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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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3화
43화
그렇게 강무진의 얼굴이 나타나자 초연이 재빨리 강무진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 아직 살아 있다!’
어떻게 그 흙더미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나 지금 강무진은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이에 초연은 더 빠르게 손을 움직여 강무진의 몸을 파냈다. 그리고 강무진의 몸을 모두 파내자 등에 업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강무진은 눈을 뜨자 낮선 곳에 자신이 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보는 천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끄응.”
“어머! 아직 일어나면 안 돼요.”
강무진이 무리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옆에 있던 여인이 강무진의 몸을 잡으면서 말렸다.
강무진은 가만히 그 여인을 바라봤다. 여인은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야시시하면서도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기녀인가?’
강무진이 알기로 보통 저런 모습의 여인은 기녀일 경우가 많았다.
“여기가 어디지?”
“만월루(滿月樓)예요.”
역시 강무진의 짐작대로였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끙!”
“어떤 젊은 공자가 이곳에 데려다 놓고 갔어요.”
“그래?”
“네.”
강무진은 온몸에서 밀려오는 통증으로 인해 살짝 인상을 쓰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때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그때 협곡의 벽을 보면서 아수라패왕권으로 충분히 무너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곡이 밑에서 위로 갈수록 역삼각형으로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에 밑에 충격을 가하면 윗부분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윗부분만 무너져 내린다면 그동안 자신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대충 계산이 서자 전력을 다해 아수라패왕권을 펼쳤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강무진이 아수라패왕권을 전력으로 펼쳐본 것은 겨우 한 번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운무가 죽을 때 수신호위에게 딱 한 번 펼쳤던 것이 다였다. 그래서 아수라패왕권을 전력으로 펼쳤을 때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신조차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협곡의 벽을 아수라패왕권으로 쳤을 때 강무진은 당연히 생각대로 윗부분부터 무너져 내릴 줄 알았다.
그러나 너무 강한 아수라패왕권의 위력에 협곡의 벽이 아래위에서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미처 피할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 강무진은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벽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강무진에게 떨어져 내렸다.
강무진은 그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 문득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금강불괴신공의 연공이었다.
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충분히 금강불괴신공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흙더미는 강무진의 전신을 덮쳐 누르고 있으니 더없이 좋지 않은가?
그때 누군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순간 강무진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에 정신을 잃었다.
강무진은 마지막에 봤던 누군가가 초연인 것 같았다.
그러나 강서성의 기루에 있어야 할 초연이 그곳에 나타날 리는 없지 않은가?
이에 자신이 분명 잘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살아 있지?’
강무진은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 이건……. 설마?’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달리 여길 수가 없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생각해 낸 것이 성공을 한 것이다.
그랬기에 강무진은 그 흙더미에 묻혀서도 살아 있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도왔군. 하늘이 도왔어.’
뜻하지 않은 성과에 강무진은 약간 흥분을 하다가 옆에 있던 기녀에게 말했다.
“저기, 부탁이 있어.”
“에? 말씀만 하세요. 당신을 이곳에 부탁하고 간 공자가 돈은 넉넉히 주고 갔거든요.”
기녀가 생긋 웃으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약재들을 좀 사다가 약을 달여줬으면 해.”
“네? 호호. 그 정도야 뭐. 어떤 약을 달여드릴까요?”
“여러 가지를 사와야 하니까 적어야 할 거야.”
“그럼 잠시만요.”
기녀가 그렇게 말하고는 금방 지필묵을 들고 왔다. 이에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수련할 때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만들 수 있는 약재들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그것을 꼼꼼히 다 적은 기녀가 웃으면서 약재들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강무진은 그때의 일이 다시 생각났다.
‘설마……. 진짜 초연은 아니었겠지? 에이, 설마……. 그나저나 날 이곳까지 데려다 준 사람은 누구일까?’
강무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급하게 자신의 품을 만져보았다.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열화마결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그때 자신이 입고 있던 그 옷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갈아입힌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강무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을 둘러봤다.
한쪽에 강무진이 그 당시에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열화마결은 보이지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그때 파묻히면서 흘린 건가? 그것이 아니면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은 자가 가져갔나?’
이랬든 저랬든 열화마결이 없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침착하자. 일단은 그 기녀가 돌아오면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한참이 지나서 약재를 사러 갔던 기녀가 돌아오자 강무진은 다급하게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기녀의 말로는 자신이 강무진의 옷을 갈아입혔지만 그런 책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강무진을 이곳에 데려다 준 사람은 상당히 젊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죽립을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젠장,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구나.’
잠시 허탈한 심정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강무진은 쉬이 아쉬운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멍하니 있던 강무진은 곧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없어진 것.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갈고닦는 수밖에 없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그러면…….’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던 강무진은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만월루에서 한 달이나 머문 강무진의 몸은 이제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금강불괴신공이 한 단계 더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에 강무진은 기루를 나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협곡으로 갔다. 그리고 반나절 동안 땅을 헤집으며 열화마결을 찾아봤지만 헛일이었다.
‘훗! 바보 같긴.’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협곡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자신이 벗어두었던 묵갑이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쳇!”
그것을 보자 순간 강무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묵갑을 챙겨 든 강무진은 항주 외곽에 있는 사당을 찾아 나섰다. 그때 송편한테 정확한 위치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패왕마전대는 한 달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그 낡은 사당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강무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자 그를 본 몇몇 대원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어! 저, 저…….”
“……!”
“헉! 대주!”
사당 밖에 있던 송편도 가까이 다가오는 강무진을 보고는 놀라서 헐레벌떡 강무진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대, 대주! 무사하셨군요.”
“응. 운이 좋았어.”
“씨이, 이렇게 무사한데 조장은 그때 대주가 죽었다고, 자신의 눈으로 봤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 송편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아참! 내 정신 봐. 대주가 돌아왔다! 모두들 나와봐!”
송편이 그렇게 크게 외치자 사당 안에서 패왕마전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강무진을 보고는 모두 놀란 눈을 했다.
“헛! 대, 대주!”
이이책 역시 놀란 눈으로 강무진을 보고 있다가 곧 강무진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대주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그것을 보고 패왕마전대 사람들이 또다시 놀란 얼굴을 했다.
여태까지 이이책이 강무진을 대주로 인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운무의 유언 때문이었지 강무진을 보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이이책은 강무진을 여태까지와 다르게 대주가 아니라 대주님이라 부르며 존중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강무진을 패왕마전대의 대주로 완전히 인정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때 황삼위까지 이이책의 옆으로 와서 무릎을 꿇으며 강무진을 향해 크게 외쳤다.
“대주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상황이 이러자 잠시 머뭇거리던 대원들이 하나 둘씩 이이책과 황삼위의 뒤로 와서 무릎을 꿇으며 외치기 시작했다.
“대주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그곳에 있던 모두가 강무진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막평과 강달무만은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않고 있었다.
강무진은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하며 급히 앞에 있는 이이책과 황삼위를 일으켜 세웠다.
“왜 이래? 갑자기. 빨리 일어나.”
그러자 이이책과 황삼위가 일어나며 뒤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일어났다.
그때 강무진이 가만히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막평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크윽!”
막평은 강무진이 이렇게 갑자기 주먹을 날릴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얼굴을 맞고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러자 강무진이 다시 한 번 막평을 힘껏 후려쳤다.
퍼억!
그걸 막평이 턱에 제대로 맞으며 뒤로 넘어지자 강무진이 재빨리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욕을 하며 주먹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빙신 같은 새끼야! 너 때문에 사람들이 다 죽었잖아! 씨바! 죽어! 죽어!”
“헉!”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행동에 놀라 후다닥 뛰어가 강무진을 말렸다.
강무진은 사람들에 의해 뒤로 끌려나오면서도 손발을 휘두르며 욕을 해댔다.
“놔! 이거 놔! 등신 같은 놈! 딱 보면 함정인 거 몰랐어! 빙신아! 이거 놔!”
“진정하십시오, 대주님!”
“제발 진정 좀 하세요!”
그때 강무진이 자신을 잡고 있던 사람들의 손을 확 뿌리치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진정할게, 진정. 휴우, 그럼 됐지?”
사람들은 강무진이 조금은 진정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그 순간 강무진이 다시 막평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멍청한 새끼! 죽어! 죽어!”
“헉!”
그걸 보고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강무진을 억지로 막평에게서 떼어놓았다.
“놔! 저 새끼 죽여버릴 거야! 놔아앗!”
강무진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끌려나오면서도 끝까지 욕을 하며 한 대라도 더 때리기 위해 악을 썼다. 그렇게 사람들에 의해 뒤로 완전히 끌려나오자 조금 진정한 듯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씩! 씩! 알았어. 이제 진짜 그만 할게. 그러니까 이것들 다 놔.”
그러나 강무진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강무진이 또다시 날뛸까 봐 잡고 있는 손을 쉬이 놓지 않았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들의 손을 확 뿌리치며 외쳤다.
“진정한다 그러잖아!”
이에 모두들 손을 놓자 강무진은 말없이 사당의 구석으로 갔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강무진이 이제 진짜로 좀 진정을 하며 어느 정도 이성을 찾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