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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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27화
27화
그 커다란 도가 무섭게 회전하면서 날아가자 앞에 있던 복면인들이 감히 맞서지 못하고 재빨리 옆으로 날아올랐다. 그 틈에 강무진은 날아가는 도를 따라 전력을 다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다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미친 듯이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셀 수 없이 수많은 암기들이 유운무를 공격했던 자들과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비가 암기였고, 암기가 쏟아지는 비였다.
마홍이 무림인은 늘 가진 힘의 3할을 숨겨야 한다고 했다. 이에 죽도록 연습했지만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천변결이었다.
그렇게 날아간 암기들이 순식간에 수십 명의 복면인들 몸에 꽂혔다.
그러나 유운무의 팔을 자른 복면인이나 유운무의 등에 검을 꽂은 그 세 명의 사내들은 무사했다.
사력을 다해 펼친 강무진의 천변결이 한 일이라고는 그들을 단지 뒤로 조금 물러서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들이 그렇게 물러서는 사이에 강무진은 이미 유운무의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운무의 등에 검을 꽂았던 세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강무진을 공격해 왔다.
강무진은 그런 세 명의 검을 그대로 몸에 맞았다. 그러자 검이 모두 강무진의 몸에 맞고 튕겨나갔다.
그러나 사내들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이번에는 강무진의 눈을 노리고 검을 찔러왔다.
강무진이 그것을 피하면서 그들 중 한 명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겨드랑이에서부터 심장까지 어마어마한 충격이 왔다.
파앙!
“크흑!”
그 사내는 강무진에게 일부러 틈을 보여 품으로 들어오게 한 후 강무진의 왼쪽 겨드랑이에 일장(一掌)을 내질렀던 것이다.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금강불괴신공이었고, 겨드랑이 역시 단련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겨드랑이는 다른 곳과 달리 단련하기가 힘든 곳이라 아직까지 완전히 단련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나 지쳐 있었고 제정신도 아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상대가 내지른 일장의 위력이 너무나 강했다.
이에 강무진은 심장까지 충격을 받으면서 내상을 입고 입으로 피를 뿜었다.
“커억!”
금강불괴신공을 익히면서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상을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무너져 내리던 강무진이 한 손으로 상대의 멱살을 간신히 움켜잡았다. 다른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상대의 배에 대었다.
상대는 비웃는 표정으로 강무진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일장에 큰 타격을 받은 몸으로 공격할 수 있는 거리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무진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투지가 가득했던 것이다.
이에 사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아수라… 패왕권!”
강무진이 있는 힘껏 외치면서 전력으로 아수라패왕권을 펼쳤다.
아수라패왕권은 거리가 필요 없었다. 상대의 몸에 주먹을 살짝 댄 상태에서도 능히 펼칠 수 있는 권법이었다. 상대는 이것을 모르고 간과했던 것이다.
강무진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 진동으로 바닥이 푹 꺼지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파하하학!
강무진의 주먹에 맞은 상대는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면서 터져 나갔다. 마치 몸에서 벽력탄(霹靂彈)이 터진 것 같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주위의 사내들이 놀라움으로 인해 몸이 굳어버렸다.
모두들 강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여태까지 수많은 죽음을 지겹게 봐왔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이 저렇게 한순간에 터져 나가면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참했다. 아무리 위력이 대단하기로서니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된단 말인가?
저런 권법이 있다는 것은 모두들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크윽! 아직은 안 돼! 아직은……!’
아수라패왕권을 쓰자 강무진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그 전에 입은 내상으로 인해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버티며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유운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를 안아 들었다.
‘크으윽!’
유운무가 천 근처럼 무거웠다. 금방이라도 유운무와 함께 넘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강무진은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며 유운무를 끝까지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넋이 나간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사내들을 쓱 한 번 훑어봤다.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죽이고 싶어 하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살기(殺氣)!
강무진의 살기에 공포를 느낀 그들이 잠시 주춤했다.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유운무의 팔을 잘랐던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손을 들었다. 그대로 보내주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유운무는 죽었으니 급할 것은 없다. 천천히 몰아가면서 죽여주마.’
그랬다. 이들의 목표는 유운무였고, 유운무는 이미 죽었다. 혹시나 아직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검이 세 개나 몸을 관통했으니 얼마 안 가 숨이 끊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운무 때문에 눈이 뒤집힌 강무진을 죽이고자 한다면 물론 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야 할 것 같았다.
상처 입은 호랑이를 건드리면 더욱 날뛰는 법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럴 때는 오히려 잠시 놓아주었다가 기회를 봐서 죽이는 것이 훨씬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복면인들의 우두머리는 아까 유운무에게 당한 어깨의 상처가 심상찮았다. 심하게 베인데다가 비를 계속 맞아 잘못하면 영원이 오른팔을 못 쓰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무인의 생명은 끝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복면인의 우두머리는 강무진이 유운무를 안고 가는데도 그냥 보내게 했던 것이다.
이에 몇몇 복면인들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만큼 방금 강무진이 보여줬던 아수라패왕권의 위력은 끔찍했던 것이다.
강무진은 그렇게 유운무를 안고 천 근같이 무거운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쏴아아아아!
끊임없이 빗속을 걸었다. 강무진은 지금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서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의지가 강무진의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가 간신히 찾은 곳은 산속의 어느 폐가였다. 사냥꾼이 가끔 쓰는 곳 같았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곳이었다.
그래도 일단 비를 피하고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강무진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헉! 헉!”
“우에엑!”
거친 숨을 몰아쉬던 강무진이 순간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내었다. 진한 붉은 색깔의 피였다. 그만큼 내상이 심하다는 증거였다.
“콜록! 콜록! 헉! 헉!”
어쨌든 그렇게 피를 한 번 토하고 나니 조금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이에 강무진은 유운무를 간신히 눕혀놓고 유운무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때 유운무의 감겨 있던 눈이 거짓말처럼 스르륵 열렸다.
“대, 대주님!”
이에 강무진이 반가워서 눈물을 흘리며 유운무를 부축해서 바로 눕혔다.
원래 상처를 입어서 피를 많이 흘린데다가 비를 많이 맞아 체온이 떨어져서 유운무의 입술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새파랬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폐가 안에 있던 짚들을 긁어모아 유운무에게 덮어주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젠장!’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운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를… 놔두고… 가.”
“칫! 그럴 것 같았으면 아까 버리고 왔을 겁니다. 끄응! 그보다 패왕성에 알릴 방법이 없습니까?”
강무진의 물음에 유운무가 힘겹게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럼 항주에 있는 패왕마전대에 연락할 방법도 없습니까?”
이번에도 유운무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그들이 패왕성에서 그쪽으로 가는 정보를 모두 차단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항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항주에 있는 패왕마전대는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제길! 완전 사면초가(四面楚歌)로군.”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강무진이 분하다는 듯이 머리를 뒤로 홱 젖혀 뒤통수를 벽에 박았다.
쿵!
그것을 보고 있던 유운무가 강무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비가 새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진아…….”
“예?”
강무진은 처음으로 유운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유운무를 바라보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록… 몇 달간이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
“쳇! 저한테는 지옥이었다고요.”
“후후.”
힘겹게 웃던 유운무가 간신히 움직여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손바닥 크기만 한 직사각형의 작은 패였다.
“받아……. 네가… 이제… 패왕마전대… 대주다.”
강무진이 말없이 그 패를 받아서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품에 넣었다.
“너무… 큰 책임을 주는 거 아닙니까?”
“크크… 미안… 수신…호위 조심……. 내 딸… 서…….”
그렇게 말을 한 이후로 유운무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쳇! 또 자기 할 말만 하고 입을 닫는군.’
강무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유운무는 항상 저렇게 한참 동안 말을 안 하고 있다가 다시 말을 했었다. 여태까지 항상 그래 왔던 것이다. 항상…….
그러나 1각이 지나고 반 시진이 지나 한 시진이 다 되어가는데도 유운무는 말이 없었다.
쏴아아아아아!
여전히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듯 강무진의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젠장, 이게 아니잖아. 니미.’
강무진은 사실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운무가 죽었다는 것을…….
그러나 인정하기가 싫었다. 자신이 아는 유운무는 말도 없고 술 먹으면 개가 되기도 하지만 강한 사내였다. 절대로 이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여자들이랑 잤냐?
-여자는 먼저 누르는 사람이 임자다. 아직 안 눌렀으면 네 것이 아니다.
-푸하하하, 내가 그래서 우리 앵화를 좋아한다니까.
-안 건드리면 모르되 건드렸으면 확실히 해야 한다. 난 패왕성의 유운무다. 볼일 있으면 이곳 월담루가 아니라 나를 찾아와라.
-자아, 그럼 다시 한 번 가볼까?
어쩌면 월담루에서 봤던 유운무의 모습이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평소의 유약하며 말 없고 소심한 모습이 어쩌면 가식일지도 모른다. 강무진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운무가 죽은 지금 왜 그런 생각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길, 한 번 더 가고 싶었는데. 항주에 가면 다시 한 번 실컷 놀아보고 싶었는데…….’
강무진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는… 다시는… 당하지 않아. 다시는…….’
지금은 이렇게 유운무가 죽었지만 다음에는 그것이 마홍이 될 수도 있고, 염전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강무진은 절대로 그렇게 되게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자꾸 눈이 감겨 왔다. 수십여 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쫓긴데다가 방금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아수라패왕권까지 쓴 후 유운무를 이곳까지 끌고 오는 바람에 기력이 다한 것이었다.
스르륵 잠기는 강무진의 눈에 또다시 복면인들이 보였다. 그러나 강무진은 눈을 뜰 수 없었다. 감기는 눈꺼풀이 너무나 무거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