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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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5화
45화
타타타탕!
그러자 다섯 개의 암기들이 앞쪽에 있던 벽에 가서 꽂혔다.
“으앗!”
그때 그곳을 지나던 황삼위가 갑자기 날아온 암기에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뒤따라오던 사람을 밀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뒤로 밀리면서 그 뒤에 있던 두 명의 사람들과 부딪쳤고 이에 하마터면 모두 넘어질 뻔했다.
그것을 보던 강무진의 머릿속에 순간 뭔가 스쳐 지나갔다.
“아! 놀래라. 거 좀 조심해서 던지십시오. 하마터면 맞을 뻔했잖습니까?”
“그거 다시 해봐.”
“네? 뭘 말입니까?”
“방금 한 거 말이야.”
“……?”
강무진이 뭔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황삼위가 그저 강무진을 바라보고만 있자 강무진이 황삼위에게 가서 아까처럼 뒤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서게 했다.
“그 자세에서 뒤에 있는 사람을 아까처럼 미는 거야. 알았지?”
“예?”
“아까처럼 하라고, 아까처럼.”
그래도 황삼위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자 강무진이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황삼위의 머리를 노리고 힘껏 내려쳤다.
“헛!”
그러자 황삼위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뒤로 물러섰고 그러자 뒤에 있던 사람과 몸이 부딪쳤다. 이에 몸을 부딪친 사내가 아까처럼 뒤로 밀리면서 그곳에 있던 두 명의 사내들과 함께 또다시 넘어질 뻔했다.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강무진이 눈빛을 빛내면서 손뼉을 탁 하고 쳤다.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 푸하하하. 황삼위! 아구! 귀여운 것! 네 덕분이다!”
강무진이 뛸 듯이 기뻐하면서 황삼위를 껴안자 황삼위는 영문도 모른 채 그냥 덩달아 기뻐했다.
그 일로 인해 강무진은 천변결의 마지막 단계인 격산타우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뭔가를 알아냈다고 해서 바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강무진이 알아낸 것은 아주 작은 실마리일 뿐이었다. 그러니 꾸준히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해야 뭔가가 얻어지는 것이다.
이에 강무진은 잠을 줄여가면서 밤낮으로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강무진은 막평을 비롯한 조장들만 데리고 항주 시내로 나갔다.
“저, 정말 이런 것으로 가능하겠습니까?”
황삼위가 영 못 미더운 얼굴로 강무진에게 물었다. 그러나 강무진에게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휴, 대주님이 설마 이런 유치한 방법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는 강달무가 투덜대듯이 말했다.
“항주는 이제 흑마련으로 바글바글할 텐데 이러고 가서 살아올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이이책조차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
그리고 막평은 그냥 말이 없었다. 이미 세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이다.
그때 강무진이 멈추어 서며 말했다.
“여기가 좋겠군. 깃발 꽂아.”
강무진의 말에 황삼위와 강달무가 잠시 미적대다가 곧 들고 있던 깃발을 꽂았다.
깃발은 그들의 키보다 두 배 정도는 높았고 긴 천이 세로로 매달려 있었으며 그곳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흑마련주 구소단 개자식아! 숨어 있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서 한판 뜨자!
이것이 두 개의 깃발에 나누어 쓰여 있는 문장이었다. 그런 깃발을 지금 항주 시내의 대로에,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곳에 꽂아놓은 것이다.
“의자.”
강무진의 말에 막평이 들고 있던 의자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강무진이 팔짱을 끼고 턱 하니 앉아서 한쪽 발을 무릎에 척 하니 올려놓았다. 보기에 상당히 건방진 자세였다.
그리고 그 뒤에 막평과 황삼위, 그리고 강달무와 이이책이 섰다.
그러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모두들 그들을 바라봤다. 어떤 사람은 겁을 먹은 듯 슬슬 피해 가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재미있다는 듯 실소를 흘리며 가기도 했다.
강무진은 그런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고 농담도 하며 마치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뒤에 서 있는 네 사람은 얼굴이 후끈거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체면에 죽고 사는 그들이건만 대로에서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렇게 한 시진 정도 앉아 있자 이제는 사람들이 멀리서 둥그렇게 그들을 에워싸고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기 시작하자 먹을 것을 파는 사람들도 이쪽으로 이동해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자 강무진의 뒤에 서 있는 네 사람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끄응,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강달무의 물음에 강무진이 앞에 있던 아가씨와 눈길을 주고받다 손을 흔들며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놈들 나타날 때까지.”
“밥은 어떻게 합니까?”
“주위에 먹을 것 파는 사람들 많잖아.”
“설마 이 자리에서 먹을 겁니까?”
“당연하지.”
“끙.”
강달무가 조용해지자 이번에는 황삼위가 물었다.
“잠은 어떻게 합니까? 설마 잠도 여기서 잘 건 아니죠?”
“아니긴. 여기서 자야지. 그 거적때기는 멋으로 가져온 줄 알아?”
“헉!”
황삼위마저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이이책이 물었다.
“놈들이 머릿수로 밀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땐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
“잘 타일러서 협상을 해야지.”
“협상이 안 되면요?”
“그래도 잘 이야기해 봐야지.”
“그래도 안 되면?”
“다 방법이 있어.”
“끙!”
이이책마저 입을 다물어 버리자 이제 남은 것은 막평뿐이었다.
이에 세 사람이 막평을 바라봤으나 막평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자신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이미 세 사람이 다 물어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그러고 있었지만 흑마련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깔아.”
그때 강무진이 한마디 하자 이이책이 들고 왔던 커다란 거적을 땅에다 깔았다. 그러자 강무진이 거기에 누우면서 말했다.
“음, 이 정도면 좋군. 한 명만 남고 나머지는 이리 와서 쉬어.”
강무진의 말에 네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저으며 동시에 대답했다.
“됐습니다.”
“그래? 지금 안 쉬어두면 나중에 후회할 텐데.”
강무진이 그런 말을 하며 옆으로 누워 팔베개를 하고 웅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제길! 길거리에서 저러고 잘도 잠이 오나 보군.’
강달무는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흑마련주를 만나다>
“뭐야? 그러니까 달랑 다섯이서 길 한복판에서 그러고 있단 말이지?”
검은색 장삼에 뾰족한 삼각 수염을 코와 턱에 길러 얼굴이 상당히 날카로워 보이는 사내가 앞에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이 사내가 바로 흑마련주인 구소단이었다.
“그렇습니다.”
대답을 하는 사내 역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뭔가 세상사를 다 달관한 듯한 표정의 사내였다.
이 사내가 바로 흑마련의 하나뿐인 책사 봉작이었다.
“흐음, 썩을 놈들. 뭐라고 써 있다고 그랬지? 나하고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사실 욕지거리도 적혀 있었지만, 차마 그것까지 보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놈들은 분명 저번 협곡에서 우리가 많은 손해를 봤다는 걸 알고 그러는 걸 거야. 하지만 그놈들 역시 만만찮은 손해를 봤을 텐데 이렇게 나오다니, 새로 온 그 대주란 놈이 보통 인물이 아닌 모양이군. 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한다.”
사실이 그랬다. 협곡에서 패왕마전대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히기는 했지만 협곡이 무너져 내리면서 흑마련 역시 커다란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이에 패왕마전대를 끝까지 몰아붙여 완전히 밀어낼 기회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소단이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며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다 멈추어 서서 잠시 천장을 보더니 다시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구소단이 드디어 뭔가 결정을 내린 듯 말했다.
“그놈들이 그러고 있는데 우리 쪽에서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알 거야. 그럼 놈들이 우리를 얕잡아 보겠지?”
“그렇습니다.”
봉작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일단 놈들이 정말 다섯 명뿐인지 알아봐야겠다. 뭔가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습니다.”
봉작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함정이 아니라면 그땐 흑마삼귀를 보내야겠지? 흑마삼귀한테 쓸 만한 놈들을 데리고 가서 그놈들을 모두 쓸어버리라고 말이야. 크크크.”
“그렇습니다.”
또다시 같은 대답을 한 봉작이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군. 도대체 난 왜 고용을 한 거야? 쯧, 하긴 난 봉급만 받으면 그만이지.’
봉작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흑마련주인 구소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또다시 같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습관에 의한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강무진이 그렇게 대로에 나온 지 3일이 지났을 때였다. 낯익은 얼굴의 두 여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 절강삼화?”
강달무가 그 여인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는 이이책을 바라보자 이이책이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절강삼화 중 둘째와 셋째인 정소옥과 용보아였던 것이다.
“하아,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여기서 이러고 있었네.”
용보아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강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웃으면서 용보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또 보네.”
강무진은 용보아를 볼 때마다 자꾸 사매인 주소예의 모습과 겹치는 것을 느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주소예를 대하던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아! 하지 마요.”
순간 용보아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강무진의 손을 떨쳐냈다.
“응? 아! 미안!”
‘오호, 저것 봐라. 제법 기술이 있잖아.’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강달무가 의외라는 듯 속으로 생각했다.
보기에는 숙맥 같았는데 하는 행동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뵙는군요, 대주님.”
정소옥이 포권을 취하며 말하자 강무진도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그렇군요, 정 소저.”
“뭐예요? 왜 나한테는 그렇게 인사 안 해요?”
그것을 보고 용보아가 투정 부리듯이 말하자 강무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정소옥을 보며 물었다.
“항주에는 무슨 일로 오셨소?”
“왜 오긴요? 당신이 그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설마 하고 와본 거지. 나 참! 길거리에서 창피하게 그게 뭐 하는 짓이에요? 어린애들도 아니고.”
정소옥이 말할 새도 없이 용보아가 그렇게 핀잔하듯이 말하자 강무진을 제외한 네 명의 얼굴이 순간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그렇잖아도 대로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는데 나이 어린 용보아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보아야,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에요. 사저, 사저도 봐봐요.”
“그만! 이번에는 대사저도 같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정소옥의 말에 용보아가 저번과는 다르게 찔끔하는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죄송해요, 대주님.”
“아니오. 괜찮소. 하하. 아참! 여기 우리 조장들하고도 인사를 하시오. 여기가 부대주인 막평이고 이쪽이 강달무, 그리고 황삼위, 마지막으로 이이책은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을 것이오.”
“네. 모두들 반갑습니다. 정소옥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