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0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0화
50화
퍼억!
“윽!”
그러자 아찔한 통증에 유빙화가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그 틈을 놓칠 강무진이 아니었다. 강무진은 그런 유빙화의 양 팔목을 잡고 힘껏 위로 밀어 올리며 땅에 고정을 시켰다.
“헉! 헉!”
“후욱! 후욱!”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싸움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연인들끼리 뭔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세였다.
유빙화가 만세를 부른 자세에서 누워 있고, 그 위에 강무진이 유빙화의 손목을 잡아 누른 채 올라타고 있는 묘한 자세였다.
더구나 두 사람 다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으니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나 본인들 모두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꿀꺽!
“조, 좋겠군. 나찰선녀하고 저런 자세라니…….”
흑마삼귀 중 창귀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하자 옆에 있던 검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쯧! 저놈하고 싸우면 항상 저렇게 개싸움이 되는군.”
“클클. 이 나이에도 마음이 동하는구나.”
도귀가 헝클어진 모습으로 강무진의 밑에 깔려 있는 유빙화를 보며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
“키킥! 역시 대주님이야. 크크큭.”
강달무가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이이책이 웃으면서 말했다.
“바람기가 다분하군. 어쨌든 저렇게 됐으니 이겼다고 봐야 하나?”
“아직이다. 저렇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나찰선녀라는 별호가 괜히 붙은 것은 아니지.”
막평의 말에 농담을 하던 두 사람이 다시 강무진과 유빙화를 바라봤다.
“헉! 헉! 비켜!”
유빙화가 강무진을 노려보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말했다.
“후욱! 졌다고 하면 비켜주지.”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아. 난 아직 진 게 아니야.”
“그래? 후욱! 그럼 못 비켜.”
“비켜!”
“못 비켜!”
“비켜!”
“…….”
그렇게 실랑이를 하며 유빙화의 눈을 보던 강무진은 이런 방법으로는 이길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무진이 느끼기에 이런 상태에서 유빙화는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패배를 인정할 것 같지 않았다.
“아직 진 게 아니란 말이지? 그럼 이건 어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순간 상체를 바로 세움과 동시에 어깨를 한껏 틀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먹이 윙윙거리며 진동을 하기 시작하더니 몸도 같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앗!”
그 순간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며 힘껏 주먹을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뭐, 뭐야?”
막평이 놀라며 말하자 이이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저거로군. 그때 협곡을 무너트린 무공이…….”
“뭐?”
이이책의 말에 강달무와 황삼위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이이책을 바라봤다.
“아! 너희들은 못 봤었나? 그때 대주님이 주먹 한 방으로 협곡의 벽을 때려서 무너트렸었지. 그때 펼쳤던 무공이 저거야.”
이이책의 말대로 그 당시에 강달무와 황삼위는 협곡의 입구에서 퇴로를 확보하느라 강무진이 아수라패왕권으로 협곡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뭐, 뭐야? 그럼 그때 협곡이 무너져 내린 것이 벽력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황삼위가 놀라서 외치는 말에 이이책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냐. 아냐. 벽력탄같이 귀한 걸 대주님이 어디서 구해 오겠냐? 그때 협곡이 무너져 내린 것은 대주님이 주먹으로 벽을 후려쳤기 때문이라고. 그것도 단 한 방이었지.”
“그, 그런…….”
이이책의 말에 강달무와 황삼위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이이책을 바라봤다. 그러다 막평을 바라보자 막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책의 말이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이에 강달무와 황삼위가 강무진을 바라봤다.
콰앙!
강무진은 유빙화의 얼굴 바로 옆을 아수라패왕권으로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그곳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형 모양으로 땅이 푹 꺼져버리면서 흙먼지가 솟아올라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잠시 후 흙먼지가 좀 가라앉자 둥그렇게 땅이 푹 꺼져 있는 것을 본 모두가 놀라서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저, 저것…….”
흑마련주 구소단도 그 엄청난 위력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면서 봉작을 바라봤다. 그러자 봉작도 역시 놀란 눈을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으음.”
정소옥과 용보아는 강무진이 주먹을 내려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뛰어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커다란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공중으로 솟아오르자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흙먼지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순간 두 사람도 볼 수가 있었다. 아수라패왕권의 엄청난 위력을 말이다.
“사, 사저……. 저, 저거…….”
“휴, 그래. 다행히 대사저가 무사하구나.”
용보아는 강무진이 펼친 아수라패왕권의 위력을 보고 말을 더듬은 것이었으나 정소옥은 그런 것보다 유빙화가 무사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헉! 헉!”
그렇게 아수라패왕권을 펼친 강무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잠시 유빙화를 내려 보다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빙화가 멍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와 옷이 헝클어져 있었지만 그런 것에 미처 신경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비틀거리며 가고 있는 강무진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주위를 가만히 둘러봤다.
누워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서서 보니 주위로 1장 이상이 푹 꺼져 있는 것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이것을 그대로 맞았다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기다려요!”
그때 유빙화가 강무진을 보고 말하자 강무진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헝클어진 모습으로 서 있는 유빙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당신이… 이겼어요.”
“헉!”
“뭐?”
유빙화의 말에 흑마련주인 구소단은 순간 뒷골이 당겨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막평을 비롯한 강달무와 이이책, 황삼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강무진은 유빙화의 말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훗! 운이 좋았소. 다음에 다시 겨룬다면 내가 이길 수 없을 것이오.”
“훗!”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무표정한 유빙화가 아주 살짝이지만 미소를 지은 것은 말이다. 강무진은 그런 유빙화의 미소에 눈이 부셨다.
“그대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 따로 만났으면 하는데 괜찮겠소?”
“언제든 보타산으로 찾아오세요.”
유빙화의 말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젠장! 힘들어 죽겠네. 너무 무리했어. 크으.’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유빙화에게 사정없이 얻어맞은데다 아수라패왕권까지 썼기 때문에 사실 강무진은 지금 서 있을 힘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유빙화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끝까지 괜찮은 척을 하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에 강무진은 지금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으나 등 뒤에 있는 유빙화에게 그 모습이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초인적인 힘으로 막평과 강달무 등이 있는 곳까지 간 강무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죽는 줄 알았다.”
“대단하십니다, 대주님.”
“마지막 그 무공은 뭐였습니까?”
“이제 당분간 발 뻗고 자겠군요.”
그렇게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 강무진이 그 네 사람을 보며 말했다.
“나 지금 힘드니까 자꾸 말 시키지 말고 저기 의자나 가져와.”
“넵!”
강무진의 말에 황삼위가 재빨리 가서 의자를 가져왔다. 그러자 그 의자에 털썩 주저앉다시피 앉은 강무진이 숨을 좀 돌린 후에 가만히 흑마련주인 구소단을 바라봤다.
그러자 구소단이 머뭇머뭇하다가 이내 다가와서 말했다.
“약속은… 지키겠소. 앞으로 흑마련은 항주에서의 활동을 접겠소. 항주는 이제 패왕성 것이오.”
“아닙니다.”
“응?”
구소단은 강무진이 의외의 말을 하자 의아해하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앞으로 항주는 계속 흑마련이 관리를 해주십시오.”
“헛! 대주님!”
“대주님!”
강무진의 말에 막평과 강달무가 놀라서 강무진을 불렀다.
그러자 강무진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하면서 구소단에게 말했다.
“어차피 지금 있는 패왕마전대만으로는 항주를 관리하지 못합니다. 패왕성에서 지원을 받으면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군요.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흑마련이 그대로 항주를 관리해 줬으면 합니다. 대신에 그 이익을 우리에게 조금만 나눠주고 서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모른 체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흐음, 그대 말은 흑마련을 그대 밑에 두겠다는 거요?”
“아닙니다. 흑마련을 제 밑에 두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항주를 관리하기를 원하는 겁니다. 제가 그동안 둘러본 항주는 충분히 그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더군요.”
강무진의 말에 구소단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러다 내가 배반을 하며 어쩔 것이오?”
“훗! 련주님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사실 전부터 련주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적이지만 탄복하고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패왕마전대를 상대로 5년씩이나 싸움을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제안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혹시나 련주님이 배반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제가 련주님을 믿었으니 모든 것을 제가 책임지는 수밖에요. 뭐, 그때는 또 항주를 걸고 거하게 한번 치고받고 싸워보죠.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는 강무진을 보면서 구소단은 순간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허! 그릇이 다른 건가? 나는 약속은커녕 돌아가는 대로 다시 패왕마전대를 칠 생각이었건만. 음…….’
“하하하! 이거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서 나 혼자 어떻게 대답을 할 수가 없구려. 봉작! 자네 생각은 어떤가?”
‘헉! 저 인간이 웬일로 나한테 그런 중요한 것을 묻지?’
봉작은 여태까지 구소단 뒤에서 딴생각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질문받자 재빨리 머리를 굴려 말했다.
“흑마련과 패왕마전대가 손을 잡는다면 더 이상 우리의 적은 없을 겁니다. 그동안 서로 죽고 죽이느라 원한이 좀 쌓여 있겠지만 그것만 잘 해소시킨다면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항주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 기쁘군요.”
‘헛! 내가 이렇게 멋있는 말을 하다니…….’
스스로 말해 놓고도 속으로 놀란 봉작이었다. 이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봉작의 모습에서 봉작이 겸손하다고 생각했다.
“허허! 봉작은 흑마련의 책사라오. 그가 저리 말하니 따르는 것이 도리겠지. 좋소이다.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훗! 좋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이이책을 바라봤다.
“뭐 해?”
“네?”
이이책이 무슨 말인지 몰라 강무진을 바라보자 강무진이 말했다.
“빨리 서류 작성해서 가져와.”
“헛! 알겠습니다.”
그제야 강무진의 말뜻을 이해한 이이책이 간단한 문서를 작성해서 가져왔다. 그것을 받아 본 강무진이 구소단에게 내밀며 말했다.
“읽어보시고 날인하시죠. 자세한 사항은 차후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죠.”
‘역시 만만찮은 놈이군.’
구소단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강무진이 준 서류에 날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