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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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77화
77화
“대주님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니 별일 없을 겁니다. 선배님들에게 제대로 배웠더군요.”
“허허. 그렇지. 그래.”
그때 이이책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며 마홍에게 말하자 마홍도 그쪽을 바라봤다.
“저들이 이제 제대로 하려는 모양입니다. 저 사람들이 나서는 것을 보니…….”
그곳에서는 왕철심과 주양악을 중심으로 호지와 장가연, 그리고 여사악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당신들이 나설 줄은 몰랐소.”
막평이 왕철심과 주양악을 보고 말하자 주양악이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되었군.”
“우린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오.”
“그러면 우리로서는 더 마음이 편하지.”
주양악의 말에 막평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걸. 저들이 나섰으니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되었어.”
마홍 역시 주양악과 왕철심을 보고는 그렇게 말하자 이이책이 말했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들이 나서는 바람에 북문으로 향하는 포위가 느슨해졌습니다. 기회를 봐서 그리로 빠져나가면 될 겁니다.”
“어림없는 소리. 그동안 저들을 누가 막고 있단 말인가? 좌호법이나 왕 대주 말고 옆에 있는 젊은 놈들도 만만찮아 보이는군.”
“훗!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버틸 때까지 버텨봐야죠.”
그때 주양악과 왕철심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그들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자 그것을 보고 마홍이 말했다.
“그들이 시작하려나 보군.”
막평 역시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내공을 실어 크게 외쳤다.
“패왕진을 펼친다!”
그런 막평의 외침에 패왕마전대가 빠르게 방위를 밟아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양악이 그것을 보고 왕철심에게 말했다.
“내가 정면을 맡겠소.”
“그럼 내가 이쪽 측면을 맡겠소.”
왕철심이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수라십삼검을 쓰는 장가연 역시 검을 뽑아 들었고, 주양악과 호지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여사악은 허리에 검을 차고는 있었으나 뽑지 않고 그냥 싸울 생각인지 그대로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양쪽이 금방이라도 싸움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사내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헉헉!”
“무슨 일이냐?”
그것을 보고 도백광이 그를 향해 묻자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 그것이……. 패왕무고가… 패왕무고가 불에 타고 있습니다. 헉헉!”
“뭐?”
좀처럼 놀라지 않는 도백광이었으나 이번만큼은 꽤나 놀란 모습이었다.
‘쥐새끼들이 더 있었던가?’
“지금 그쪽에 책임자로 있는 것이 누구냐? 불은 제대로 끄고 있는 것이냐?”
도백광의 물음에 사내가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헉! 헉! 그것이…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패왕무고의 비급들이 성내에 뿌려져서 모두들 그것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난리들입니다.”
“뭐야?”
도백광은 사내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크게 놀라면서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패왕무고에 불이 났다면 끄면 그만이었지만 그곳에 있던 비급들이 성에 돌아다닌다면 큰일이었던 것이다.
무인이란 무공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들이었다. 심한 경우 친족 간에도 무공 때문에 칼을 겨누는 것이 무인이란 족속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그동안 선택된 자들만 볼 수 있었던 패왕무고의 비급들이 뿌려지고 있으니 커다란 소란이 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급을 서로 빼앗기 위해 칼부림을 하다가 자멸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일을 벌였군요.”
고운강의 말에 도백광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그랬다. 고운강의 말대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도백광의 이목을 확실히 잡았으니 제대로 일을 벌인 것이었다.
“왕 대주와 좌호법은 나를 따르시오.”
도백광이 내공을 실어서 그렇게 외치자 패왕마전대를 향해 기세를 뿜어내던 두 사람이 의아해하며 도백광을 바라봤다.
그러나 도백광은 벌써 몸을 공중으로 날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사악을 향해 말했다.
“이곳은 여사악 네가 맡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말도록.”
왕철심과 주양악은 도백광이 그렇게 말하고 가버리자 영문은 몰라 했지만 일단 그를 따라 몸을 날렸다.
도백광은 무공비급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면 자신보다는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한 왕철심과 주양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갑작스레 가버리자 마홍이 이이책을 보며 물었다.
“흐음, 저들이 저렇게 급히 가는 것으로 봐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기회군요.”
이이책이 그렇게 말하면서 내공을 실어서 모두에게 크게 외쳤다.
“패왕마전대는 모두 북문을 뚫고 나간다. 나를 따르라!”
그러면서 북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패왕마전대가 일사불란하게 같이 북문으로 치달리기 시작했다.
“아차! 적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그것을 보고 여사악이 당황하면서 급히 손짓을 하며 크게 외쳤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아라!”
그러나 패왕마전대는 이미 북문 바로 밑에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이에 그쪽에 있던 적들과 교전이 일어나면서 패왕마전대의 발길이 묶이자 사방에서 적들이 패왕마전대를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다시 난전이 벌어졌다.
그때, 북문 쪽에서 누군가의 커다란 외침이 들려오면서 북문에 있던 적들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내가 왔다! 흐랴앗!”
그 외침은 다름 아닌 황삼위가 지르는 소리였다. 황삼위는 외성에서 적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히려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내성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과 북문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죽으나 사나 그쪽으로 갈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적들은 황삼위가 성 밖으로 도망갈 것이라 생각해 그쪽에는 사람들을 많이 배치시켰지만 북문으로 향하는 성 안쪽에는 사람들을 많이 배치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북문까지 어렵지 않게 뚫고 들어온 황삼위였다.
“우와아아아!”
“길을 열어!”
“밀리지 마라!”
“와아아아아!”
가가가각!
까까깡!
“으아악!”
그렇게 북문 밑에서 밀고 밀리는 싸움이 한창일 때 북문과 가까운 건물의 지붕 위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허리 뒤로 엉덩이에 살짝 휜 얇은 도를 걸치고 있는 사내는 바로 강무진이었다.
“이제 길이 좀 뚫리려나?”
강무진이 북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내려다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는 뭘 하다가 왔는지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어깨에 메고, 여기저기 불에 그슬린 모습이었다.
강무진은 지붕 위에서 뛰어내려 밑에 있던 담으로 내려섰다. 담이 강무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서지려는 찰나에 다시 밑으로 뛰어내려 땅에 착지를 했다. 형편없는 강무진의 경공술치고는 제법 안정적인 착지였다.
그렇게 땅에 내려선 강무진은 싸움이 일고 있는 곳을 향해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패왕마전대를 공격해 들어가는 적들의 틈에서 같이 달리며 주위를 힐끗 훑어봤다.
‘이 정도면 되겠군.’
그 순간 강무진이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보따리를 하늘로 던졌다. 그리고 앞에 있던 사람의 어깨의 밟고 힘껏 뛰어올라 보따리를 발로 차며 크게 외쳤다.
“무공비급이다아아아아!”
강무진의 외침에는 내공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가 있었다.
“뭐냐?”
“무슨 일이야?”
이에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자 하늘에서 백여 권이 넘는 무공비급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모두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 무공비급들 중 한 권을 얼결에 받아 든 사람이 그것을 보자 눈이 화잔등만큼이나 동그래졌다.
“헉! 칠성권(七星拳)!”
칠성권은 무당파의 무공으로 강호에 제법 알려진 유명한 권법이었다.
사내는 갑자기 그런 권법서가 손에 들어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면서도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것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이미 본 상태였다.
“방금 칠성권이라고 했나? 어디 이리 한 번 줘보게.”
“아, 아니오. 이것은…….”
사내가 그렇게 말을 더듬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말을 걸었던 사내가 그 뒤를 따라가며 외쳤다.
“멈춰라! 비급을 내놔라!”
그런 일이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갑자기 백여 권이 넘는 무공비급들이 뿌려지자 사람들은 패왕마전대를 상대하고 있던 것조차 잊고 무공비급을 쟁탈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여사악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말리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눈에 불을 켜고 무공비급을 향해 달려드는 그들은 여사악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이런……. 제대로 당했다.”
여사악이 상황이 심상찮음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강무진이 갑자기 여사악 앞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씩 웃으며 그에게 책 한 권을 던졌다.
여사악이 얼결에 그것을 받아 드는 순간이었다. 강무진이 갑자기 사방에 대고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 열화마결이다! 여기 패왕성의 절기인 열화마결이 있다!”
그런 강무진의 외침에 여사악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을 바라봤다. 책의 표지에는 정말 열화마결이라 적혀 있었다.
“어디냐?”
“뭐? 열화마결!”
사람들은 열화마결이라는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수십 명이 동시에 여사악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사방이 막혀 몸을 피할 곳이 없는 여사악이 이를 악물며 여태까지 뽑지 않았던 검을 뽑아 휘둘렀다.
가가가각!
“크아악!”
“으아악!”
여사악을 향해 몸을 날렸던 사람들은 여사악이 휘두른 검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뒤이어 덤벼드는 사람들로 인해 여사악은 계속 검을 휘둘러야 했던 것이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패왕마전대가 있는 곳에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러자 마홍을 비롯한 패왕마전대 12조의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반겼다.
“대공자님……. 흑…….”
“마홍!”
강무진이 마홍을 부르며 꽉 껴안자 그것을 보고 있는 모두가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서 이야기 해.”
강무진이 마홍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패왕마전대 모두를 보며 크게 외쳤다.
“모두들! 이대로 외성까지 뚫고 나간다! 달려!”
그러자 모두가 일제히 대답을 하며 강무진을 따랐다.
“넷!”
그렇게 강무진을 비롯한 패왕마전대는 빠르게 북문을 빠져나가 외성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적들이 나섰으나 이미 기세를 타기 시작한 그들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그때였다.
퍼어억!
“크아악!”
그들의 뒤쪽에서 호지와 장가연이 바짝 따라붙으며 손을 쓰자 맨 뒤에 있던 패왕마전대 두 명이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그것을 보고 황삼위가 도끼를 꽉 움켜쥐고 호지를 향해 휘둘러가며 외쳤다.
“저것들이! 먼저 가! 내가 막는다!”
“이런! 혼자서는 안 돼!”
그런 황삼위의 모습을 보고 황삼위 앞에서 달리던 강달무가 말리려고 했으나 이미 황삼위는 호지를 향해 맹렬하게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