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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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30화
30화
‘그, 그 인간이 결국 사고를 쳤군. 이런 애송이한테 대주직을 물려줬단 말이야?’
사내는 생각은 그래도 하는 행동은 완전히 달랐다. 갑자기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두 손으로 대주패를 공손히 강무진에게 바친 것이었다.
그것을 강무진이 받아서 품에 넣자 사내는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래. 일단 힘이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맞설 힘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 그때까지 이곳에서 힘을 키워야 해. 그러려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평소의 강무진이라면 이렇게 건방진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강한 모습을 조금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강무진이 그렇게 팔짱을 끼고 탁자에 다리를 꼰 건방진 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데 객잔 안으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객잔 안으로 들어서서 강무진을 유심히 살피며 근처에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렇게 조금씩 모이던 사람들이 밤이 되자 모두 모이면서 객잔 안이 꽉 찼다.
현재 항주에는 패왕마전대 4개조가 와 있었다. 1조부터 4조까지 최상위의 조들이 와 있었는데 한 조에 조장을 제외하고 스무 명씩이니 총 여든네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흑마련과의 격전으로 인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예순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흑마련과 싸움이 있고 나서 처음 2년 동안은 사상자도 많고 다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패왕성에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새로운 인물들이 와서 인원 보충을 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나자 흑마련이나 패왕성이나 서로 알 것 다 알게 되니 더 이상 큰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서로 대치만 하면서 가끔 소규모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다였던 것이다.
이에 성에서도 더 이상 사람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인원이 현재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패왕성최강이라는 패왕마전대니까 이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전멸해 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흑마련의 힘은 대단했고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늘에 초승달이 걸리며 완연한 밤이 되었다.
객잔 안에는 이미 패왕마전대의 대원들이 모두 모였다고 생각이 들었건만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네 명의 사내들이 있었다. 그러자 객잔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그 네 명에게로 모였다.
“조장.”
“조장님.”
“부대주님.”
여기저기서 대원들이 그 네 명의 사내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들 중 몇 명은 그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네 명의 사내들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네 명의 사내들 역시 현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고, 이에 지금부터 확인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네 명의 사내들이 객잔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탁자에 아주 건방진 자세로 혼자 앉아 있는 강무진을 향해 다가갔다.
“그대가 대주패를 가지고 왔다고 들었소. 확인할 수 있겠소?”
네 명의 사내들 중 덩치가 크고 얼굴선이 굵어 강인한 인상을 주는 사내가 물었다.
사내의 이름은 막평으로 패왕마전대 1조의 조장이면서 부대주이기도 했다.
그는 이곳으로 파견되어 무려 5년 동안 흑마련과 맞서 싸우는 것을 진두지휘(陣頭指揮)해 온 사내였다. 한마디로 이곳에 있는 패왕마전대의 우두머리였던 것이다.
그런 만큼 패왕마전대 모두의 신망이 상당히 두터웠다.
강무진이 막평의 말에 품에서 대주패를 꺼내서 내밀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막평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 막평은 한눈에 그것이 진짜 대주패라는 것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강무진에게서 대주패를 받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막평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그렇게 대주패를 계속 살피던 막평이 강무진에게 대주패를 돌려주면서 물었다.
“대주패가 틀림없소. 아까 송편의 말로는 그대가 대주라고 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오?”
“맞다. 내가 대주다.”
강무진의 말에 막평의 얼굴이 일순 꿈틀했다. 나이가 자신의 반도 안 될 것 같은 애송이가 하대를 하자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대주패를 가지고 있고 스스로 대주라고 하고 있으니 상대가 하대를 한다고 해서 자신도 하대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주님은 어떻게 된 거요? 우리는 성에서는 물론, 대주님에게서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소.”
“의심이 많군. 대주패가 가진 무게가 가벼워 그런 건지 내가 별 볼일 없어 보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후자 쪽이겠지? 패왕성 최강이라기에 체계가 좀 좋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군.”
강무진이 하는 말에 순간 막평은 주먹으로 강무진의 면상을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에서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은 대주님을 죽이려는 자들이 중간에 정보를 끊어서이다. 그리고 대주님이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나하고 이곳으로 오다가 죽었기 때문이지.”
“헉!”
웅성웅성!
강무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객잔 안에 시끄럽게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막평이 강무진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모이면서 웅성거림이 멈췄다.
“닥쳐랏! 대주님이 죽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왜 대주패를 네놈이 가지고 대주라고 사칭을 하는 것이냐?”
“대주님이 죽으면서 나한테 이 패와 대주의 자리를 맡겼다. 그것뿐이다.”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강무진은 침착하게 막평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막평은 그런 강무진의 눈을 보는 순간 슬픔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한없이 깊은 슬픔이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런 눈이었던 것이다.
‘서, 설마……. 그럼 정말로 대주님이 돌아가셨단 말인가?’
강무진의 눈에서 거짓이 없다는 느낌을 받은 막평은 순간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강무진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강무진이 흐트러진 옷을 매만져 바르게 하며 말했다.
“하극상을 용서해 주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다. 다음에 또 그러면 목을 날려주지.”
“닥쳐랏, 감힛! 부대주! 왜 저놈을 그냥 놔두는 것이오? 놈은 흑마련에서 보낸 첩자가 분명하오. 저런 허망한 말로 우리를 혼란시키려는 것이오.”
막평의 옆에 있던 삐쩍 마른 사내가 막평에게 말했다.
사내는 패왕마전대 2조의 조장인 강달무로 이곳에서는 막평 다음으로 무공이 뛰어난 사내였다.
“맞소이다. 저놈을 당장 잡아다가 치도곤을 냅시다. 그래서 흑마련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에 말을 한 것은 패왕마전대 4조의 조장인 황삼위였다.
황삼위는 키는 작지만 덩치가 좋고 힘도 좋았다. 그래서 강무진과 염전상처럼 자신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무기를 사용했는데 단지 그것이 도(刀)가 아니라 도끼일 뿐이었다.
“맞소이다!”
“저놈을 가만히 두면 안 됩니다.”
4개조의 조장 중 두 명이 그렇게 외치면서 나서자 그 조원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객잔 안에 있던 패왕마전대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금방이라도 강무진을 죽이기 위해 덤벼들려고 했다.
그때였다.
콰앙!
강무진이 순간 앞에 있던 탁자를 힘껏 내리치자 탁자가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붕마도법 중 비붕낙천의 초식을 주먹으로 응용해서 펼친 것이었다.
그 순간 객잔 안에 있던 모두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다래졌다.
강무진이 단지 낡은 탁자를 한 방에 부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는 여기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놀란 것은 그 다음에 보인 강무진의 행동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아! 젠장!”
갑자기 강무진이 미친 듯이 외치면서 품 안에 있던 대주패를 힘껏 바닥에 팽개쳐 버렸던 것이다.
“나라고 이런 것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니미, 죽어가면서! 죽어가면서도 네놈들 걱정에 눈을 뜨고 죽었단 말이다!”
그렇게 외치는 강무진의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 시야가 일렁거렸다. 그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 강무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나 슬픔으로 몸이 떨리는 것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다 이내 강무진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강무진을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강무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것은 사내의 눈물이었다.
남자는 어디서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법이다. 그러니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눈물을 감춰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저렇게 이겨내기 힘들 때가 있었다.
강무진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 않은가?
객잔 안에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강무진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슥슥 문질러 닦았다.
“당신들이 나를 대주로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 대주님은 나에게 대주직을 맡겼고, 난 그 일을 할 것이다. 당신들이 싫다면 패왕마전대를 새로 만드는 한이 있어도 유언은 지킬 것이다.”
오만하면서도 자신감이 가득 찬 말이었다. 아무도 그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강무진은 그런 그들을 남겨두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강무진이 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허! 그랬던가? 그분이…….”
유운무와 비슷한 분위기의 서생처럼 생긴 사내가 탄식을 하듯이 조용히 말했다.
이 사내는 패왕마전대 3조의 조장인 이이책으로 무공보다는 머리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특히 상황을 짚어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다.
“부대주, 이랬든 저랬든 대주님께서 인정한 사내요. 게다가 대주님이 유언으로 저자에게 대주직을 맡긴 것 같소. 나는 일단 대주님의 유언을 따를 생각이오. 저자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나에게는 대주님의 유언만이 중요할 따름이오.”
유운무에 대한 깊은 믿음이 깔린 말이었다. 어찌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모르겠는가?
이이책이 그런 말을 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대주패를 주워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강달무와 황삼위가 망설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부대주인 막평을 바라봤다.
막평은 아직까지도 강무진을 대주로 인정하지 못하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유운무의 죽음이 그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충격이었으리라.
유운무는 막평에게 있어서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 유운무가 죽으라고 한마디 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사내가 바로 막평이었던 것이다.
“인정할 수 없다.”
막평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떴다. 그러자 황삼위가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듯 강달무를 바라봤고, 강달무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이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무진은 방 안에 있는 조그만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좀 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이 그러니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이책은 강무진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패왕마전대의 대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한다는 뜻이었다.
이이책의 말에 강무진은 말없이 이이책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이책이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