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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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74화
74화
급해서 서로 손을 쓸 때는 몰랐는데 적을 처리하자 순간 두 사람 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에 강무진이 재빨리 일어나려고 했으나 갑자기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 이거 뭐야. 아수라패왕권은 쓰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지?’
강무진은 마치 아수라패왕권을 쓰고 난 후의 상태처럼 지금 힘이 쭉 빠져 있었다. 이에 진기(眞氣)도 전혀 모이지 않았고, 일어서기에도 힘이 들었다.
“괜찮나요?”
적영령은 강무진이 움직이지 않자 강무진을 돌려서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눕게 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조금 무리해서 그래. 금방 움직일 수 있을 거야.”
비록 친동생이라 해도 방금 처음 본 사이였지만, 강무진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친숙하게 말하고 있었다.
“다행이에요.”
적영령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순간 적영령의 등 뒤에서 내려앉는 노을이 그녀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그런 적영령이 강무진의 눈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쁘게 보였다.
“훗! 예쁘구나.”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고개 숙인 적영령의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서 올려주었다. 그러자 적영령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뿔싸!’
강무진은 순간 분위기에 취해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를 깨닫고는 곧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아! 그게 말이지…….”
강무진이 당황하며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자 그런 강무진을 보며 적영령이 웃음을 터트렸다.
“풋! 괜찮아요. 그보다 이상하게 당신이 낯설지 않군요. 누구시죠?”
“응? 아!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나는 거였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에, 나는… 그러니까, 사부님의 큰 제자야. 강무진이라고 해.”
“훗! 그렇군요. 당신이 오라버니가 가끔 이야기하던 그 대사형이군요. 처음 뵙겠어요. 저는 적영령이라고 해요.”
“적 사제가 내 이야기를 했었어?”
강무진이 몸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펴보면서 묻자 적영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예.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조금은 있다고 했어요. 그런 주제에 자신과 경쟁하려고 하니 참으로 가소롭다고도 했고요.”
“끙! 안 들을걸 그랬군.”
“훗! 하지만 오라버니가 누군가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 하기는 처음이었어요. 오라버니는 보통 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당신에 대해서 말할 때만큼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런가? 그런데 자꾸 당신이라고 불리니까 듣기가 별로인걸. 좀 듣기 좋게 불러주는 게 어떨까? 사제들처럼 대사형이라든지……. 아니면 그… 오라버니라든지…….”
강무진이 그답지 않게 얼굴을 살짝 붉히고 딴청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적영령이 미소를 지으며 선선히 응했다.
“좋아요. 그럼 오라버니라고 부를게요. 그럼 됐죠?”
“아! 뭐, 그렇지. 헤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늘 혼자였던 강무진은 주위에 형제자매가 있는 사람들을 상당히 부러워했다. 그래서 사제들을 대할 때도 정말 동생들이 생긴 것으로 여기며 마치 친동생처럼 대했다.
그러다 비록 반쪽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피가 섞인 진짜 동생을 보니 은근히 오라버니로 인정받으며 그렇게 불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아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여기를 벗어나자. 원래대로라면 내가 저들을 유인하기로 했는데 계획이 엉망이 되었는걸. 뭐, 더 잘된 걸 수도 있지.”
강무진이 그렇게 혼자 중얼중얼 하면서 적영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적영령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저는… 일어설 수가 없어요.”
“응?”
적영령의 말에 강무진이 자연스럽게 적영령의 다리를 바라봤다. 그러자 적영령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다리의 근맥이 잘렸어요. 그래서 걷지를 못해요.”
사실 적영령의 무공이라면 그녀를 감시하고 있는 여덟 명의 수신호위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잡혀서 그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뭐?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야? 왜 그렇게 잔인한 짓을…….”
근맥이 잘렸다면 다시는 걷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강무진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가 곧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때 주소예에게 이 같은 사실을 들었을 때는 별로 와 닿는 것이 없었건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과연 피는 물보다 진했던 것이다.
강무진은 자신보다는 본인인 적영령이 더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 앞에서 자신이 화를 내봤자 오히려 그녀를 더 아프게 할 것 같아 화를 꾹 눌러 참았던 것이다.
‘니미.’
그렇게 화를 눌러도 두 주먹이 꽉 쥐어지고 이가 악물리는 것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 하고 있었다.
그때 강무진의 손에 따뜻한 무언가가 와 닿았다. 이에 강무진이 그곳을 내려다보니 적영령이 강무진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죠.”
“응? 아! 그래야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적영령을 안아 들려고 했으나 들 수가 없었다.
‘어라? 이거 정말 왜 이러지? 아까부터 이상한데.’
사실 강무진이 아수라패왕권을 쓰지는 않았지만, 아까 적영령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달려갈 때 자신도 모르게 아수라패왕진결을 운용했었다. 그래서 그 폭발력으로 인해 평소의 강무진이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움직임이 나왔던 것이다.
아수라패왕진결을 아수라패왕권 말고 다르게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고, 워낙 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수라패왕권을 쓴 것과 같은 상태라는 것을 강무진이 인지를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주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때 멀리서 이이책과 패왕마전대원들이 다가오자 강무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왜 이제야 와?”
“그거야 대주님이 안 나오니까 기다리다 그런 것 아닙니까? 허! 수신호위 여덟 명을 혼자서 모두 해치운 겁니까?”
이이책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묻자 강무진이 말했다.
“그렇게 됐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영령이를 업어.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지도 몰라. 그 전에 내가 나가서 사람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할게.”
“아! 그래야지요. 하하. 반갑습니다, 아가씨. 저는 패왕마전대 3조의 조장 이이책이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그런데 오라버니는 같이 가는 것이 아닌가요?”
“응? 오라버니?”
적영령의 말에 이이책이 강무진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뜻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강무진이 오라버니라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응. 이 사람들하고 먼저 나가 있어. 난 나중에 뒤따라갈게.”
“네.”
‘흐음, 역시 능력이 좋단 말이야. 그 짧은 시간에 벌써 작업을 한 건가? 거참, 그렇게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요즘 예쁜 여자들은 모두 저런 얼굴에 호감을 느끼나?’
이이책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적영령을 등에 업자 강무진이 이이책의 어깨를 가볍게 한 번 쳐주고는 곧바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무사해야 할 텐데…….’
이이책은 밖으로 달려 나가는 강무진을 보면서 걱정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강무진은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에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라? 왕 사제잖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아까 강무진이 적영령을 구하러 갈 때 봤던 왕이후와 호지였다.
‘흐음,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 있으면 내가 굳이 소란을 피울 필요도 없겠는걸. 다행이군.’
그랬다. 사실 강무진은 아직까지도 내공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단전이 허전한 것이 몸에 힘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아까 아수라패왕진결을 운용해서 썼기 때문에 반 시진 동안은 무공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강무진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아까 갑자기 무리한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몸이 이런 상태에서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크!’
그때 강무진은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막내 사제인 화운영의 모습이 보이자 재빨리 사람들 틈으로 몸을 숨겼다.
화운영은 왕이후와 호지의 싸움을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만 있었다. 화운영은 전과는 달리 이제 어엿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훗! 화 사제도 이제 제법 남자 같아졌는걸.’
강무진은 사람들 틈에서 슬쩍 한 번 더 화운영을 보고는 곧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모두가 만나기로 한 내성의 북문 앞으로 향했다.
그때 맞은편에서 덩치가 좋고 아주 잘생긴 장년의 사내 한 명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응? 누구지? 왠지 낯이 익은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가 지나갈 수 있게 한쪽으로 길을 비켜줬다. 그러자 그가 곁눈질로 강무진을 힐끗 보더니 그냥 그대로 걸어가 버렸고 이에 강무진도 계속 북문으로 향했다.
한편 지하 감옥으로 향한 막평 일행은 일단 감옥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으나 너무나 쉽게 들어올 수가 있어서 오히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들이 알기에 지하 감옥의 경계는 이렇게 허술하지 않았건만 너무나 쉽게 뚫려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모두들 한시라도 빨리 사람들을 구해서 이곳을 나가야 했던 것이다.
감방이 양쪽으로 늘어선 복도를 좌우로 훑으면서 빠르게 달려가던 막평이 뭔가를 보고는 곧 멈추어 섰다. 그러자 막평의 뒤를 따르던 대원 한 명도 멈추어 섰다.
“마 어르신, 패왕마전대 12조의 조장 마 어르신 맞습니까?”
막평이 감방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중 마홍을 알아보고 그렇게 묻자 마홍이 문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
“내가 마홍이 맞네만 누구……. 헛! 그대는 부대주가 아닌가?”
“네, 맞습니다. 여기 계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막평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한 움큼이나 되는 열쇠 꾸러미의 열쇠를 문에 걸려 있는 자물쇠에 하나씩 꽂아보기 시작했다.
그 열쇠 꾸러미는 아까 이곳으로 오면서 간수장을 기절시키고 빼앗은 것이었다.
“자네가 어떻게 여기에 온 것인가?”
“대주님의 명으로 선배님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오오, 그렇다면 유 대주님이 살아 계시단 말인가?”
“아닙니다. 유운무 대주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막평이 여전히 열쇠를 꽂으며 하는 말에 마홍의 얼굴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으음,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었구먼.”
“됐다.”
그렇게 계속 돌아가며 열쇠를 맞춰보던 막평은 드디어 열쇠 하나가 맞으면서 돌아가자 곧 문을 열었다.
“어서 나오십시오.”
감방 안에는 마홍과 함께 패왕마전대 12조의 조원들인 염전상, 초사영, 그리고 당사기와 우익동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막평이 조심스럽게 마홍에게 물었다.
“12조는 모두 여덟 명인 것으로 아는데 다른 분들은…….”
막평의 물음에 마홍이 고개를 저었다. 모두 죽었다는 뜻이었다. 이에 막평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