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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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6화
46화
“아……. 바, 반갑소이다.”
“반갑소.”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나자 정소옥이 강무진을 보며 물었다.
“정말 흑마련과 이렇게 싸울 생각이에요?”
“가장 확실한 방법이오. 흑마련주가 진정한 남자라면 나타날 것이오.”
“풋! 그렇군요. 그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당연히 남자 대 남자로 한번 붙을 생각이오.”
강무진이 그런 말을 할 때였다. 강무진의 뒤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 그건 네놈의 희망사항이겠지.”
강무진이 뒤를 돌아보자 전에 협곡에서 봤던 흑마삼귀와 수십여 명의 흑마련 사람들이 보였다.
“훗! 아마 오늘쯤에는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소. 반갑소. 난 패왕마전대의 대주 강무진이라고 하오.”
강무진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흑마삼귀가 인상을 살짝 썼다.
강무진이 왠지 낯이 익었지만 누군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협곡에서는 워낙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강무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항주 한복판에서 저런 건방진 문구를 걸고도 무사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흑마삼귀 중 도귀가 나서며 말하자 강무진이 말했다.
“문구가 좀 과했다면 이해해 주시오. 그대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런 거요. 그런데 흑마련주는 어느 분이오?”
“흥! 련주님은 이런 일로 모습을 보이는 분이 아니시다.”
“음, 역시 문구가 좀 약했던 모양이군.”
강무진이 혼잣말을 하듯이 말하더니 뒤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이 조장! 문구를 좀 고쳐야겠어. 이렇게 한번 적어봐. 흑마련주 구소단! 삼대를 빌어먹을 개자식아. 쥐새끼처럼 숨어서 지내니까 좋으냐? 남자답게 나타나서 한번 붙어보자. 거시기가 없는 계집이면 차라리 나타나지 마라라고 말이야.”
“크크큭!”
“풋!”
강무진의 말에 뒤에 있던 네 명은 물론이고 정소옥과 용보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강무진의 앞에 있는 흑마삼귀의 표정은 마치 악귀와 같이 변해가고 있었다.
“이 개자식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랏!”
흑마삼귀 중 성격이 급한 검귀가 순간 검을 뽑아 강무진의 목을 베어갔다.
“조심!”
“꺄악!”
그렇게 검귀의 검이 강무진의 목을 베는 순간이었다.
깡!
“헛!”
검귀는 마치 바위를 때린 것 같은 느낌에 손이 짜르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야 협곡에서 강무진과 싸웠던 기억이 났다.
“네, 네놈은 그때의…….”
검귀가 잠시 틈을 보이는 순간 강무진은 잽싸게 검귀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이놈! 손을 놓아라!”
그 순간 도귀가 어느새 도를 뽑아 들고 바짝 다가오며 검귀의 목을 움켜잡고 있던 강무진의 팔을 내려쳤다.
깡!
“크억!”
“헛!”
도귀가 그렇게 강무진의 팔을 내려치자 검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더 힘이 들어갔고 이에 검귀가 괴로워하며 신음 소리를 냈다.
그리고 도귀 역시 검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도가 튕겨 나오며 손이 짜르르 울리자 순간 틈을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무진이 도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헉!”
그리고는 힘껏 잡아당겨 검귀의 얼굴에 박았다.
퍼억!
“크윽! 이 자식이!”
도귀가 강무진의 손을 잡아떼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머리카락은 한 번 잡히면 잘라내기 전까지는 쉽게 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강무진은 도귀의 머리를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었다. 이에 도귀는 정신없이 이쪽저쪽으로 끌려 다녀야 했다.
그사이에 검귀와 도귀가 강무진을 향해 정신없이 검과 도를 휘둘렀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 충격으로 강무진의 몸이 뒤로 밀릴 때마다 머리가 뜯겨나가는 고통으로 몸을 떨어야 했다.
퍼억!
그때 강무진이 다시 검귀의 얼굴에 도귀의 머리를 가져다 박아버리자 검귀의 머리가 뒤로 홱 젖혀지며 쌍코피를 쏟아내었다.
두 사람이 부딪치는 충격으로 인해 강무진은 잡고 있던 검귀의 목을 놓쳐버렸다.
그러자 강무진은 재빨리 손을 뻗어 이번에는 검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빙빙 돌리며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검귀는 도귀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도귀의 머리와 부딪치기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검귀와 도귀는 끊임없이 강무진을 향해 검과 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강하게 치면 강무진이 뒤로 밀려나며 잡혀 있는 머리가 당겨졌기 때문에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에 강하게 치기보다는 베거나 찌르려고만 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강무진을 전혀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크으, 완전히 개싸움이로군. 보는 내가 다 쪽팔리는군.’
막평을 비롯한 네 명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못 들었고 그건 흑마련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참다못한 흑마삼귀 중 하나 남은 창귀가 기합을 지르며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이노옴! 손을 놓아라!”
후우우웅!
회심의 일격이었다.
창귀의 창이 공중에서 무서운 소리를 내며 강무진의 가슴을 향해 곧장 찔러 들어갔다.
카가각!
창을 미처 피하지 못한 강무진이 그 위력에 밀리면서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검귀와 도귀의 머리카락을 콱 움켜잡고 있었기 때문에 검귀와 도귀도 덩달아 날아가면서 넘어져 버렸다.
그러자 그 순간 뿌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검귀와 도귀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뽑혀버렸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그 고통에 두 사람이 머리를 잡고 구르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때 뒤로 날아가 땅을 구르던 강무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더니 도귀와 검귀를 마구 발로 밟기 시작했다.
“저, 저놈이……. 하앗!”
그것을 보고 흥분한 창귀가 다시 창을 힘껏 찔러 넣었고, 그것을 맞은 강무진은 또다시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멀쩡하게 일어나서 다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도귀와 검귀에게 다가가 발길질을 했다.
이에 창귀가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창을 찔러 넣었다.
“흐아앗!”
퍼어억!
그것을 제대로 맞은 강무진이 아까보다 더 멀리 나가떨어지며 땅을 굴렀다.
그것을 보고 순간 이이책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뛰어나가려고 했으나 이이책이 그런 그들을 말렸다. 용보아 역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무진을 보고 있었다.
그때 강무진이 무표정하게 벌떡 일어나더니 여전히 창귀는 무시한 채 또다시 도귀와 검귀에게 다가가 패기 시작했다.
“헉! 헉! 뭐,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창귀는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지금 그곳에서 그들의 싸움을 보고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도 창귀는 계속 있는 힘을 다해 강무진을 찔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강무진은 멀쩡히 일어나서 도귀와 검귀를 팼다.
그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검귀와 도귀가 완전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강무진이 창귀를 휙 바라봤다.
이에 강무진에게 창을 찔러가던 창귀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며 몸을 떨었다.
그것이 실수였다.
그사이에 강무진이 창귀에게 바짝 접근해 창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것이다.
“크윽! 이 자식이!”
창귀는 순간 틈을 보인 것을 후회하면서 들고 있던 창으로 강무진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의 주먹이 먼저였다. 강무진의 주먹이 보기 좋게 창귀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크윽!”
강무진의 주먹에 머리가 뒤로 휙 젖혀지려고 했으나 강무진이 창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에 얼굴과 머리에서 동시에 지독한 통증이 왔다.
퍼억!
퍼억!
강무진은 쉬지 않고 창귀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강무진이 주먹을 뒤로 확 젖힌 상태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힘껏 휘둘렀다.
퍼억!
그러자 그것을 맞은 창귀의 머리가 뒤로 완전히 젖혀지면서 머리카락이 우두둑 소리를 내면서 뜯겨져 나갔다.
꿀꺽!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괴물이었다. 자신들이 보기에 강무진은 괴물이었다.
도대체 몸을 어떻게 단련시키면 그런 공격을 받고도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단 말인가?
강무진이 손에 있던 창귀의 머리카락을 털어버리면서 흑마련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겁을 먹고 멈칫거리던 흑마련 사람들이 슬슬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흑마련 사람들을 보면서 강무진이 말했다.
“가서 너희 련주에게 전해. 내가 일대일로 한번 붙고 싶어 한다고. 항주를 걸고 한번 붙어보자고 말이다. 그때까지 저 세 놈들은 인질이다. 어서 가봐.”
강무진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며 서로 눈치를 보던 흑마련 사람들이 곧 우르르 몰려가 버렸다.
강무진이 옷을 탁탁 털면서 막평을 비롯한 네 사람을 보며 말했다.
“저 세 놈들 이리로 데려와서 치료해 줘. 필요하면 이곳으로 의원도 부르고.”
강무진의 말에 황삼위가 나서며 말했다.
“꼭 그래야 합니까? 저놈들 손에 죽은 대원들이 제법 됩니다.”
“사적인 감정은 일단 접어둬. 뭐 해? 빨리 움직여.”
“네!”
그렇게 네 사람이 후다닥 뛰어가자 강무진이 정소옥과 용보아를 보면서 말했다.
“조금 험한 꼴을 보여줬군요.”
“아! 아니에요. 이번에 견식을 많이 넓혔어요. 그런데…….”
정소옥이 뭔가를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용보아가 정소옥의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그게 무슨 무공이죠? 어떻게 그렇게 당하고도 멀쩡할 수 있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용보아가 묻자 강무진은 그런 용보아의 모습에서 다시 주소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용보아의 머리로 손을 뻗다가 흠칫 놀라 손을 거두며 말했다.
“아! 미안! 하하. 그거야 수련을 했으니까 그렇지.”
용보아는 강무진의 행동에서 뭔가 모를 아쉬움이 드는 것을 느꼈다.
“흥! 아무리 몸이 단단하다고 해도 대사저한테는 안 통할걸요. 조심하는 게 좋아요. 가요, 사저.”
용보아가 뭐에 심통이 났는지 뾰로통해서 정소옥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응? 그래. 그럼 다음에 뵐게요, 대주님.”
“알겠소. 다음에는 차라도 한 잔 대접을 하겠소.”
강무진이 포권을 취하며 말하자 정소옥이 예를 받으면서 말했다.
“네. 기대하고 있겠어요. 그럼.”
그렇게 말한 정소옥이 용보아를 보며 말했다.
“사매도 인사를 해야지.”
“흥!”
용보아는 뭐가 못마땅한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얘가 정말…….”
“빨리 가요. 대사저가 기다리겠어요.”
용보아가 그렇게 정소옥의 팔을 잡아끌자 정소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끌려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강무진이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강달무가 다가오며 말했다.
“두 사람 다 상당한 미인입니다. 흐흐. 누구한테 관심이 있는 겁니까? 역시 좀 버릇은 없지만 귀여워 보이는 용 소저입니까?”
“응? 하하.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요. 어서 말해 보십시오.”
“아니래도 그러네.”
강달무의 물음에 강무진이 난처한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