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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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3화
53화
그러나 적공후는 늘 자신을 보호하는 열두 명의 수신호위들과 함께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수를 펼쳤다. 이에 양쪽이 서로 양패구상(兩敗俱傷)을 했고,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힐 수가 있었다.
“그 뒤로 적공후는 연공실에 틀어박혀 억지로 열화마결과 마력진패강기를 하나로 만들려다가 결국 주화입마에 빠졌지. 부친이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서두르다가 그리된 것이네. 그리고 부친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나를 데리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지.
그곳에서 나는 부친의 강요로 뼈를 깎는 수련을 했다. 그리고 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때 산을 내려와 부친을 따르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지금과 같은 세력을 일궈냈지. 그 후로 신분을 속이고 패왕무고의 관리인으로 들어가 사대비기 중 수라십삼검과 뇌전폭풍도를 얻었다. 그 결과 이렇게 마력진패강기를 바탕으로 열화마결과 수라십삼검까지 펼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네. 덕분에 강호에는 이제 내 적수가 없지.
그대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난 마력진패강기의 진정한 힘이 궁금했다네. 그래서 그대를 통해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대를 그리 쉽게 죽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말이야.”
그렇게 하얀 면사 사내의 긴 이야기가 끝났다. 그리고 여태까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하얀 면사를 걷어냈다. 그러자 얼굴의 반이 까칠한 수염으로 덮여 있는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내는 여태까지 패왕무고를 지켜오던 도백광이었다.
적상군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라 도백광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놀라운 일은 도백광이 말한 자신의 부친에 대한 이야기와 패왕성 사대비기 중 두 가지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적공후의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적상군조차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무리 선대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패왕성의 사대비기를 두 가지나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재능이 뛰어나고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랬군. 덕분에 몰랐던 사실들을 알았네. 사과는 하지 않겠네. 이미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그렇게 말한 적상군이 몸 안에 있던 마력진패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상군의 양 주먹에 다시 푸른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이다. 어차피 이제 싸울 기력도 남아 있지 않다. 이 한 번에 승부를 건다.’
그런 적상군의 모습을 보면서 도백광이 말했다.
“그렇잖아도 그럴 생각이었네. 언제든 오게나.”
‘일격에 끝을 볼 생각이로군. 하긴,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하지.’
도백광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고 있던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마력진패강기에 열화마결의 기운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양 주먹에 푸른 기운이 맺히면서 온몸에서는 뜨거운 기운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적상군이 잠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도백광에게 나아가며 양 주먹을 휘둘렀다.
“흐아아압!”
방어도 없었고 그 후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일격에 모든 것을 건 움직임이었다.
그것을 도백광 역시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맞받아쳤다.
“하아아앗!”
도백광은 적상군의 모든 것을 부숴줄 생각이었다. 그러하기에 여태까지 참으며 준비를 해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두 사람이 충돌을 하자 기의 폭풍이 일면서 폭음이 일었다.
콰콰콰콰콰쾅!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피를 뿜으며 뒤로 튕겨 나가다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큭큭! 역시 대단하군. 마력진패강기에 자신의 본원진기(本源眞氣)까지 더한 것인가?”
도백광이 그렇게 말하면서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비틀거렸다.
그런 도백광을 적상군이 초점 없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서서히, 아주 서서히 적상군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털썩!
그 순간 적상군은 이상하게도 강무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아내인 부용화나 정을 주며 키운 적운휘가 아니라 그동안 버려두었던 강무진이 떠올랐는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강무진뿐만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그 여인이 생각났다.
‘크크! 그때가 내 생애 있어서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이었군.’
그랬다. 그것이 이유였다. 이에 적상군은 그때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도백광은 그렇게 죽어가면서 미소를 짓고 있는 적상군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적상군이 입에서 피를 게워내면서 힘없이 말했다.
“크크큭, 이걸로… 끝이 아닐세. 내 아들을 조심하게나.”
적상군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그것이 적상군의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아들이라……. 적운휘를 말하는 건가? 그에게 과연 자네의 복수를 할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군. 그것 때문에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는 건가? 훗!”
도백광이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적상군에게서 시선을 거둬 하늘을 올려다봤다. 허탈한 심정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바랐던 일이었건만 알 수 없는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란 말인가?
“그를… 묻어줘라. 묘비도 하나 세워줘. 강호 제일의 무인이 그곳에 잠들어 있다고.”
도백광이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그곳을 천천히 떠나갔다.
“대주님, 그만 일어나십시오! 아침 훈련 시간입니다.”
황삼위가 아침 일찍 찾아와 강무진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흐아암! 조금만 더 자자. 나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다고. 오늘은 니들끼리 갔다 와.”
“어떻게 그럽니까? 빨리 일어나십시오. 안 그러면 오늘 저녁때 있는 연회에는 대주님을 빼고 우리끼리만 갈 겁니다.”
황삼위의 말에 강무진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뭐야? 연회가 오늘이었어?”
“끙, 그것도 모르고 있었습니까?”
그랬다. 그때 흑마련과 패왕마전대가 손을 잡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흑마련주 구소단이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거하게 한번 낼 테니 자리를 빛내 달라는 연락이었다.
이에 강무진이 벼르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준비 다 하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알았어. 밤에 신나게 놀려면 몸을 좀 풀어놔야지.”
그렇게 말한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자 막평을 비롯한 조장들이 앞에 서 있고 그 뒤로 패왕마전대 전원이 줄을 맞춰 서서 강무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어, 좋은 아침!”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슥 뒤를 한 번 쳐다봤다. 뒤에는 불왕래객이라고 쓰여 있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지금 패왕마전대는 항주 외곽에 있던 그 객잔에서 다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객잔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이참에 고치든가 해야겠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한 강무진이 모두를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좋아! 그럼 오늘도 가볍게 해볼까? 출바알!”
그러자 패왕마전대가 일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넷!”
그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한 강무진은 해가 조금씩 저무는 밤이 되어가자 깔끔한 옷으로 바꿔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겨 뒤로 질끈 묶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다시 만들어온 그 커다란 도를 등 뒤에 멨다.
그 커다란 도만 빼고 본다면 누가 봐도 이름 있는 무가의 자식으로 여길 만했다.
밖으로 나가자 강달무가 감탄을 하며 말했다.
“오오, 이거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하하하.”
“뭘 이 정도 가지고. 출발하지.”
“네.”
강무진의 말에 막평과 강달무, 그리고 이이책과 황삼위가 뒤를 따랐다.
그렇게 다섯 사람이 향한 곳은 항주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서호루(西湖樓)란 곳이었다.
화려한 항주의 밤 정경과 아름다운 서호(西湖)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항주 최고의 기녀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서호루였다.
“우와아, 항주 최고의 미녀가 천하제일의 미녀라더니 역시 수준이 높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은 연방 주위를 지나가는 여인들을 보며 침을 흘렸다.
그러자 이이책이 웃으면서 말했다.
“크큭! 그렇지요? 높은 관리들의 꿈이 퇴직하면 항주에 살면서 항주 여인들을 품는 것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오오. 그렇지. 그래.”
강무진이 그렇게 침을 흘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서호루의 입구에 도열해 있는 흑마련 사람들을 보고는 조금 놀란 눈을 했다.
길에서 서호루의 입구까지 양쪽으로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었고 그들 사이에 구소단과 봉작 그리고 흑마삼귀가 서 있었던 것이다. 서호루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진풍경이었다.
그렇게 서 있던 구소단은 강무진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크게 웃으면서 그들을 맞이했다.
“하하하하. 오셨구려.”
“아! 련주님, 먼저 와 있었군요.”
“하하하, 어서 들어갑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대를 맞이하기 위해 모양을 좀 내봤소. 유치하다 하지 마시구려.”
“아닙니다. 오히려 감동했습니다. 역시 련주님이십니다. 하하하.”
그렇게 두 사람이 앞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안으로 들어간 일행은 서호루의 가장 크고 호화로운 방으로 안내되었다
가는 동안 강무진은 계속 지나가는 미녀들을 보며 침을 흘렸고,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구소단이 농담을 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잠시 후 커다란 상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진귀한 음식들과 술이 차려져서 나왔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입을 쩍 벌리며 감탄사를 유발했다.
“우와아아, 이거, 이거 대단하군요.”
그러자 구소단이 겸손을 차리며 이야기했다.
“물론 패왕성에서 이보다 더한 것들을 많이 먹어봤겠지만 이곳의 음식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니 천천히 드셔보시구려.”
“오오, 그럼 염치 불구하고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그러면서 강무진이 젓가락을 들고 이것저것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놀란 눈으로 감탄을 했다.
그것을 보고 구소단이 미소를 짓다가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말을 꺼냈다.
“험! 험! 실은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에? 무슨 말입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말해 보십시오.”
“사실 그대 덕분에 요즘 흑마련도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소. 그건 패왕마전대도 마찬가지일 거요.”
구소단의 말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구소단이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그대와 의형제를 맺고 싶소. 계속 련주니 대주니 하고 호칭하는 것도 그렇고 하니 그냥 형님 동생으로 부르며 지내는 것이 어떻소?”
“에? 하지만 련주님의 나이가 저보다 곱절은 많으실 텐데…….”
그랬다. 강무진의 나이 이제 스무 살이었으나 구소단은 이미 쉰을 바라보는 나이였던 것이다.
“허허.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오? 뜻만 맞으면 그만이지. 내 솔직히 말하자면 그대 같은 아우를 어디 가서 얻겠소?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이를 핑계 대는 것이오?”
구소단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강무진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구소단에게 건네 준 후 다른 잔에 술을 따르고는 말했다.
“이 한 잔 술로 평생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함께 이겨낼 것이며 즐거운 일 역시 함께 나눌 것을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