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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40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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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40화

 40화

 

막평의 말에 모두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두 개 조가 먼저 출발해!”

막평이 낮게 외치자 그곳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 중에 여덟 명이 일어나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협곡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려 예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데도 발소리 하나 나지 않으니 그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쉬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먼저 출발한 여덟 명의 선발대는 두 개 조로 갈라져 협곡 위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숨어 있는 적들을 하나 둘씩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흑마련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으나 협곡에는 여전히 비명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뒤를 이어 본대가 협곡 안으로 들어섰다. 협곡은 3장이 미처 안 되는 넓이로 열 명 정도가 옆으로 늘어서면 꽉 찰 정도였다.

그곳을 막평을 중심으로 한 패왕마전대가 소리 없이 달려갔다. 그들이 협곡 깊숙이 들어갔을 때였다.

“응?”

맨 앞에서 달려가던 막평의 눈에 협곡을 막고 서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패왕마전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뭐?”

이에 막평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순간 협곡을 막고 있던 사내들 중 한 명이 크게 외쳤다.

“크하하하하! 멍청한 것들! 쳐라!”

사내의 외침에 그 사내의 뒤쪽에 있던 사내들이 모두 병장기를 뽑아 들고 패왕마전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협곡이 좁아 수십여 명으로 보였던 그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무려 백여 명 가까이 되었던 것이다.

“제길! 속았다!”

막평이 급하게 멈추어 서면서 외치는 순간 그들의 뒤쪽에서도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왔다. 동시에 협곡 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돌을 굴리고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막평과 조장들이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면서 크게 외쳤다.

“당황하지 말고 맞서!”

그사이에 앞쪽에서 달려들던 흑마련 사람들은 벌써 패왕마전대의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그들을 보고 맨 앞에 있던 막평이 제일 뒤쪽으로 날아오르면서 외쳤다.

“왔던 길로 다시 뚫고 나간다!”

그러자 그 뒤를 강달무와 황삼위가 따라 이동했다. 이에 이이책이 혼자 남아서 후미를 맡게 되었다.

그 순간 그들의 코앞까지 도착한 흑마련과 패왕마전대가 서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까까까깡!

“와아아아!”

“죽여라!”

“크아악!”

그렇게 앞에서 교전이 일어나는 동안 뒤에서 달려오던 흑마련 사람들이 도착하면서 합세를 했다.

이에 패왕마전대는 앞뒤로 적에게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게다가 협곡 위에서는 여전히 쉬지 않고 돌이 굴러 내리며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완전히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지금 이곳에 모인 흑마련은 무려 사백여 명 가까이 되었다. 겨우 예순여 명의 패왕마전대를 상대하기 위해 흑마련의 모든 전력이 이곳에 모였던 것이다.

그러니 비록 패왕마전대의 무공이 흑마련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고는 하나 계속 밀리면서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젠장! 부대주! 황삼위! 나하고 길을 뚫읍시다.”

강달무가 앞에 있던 두 명의 적을 한 번의 발길질로 쓰러트리면서 말했다.

강달무는 유엽도를 주로 쓰기는 했지만 특기는 각법(脚法)이었다. 상형십팔각(像形十八脚)이라는 각법을 극한까지 익혔기 때문에 가벼운 한 번의 발길질로도 사람의 뼈를 끊어낼 정도였다.

“좋았어! 내가 먼저다!”

황삼위가 강달무의 말에 그 커다란 도끼를 윙윙 소리가 나게 휘두르며 맨 앞으로 달렸다. 그러자 그 뒤를 강달무와 막평이 받쳐주며 따랐다.

“조장이 길을 뚫는다! 모두 따라붙어!”

그렇게 세 사람이 길을 뚫기 위해 달려 나가는 것을 보고 대원 중 한 명이 소리치자 그쪽에 있던 대원들이 뒤이어 달리기 시작했다.

“밀리지 마라!”

“밀어붙여!”

까까까깡!

그때였다. 맨 앞에서 달리던 황삼위는 갑자기 자신의 도끼에 전해져오는 묵직한 충격에 뒤로 튕겨져 날아올랐다.

“뭐야?”

황삼위가 놀라서 앞을 보니 삐쩍 마른 노인 한 명이 창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헛! 창귀?”

황삼위가 노인을 알아보고 그렇게 외칠 때 뒤에 있던 강달무에게도 누군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며 크게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후우우웅!

이에 강달무가 재빨리 몸을 옆으로 날리며 그것을 피해내고는 상대가 누군지 바라봤다.

“케케케, 솜씨가 제법 늘었구나.”

강달무를 기습한 것은 보통의 유엽도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유엽도를 든 노인이었다.

노인은 체격이 좋아서 그런 유엽도가 상당히 잘 어울려 보였다.

“오랜만이군, 늙은 도귀.”

강달무가 그 노인을 향해 도를 겨누면서 말하자 노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클클, 오늘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게다.”

“흥! 해보시지!”

강달무가 그렇게 외치며 도귀를 향해 들고 있던 유엽도를 휘둘러갔다.

그렇게 황삼위가 창귀를 상대하고 강달무가 도귀와 겨루고 있을 때 막평은 또 한 명의 노인과 검을 섞고 있었다. 노인은 하얀 일자눈썹에 키가 작고 삐쩍 말랐는데 검을 쓰는 것이 이미 경지에 올라 막평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아앗!”

까까까깡!

지금 막평과 강달무, 그리고 황삼위와 싸우고 있는 세 명의 노인들은 흑마삼귀(黑魔三鬼)라고 불리는 흑마련의 최고수들이었다.

각자가 도, 검, 창을 극한까지 연공한 인물들로 쓰는 무기의 이름을 붙여 도귀(刀鬼), 검귀(劍鬼), 창귀(槍鬼)라고 불렸다.

그렇게 선두에 서서 달리던 세 사람이 멈추어 서서 흑마삼귀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하자 뒤따르던 패왕마전대 모두가 멈춰 서야 했다.

그때 협곡 위에서 화살을 날리던 흑마련 사람들이 협곡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자 패왕마전대의 허리가 끊기면서 양쪽으로 나뉘어져 버렸다.

뒤쪽에 있던 이이책은 그것을 보고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앞에서 싸우고 있는 막평과 강달무, 황삼위에게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저런 멍청한 새끼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길을 뚫고 나갈 생각을 해야지 멈춰 서서 싸우고 있으면 어쩌자는 말인가?

이렇게 좁은 곳에서 저러고 싸우고 있으면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좁은 협곡 안에서 흑마삼귀 같은 고수들과 싸우고 있으니 흑마련은 물론이고 패왕마전대도 그쪽으로 접근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쪽 길이 완전히 막힌 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협곡 위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오자 좁은 협곡 안이 사람들로 꽉 찼다.

패왕마전대가 아무리 흑마련에 비해 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좁은 협곡 안에서 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적은 수로 많은 수의 적들을 상대하려면 신법을 잘 살려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많아도 실력만 된다면 도망다니면서 한두 명씩 상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좁은 곳에서는 신법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으니 상대가 하수들이라도 저렇게 우르르 머릿수로 밀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었다.

상황이 그러하자 이이책은 반대쪽 길을 뚫을 생각도 잠시 해봤으나 곧 생각을 접었다. 협곡 안쪽에 또 어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만큼 희생을 치르면서 왔는데 다시 반대쪽으로 길을 뚫으려면 또 그만큼의 희생이 따를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대로 계속 적들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패왕마전대는 갈수록 부상자와 사상자들이 늘어가 이제는 그 수가 처음에 비해 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이이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막평과 강달무, 황삼위와 싸우던 흑마삼귀가 갑자기 몸을 빼며 뒤로 물러났다.

이에 세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검귀가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크크크. 우리는 네놈들만 설치지 못하게 막으란 명을 받았다. 굳이 힘써 가면서 네놈들을 죽일 필요는 없지. 어차피 다른 놈들이 이곳에서 모두 죽여줄 테니까 말이다.”

“뭐야!”

그 말에 황삼위가 흥분하면서 덤벼들었으나 이미 뒤쪽으로 완전히 몸을 뺀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때 흑마삼귀가 주위의 흑마련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쳐라!”

그러자 여태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있던 흑마련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그것을 보고 황삼위도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렀다.

“크아아아앗!”

퍼퍼퍽!

그러자 황삼위의 도끼를 맞은 사내들이 모두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그 옆에서 강달무가 기합을 지르며 몸을 살짝 띄웠다.

“하아아앗!”

그러자 덤벼들던 세 명의 사내들이 그 자리에서 목이 꺾여버렸다. 세 명 다 강달무의 발에 정확히 목을 채였던 것이다.

“흐아압!”

막평도 그에 질세라 앞에서 덤벼드는 적을 향해 검을 쭉 뻗어냈다. 그러자 사내가 어깨를 잡고 뒤로 물러났다.

그 틈에 양옆에서 두 개의 도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그것을 보고 막평이 왼쪽으로 몸을 날려 상대의 목을 베어버림과 동시에 뒤로 몸을 틀며 검을 쭉 뻗었다. 그러자 오른쪽에서 덤벼들던 사내의 목이 뚫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렇게 막평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세 명의 적을 순식간에 쓰러트린 후 주위의 상황을 빠르게 살폈다.

자신들이 싸우는 동안에 패왕마전대는 둘로 나누어진 상태였다.

뒤쪽에서 이이책이 대원들과 함께 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그러나 앞뒤는 물론이고 협곡 위까지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라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가 않았다.

‘완전히 막혔다! 벗어날 길이 없어! 이대로 끝인가?’

막평은 지금에서야 너무나 쉽게 결정을 내렸던 것을 후회했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이이책의 말을 좀더 주의 깊게 듣고 정보를 몇 번이나 확인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이책이 위험하다고 하는 말을 흘려들었다. 오히려 이이책을 강요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막평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난 강무진 때문이었다.

막평은 하늘같이 따르던 유운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유운무는 죽었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유언을 가져온 강무진이 있지 않은가?

막평은 그것이 싫었다. 그의 죽음을 지켜본 것이 자신이 아니라 강무진이라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아니라 강무진에게 대주직까지 넘겨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운무가 죽고 나서 차라리 성에서 다른 대주가 왔다면 막평은 불만 없이 그를 따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막평이 강무진에게 느끼는 감정은 질투 같은 것이었다. 유운무에게는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인정받은 강무진이 싫었던 것이다.

‘크큭! 대원들을 다 죽이고 나도 죽을 때가 되니 깨닫게 되는 것인가? 대주, 미안하구려. 내 지옥에서 만나면 깊이 사죄하리다.’

막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쪽에서 흑마련 사람들이 소리치며 우왕좌왕하는 것이 보였다.

“피해라!”

“으아아악!”

“불이다!”

“뭐야? 어떤 멍청한 놈이 불을 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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