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36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36화
36화
그것을 보고 이이책이 놀라서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강무진의 도가 하늘로 번쩍 떠올랐다. 강무진은 한 손으로 그 커다란 도를 누르고 있던 이이책까지 들어냈던 것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강무진은 그렇게 치켜든 도를 이이책을 향해 힘껏 내려치면서 외쳤다.
“붕비낙천!”
후우우웅!
파아아앙!
하늘에서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이책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것을 간신히 옆으로 굴러 피해낸 이이책이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하는데 벌써 강무진의 도가 이이책을 베어가고 있었다.
빨랐다.
이이책의 예상보다 강무진은 모든 면에서 빨랐다. 그것이 이이책을 계속 당황하게 하고 있었고 그런 만큼 이이책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훙훙훙훙!
강무진이 도를 휘두를 때마다 도가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큰 무기를 사용하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건만 강무진의 도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강무진은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전에 쓰던 도가 아니라서 손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이에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있었으나 자꾸 휘두를수록 도가 점점 손에 익어갔다. 이에 조금씩 제 실력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봐.”
“응? 왜 그래?”
그때 강무진이 휘두르는 도를 황당하다는 듯 보고 있던 조원 한 명이 옆에 있는 조원을 툭 치며 말했다.
“저거, 붕마도법 아니야?”
“응? 에이, 설마 붕마도법 따위를……. 어? 저거…….”
그랬다. 강무진이 펼치고 있는 것은 분명 자신들도 익힌 적이 있는 붕마도법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알고 있는 붕마도법과는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자신들이 알기에 붕마도법은 기초 중에 기초 도법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익히기는 했지만 가볍게 여기며 그리 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도법이었다.
그런 붕마도법으로 어떻게 저런 위력과 빠르기를 낼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강무진이 지금 펼치고 있는 것은 분명 붕마도법의 초식들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는 눈이었다. 어떤 사람은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다시 보기도 했다.
황삼위도 강무진이 펼치고 있는 붕마도법을 보면서 그저 놀라운 생각밖에 안 들었다. 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강무진의 붕마도법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황삼위였다.
황삼위는 강무진이 붕마도법으로 저런 위력을 내는 것도 놀라웠고, 자신의 도끼보다도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도를 저렇게 빠르게 휘두르는 것도 놀라웠다.
더 놀라운 것은 강무진이 지금 맨몸이 아니라 아까 봤던 그 무거운 쇳덩이들을 차고 저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황삼위의 부법은 패왕무고에서 얻은 것이었다. 한때 6개월가량 패왕무고에 머물 기회가 있었던 황삼위가 찾아낸 것이 바로 이가부법(李家斧法)이라는 도끼 쓰는 법이었다. 황삼위는 그 부법 덕분에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온 사내였다.
이에 자신이 쓰고 있는 부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 강무진이 펼치고 있는 무공을 보니 왠지 그동안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여태까지 도끼의 빠르기는 포기하고 오로지 그 위력에만 중점을 두고 수련했었다. 도끼라는 무기의 특성상 빠르기는 수련해 보지도 않고 포기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강무진이 휘두르고 있는 도를 보고 있자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난… 아직 멀었구나. 그래서 아직까지 강달무 그 녀석이나 부대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거야.’
황삼위가 그런 생각에 스스로 고개를 숙일 때였다.
강무진이 이이책에게 바짝 붙어서 이이책을 있는 힘껏 뒤로 밀어낸 후에 손을 들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그러자 이이책이 아쉬운 듯 강무진을 바라봤다. 이이책은 굳이 강무진을 이길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그저 가벼운 대련이었던 것이다.
이에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강무진이 붕마도법을 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었다.
일반 대원들이 보기에는 저 커다란 도를 그렇게 빠르게 휘두르며 붕마도법을 펼치니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이책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강무진이 펼치는 붕마도법에는 곳곳에 허점이 있었다.
이에 이이책은 그것을 알려줄 생각으로 지금부터 제대로 몰아치려고 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강무진이 아무리 목숨을 건 실전을 거쳐 실력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이이책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이이책 역시 여태까지 수없이 많은 실전을 겪으며 살아남은 사람이었고, 그는 누구나 알아주는 패왕마전대의 조장 중 한 명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강무진이 여태까지 저렇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이이책이 본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데다 이이책의 예상을 벗어나는 강무진의 빠르기와 힘 때문이었다.
“도(刀)도 아주 잘 만들어졌어. 그 왕씨라는 사람 실력이 제법이야.”
“그나저나 방금 쓴 것이 혹시 붕마도법입니까?”
“응? 아, 맞아. 붕마도법.”
“아…….”
강무진이 인정을 하자 그것을 들은 주위의 조원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들 설마, 설마하고 있다가 강무진이 그것을 인정하자 놀라워했다.
“허! 붕마도법을 그렇게 쓰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이거? 이거 염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건데.”
“염 할아버지?”
“응. 아! 염전상이라고 해야 알라나? 같은 패왕마전대 소속이잖아. 12조의 부조장인데.”
“헛! 12조란 말입니까?”
이이책이 놀라서 되묻자 강무진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패왕마전대 12조라면 버림받은 조였다. 쓸모없는 늙은 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 않던가?
사실 뒤늦게 들어온 조원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이이책처럼 오랜 세월 동안 패왕마전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패왕마전대 12조는 자신들의 대선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들은 수없이 많은 격전을 치르면서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인물들이었다.
이이책 같은 인물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단지 퇴물로만 여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자신들 역시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가야 할 곳은 그곳뿐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런 줄은 몰랐군요.”
“그렇지 뭐. 사실 난 그들 손에 자랐거든.”
“12조 말입니까?”
“응. 주로 날 돌봐준 건 마홍이지만 다른 할아버지들도 나한테 도움을 많이 줬어. 모두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지.”
강무진이 자신의 신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군요.”
‘허! 늙은이들이 아주 작심을 하고 사람을 길러낸 모양이군. 그래서 유운무 대주님이 대주 자리를 물려준 건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군.’
사실과는 다르게 전혀 엉뚱하게 해석을 하고 있는 이이책이었다.
머리가 뛰어나 상황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이이책이건만 오늘만은 그 머리가 엉뚱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주문한 활은 왜 아직 안 오나 모르겠네.”
“활이라니요?”
“응? 내가 활도 좀 쏘거든. 초 할아버지한테 활을 좀 배웠었지.”
“초 할아버지라면 혹시 12조의 초사영 선배를 말하는 겁니까?”
얼핏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이이책이 기억을 더듬으며 묻자 강무진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 맞아. 알고 있었구나. 이곳으로 오면서 쓰던 활을 잃어버렸거든. 그래서 송편한테 근방의 엽사들에게 좋은 활을 좀 알아보고 구해놓으라고 시켰었는데 조금 늦는군.”
“그렇군요. 활…이군요.”
‘정말 골고루 배웠군. 무공은 하나만 깊이 익히는 것이 좋을 텐데…….’
강무진은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것들을 벗어나 있었다. 이에 이이책은 참 파악하기 힘든 사람 중의 하나가 강무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전의 대주였던 유운무 역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뭐든지 부지런히 배워둬야 좋은 거지. 응?”
그때 황삼위가 조금 머뭇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자 강무진이 의아한 눈으로 황삼위를 바라봤다.
“그, 그…….”
“뭐야?”
“그러니까……. 어떻게 그 무거운 것을 그렇게 휘두르는 겁니까? 역시 내공입니까?”
머뭇거리던 황삼위가 한숨에 몰아치며 질문을 하자 강무진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뭐?”
황삼위는 그런 강무진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단순히 무공만 놓고 보자면 황삼위가 강무진보다 훨씬 위였다. 그러나 저렇게 무거운 무기를 휘두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강무진보다 깊이가 얕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무진의 붕마도법은 염전상이 평생을 걸쳐 연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적어도 지금 황삼위가 도달해 있는 경지보다는 더 깊이가 있었던 것이다.
황삼위가 익힌 이가도법에도 물론 도끼를 쓰는 데 있어서 빠르기와 위력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황삼위는 이가도법을 책을 통해서 익힌데다 자질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력은 얻어냈을망정 빠르기까지 익히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아, 그거, 알고 싶어? 그럼 가르쳐 주지. 내 부하인데 아까울 것이 뭐가 있겠어. 안 그래?”
“끄응. 그, 그것이…….”
“뭐야? 내 부하 아니야? 아니면 말고. 이렇게 무거운 걸 휘두르는 사람들은 강호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걸.”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아쉬울 것 없다는 듯 몸을 돌리자 그것을 보던 이이책이 속으로 생각했다.
‘크큭! 사람을 다룰 줄 아는군.’
“대, 대주!”
그때 황삼위의 입에서 모두가 놀랄만한 말이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 강무진을 대주로 인정하기는커녕 늘 눈엣가시처럼 무시하던 황삼위가 아니던가?
이에 강무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응, 그래. 4조 조장이랬지? 이름이…….”
“황삼위입니다.”
“그래, 황삼위. 좋았어. 우리 이제부터 같이 노력해 보자고. 푸하하하.”
강무진이 황삼위의 어깨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탁탁 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송편이 빠르게 다가오며 강무진을 불렀다.
“대주.”
“뭐야?”
“성에서 서찰입니다.”
“뭐?”
송편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근 2년 동안 성에서 서찰이 오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강무진이 그것을 들어보니 서찰이 여러 장인 듯 봉투가 두툼했다.
그것을 뜯자 네 장의 서찰이 나왔다. 그것을 보던 강무진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가, 어떤 때는 웃음을 띠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런 강무진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은 도대체 서찰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입니까?”
결국 궁금한 것을 참다못한 이이책이 슬쩍 강무진의 옆에 와서 곁눈질로 서찰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미 서찰을 다 읽은 강무진이 서찰을 잘 접어 품에 넣으면서 말했다.
“별것 아니야. 크크.”
그렇게 강무진이 객잔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모두의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때 황삼위가 뭔가 잊고 있었다는 듯 강무진을 부르며 뒤쫓아 들어갔다.
“대주! 그냥 가면 어떻게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