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2화
52화
방금 사인적은 적상군의 공격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자 무리를 하면서 적상군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그러나 뒤로 물러나는 상황에서 받아친 것이라서 충분한 위력을 낼 수가 없었다.
반면에 적상군은 충분히 내공을 담아 주먹을 뻗어냈으나 그동안 당한 부상과 피로감으로 인해 평소의 위력을 내지 못했다. 적상군도 인간이었던 것이다.
무려 6개월이나 천라지망에 갇혀 쉬지 않고 적들의 공격을 받았으니 몸이 정상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역시……. 그대는 강하군. 하지만 나 역시 약하지는 않소! 흐아앗!”
사인적이 그렇게 말하면서 빠르게 적상군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면서 양 주먹을 무섭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력진패강기가 가득 담긴 주먹이었다. 이에 주먹이 움직이는 궤도를 따라 푸르스름한 기운이 잔영을 남기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하얀 면사의 사내가 만족한다는 듯이 말했다.
“사인적의 마력진패강기가 이미 극에 달해 있었군.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어.”
그때였다. 적상군이 두 손을 활짝 펼치면서 주먹을 꽉 쥐자 사인적과 마찬가지로 두 주먹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혔다. 그리고 힘껏 기합을 지르며 두 주먹을 앞으로 뻗어내자 사인적의 마력진패강기와 부딪치면서 커다란 폭음이 일었다.
“흐아아압!”
콰콰콰콰쾅!
“크윽!”
사인적이 그 충격으로 인해 뒤로 튕겨 나가며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속이 진탕된 것이 내상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이에 재빨리 마력진패강기를 돌리면서 속을 진정시키려는 순간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내상을 입고 튕겨 나간 적상군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서 주먹을 뻗어내는 것이 아닌가?
쩌어어엉!
“흐억!”
적상군의 주먹을 가슴에 제대로 맞은 사인적이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적상군도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사인적과 충돌을 하면서 내상을 입은데다 그것을 제대로 다스릴 사이도 없이 무리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지금 속이 엉망이었다.
사인적을 상대로 언제까지 힘을 소모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리를 했던 것이다.
“푸읍!”
결국 참지 못하고 적상군이 피를 뿜어냈다.
“크으으윽!”
사인적은 가슴이 완전히 뭉개진 상태에서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적상군을 무서운 눈으로 쏘아보면서 조금씩 그에게 다가갔다.
적상군은 지금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사인적을 노려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다가오던 사인적이 적상군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크허억!”
사인적이 갑자기 피를 하늘로 뿜어내다가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후욱! 후욱!”
적상군은 그런 사인적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얀 면사의 사내에게 그 뒤에 서 있는 사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을 보내도 괜찮네. 그대가 나설 때까지 죽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후훗! 그렇지. 사실 그대는 지금 서 있기도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왠지 그대 말처럼 될 것같이 느껴지는군. 나도 더 이상 아까운 수하들을 희생시키기 싫으니 직접 나설 생각이네.”
하얀 면사의 사내가 적상군에게 그렇게 말한 후 수하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내 싸움이다. 그 누구도 나서지 마라. 혹여 내가 죽더라도 나서지 말도록.”
“명!”
수하들이 그렇게 대답하자 하얀 면사의 사내가 천천히 적상군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상태로 괜찮겠나? 원한다면 조금 기다려줄 수도 있네.”
“훗! 그런가? 그거 다행이로군. 그럼 일각만 시간을 주게나.”
적상군의 말에 하얀 면사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지.”
그러자 적상군이 품에서 냄새가 지독한 알약을 하나 꺼내서 입에 넣더니 곧바로 자리에 앉아 내상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런 상태에서 누군가 조금만 충격을 가한다면 적상군은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눈앞에 적이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내상을 치료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패왕성의 주인이라 할 만하군. 적이 아니었다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을……. 그가 죽고 나면 당분간 쓸쓸하겠어.’
하얀 면사의 사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뒷짐을 진 채 적상군이 내상을 다스리는 것을 기다렸다.
“후우, 고맙군. 덕분에 조금 움직일 만하네.”
“훗훗! 그대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나인데 고맙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군.”
“그런가? 왠지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자네가 적이 아닌 친구였다면 좋은 관계가 되었을 것 같군.”
“나도 그렇다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움직였다.
쿠아아아아앙!
“크으윽!”
“이, 이건…….”
뒤로 튕겨 나간 적상군이 놀란 눈으로 하얀 면사의 사내를 바라봤다.
“후후. 의외인가? 하긴 자네 부친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지. 그뿐이 아니라네.”
그렇게 말하면서 하얀 면사의 사내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았다. 그리고 적상군을 겨누면서 말했다.
“그대가 알고 있는 수라십삼검과는 조금 다를 걸세.”
“설마…….”
“하아앗!”
적상군이 믿을 없다는 눈을 하는 순간 하얀 면사의 사내가 적상군과의 거리를 한순간에 좁히며 수라십삼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얀 면사의 사내가 말한 대로 적상군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수라십삼검이 아니었다. 수라십삼검에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이 서려 있었던 것이다. 그 위력이 마력진패강기와 맞먹을 정도였다.
패왕성의 사대비기는 모두 그 특징이 굉장히 뚜렷했다.
수라십삼검은 오행 중에 수(水)의 성질이 강했다. 물이 어디든 흘러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라십삼검도 어디든 상대의 적재적소로 검이 파고들 수가 있었다.
그런 만큼 그 변화가 매우 복잡했고, 이에 마력진패강기처럼 순수하고 대단한 위력을 낼 수는 없었다.
그와 반대로 마력진패강기는 수라십삼검처럼 많은 변화는 없었지만 그 위력만큼은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런 마력진패강기의 성질은 오행 중에 목(木)의 성질이 강했다.
그리고 뇌전폭풍도는 금(金)의 성질이 강했고, 열화마결은 화(火)의 성질이 강했다.
과거에 사대비기를 모두 보거나 그중 두 개 이상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상생(相生)의 성질을 이용해서 두 가지 무공을 하나로 융합시키려고 했었다. 그리고 사실 패왕성 전대의 성주였던 적공후 역시 열화마결과 마력진패강기를 하나로 만들려고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사대비기는 그 하나하나가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무공들이었다. 아무리 상생의 성질들을 가진 무공들이라고 해도 하나로 융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공후는 그만 주화입마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적공후가 익혔던 열화마결이 아무한테도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적공후마저 실패를 한 일이었건만 지금 하얀 면사의 사내는 한 가지도 아니고 이미 두 가지나 하나로 융합해서 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처음에 적상군과 충돌하면서 펼쳤던 것은 마력진패강기에 열화마결의 기운이 녹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펼치고 있는 수라십삼검에는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적상군이 놀랄 만도 한 일이었다.
슈카카칵!
“크어억!”
하얀 면사의 사내가 휘두른 검에 적상군이 옆구리를 잡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자신도 알고 있는 초식들이었지만 그 위력이 다르니 맞서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몸이 이렇게 안 좋은 상태에서는 더욱이 어려운 일이었다.
“후훗! 꽤나 고전을 하는군. 너무 의외라서 그런가?”
“크으윽!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이런! 그것이 궁금해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었군. 이 이야기는 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겠군. 그동안 상처라도 치료를 하라고. 크크.”
하얀 면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사내가 약간 비아냥거리듯이 말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하얀 면사의 사내의 부친은 강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뿐이지 그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고수였다.
그런 그가 우연히 적상군의 부친인 적공후를 만나게 되었다. 적공후 역시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무공이 대단한 고수였으니 두 사람은 서로 무공을 겨루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적공후는 그동안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에게 털어놓았다. 그것은 열화마결과 마력진패강기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었다.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마력진패강기에 무엇이든지 태워버리는 열화마결의 화기가 더해진다면 강호 최강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일은 쉽지 않았다. 무공이 그렇게 대단한 적공후조차도 수년간을 연구했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을 알게 되었고, 그의 무공이 뛰어난 것을 알고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상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두 가지 무공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하얀 면사의 사내의 부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공을 버리고 마력진패강기를 익혔다. 적공후가 열화마결을 극한까지 익힌 상태에서 마력진패강기를 익히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는 반대로 행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얀 면사의 사내의 부친은 적공후의 생각보다 그 재능이 대단했다. 마력진패강기를 몇 년 만에 극한까지 연공을 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열화마결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구의 성과가 있었던지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에 열화마결의 기운이 조금씩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두 사람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적공후는 곧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지만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은 패왕성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패왕성 사대비기 중 두 가지나 익히게 한 데다가 그것을 하나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자신이 패왕성의 성주라고 해도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게다가 마력진패강기를 익힌 상태에서는 열화마결의 기운을 더할 수가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화마결을 익힌 상태에서는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을 하나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준 셈이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적공후가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을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도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 이에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은 적공후와 헤어질 때라고 생각하며 그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적공후는 그대로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을 보낼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커다란 부상을 입고 말았다.
원래 적공후는 이미 마력진패강기에 열화마결의 기운까지 하나로 만든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하얀 면사 사내의 부친은 마음이 약했다. 그동안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차마 살수를 쓰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