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4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4화
54화
강무진이 그렇게 눈을 빛내면서 말하자 구소단이 강무진이 준 술잔을 들며 말했다.
“좋다! 나 역시 앞으로 그대를 동생으로 여기며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라도 함께 이겨낼 것이다. 또한 즐거운 일도 함께 나누며 평생을 같이 하겠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서로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그러자 강무진이 구소단을 보며 말했다.
“형님!”
“하하하하. 그래! 아우. 내 오늘 이같이 좋은 아우를 얻었으니 기쁘기 한이 없구먼.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크게 취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하하하하. 뭐 하는가? 이제 어서들 여인들을 들이지 않고!”
구소단이 크게 기뻐하며 그렇게 말하자 잠시 후에 방문이 열리면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기녀들이 들어왔다.
“오오, 역시……. 역시…….”
그걸 보고 강무진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입가로 침을 흘리다가 손으로 슥 문질러 닦았다.
“하하하하! 자자. 아우부터 한 명 골라보시게나. 아니, 내가 골라줄까? 저기 저 아이가 이곳 서호루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라네. 뭐 하느냐, 어서 오지 않고.”
구소단의 말에 그 기녀가 다소곳이 대답을 하며 강무진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나머지 기녀들이 제각각 사람들을 찾아가 그 옆에 앉았다.
“어머! 이러시면…….”
그때 갑자기 강무진의 옆에 앉은 기녀가 하는 소리에 모두가 강무진과 그녀를 바라봤다. 강무진은 벌써부터 기녀의 가슴에 손을 넣고 있다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조금 무안해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서로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들 놀아도 됩니다.”
그러더니 다시 기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그래, 그래. 그래야 남자지. 좋다. 너도 이리 와 보거라.”
구소단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있던 기녀를 주무르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제대로 술판이 벌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술이 몇 번이나 돌고 사람들이 조금씩 취해갔다. 그리고 강무진은 점점 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처음에 술을 배울 때 제대로 배웠어야 했건만 하필 유운무에게 배웠으니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그야말로 한 마리 미친개가 따로 없었다.
그것을 보고 막평을 비롯한 네 명의 조장들은 술이 얼큰하게 올라오는 가운데도 부끄러운 생각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푸하하하! 부어라! 마셔라!”
“크헤헤헤! 형님도 한잔하시구려!”
갈수록 개가 되어가는 강무진을 보며 이이책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크크큭! 역시 대주님이로군. 유운무 대주님에게 확실히 배웠어.”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웠군. 나 참.”
황삼위가 그렇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그리 싫지 않은 말투였다. 예전에는 유운무와 곧잘 이러고 놀았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막평 역시 강무진을 보면서 유운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조용히 계속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는 다르게 흑마삼귀는 속으로 혀를 찼다. 도대체가 그 멀쩡하던 인간이 어떻게 술 좀 들어갔다고 저렇게 바뀐단 말인가?
‘쯧쯧, 이건 술 먹으니 완전히 개로군.’
그런 생각에 자리가 영 편하지 않은 흑마삼귀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봉작이 다가와 슬쩍 말을 건넸다.
“세 분은 별로 유쾌해 보이지가 않는군요.”
그러자 흑마삼귀 중 검귀가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험! 그렇지는 않소이다.”
“과거의 일은 잊으십시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한 번 보십시오. 그는 지금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봉작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검귀도 강무진을 보면서 물었다.
“쯧! 도대체 무엇을 노력하고 있단 거요?”
“그는 패왕마전대의 대주입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저러고 놀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러고 노는 것은 전부 우리를 생각해서입니다.”
“그건 어째서 그렇소?”
“훗!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가 와서 련주님과 의형제를 맺고 점잔이나 빼고 앉아 있다면 분위기가 어떨 것 같습니까? 더구나 세 분과 그나 저기 패왕마전대의 조장들은 그렇게 편한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부러 저렇게 노는 겁니까? 보십시오. 련주님 역시 전에 없이 즐거워하면서 그에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지 않습니까?”
봉작의 말에 흑마삼귀가 구소단을 보니 그도 강무진에게 말려들어 점점 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구소단의 모습이었다.
“흐음, 그대 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군.”
창귀가 그리 말하자 봉작이 거보란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세 분도 련주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 이제 싸움은 끝났습니다. 서로 화해하고 감싸줘야 할 때인 겁니다. 두 사람이 저렇게 노력을 하니 우리도 조금은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험! 그대 말이 옳은 것 같군. 우리가 생각이 짧았네.”
봉작은 원래 강무진이 술 먹으면 개가 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자기 멋대로 상황을 판단하며 해석을 하고 있었다.
‘흠, 이 정도면 그동안 받아온 봉급 값을 조금은 한 셈이겠지.’
봉작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삼위가 도귀에게 다가오며 술을 권했다.
“그때는 미안했소. 상황이 그러했으니 어쩔 수 없었소. 자! 한 잔 받고 잊읍시다.”
그러자 도귀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오르다가 곧 화를 삭이며 황삼위가 내민 술을 받았다.
“클클. 이미 지나간 일이네. 마음에 두지 말게나.”
“하하하. 과연 도귀답소. 사실 흑마련 중 우리의 상대는 늘 그대들 흑마삼귀뿐이라 생각하고 있었소.”
황삼위가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이이책이 말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괜찮다면 나도 술을 권하고 싶구려.”
그런 이이책을 봉작이 알아보고는 재빨리 아는 체를 했다.
“아! 그대가 바로 패왕마전대의 두뇌라는 이이책 조장이구려.”
“하하. 과찬이오. 흑마련의 책사인 그대에 비하면 아직 멀었소이다.”
“하하하.”
그렇게 서로 지난 은원을 술 한 잔에 털어내며 모두들 조금씩 친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상관없이 옆에서 옷을 벗어던지며 난리를 치고 있는 사람이 두 명 있었으니 바로 강무진과 구소단이었다.
다음 날.
강무진이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여기에 있었군요!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요!”
그렇게 외치면서 방 안으로 들어오는 여인은 바로 용보아였다. 그 뒤에서 정소옥이 불안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었다.
용보아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아직 잠이 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무진을 보다가 순간 그 옆에 누워 있는 두 명의 늘씬한 여인들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몸을 돌렸다.
“뭐, 뭐예요?”
“끄응. 아, 머리야. 무울…….”
강무진이 비몽사몽 간에 그렇게 물을 찾자 용보아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탁자에 있는 주전자를 보고는 물을 따라 강무진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강무진의 얼굴에 확 뿌리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강무진은 갑자기 차가운 물이 얼굴을 적시자 정신이 좀 들었다.
그제야 용보아의 얼굴을 확인한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용보아에게 다가갔다.
“하암, 여긴 어떻게 알고 왔지?”
그런 강무진을 보고 용보아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을 더듬었다.
“아! 지,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용보아가 본 것을 뒤에 있던 정소옥도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급히 몸을 돌렸다.
‘그, 그게 뭐였지? 나, 남자의……. 그, 그…….’
강무진은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밤에 여인들과 난리(?)를 치느라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잠들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그것도 모른 채 자신을 보며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용보아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용보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다가 강무진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며 외쳤다.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져요! 흥!”
그렇게 말한 용보아가 정소옥을 스쳐 지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흐음, 왜 저러지?”
강무진의 말에 정소옥이 여전히 몸을 돌린 상태에서 말했다.
“일단 옷을 좀 입으세요.”
“응? 아!”
그제야 자신이 옷을 다 벗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강무진이 바닥에 벗어둔 옷을 급히 챙겨 입었다.
“험! 다 됐소. 이제 돌아서도 되오.”
강무진의 말에 뒤로 돌아선 정소옥이 강무진을 보며 한숨부터 쉬었다.
“휴.”
“무슨 일이 있소?”
“사실 사매하고 전 오늘 보타문으로 돌아가요. 사매가 당신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싶다기에 찾아왔는데 차라리 안 오는 것이 나을 뻔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말을 안 듣더니만…….”
“응? 지금 보타사로 간다고 했소?”
“그래요. 사저는 이미 가고 우리 둘만 남아 있었는데 이제 우리도 돌아가려고 해요.”
“그거 잘됐군. 그런 나도 같이 갑시다.”
“네?”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렇게 말한 강무진이 밖으로 나가 구소단을 찾기 시작했다.
“형님! 형님!”
‘형님이라니? 그에게 형님이 있었던가?’
그 뒤를 정소옥이 따라가며 의아하게 여길 때였다.
한쪽 방문이 열리면서 이이책이 하품을 하면서 얼굴을 내밀었다.
“하암! 흑마련주라면 맞은편 방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 정 소저가 왔군요.”
“……!”
‘흑마련주가 그의 형님이란 말인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 의형제를 맺었구나.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려던 사람들이었는데…….’
정소옥이 한순간에 상황을 파악하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이 이이책을 보며 말했다.
“그래? 난 당분간 보타사에 갔다 올 테니까 모두한테 그렇게 말해줘.”
“네?”
이이책이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말에 강무진을 바라봤지만 강무진은 이미 구소단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형님!”
구소단은 강무진과 마찬가지로 두 명의 미녀들을 옆에 두고 자고 있다가 강무진이 부르는 소리에 비몽사몽하며 눈을 떴다.
“끄응! 뭐야? 아침부터? 응? 아우 아닌가? 왜 더 쉬지 않고?”
“아닙니다. 급한 볼일이 생겼습니다. 여기 정 소저와 함께 보타사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강무진의 말에 잠시 정소옥을 바라보던 구소단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응. 그래, 갔다 오게. 혹시나 말일세.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고 말이야. 구해신니와는 나도 안면이 조금 있거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잘 하고 오게나. 크크.”
그렇게 강무진이 가고 나자 구소단이 여전히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절강삼화가 예쁘기는 예쁘지. 크크. 과연 세 개의 꽃 중 어느 것을 꺾어 오려나.’
“으응.”
그때 구소단의 옆에 있던 여인이 자면서 신음 소리를 내자 구소단이 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그녀를 덮쳐갔다. 나이답지 않게 정력이 넘치는 구소단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