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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7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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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71화

 71화

 

“킥킥!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대주님. 저도 나중에 계집들 있는 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계속 키득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황삼위였다.

“쳇! 다들 새 얼굴인데 왜 나만 딱 찍어내는 거야.”

사실 수레를 끌던 사람들의 반 이상이 패왕마전대원들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하필 강무진만 딱 걸린 것이다.

강무진이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데 왕 노인이 다가와서 말했다.

“여기서 일단 짐을 좀 옮겨놓고 조금 있다 내성으로 들어갈 겁니다. 내성으로 들어갈 때는 검문이 더 심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황삼위.”

“네.”

“너는 대원들하고 여기에 있어. 내성에는 계획대로 나 혼자서만 간다.”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응. 해질녘이 되어서 왕 노인과 함께 내가 안 나오면 왕 노인을 따라 그냥 이곳을 빠져나가.”

“그런 말 마십시오.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명령이야. 내가 잡히면 너희들이라도 빠져나가야 또 나를 구하러 올 거 아냐.”

“참내. 그런 뜻이었습니까?”

“훗!”

황삼위가 애써 장난하듯이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외성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가 있지만 안에 있는 내성으로 들어가서 발각되면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것을 황삼위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물건들을 내리는 동안 왕 노인과 몇몇 사람들은 다른 수레를 끌고 내성으로 향했고 강무진도 그들 무리에 섞였다. 내성으로 들어갈 때도 검문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들 왕 노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저 형식적으로 할 뿐이었다. 이에 강무진도 무사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내성에 있는 주방의 뒷마당에 일행이 도착하자 왕 노인이 강무진에게 와서 말했다.

“늦어도 두 시진 안에는 돌아와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안쪽으로 사라졌다. 몇 년 만에 와본 패왕성은 뭔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숲을 헤치며 빠르게 나아가던 강무진은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는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앞쪽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 명인가? 발걸음이 가벼운 걸로 봐서 여자다.’

강무진이 그렇게 상대의 기척을 파악하면서 슬쩍 몸을 세워 상대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순간 강무진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그녀의 뒤를 따라 또 하나의 인기척이 나자 재빨리 다시 바닥에 납작하니 엎드렸다.

“사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내가 부르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몇 가닥 땋아 내린 머리가 앙증맞아 보이는 여인으로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강무진의 사매인 주소예였다.

“응? 화 사제구나.”

“네.”

화운영은 막상 주소예를 불러 세웠으나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주소예가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일이 그렇게 된 걸 어떻게 하겠어. 나 하나 희생해서 모두가 잘된다면 된 거지 뭐.”

“그, 그게 아니잖아요! 사저가 좋아하는 건 그자가 아니잖아요!”

화운영이 갑자기 소리치듯이 그렇게 말하자 주소예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곧 평소의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가 좋든 싫든 그런 게 중요하지는 않아. 지금의 상황이 중요하지. 그래도 인물도 그 정도면 못 봐줄 만한 것도 아니고, 성격도 나쁜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럼 된 거지, 뭐.”

“사저! 사저는… 사저는 그런 자랑 혼인하는 것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주소예는 그렇잖아도 감정을 누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화운영이 더 감정을 드러내며 말하자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치잇!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대사형은 이미 죽었어. 내가 그 재수 없는 놈하고 혼인하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가 곤란해진단 말이야! 그런데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내가 너하고 혼인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니? 꿈 깨! 나는 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야. 알아들어!”

주소예가 갑자기 그렇게 소리치자 화운영의 얼굴에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겁니다.”

화운영이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하고는 가버리자 주소예가 멍하니 화운영이 간 곳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주 사매가 혼인을 하나? 상대가 누구지?’

강무진은 잠시 그대로 주위에 또 다른 사람이 없는지 기척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에 강무진이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주소예가 보였다. 어깨를 조금씩 떨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후,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아직 볼일이 안 끝났니?”

주소예는 뒤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자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주소예는 그 자리에서 석상과 같이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놀라움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벙긋거렸다.

“대, 대…….”

“그래. 나야, 사매. 오랜만이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주소예에게 다가갈 때까지도 주소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강무진이 그런 주소예의 머리를 예전과 같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네. 이제 나한테 시집와도 되겠어.”

주소예는 강무진의 손길이 느껴지자 그제야 정말 강무진이 앞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펑펑 흘러내렸다.

“흑… 흑……. 으아아아앙!”

결국 주소예는 울음을 크게 터트리며 강무진의 품에 안겼다. 강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그런 주소예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울던 주소예는 이제 더 흘릴 눈물이 없었던지 울음을 그치고 강무진을 바라봤다.

“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모두가 대사형이 죽은 줄 알고 있다고요.”

“나 아직 안 죽었는데 왜 다들 죽었다고 알고 있지?”

“나도 몰라요. 듣기로는 항주에 있는 패왕마전대 전부가 몰살했다고 했어요.”

“그보다 일단 이쪽으로 와.”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은 주소예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아까 엎드려서 숨어 있던 풀숲에 가서 몸을 숨겼다.

“뭐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길어. 목소리 좀 낮춰.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때부터 강무진은 자신이 항주로 가면서 겪은 일들을 간략하게 주소예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도 모두 말했다.

“맙소사.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어떻게 성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죠?”

“중간에 정보를 조작해서 보고를 하니 알 리가 있나.”

“그럼 지금은 마홍을 구하기 위해서 온 거예요?”

“응. 그들도 구하고, 사모님하고 적 소저도 구할 생각이야.”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위험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돼.”

주소예는 다시 강무진을 말리려다가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강무진의 눈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죽을지언정 모두를 구해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냐. 그냥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 알아봐 줘. 그거면 돼.”

“혼자서 그들을 모두 구해낼 수는 없어요. 그러니 같이 움직여요. 저는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 대사형에 비해 기회가 많다고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사매가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 난 그러길 바라지 않아.”

“이미 위험한 처지라고요.”

“…….”

강무진은 자신이 주소예를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았다.

예전부터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의 주소예였다. 그 성격은 여전했던 것이다.

“지금 패왕성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전부 도백광 그자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그중 몇몇 사람만 조심하면 큰 위험은 없을 거예요.”

“응.”

강무진이 짧게 대답하자 주소예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특히나 그들 중에 우리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자들이 네 명 있는데 도백광의 제자들로 무공도 강하고 성격도 안 좋아요. 한마디로 재수 없는 놈들이에요.”

강무진은 말없이 주소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소예의 입이 참 거칠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놈이니 재수가 없다느니 그런 말들을 전혀 하지 않았던 주소예였다.

“휴. 도백광이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성에 있던 패왕마전대는 완전히 전멸해 버렸고요. 다행히 마홍이랑 몇몇 사람들은 무사해요. 듣기로는 그들로 다시 무슨 조직을 만들 거래요. 그래서 살려두었대요. 그리고 사모님하고 영령이는 따로 갇혀 있어요. 사모님은 지하 감옥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들었고, 영령이는……. 휴.”

갑자기 주소예가 한숨을 쉬면서 침울한 표정을 하더니 곧 말을 이었다.

“영령이는 자기 방에 갇혀 있어요. 하지만…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일전에 이곳을 빠져나가려다 크게 다쳐서 걷지를 못한대요. 지금은 아무도 못 만나게 하고 있어서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

숨기고는 있었지만 적영령은 강무진의 이복동생이었다.

하지만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걷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크게 와 닿는 것이 없었다. 그저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아까 화 사제랑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 혼인한다며? 상대가 누구야?”

“치잇! 그렇게 됐어요. 도백광 그자가 아버지를 묶어두기 위해서 자기 제자와 나를 혼인시키려고 해요 아버지랑 화 어르신이나 왕 아저씨까지 나서서 말리고는 있지만 시간문제예요. 그는 반드시 나를 그자와 혼인시키려 할 거예요.”

“그가 누군데?”

“고운강이라는 놈인데 아주 밥맛이에요.”

“풋!”

“왜 웃어요?”

“크크큭! 아니 사매가 이야기하는 것이 웃겨서. 못 본 사이에 입이 많이 거칠어졌네. 예쁜 아가씨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자꾸 나오지?”

“흥! 쌓인 게 많아서 그렇다고요. 일단 이곳에 숨어 있어요. 내가 가서 그들의 정확한 위치하고 상황을 알아서 올게요.”

“응. 조심해.”

“물론이죠.”

주소예가 걱정 말라는 듯이 싱긋 한 번 웃어 보이고는 숲을 벗어났다. 강무진은 의외로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면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었다. 이러고 있으니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지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줄 수 없겠소?”

‘어라? 왕 사제 목소린데.’

강무진은 생각지도 못하게 왕이후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왕이후의 목소리에 뒤이어 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호의는 알겠지만 난 이미 마음에 정한 사람이 있어요.”

“고운강 말이오?”

‘고운강? 고운강이면 아까 사매가 혼인해야 한다던 그놈인데.’

“그래요. 오래전부터 사형을 좋아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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