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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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1화
51화
<의형제를 맺다>
“이봐! 그쪽 긴장 풀지 말고 조심해!”
우락부락하니 마치 호랑이를 연상하게 하는 얼굴의 장년사내가 주위에 있는 사내들을 보며 소리쳤다.
‘제길! 며칠이면 끝난다더니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장년 사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뇌부들이 모여 있는 뒤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커다란 십여 개의 막사가 쳐져 있었다.
“흐음, 상황은 어떤가?”
하얀 면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사내가 찻잔을 들며 물었다.
그러자 그 앞에 서 있는 사내가 대답했다.
“아직입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곧 지칠 겁니다.”
“그렇겠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귀왕대(鬼王隊)를 비롯해서 수라대(修羅隊)와 염왕대(閻王隊)까지 총 천 명가까이 되는 인원이 모두 전멸했습니다. 지금은 사황대(蛇黃隊)와 음영대(陰影隊)가 공동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왕대(毒王隊)가 그들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흐음.”
사내의 말에 하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신음 소리를 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적상군이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패왕성을 나섰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 벌써 1년도 전의 일이었다. 그 후로 적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그동안 들어간 돈과 인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적상군이 여전히 혼자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여겼다.
천라지망을 펼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적상군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천라지망을 펼친 것이다.
무려 만여 명이 넘는 고수들이 투입되었고, 그것을 지원하고 정보가 패왕성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느라 든 돈 또한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적상군만 죽일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해 낼 만했다.
그렇게 서서히 적상군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천라지망 안에 적상군을 가두는 데 성공했다. 이에 자신의 예상으로는 길면 3개월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상군은 그 예상을 완전히 깨고 무려 5개월이 넘도록 버티고 있었다.
만여 명의 고수들이 빽빽하니 그를 몰아가고 있었으나 그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사냥을 하는 것은 분명 자신이었건만 오히려 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력의 반 이상을 잃었다. 겨우 적상군 한 명에게 말이다.
그 세력들을 남들 모르게 일궈내느라고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상황이 이러하자 이제는 빼도 박도 못 하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지라도 적상군을 죽여야만 했다. 이 상태에서 손을 떼기에는 그동안 들인 노력과 손해가 너무 컸던 것이다.
“이곳이… 그의 무덤이 될 게다. 그동안 잘도 피해 다녔어.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겠지.”
“…….”
잠시 그렇게 차 맛을 음미하던 하얀 면사의 사내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준비해라. 내가 직접 가겠다.”
“명!”
퍼억!
“크허억!”
배를 얻어맞은 사내의 몸이 기역 자로 꺾이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피를 왕창 쏟아내는 것으로 보아 즉사였다.
퍼억!
“크아아악!”
그때 또 한 명의 사내가 가슴을 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걸 보고 사내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렸다. 그러자 그들 중 한 사내가 크게 소리쳤다.
“제길! 놈은 지쳤어! 다 같이 덤벼!”
사내의 외침에 잠시 주춤거리던 사내들이 기합을 지르며 다시 덤벼들기 시작했다.
“흐아앗!”
“하아앗!”
십여 명의 사내들이 사방은 물론이고 하늘까지 빽빽이 덮으며 틈 하나 없이 동시에 치고 들어갔다.
이에 공격을 받던 사내가 두 손을 활짝 펼치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사내의 두 주먹에 푸른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흐아아압!”
콰콰콰콰쾅!
사내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볼 수가 있었다.
사내를 공격하던 십여 명의 사내들은 사내에게 덤벼들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두 피를 뿜으며 튕겨 나갔다.
“크아악!”
“크억!”
그렇게 적들을 모두 날려 보낸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쏘아봤다.
“헉! 헉!”
그러자 그와 눈이 마주친 사내들이 몸을 떨며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사내, 적상군은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렇게 상처를 입고도 쓰러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적상군의 주위로는 아직도 십여 명의 사내들이 더 있었다. 그들과 잠시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그 누구도 섣불리 적상군에게 덤벼들지 못했고 적상군 또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적상군은 조금이라도 쉬면서 힘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여태까지 상대가 공격해 오는 것을 맞받아치기만 했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그 약간의 움직임마저 아끼려는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이렇게 제법 오랫동안 버틸 수 있지 않았던가?
지금도 적과 대치해 있는 상황이었지만 적상군에게는 약간의 휴식시간과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오는군. 훗! 이제 마지막인가? 그렇다면 일단 주위를 정리해야겠지?’
순간 뭔가를 느낀 적상군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마력진패강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갑자기 폭풍과 같은 기세가 일어났다.
그것을 보고 주위의 사내들이 흠칫 놀라고 있을 때 적상군의 몸이 움직였다.
퍼억!
“커헉!”
그의 주먹에 가슴을 맞은 사내가 가슴이 완전히 함몰된 채 뒤로 튕겨 나갔다.
“헉! 무슨…….”
퍼억!
옆에 있던 사내가 그것을 보고 놀라서 뭔가를 말하려다가 적상군의 주먹에 얼굴이 짓이겨지며 나가떨어졌다.
“흐아앗! 이 괴물 같은 놈!”
그때 세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적상군을 향해 공격을 해왔다.
그것을 보고 적상군이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일격에 세 명의 몸이 하나로 겹쳐지면서 날아갔다.
적상군이 친 것은 한 사람뿐이었지만 그 충격은 뒤에 있던 두 사람에게까지 전해졌다. 이에 세 사람의 가슴이 완전히 으스러지면서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그렇게 적상군은 일각도 되지 않아 그곳에 있던 사내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후욱! 후욱!”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한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잠시 후 하얀 면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장대한 체구의 사내가 십여 명의 사내들과 함께 천천히 다가왔다.
하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내가 뿜어내는 기세도 대단했지만 그를 따르고 있는 십여 명의 사내들 또한 범상치 않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모두들 절정의 고수라는 증거였다.
적상군이 그들 중 하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내를 유심히 보며 말했다.
“후욱! 늦었군.”
마치 친구에게 하는 것 같은 그런 말투였다.
“후후! 내가 준비해 온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리 늦은 것은 아니지. 아니, 아주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다네.”
하얀 면사의 사내 역시 오랜 친구에게 말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런가? 도대체 몇 년이나 준비를 한 거지?”
“그리 길지는 않네. 이제 3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니까.”
30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오로지 한 가지를 이루어내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면 그만큼 가슴에 맺힌 것이 많다는 말이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적상군의 말에 하얀 면사의 사내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단순한 원한일세. 남들도 다 그렇듯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냥 그런 이유지.”
“단지 그뿐인가?”
“글쎄, 솔직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군. 패왕성이라는 거대한 철옹성을 내 손으로 한번 무너트려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 그 정도는 해야 그래도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지 않겠나?”
하얀 면사 사내의 말에 적상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원하는 것을 해보게나.”
적상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을 앞으로 디디자 하얀 면사의 사내를 제외한 모두가 자신들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몸을 꿈틀했다. 그리고 곧 그것을 깨닫고는 모두들 잠시지만 적상군의 기세에 눌렸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하얀 면사 사내 앞으로 한 사내가 나서며 말했다.
“주군, 제가 먼저 저자와 겨루고 싶습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하얀 면사 사내를 보필해 온 자로 충심이 크고 무공 또한 대단했다.
“그와 겨루면 너는 죽는다.”
“무인과 겨루다 죽는 것이 무인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내가 흔들림 없이 그렇게 말하자 하얀 면사의 사내가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흠, 그래. 한 번쯤은 그와 겨루고 싶었겠지. 어떤가, 그대는?”
하얀 면사 사내가 적상군을 보며 묻자 적상군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크큭! 여태까지 수천 명을 보내놓고 한 명 더 보낸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지는 않네. 오게나.”
적상군의 말에 하얀 면사의 사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역시. 그럼 잠시 즐기도록 하지.”
하얀 면사 사내가 승낙의 뜻을 비치자 그 사내가 적상군 앞으로 다가갔다.
“내 이름은 사인적이오!”
“알다시피 적상군일세.”
그렇게 간단히 인사가 오고가자 사인적이 기세를 일으키며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적상군이 놀란 눈을 하며 말했다.
“그, 그것은…….”
“그렇소! 내가 익힌 것은 그대와 같은 마력진패강기요. 누가 더 대성을 했는지 꼭 한번 겨루어보고 싶었소.”
“으음.”
사인적의 말에 적상군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하얀 면사의 사내를 힐끗 바라봤다.
“그렇군. 이제야 그대가 누구인지 알겠군.”
그런 적상군의 말에 하얀 면사의 사내가 비웃듯이 말했다.
“이런, 이런……. 진작부터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군. 설마 여태까지 몰랐었단 말인가?”
“훗! 난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적상군이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사인적을 향해 쏘아져 나가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사인적은 설마 적상군이 이렇게 기습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급히 물러나며 적상군의 주먹을 피해냈다.
그렇게 한 번 잡은 승세를 놓칠 적상군이 아니었다. 적상군은 양 주먹을 빠르게 휘두르며 마치 폭풍이 몰아쳐가듯이 사나운 기세로 사인적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크으윽!”
사인적은 이대로 계속 밀리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적상군의 공격은 대단히 빠르고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흐음,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군. 한 인간이 저리 강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하얀 면사의 사내가 사인적을 몰아붙이는 적상군을 보면서 말하자 옆에 있던 사내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주군께서도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내가 6개월 동안 만 명이 펼친 천라지망에 있었더라면 지금 저자처럼 저렇게 싸우지는 못했을 걸세.”
“주군!”
“후훗! 난 아직도 의문이 드는군. 왜 그가 혼자서 성을 나왔는지 말이야.”
콰콰콰쾅!
그때 폭음이 울리면서 적상군과 사인적이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갔다. 두 사람 다 내상을 입은 듯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