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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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23화
23화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행동에 유운무는 강무진을 말리려고 했다. 자신도 쉽게 뚫지 못했거늘 강무진이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강무진이 저렇게 객기를 부리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자신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그 또한 난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운무가 말릴 새도 없이 이미 강무진은 앞으로 쏘아져 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유운무는 어쩔 수 없이 뒤를 경계하면서 강무진의 뒤를 따라 움직여야 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앞으로 달려 나가자 대나무 위에서 갈고리를 빙빙 돌리던 복면인들이 일제히 갈고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윙윙!
후우웅!
“이런 것쯤! 차앗!”
강무진은 앞으로 크게 한 발 내디디며 자신의 정면에서 날아오던 갈고리 하나를 쳐냄과 동시에 도를 빙글 돌려 어깨 옆으로 세웠다. 그러자 강무진의 도에 맞은 갈고리는 방향을 잃고 튕겨 나갔고, 강무진의 옆으로 날아오던 갈고리들은 모두 강무진의 도면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까까까깡!
도가 워낙 크고 넓어 단지 그렇게 세우는 것만으로도 몸을 대부분 가리며 막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갈고리마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유운무는 그때 뒤쪽에서 날아오는 갈고리들을 쳐내느라 몸을 뺄 틈이 없어서 강무진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이에 그 갈고리가 그대로 강무진의 옆구리에 가서 박혔다.
퍼억!
“헉!”
옆구리에서 찌릿한 충격이 왔다. 갈고리는 복면인들이 갈고리에 달린 긴 쇠사슬을 잡고 원심력을 이용해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력이 상당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몸에 쇳덩어리들을 촘촘히 묶은 묵갑을 두르고 금강불괴신공까지 익힌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약간 찌릿할 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좋았어. 이 정도면 끄떡없다.’
강무진은 갈고리가 옆구리에 와서 박혀도 별다른 타격이 없자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또다시 갈고리들이 시간차를 두고 날아왔다.
후우웅!
훙훙!
“타앗!”
강무진이 그것들을 몇 개는 도를 휘둘러 쳐내고 몇 개는 그대로 몸으로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대나무 위에서 갈고리를 날리던 복면인들의 눈에 놀라움과 난처함이 떠올랐다.
그들이 받은 정보대로라면 강무진의 무공 실력은 이제 경우 삼류를 벗어난 수준이어야 했다. 더군다나 실전 경험도 전혀 없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고 들은 터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이는 강무진은 무식하게 커다란 도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두르며 호신강기(護身쾝氣)까지 쓰고 있지 않은가?
호신강기는 절정의 반열에 올라야 겨우 쓸 수 있는 것이다. 저런 애송이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그 위력적인 갈고리를 맞고도 멀쩡한 강무진을 보며 호신강기를 쓴다는 것밖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강무진의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나는 묵갑을 보고는 자신들이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확실히 저렇게 두꺼운 쇳덩어리를 몸에 두르고 있으면 갈고리가 몸을 파고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운무 역시 복면인들과 마찬가지로 맨몸으로 갈고리를 받아내는 강무진을 보며 놀란 눈을 하다가 옷 사이로 보이는 묵갑을 보고는 실소를 흘렸다.
그러나 곧 뭔가 스치는 생각에 미소를 싹 지웠다.
아무리 몸에 저렇게 쇳덩어리들을 두르고 있다지만 그것으로 갈고리를 맞았을 때, 몸 안으로 전해지는 충격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갈고리를 맞을 때만 잠시 움찔할 뿐 그 외의 충격은 전혀 없는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에 유운무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에 있던 복면인들이 검을 뽑아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그들은 복면인들의 사정권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고, 이에 여태까지 포위만 하고 있던 복면인들이 그들을 다시 사정권 안으로 넣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운무는 눈앞에서 덤벼드는 자들을 베어버리며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복면인들의 포위망을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핫!”
그 순간 유운무가 짧게 기합을 넣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검은 마치 물이 흐르듯이 부드럽게 서너 명의 목을 한 번에 긋고 지나갔다.
털썩!
그렇게 유운무에게 덤벼들던 복면인들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소리 없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좋았어! 이대로 뚫고 나간다!’
강무진 역시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복면인들이 나서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들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앞으로 나아가는 속력을 좀더 높이려고 했을 때였다.
갑자기 강무진의 뒤통수에 갈고리 하나가 날아와서 제대로 꽂혔다.
퍼억!
“허걱!”
강무진은 갑자기 뒤통수에서 아찔한 충격이 오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날아가 엎어졌다. 그걸 보는 유운무의 눈에 순간 당혹감이 서렸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갈고리를 던지던 복면인들이 일제히 경공을 펼쳐 대나무를 밟고 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운무와 강무진은 간신이 벗어난 그들의 사정권 안으로 다시 들어갈 판국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두고 볼 유운무가 아니었다. 순간 유운무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옆에 있던 대나무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흐릿하게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그들의 사정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에 날아오는 갈고리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유운무는 날아오는 갈고리들을 가볍게 피하면서 앞에 있던 대나무를 타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위에 있던 복면인을 일검에 베어버리고 대나무의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다음 목표가 있는 대나무까지는 웬만한 경공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였건만 유운무는 능히 닿고도 남을 정도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매달려 있던 복면인에게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복면인은 신음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그대로 대나무 밑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앞에서 갈고리 하나가 유운무를 노리고 날아왔다. 이에 유운무가 몸을 뒤로 젖히자 대나무가 휘어지면서 유운무의 몸도 크게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다시 대나무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순간 유운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방금 갈고리를 날렸던 사내의 앞에 도달해 그 사내를 베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큭!”
사내가 짧은 신음을 토해내며 대나무에서 떨어져 내렸다.
유운무가 그렇게 대나무 사이를 오가면서 복면인들을 베어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까지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그래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강무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눈앞의 복면인들을 향해 도를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은 순간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며 당황했다. 그 위력적인 갈고리를 뒤통수에 제대로 맞았건만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놀라는 것도 잠시, 그들은 곧 정신을 수습하고 강무진을 둘러싸며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까까까깡!
복면인들의 검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강무진도 빠르기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이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수가 많다 보니 계속 열세로 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까깡!
“……!”
강무진의 등에 허점이 보이는 순간 검을 쑤셔 넣은 복면인은 마치 바위덩어리를 검으로 찌른 것 같은 느낌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는 사이에 그 복면인의 목이 날아갔다. 강무진이 한 바퀴 회전해서 도를 휘둘렀던 것이다.
깡!
그사이에 또 다른 복면인이 강무진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검이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 나오자 방금 등을 찔렀던 복면인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다가 강무진이 휘두르는 도에 오른쪽 팔이 날아가 버렸다.
“크윽!”
복면인들은 그제야 강무진의 몸에 둘러져 있는 묵갑을 인식하고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그 후로는 모두 묵갑이 둘러져 있지 않은 부분만 노리며 공격을 해왔다.
그러나 그러든 저러든 간에 마찬가지였다.
퍼퍽!
“……!”
분명 목에 검을 찔러 넣었건만 어떻게 같은 반응이란 말인가?
복면인이 그렇게 의아해하는 순간 강무진의 도에 복면인의 허리가 베어졌다.
“컥!”
그때였다. 여섯 명의 복면인들이 동시에 달려들며 강무진의 몸에 검을 꽂아 넣었다.
퍼퍼퍼퍽!
“헉!”
“……!”
여섯 개의 검은 분명 묵갑이 없는 다리와 목, 어깨, 심지어는 머리까지 노리고 찔러 들어갔지만 마치 바위를 찌른 것처럼 찌르르한 반탄력과 함께 모두 튕겨 나왔다.
이에 복면인들이 할 말을 잃고 틈을 보이자 강무진의 몸이 그 자리에서 무섭게 회전했다.
“하아압!”
가가가각!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한 명만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움직인 덕에 살아남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남은 복면인들의 눈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검이 통하지 않는 놈을 무슨 수로 죽인단 말인가?
그때부터 강무진이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다. 방어는 없이 오로지 공격뿐이었다.
이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강무진을 죽여야 할 복면인들이 강무진을 피해 도망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쩌다 큰마음 먹고 강무진과 전력으로 부딪치는 복면인들도 있었지만 부딪치는 족족 나가떨어졌다.
완전 개죽음이었다. 같이 죽자고 서로 검을 쑤시고 도를 휘두르는데 상대는 멀쩡하고 자신들만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지니 그것이 개죽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흐아아앗!”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도를 휘둘렀다. 그렇지만 거리를 두고 도망만 다니는 복면인들을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경공술이 제일 취약한 강무진이었기 때문에 마음은 앞서도 발이 느렸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패왕무고에서 경공술에 대한 것을 찾아 확실히 하나 익혀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도망만 다니지 말고 덤벼랏!”
강무진이 고함을 치며 그들을 쫓았지만 그들이 미쳤다고 덤비겠는가?
삐이이이익!
그때 또다시 어디에선가 호각 소리가 울리자 복면인들은 이때다 싶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흥! 어딜 가려고!”
강무진이 그런 복면인들을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며 달렸지만 그들과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졌고 결국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버렸다.
“헉! 헉!”
강무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살기 어린 눈으로 도망가는 복면인들을 노려봤다.
활을 쏴서 그들을 죽일 때는 몰랐는데 막상 들고 있던 도로 직접 그들을 죽이니 뭔가 알 수 없는 분노 같은 것이 치밀어 올랐다.
상대를 벨 때까지만 해도 그런 것은 없었는데 베고 나서 그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시야에 잡히는 순간부터 그랬다.
“헉! 헉!”
그때 누군가 어깨를 툭 건드리자 강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도를 휘둘렀다.
후우웅!
그러자 상대가 강무진이 휘두른 도의 옆면을 옆으로 살짝 밀었고 이에 도가 방향을 잃고 그대로 땅에 꽂혔다.
파악!
“헉! 헉!”
그제야 강무진은 상대가 유운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운무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무진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에 강무진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예전에 월담루로 들어갈 때 유운무가 보여주었던 미소가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