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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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33화
33화
특히나 용보아는 볼까지 살짝 붉히는 것이 아닌가?
“소매가 없어서 좀 허전하기는 하군.”
강무진은 그동안 몸에 묵갑을 두른 상태에서 그 커다랗고 무거운 도를 휘둘러왔기 때문에 팔에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외문무공을 수련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공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보통 저렇게 큰 근육이 생길 정도로 팔을 단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용보아는 아까 그 허름했던 놈이 갑자기 저렇게 훤하게 변한데다 반소매에 드러난 근육이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용보아는 저런 남자를 좋아했다. 내공을 익혀 몸이 호리호리한 사람들보다는 저렇게 근육도 좀 있고 뭔가 풍기는 분위기도 좀 있는 남자다운 사람을 좋아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딱 용보아의 취향이었던 것이다.
“하하하, 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니 반소매가 좋습니다. 이곳의 여름은 꽤 덥습니다.”
이이책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강무진이 뒤에 있는 뚱뚱한 여인을 보며 말했다.
“이걸로 하지. 비슷한 걸로 두어 벌 주고 팔목을 감을 수 있는 천도 부탁하오.”
“호호호, 알겠습니다. 그 옷은 그대로 입고 가실 거죠? 금방 나머지 것들을 준비할게요.”
뚱뚱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정소옥이 강무진을 보며 이이책에게 물었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아직 소개를 안 해주셨군요. 아까 대주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 이런. 대주, 인사 나누십시오. 여기 이 두 분은 보타문 최고수인 구해신니의 제자로 정소옥 소저와 용보아 소저입니다. 보다시피 두 분 다 미모가 뛰어나서 절강삼화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쪽은 우리 대주입니다.”
‘우리 대주? 그렇다면 패왕마전대의 대주란 말인가?’
의외라는 듯 정소옥이 잠시 강무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패왕마전대를 이끌기에는 강무진이 너무 젊어 보였던 것이다.
그러다 곧 정신을 챙기고는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반가워요. 저는 정소옥이라고 해요. 설마 이렇게 젊은 분이 그 유명한 패왕마전대의 대주이신 줄은 몰랐어요. 아까는 실례했어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오. 신경 쓰지 않소.”
“사매도 어서 인사해.”
정소옥이 말하면서 용보아를 보니 용보아는 아까와 다르게 고개를 푹 숙인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에 정소옥은 아까 함부로 말한 것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말했다.
“저기는 제 사매인 용보아예요. 아직 철이 없어 실수할 때가 많으니 예쁘게 봐주세요.”
정소옥의 말에 강무진이 용보아를 보니 볼이 살짝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주소예와 닮은 것 같았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용보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두어 번 쓰다듬자 용보아가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강무진을 올려다봤다.
“여기 있어요, 공자님.”
그때 뚱뚱한 여인이 옷을 싼 보자기를 들고 나오자 강무진이 그것을 받아 들며 이이책에게 말했다.
“가자.”
그렇게 강무진과 이이책이 가고 나자 그제야 정신을 챙긴 용보아가 말을 더듬거렸다.
“뭐, 뭐……. 가, 감히… 내 머리를…….”
그러나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지 그저 말만 더듬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정소옥이 웃음을 터트렸다.
“풋!”
불왕래 객잔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이책은 현 항주의 상황에 대해서 강무진에게 알려주었다.
“아까 그 여인들은 보타문 사람들입니다. 보타문은 절강성에서 가장 힘이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문도 수가 적고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영향력은 그리 없습니다. 다만 문도 사람들이 모두 고수라서 그 이름은 제법 알아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타문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이건 유운무 대주님이 직접 내린 명령입니다.”
여태까지 계속 걸으면서 이이책의 말을 듣고 있던 강무진이 유운무라는 말에 걸음을 멈추어 섰다.
“사적인 명령이라는 건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제 느낌에는 그런 것 같았습니다. 패왕성이 절강성에 뿌리를 내리려면 보타문과 부딪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보타문이 설치지 못하도록 찾아가서 이런저런 규제를 해놓아야 하는데 무슨 이유때문인지 보타문과는 무조건 관계하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까 봤듯이 보타문 사람들은 우리 패왕마전대가 보타문을 두려워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보타문이 은근히 흑마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저 방관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유를 알아봤나?”
“대주님의 독단적인 명령이라 아무도 이유를 모릅니다. 그렇다고 대주님이 그런 것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분도 아니니……. 크큭. 그래서 한때는 대주님의 옛 연인이 대주님한테 배신당해 머리 깎고 보타사로 간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었습니다. 크큭. 그것이 한 명이 아니라 몇 명이나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거기다 한층 더해서 대주님의 딸까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까지 돌았었습니다. 크크크.”
“……!”
이이책의 말에 강무진은 유운무가 죽기 전,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크크… 미안… 수신…호위 조심……. 내 딸… 서…….
‘혹시……. 흠, 나중에 조용히 한번 알아봐야겠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객잔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객잔 주위에 패왕마전대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 참! 또 시작이군.”
이이책이 그걸 보고 혀를 차며 말하자 강무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뭐 하는 거지?”
“힘 빼는 겁니다.”
“힘을 뺀다?”
“그렇죠. 흑마련이 잠잠하니 힘쓸 데가 없어 저렇게 지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겁니다. 뭐, 훈련도 되고 서로 친목도 다져지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요.”
이이책의 말에 흥미를 가진 강무진이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열을 올리던 사내들이 강무진을 보고는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길을 비켜줬다. 강무진 때문에 길을 비켜줬다기보다는 같이 있는 이이책 때문에 비켜주는 것이었다.
강무진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그들이 비켜주는 대로 안쪽으로 갔다. 그러자 키가 작고 덩치가 좋은 사내가 세 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패왕마전대 4조의 조장 황삼위였다.
“크하하하! 느리다, 느려!”
황삼위는 세 명을 상대하고 있으면서도 요리조리 빠르게 움직이며 세 명을 압도해 가고 있었다. 힘에서나 빠르기에서나 황삼위가 월등히 위였다.
그때 황삼위가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장을 질러오던 상대의 발목을 발로 후려차자 상대의 몸이 그 자리에서 붕 떠버렸다.
그러자 황삼위가 그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상대를 어깨로 힘껏 박아버렸다.
쿠웅!
“크윽!”
이에 상대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 양쪽에서 두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주먹과 발을 휘둘러왔다.
한 사내는 황삼위의 상체를 노리고 주먹을 휘둘러오고 있었고 다른 사내는 황삼위의 하체를 노리고 발을 쓸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황삼위가 그 자리에서 발로 땅을 한 번 내려찍으며 하체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상체를 공격해 오던 사내의 공격은 팔로 막아냈고 하체를 쓸어오던 사내의 발은 단단히 디딘 발로 막아냈다.
퍼퍽!
그리고 두 사람의 공격을 막는 순간 황삼위가 몸을 한 번 휘돌리자 두 사내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크윽!”
“윽!”
“크하하하, 녀석들. 아직 멀었어. 힘이 부족해, 힘이!”
황삼위가 뒤로 나가떨어진 두 명을 보면서 그렇게 외치다가 그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 강무진과 눈이 마주쳤다.
‘흥! 대주란 말이지. 어디 그럴 자격이 있나 한 번 볼까?’
“어떻소? 조원들이 패왕성의 무공을 견식한 지 너무나 오래되어 요즘은 어떤 비리비리한 무공을 익히는지 모르겠구려. 하긴 그 비리비리한 무공이 우리처럼 실전을 지겹게 거치다 보면 강해지기도 합디다. 물론 살아남았을 때 이야기지만……. 어디 한 번 우리에게 눈을 넓힐 기회를 주시겠소?”
상당히 비꼬는 말투였다. 그런 황삼위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은근히 강무진을 비웃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큭.”
“킥킥.”
그러자 강무진이 말없이 잠시 황삼위를 바라보다가 들고 있던 보따리를 옆에 있는 이이책에게 주었다. 그리고 황삼위의 앞으로 나와서 섰다.
그런 강무진을 지켜보던 황삼위가 싸울 자세를 잡으면서 말했다.
“조심하시오. 실전에서 단련된 주먹이라 제법 맵소이다. 물론 성안에서 혼자 연습한 것만큼은 안 되겠지만 말이오. 크크크.”
“크크크큭.”
황삼위의 비꼬는 말투에 주위에 있던 몇몇 대원들이 같이 웃었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실전을 말로만 하는 모양이군.”
“뭐, 뭐요?”
강무진의 말에 황삼위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그것을 보고 이이책이 크게 웃어 젖혔다.
“푸하하하……!”
그러나 그렇게 웃고 있는 것은 이이책 혼자뿐이었다.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이이책은 웃음을 멈추고 괜히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험! 험!”
그때 황삼위가 강무진을 보며 물었다.
“자세를 안 취할 것이오?”
황삼위의 말에 강무진이 하는 대답이 일품이었다.
“그대가 말하는 실전에서는 항상 그렇게 자세를 취하고 나서 싸우나 보군.”
“뭐?”
“푸하하하!”
강무진의 말에 또다시 황삼위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이번에도 이이책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웃어 젖혔다.
그러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자기 혼자만 그렇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빨리 웃음을 멈추었다.
그런 이이책을 황삼위가 못마땅한 눈으로 한 번 확 째려봤다. 그러자 이이책이 시선을 피하며 괜히 딴청을 부렸다.
그렇게 이이책을 한 번 쏘아본 황삼위가 강무진을 보며 외쳤다.
“조심하시오! 간닷!”
황삼위가 강무진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힘껏 일권(一拳)을 뻗었다. 산을 부수고 강을 가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있어 보이는 일격이었다.
강무진은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가슴에 맞았다.
황삼위가 놀라서 공격을 회수하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무슨!”
퍼어억!
황삼위의 일격을 제대로 얻어맞은 강무진의 몸이 뒤로 붕 뜨면서 날아가 처박혔다.
“뭐, 뭐?”
황삼위는 그렇게 나가떨어지는 강무진을 보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운무가 유언으로 대주 자리를 물려줬다고 하기에 무공을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자신의 일권도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저렇게 나가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며 자신을 놀리지 않았던가?
‘호, 혹시 죽은 것은 아니겠지?’
얼결에 힘 조절을 하지 못한 황삼위는 상황이 이러하자 강무진이 혹시나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권도 피하지 못할 정도라면 방금 맞은 자신의 주먹에 심한 내상을 입었거나 죽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황삼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슥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옷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