했다.

“흥! 원한다면 겨루어주지. 네가 한 달 동안 저 자식에게 속아서 시간만 낭비했다는 걸 느끼게 해주마.”

“좋다.”

그렇게 강달무와 황삼위가 겨루기 위해 마주 서자 주위에 있던 대원들이 뒤로 물러나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잠깐! 잠깐! 손목하고 발목에 차고 있는 건 모두 풀어야지.”

“응? 이거 풀어도 되는 거요?”

“당연하지.”

강무진의 말에 양 손목과 발목에 차고 있던 환을 풀어낸 황삼위는 생각 외로 몸이 가벼운 것을 느꼈다.

‘어라? 이것…….’

이에 황삼위가 강무진을 바라보자 강무진이 씨익 웃는 모습이 보였다.

‘좋았어.’

강달무는 황삼위가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기세를 올리자 이제 시작하려는 줄 알고 자신도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심해라. 간닷!”

말하면서 몸을 움직인 순간 황삼위는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몸을 느끼면서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달려가던 황삼위가 주먹을 휘두르자 강달무가 그것을 좌우로 움직이며 빠르게 피해냈다.

‘이 녀석이 이렇게 빨랐던가?’

강달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른쪽 어깨에 틈을 내주었다. 황삼위를 유인해서 반격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역시나 황삼위는 강달무가 틈을 보이자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좋았어! 받아서 흘리면서 친다!’

강달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황삼위의 주먹을 장으로 막음과 동시에 옆으로 흘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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