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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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8화
48화
“좋아! 그럼 이제 한번 겨루어봅시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황삼위가 강무진의 그 커다란 도를 척 하니 건네줬다.
그때 이이책이 강무진에게 바짝 붙어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유빙화는 구해신니의 제자로 보타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입니다.”
“응. 걱정 마.”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서자 막평을 비롯한 세 명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흑마련 쪽에서도 유빙화를 제외한 모두가 뒤로 멀찍이 물러섰다.
<그녀와 겨루다>
“패왕마전대의 대주 강무진이오. 잘 부탁하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유빙화에게 도를 겨누었다. 그리고 유심히 유빙화를 살피기 시작했다.
유빙화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이 컸다.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어서 내리고 간편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런 허름한 복장에도 유빙화는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다만 무표정하니 냉기를 풀풀 날리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그렇게 유빙화를 살피던 강무진은 순간 유빙화의 얼굴이 왠지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다. 저런 미인을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봤었지?’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빙화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보타문의 유빙화예요.”
누가 들어도 기분이 좋아질 아주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혹시 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소?”
강무진은 아무리 봐도 낯이 익은 유빙화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강달무를 비롯한 모두가 씨익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크큭. 대주는 저 상황에서도 수작을 거는군.’
그런 강무진의 물음에 유빙화가 냉랭히 대답했다.
“없어요.”
이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도를 유빙화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유빙화도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 강무진에게 겨누었다.
유빙화의 도는 보기에는 투박스러워 보였으나 강철도 끊어내는 날카로운 보도(寶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상대를 틈을 찾기 시작했다.
유빙화가 보기에 강무진은 틈이 없었다. 아니, 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커다란 도에 몸이 모두 가려 틈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에 일단은 강무진이 어떻게 공격해 오나 기다렸다가 맞받아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무진은 유빙화가 도를 겨누면서 기세를 일으키는 순간 자신보다 몇 단계는 윗줄의 고수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그 정도의 기세라면 사부인 적상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운무와는 비견될 정도였다.
‘젠장! 금강불괴신공을 믿는 수밖에…….’
“하앗!”
선공은 강무진이 먼저였다.
강무진이 유빙화에게 한걸음에 다가서며 힘찬 기합과 함께 그 커다란 도를 한껏 들어 올린 후 무서운 기세로 내려쳤다. 단순하지만 빠르면서도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유빙화는 그런 강무진의 공격을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강무진의 커다란 도가 코앞까지 도달하는 순간, 도를 휘둘렀다.
깡!
“헛!”
유빙화의 도는 강무진이 휘두른 도의 옆면을 정확히 쳐냈다.
그러자 강무진의 도가 옆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땅에 꽂혔다.
그 순간이었다.
퍼억!
“크윽!”
강무진이 유빙화의 도에 맞고 뒤로 나가떨어지며 땅을 몇 번이나 굴렀다.
강무진의 도가 옆으로 흐르는 순간 틈이 크게 드러나자 유빙화가 망설임 없이 도를 휘둘렀던 것이다.
그러나 유빙화는 목을 칠 수도 있었음에도 일부러 어깨를 쳤다. 죽이기보다는 팔 하나로 끝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크크큭. 역시 나찰선녀 유빙화로군. 패왕마전대의 대주를 단 1초식 만에 저렇게 만들다니.’
흑마련주 구소단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뒤로 나가떨어져 땅을 서너 바퀴나 구른 강무진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스윽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헉!”
그것을 보고 구소단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그만한 위력이라면 팔이 날아가거나 어디 뼈라도 하나 부러져야 정상이건만 강무진은 멀쩡히 일어나 옷의 먼지를 털고 있었던 것이다.
유빙화도 그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리는 것으로 봐서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강무진을 칠 때 분명 손에 묵직한 감이 있었다. 타격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멀쩡하게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철포삼 같은 외가기공을 익혔다더니 정말인가 보군. 그렇다면 몸 안까지 충격을 줘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 유빙화가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유빙화는 보타문 최고수라는 구해신니의 제자로, 이미 절정의 반열에 오른 고수였다.
게다가 유빙화는 보타문의 삼대무학 중 파괴력이 가장 강하다는 참뢰항마도법(斬雷降魔刀法)을 극성까지 익힌 상태였다.
참뢰항마도법이라면 상대의 외가기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충분히 부수고도 남을 일이었다.
강무진은 유빙화가 휘두른 도의 위력이 생각보다 강하자 이번 싸움이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유빙화가 휘두른 도의 위력은 황삼위가 도끼를 전력으로 휘둘렀을 때의 위력하고 비슷했다.
그렇다는 것은 유빙화가 전력을 다한다면 자신의 금강불괴신공이 깨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젠장! 간다앗!”
천천히 두세 걸음을 걸어가던 강무진이 순간 크게 외치면서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면서 그 커다란 도를 힘껏 내려쳤다.
붕마도법의 열두 가지 초식 중에 붕마일참(崩魔一斬)이라는 단순한 초식으로, 아까 썼던 것과 같은 초식이었다.
까깡!
유빙화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강무진이 휘두른 도의 옆면을 도로 후려쳐 옆으로 튕겨버린 후 이번에는 강무진의 목을 노리고 힘껏 도를 휘둘렀다.
퍼억!
“크흑!”
얼결에 팔을 올려 그것을 막아낸 강무진은 또다시 뒤로 3장이나 나가떨어지며 땅바닥을 굴렀다.
‘크윽! 굉장한 위력이다.’
그랬다. 강무진의 금강불괴신공이 한 단계 더 올라서 있지 않았다면 방금 일격에 피를 토해냈을 것이다.
지금도 얼결에 막아낸 팔이 저릿저릿한 것이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도를 땅에 내린 상태에서 손을 올려 잡고 있는 척했다.
그러나 유빙화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내지는 못했다.
‘훗! 방금 건 조금 충격이 있었나 보군.’
사실 유빙화는 생각보다 단단한 강무진의 몸을 보며 조금 놀랍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강무진이 비록 몸은 단단할지 모르나 다른 것들은 형편이 없어 보였다.
실전에 과연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저 커다란 도(刀)도 그렇고, 그래서인지 위력만 앞세운 도법에, 고수를 상대로 한 번 실패한 초식을 다시 쓰는 아둔함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흐아아압!”
그때 강무진이 빠르게 달려가며 또다시 같은 초식을 써 위에서 아래로 힘껏 도를 내려쳤다.
“흥!”
까까깡!
퍼억!
“크억!”
결과는 같았다. 강무진은 또다시 유빙화의 1초식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번에는 정확히 목을 쳤고, 아까보다 손맛이 묵직했다.
이에 유빙화는 강무진이 아까처럼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커다란 바위도 두 쪽을 낼 위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유빙화의 착각이었다. 강무진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스윽 일어나더니 빠르게 달려오며 아까와 같은 초식으로 또다시 유빙화를 공격했다.
“하앗!”
까깡!
퍼억!
“크윽! 아직이다! 하앗!”
까깡!
퍼억!
“이 정도로는 끄떡 않는다! 하앗!”
까깡!
퍼억!
“크윽!”
그렇게 강무진은 계속 유빙화의 1초식에 나가떨어지면서도 멀쩡히 일어나 여전히 같은 초식을 쓰며 덤벼들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들 안타까운 시선으로 강무진을 바라보았다.
“부대주.”
그때 강달무가 막평을 부르자 멍하니 싸움을 보고 있던 막평이 대답을 했다.
“응?”
“저거, 대주님이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이 대주의 본실력은 아닐 거야.”
“그렇겠지요?”
“그렇겠지?”
강달무가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묻는 말에 막평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대답이 의문형으로 되었다.
까깡!
퍼억!
“크으윽! 헉! 헉!”
몇 번이나 그렇게 나가떨어졌는지 모른다. 강무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유빙화를 노려봤다.
유빙화도 어느새 조금씩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것을 감추려고 계속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으나 가슴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도를 그렇게 맞고도 계속 일어서는 강무진이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 심적 부담감을 안고 조금씩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 후욱.’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강무진이 몸에 두르고 있던 묵갑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들이 쿵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유빙화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잠시 빛냈다.
뒤쪽에 있던 정소옥도 놀란 눈을 하며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저 사람은… 정말 대단하구나. 저 정도의 무게라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백 근은 넘는다. 저런 것을 여태까지 아무렇지 않게 차고 있었다니.”
정소옥이 그렇게 강무진을 칭찬하는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용보아는 괜히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속마음과는 반대로 엉뚱한 말이 나왔다.
“흥!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요. 아직까지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수련하는 사람이 있다니. 참내.”
“그렇지 않다, 보아야. 그는 지금까지 대사저의 참뢰항마도를 몇 번이나 맞고도 멀쩡하지 않니? 게다가 저렇게 무거운 것을 몸에 차고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였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쳇!”
정소옥의 말에 용보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대로 할 모양이군.”
황삼위의 말에 옆에 있던 이이책이 말없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묵갑을 모두 풀어낸 강무진은 몸이 깃털처럼 가벼운 것을 느꼈다.
이에 제자리에서 가볍게 몇 번 뛰어보던 강무진이 눈을 빛내면서 그 커다란 도를 꽉 움켜잡으며 외쳤다.
“좋아! 다시 시작해 볼까? 흐랴아아앗!”
까깡!
“흡!”
엄청난 속도였다. 강무진은 이번에도 여태까지 쓰던 붕마일참 초식으로 공격을 했다.
그러나 짓쳐들어오는 속도가 달랐고 도가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달랐다.
그것을 유빙화도 알고 있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여태까지 은근히 강무진을 깔보고 있었던데다 계속 같은 초식을 같은 방법으로 몇 번이나 받아쳤더니 자신도 모르게 이번에도 같은 반응이 나갔던 것이다.
강무진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걸 노리고 그렇게 계속 같은 초식을 쓰며 덤벼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반응이 한 박자 늦자 유빙화는 강무진이 휘두르는 도를 제대로 튕겨내지 못하고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간발의 차이로 강무진의 도가 유빙화의 코앞을 스치며 떨어져 내렸다.
후우우웅!
그렇게 떨어졌던 도가 순식간에 다시 위로 튕겨 올라왔다. 그것을 유빙화가 계속 뒤로 물러나면서 간신히 피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