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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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28화
28화
<내가 대주다>
“흥! 겨우 도망친 곳이 여긴가?”
복면인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유운무를 살피던 복면인이 다가와 말했다.
“확실히 죽었습니다.”
“좋아. 저놈은?”
보고를 받은 복면인이 턱짓으로 강무진을 가리키자 강무진을 살피던 복면인이 대답했다.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죽여버려야지. 수신호위가 나서는 것을 봤으니 살려두지 말라는 명이 있었다.”
“넷!”
죽이라는 말에 강무진의 상세를 살피던 복면인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강무진의 심장을 노리고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깡!
“……!”
“뭐냐?”
“거, 검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뭐야?”
복면인의 말에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복면인이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뽑아 힘껏 내리그었다.
깡!
“헛!”
자신의 검에도 강무진이 멀쩡하자 복면인이 어이가 없다는 눈을 했다. 그리고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깡!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건만 강무진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를 못했다.
“…….”
이에 검을 휘두른 복면인이나 그것을 보고 있던 복면인들이나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상황이 이러자 복면인의 우두머리는 순간 자신의 무공이 이렇게 약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지금 옆에서 부하들이 다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자존심 문제였다.
“하아앗!”
그 순간 복면인이 기합까지 지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사내가 그렇게 휘두르는 검은 강무진의 가슴은 물론이고 팔과 머리 등을 사정없이 그어버렸다.
그러나 강무진의 머리카락만 잘려나갈 뿐 그 어디에도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헉! 헉!”
얼마나 검을 휘둘렀는지 이제 숨까지 헐떡이는 사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주위에 있는 복면인들을 바라보니 그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복면인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뭐냐?”
“입을 벌려서 거기에 검을 쑤셔 넣으면 죽지 않을까요?”
“……!”
‘망할 자식! 그런 것은 진즉에 말을 해줬어야지.’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약간 힐책하는 것 같은 눈으로 부하를 바라보다가 곧 정색을 하고 말했다.
“흠! 그렇군. 설마 입 안까지 단련을 하지는 않았겠지. 좋아. 와서 입 벌려.”
복면인의 명령에 말을 한 복면인이 강무진의 얼굴을 잡고 입을 벌렸다. 그러자 명령을 내렸던 그 복면인이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강무진의 입에 검을 정확히 겨누었다. 단번에 찔러 넣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앗!”
그렇게 복면인이 기합을 지르며 힘껏 검을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갑자기 옆에 있던 벽이 뻥 하고 뚫리면서 한 사내가 날아들었다.
사내는 어느새 검을 찌르려던 복면인의 목을 잡아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자 복면인은 사내에게 목을 잡힌 채 두 발이 바닥에서 완전히 뜬 상태로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되었다.
“컥! 컥!”
복면인이 숨을 못 쉬고 바동거리자 사내가 복면인의 목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이에 복면인이 축 늘어지자 사내가 복면인을 주위의 복면인들에게 던져버림과 동시에 옆에서 넋을 놓고 있는 복면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우직!
콰아앙!
사내의 주먹이 복면인의 배를 올려 치는 순간 복면인의 몸이 90도로 꺾이면서 떠올라 낡은 천장을 뚫고 나가버렸다.
우직!
콰아아앙!
그 순간 사내는 어느새 다른 복면인의 면상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러자 얼굴을 맞은 복면인은 목은 물론이고 몸까지 몇 바퀴나 휘돌면서 그쪽에 있던 벽을 뚫고 날아갔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사내는 복면인들을 향해 딱 한 번씩만 주먹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복면인들은 피를 뿜으며 수십 장이나 나가떨어졌다.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위였다.
그렇게 사내는 그곳에 있던 복면인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강무진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품에서 조그만 상자를 하나 꺼내 열었다.
상자 안에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굉장한 악취가 나는 알약이 하나 들어 있었다.
사내가 그 알약을 강무진의 입 속에 넣었다. 그리고 강무진의 머리에 손을 대고 내기를 주입해서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 지나자 사내가 한숨을 쉬면서 손을 떼었다.
내상도 치료했고 기초도 어느 정도는 만들어놓았다. 이제 얼마나 큰 성과를 얻는가는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강무진을 내려다보던 사내가 품에서 책을 꺼내 강무진의 품에 넣었다.
‘이것이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구나. 원래는 네 어미와 약속한대로 패왕성을 너에게 주고 싶었으나, 썩어버린 그곳을 너에게 주기가 싫었다. 그래도 가지려 한다면 길은 열어두마.’
사내는 패왕성의 주인이자 남쪽의 패자로 불리는 철혈마제 적상군이었다.
적상군은 잠시 더 강무진을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유운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자네에게는 정말 할 말이 없군.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마지막은 지켜보고 싶었건만. 훗! 나도 곧 따라갈 테니 술이나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게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감상에 젖어 있던 적상군이 유운무의 시신을 들쳐 멨다. 그리고 다시 강무진을 잠시 보다가 그 위쪽에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부탁한다.”
“…….”
적상군은 그렇게 강무진을 홀로 남겨놓고 그곳을 떠나갔다. 차가운 겨울비는 아직까지도 그치지 않고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유운무가 죽었습니다.”
사내가 부복하며 말하자 등을 보이고 있는 사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물었다.
“확실히 확인했겠지?”
일처리가 확실한 부하였다. 그래서 보통 때라면 수하의 말을 그대로 믿지, 이렇게 다시 확인을 하며 되묻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유운무였다. 그랬기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 번 물어본 것이었다.
“네. 틀림없습니다. 마지막은 수신호위가 처리했다고 합니다.”
“흠, 그럼 확실하겠군. 그가 처리할 줄 알았는데 수신호위가 나서다니 의외군.”
“그는 유운무와의 싸움에서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당분간은 움직일 수조차 없을 겁니다. 지금 급히 귀성하고 있습니다.”
“음.”
오른쪽 어깨라면 무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았다. 검을 쥘 수 없다면 더 이상 무인이 아니지 않은가?
“같이 있던 애송이는?”
같이 있던 애송이라면 강무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것이… 생사(生死)가 불분명합니다. 유운무가 죽고 나서 그 애송이가 유운무의 시신을 가지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뒤를 수하들이 쫓았는데 모두 죽었습니다. 그 애송이는 물론 죽은 유운무의 시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더구나 죽은 수하들은 모두 마력진패강기에 당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애송이를 쫓기보단 그자의 흔적을 찾아 쫓으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
사내가 못 믿겠다는 듯 몸을 휙 돌리며 여태까지 보고를 하고 있던 사내를 내려다봤다.
사내는 얼굴의 반을 하얀 면사로 가리고 있었는데 그 면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항상 절대자로서의 풍모를 유지하던 사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방금 확인한 사실입니다.”
“마력진패강기가 어느 정도인가? 그가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모두 일격에 죽었는데 당한 곳이 완전히 함몰되어 있었습니다. 극한까지 마력진패강기를 익힌 자의 짓입니다.”
마력진패강기는 패왕성의 비기 중의 비기였다. 그리고 그 마력진패강기를 극한까지 익힌 자는 당금 무림에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유운무가 그에게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었던가? 그저 측근 중의 한 명이 아니었단 말인가?’
사내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 년이다. 패왕마전대의 대주 유운무를 패왕성 밖으로 내보내는 데 무려 일 년이나 걸렸다. 겨우 유운무 한 명을 내보내기 위해서 그만큼이나 공을 들이고 물밑작업을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유운무는 물론이고 덤으로 대제자라는 애송이까지 같이 보낼 수가 있었다.
그랬는데…….
이건 쉬워도 너무 쉬웠다. 그자는 절대로 이렇게 쉽게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움직였다.
정말 유운무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 애송이 때문인가?
사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충분히 그럴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그러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는 대의를 아는 자였다. 마음은 분명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사람이었다.
쉬이 움직이기에는 그가 지고 있는 짐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분명히 뭔가 있다.’
사내는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그자가 움직인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잡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회인가?”
확신이 서지 않는 듯 사내가 혼잣말을 하듯이 묻자 그 앞에 부복하고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기회든 함정이든 그는 혼자입니다.”
“그렇지. 곁에 있던 수신호위들 모르게 빠져나갔다면 이미 수신호위대 모두가 돌아섰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야. 그러니 혼자 나갔겠지. 그렇다고 해도 왜 혼자인가?”
사내는 한참이나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으나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사내의 눈치를 살피며 앞에 있는 사내가 말했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음, 그래. 가야겠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 설사 함정이라도 움직여야겠지. 그쪽의 반응은 어떻더냐?”
“그쪽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럴 거야.”
얼굴의 반을 하얀 면사로 가리고 있는 사내는 전에 없이 말을 끌고 있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하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이라면 분명 그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만큼의 희생을 치러야겠지만 그가 죽는 것에 비하면 능히 치를 만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자꾸 뭔가 찜찜했다. 상황은 분명 기회인데 너무나 쉽게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준비해라. 지금부터 모든 정보력을 집중해서 그의 위치를 파악하라. 위치가 파악되면… 내가 직접 가겠다.”
“헛! 그, 그것은……. 속하가 움직이겠습니다. 아직은 움직이실 때가 아닙니다.”
“그자 역시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닌데 움직이지 않았나? 게다가 비록 그가 혼자의 몸이기는 하지만 그는 강하다. 강호를 통틀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야. 그러니 내가 직접 가야지. 그의 죽음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그랬다. 사내는 직접 그의 죽음을 눈으로 봐야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고 나서 수하들에게 보고를 받으면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는 강자였다.
그리고 그런 강자인 만큼 자신이 가서 상대하지 않으면 희생 또한 클 것이다.
이에 사내는 스스로 움직이려 하는 것이었다.
사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그 앞에 부복하고 있던 사내는 끝까지 반대할 수가 없었다.
“존명!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사내가 대답을 하고 나가자 혼자 남은 사내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결정은 했지만 여전히 뭔가 모를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