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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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9화
69화
“뭐? 운휘가?”
“이곳으로 오는지 어떤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성을 무사히 빠져나간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적 공자가 성을 빠져나올 때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음.”
“그것보다 문제는 바로 대주님의 존재입니다.”
“내가 왜?”
“예전에 성주님은 자신의 후계자로 성주님의 제자 다섯 명을 지목했었습니다. 그들에게 10년 동안의 시간을 주고 그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후계자로 삼는다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워낙에 유명한 사건이라 모두들 알고 있을 겁니다.”
이이책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건은 패왕성 내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술집에서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를 할 만큼 유명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1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 반란이 일어났고 그것이 성공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대의명분은 성주님의 제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죽지 않는 한 말입니다. 게다가 만약 성주님이 정말 돌아가셨다면 지금 성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대주님입니다.”
“그렇군. 성주님의 대제자인데다가 성주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군. 만약 네 말대로라면 그들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대상은 바로 대주님이잖아. 그런데 왜 반란이 거의 성공해 가는 지금까지 가만히 놔둔 거지?”
강달무가 의외로 날카로운 지적을 하자 이이책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것은 내 생각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뭐?”
“예전에 돌던 대주님에 대한 소문은 모두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니 성에서는 장난이 아니었겠지. 그래서 그들은 대주님을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여기고 방치해 둔 것 같아. 게다가 성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항주에 혼자 뚝 떨어져 있었으니 더욱이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을 거야.”
“…….”
이이책의 말을 듣는 순간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고 강무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들도 사실 전에 강무진에 대한 풍문을 들은 적이 있긴 있었다. 워낙에 재능도 없고 능력도 없어 패왕성의 대사형 자리에 앉아는 있지만 곧 사라질 인물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었던 것이다.
“헤헤, 사실 그럴지도 몰라. 사제들이 워낙에 뛰어나서 내가 빛을 좀 못 봤거든.”
“험! 험! 어쨌든 대주님의 존재는 저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대주님을 지지해 줄 세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이책의 말에 강달무가 이이책을 보며 물었다.
“지금 반란이 거의 성공했다며? 항주에 있는 우리까지 죽이러 왔다면 이미 다 끝난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내 생각에 중간에 정보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패왕기밀수위대는 이미 예전에 그들의 손에 떨어졌을 거야. 아마 유운무 대주님의 죽음도 저쪽에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겠지. 그러니 반란에 성공을 한 것이고. 패왕폭풍대와 패왕비영대가 우리를 치기 위해 항주로 온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반란에 가담을 했겠지. 그리고 대주님이 전에 수신호위가 유운무 대주님을 공격했었다고 했었지요? 그럼 패왕수신호위대 역시 진작부터 반란에 가담했을 거야.”
“휘우, 이거 뭐……. 패왕성의 모든 세력이 반란에 가담을 한 셈이군.”
강달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이이책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 그러니 반란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알기로 성주님의 측근 중의 측근은 우리 패왕마전대의 유운무 대주님과 패왕비영대의 노극부 대주님뿐이었어. 그중 유운무 대주님은 이미 죽었고, 패왕비영대가 이곳에 온 것으로 봐서 노극부 대주님도 죽었다고 보는 게 맞아. 더구나 적 공자가 그렇게 쫓기고 있다면 지금 성안에 성주님을 지지하던 세력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 해.”
“제길!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강달무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때 여태까지 듣고만 있던 막평이 말을 꺼냈다.
“패왕성에 속해 있는 군소방파들의 힘을 모으면 어떨까? 우리에게는 명분이 있으니 힘을 합해 그들에게 대항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어렵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패왕성의 산하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힘에 굴복하고 들어온 자들입니다. 게다가 패왕성의 주세력과 싸우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 미비합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싸운다면 한 번 해볼 만도 하겠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들자면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그동안 성에서 못 알아챌 리가 없습니다.”
“그럼 네 생각은 뭐야? 너라면 뭔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지?”
강달무가 이이책을 보며 묻자 이이책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그들을 피해 다니는 것이 다야. 방법이 없어.”
그때였다. 강무진이 탁자에 있던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시더니 소리 나게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탕!
“도망만 다니지는 않아. 지금 우리가 그들과 맞설 수는 없지만 해야 할 일은 있어.”
강무진의 말에 모두가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게 뭡니까?”
이이책의 물음에 강무진이 멋진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살아남는 것!”
울컥!
“에휴.”
황삼위의 반응이었다.
“그럼 그렇지.”
강달무의 반응이었다.
“…….”
막평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이책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도대체 여태까지 뭘 들으신 겁니까? 우리가 지금 의논하고 있는 게 살아남기 위해서 아닙니까?”
“어? 그랬어?”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모두가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아, 나 참…….”
“에휴. 앞날이 깜깜하구먼.”
결국 날이 샐 때까지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상의를 하던 다섯 사람은 새벽이 되어서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정할 수가 있었다.
<그들을 다시 만나다>
달도 뜨지 않아 깜깜한 밤이었다. 어두운 골목에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저기야? 형님과 만나기로 한 곳이?”
두 사람 중 한 명이 앞에 있는 커다란 장원을 가리키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묻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거 혹시 형님 건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가 알부자라는 소문이 있거든요.”
“그래?”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고 일단 담장부터 넘죠. 이곳에 오래 있으면 누군가의 눈에 뜨일 수도 있습니다.”
“좋아. 너 먼저 가.”
“알겠습니다.”
사내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좌우를 살피며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담장까지 빠르게 달려가다가 순식간에 담장을 타고 올랐다.
휘리릭!
1장 가까이 되는 담을 가볍게 타고 넘는 것으로 봐서 사내의 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내는 담 위에 납작하니 엎드려서 주위를 살피다가 뒤쪽을 보고 손짓했다. 그러자 골목에 있던 사내도 주위를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담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후다닥!
사내는 담 밑까지 순식간에 도착하자 기합을 지르며 힘껏 날아올랐다.
“으랏차!”
“……!”
그것을 보고 담장 위에 있던 사내가 깜짝 놀라며 당황을 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여태까지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였건만 저렇게 기합을 지르면 어떻게 하잔 말인가?
“헛!”
게다가 담장을 오르기 위해 뛰어오르던 사내는 담장 위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 한 걸음만 더 뻗으면 담장 위로 올라설 수도 있으련만 그 한 걸음을 못 뻗고 그대로 떨어지려고 했다.
이에 먼저 담장 위에 올라 있던 사내가 놀라서 재빨리 손을 뻗어 그를 잡았다.
“휴.”
그렇게 두 사람이 담장 위로 올라서자 먼저 담장 위로 올라섰던 사내가 나중에 올라온 사내에게 인상을 쓰며 화를 냈다. 그러나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는 낮게 죽인 채였다.
“지금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합니까? 게다가 어떻게 이 정도 높이도 못 뛰어오르는 겁니까? 참 내…….”
그렇게 말하던 사내는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몸을 움찔했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같이 담 위에 올라서 있는 사내가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많이 컸다, 황삼위…….”
“아! 하하하. 아니, 뭐……. 그… 빨리 가시죠, 대주님.”
황삼위는 웃음으로 위기를 대충 얼버무리며 재빨리 먼저 담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강무진도 뛰어내렸다.
그때 갑자기 장원 안쪽에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웬 놈들이냐?”
“감히 담을 넘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사내들이 너도나도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강무진과 황삼위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횃불을 가까이 들이댔다.
“거 보십시오.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까 들킨 것 아닙니까?”
“그러게 내가 정문으로 들어오자고 했잖아.”
“아니, 지금 이곳 상황이 어떤지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강무진과 황삼위는 사내들에게 둘러싸이면서도 전혀 위기감 없이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횃불을 들이댔던 사내들 중 한 명이 그들을 알아보고 물었다.
“어! 혹시 강 대협 아니십니까?”
“응? 아! 맞아. 나 강무진인데, 여기서 형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역시 그러셨군요. 보고는 이미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월담을 해서 오신 겁니까?”
“아! 하하. 이것 참.”
사내의 물음에 강무진은 뭐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황삼위를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눈으로 노려봤다.
며칠 전에 구소단으로부터 이곳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강무진은 황삼위만 대동한 채 아침나절에 항주에 들어섰다. 그리고 곧바로 이 장원으로 오려고 했는데 황삼위가 아직까지 적들이 항주에 있을지 모르니 밤까지 기다렸다 월담을 하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강무진은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했지만 황삼위는 끝까지 월담을 고집했고 결국 이렇게 된 것이었다.
“형님은 어디 계시지?”
“저쪽 안채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자 강무진과 황삼위가 뒤를 따랐다. 사내를 따라 작은 정원을 지나 정면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자 구소단이 웃으면서 나와 반겼다.
“하하하하. 어서 오게, 아우.”
“형님.”
“그래, 고생이 많았지. 이쪽으로 오게나. 황 조장도 어서 오시오.”
“네.”
그렇게 세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잠시 후 시비가 차를 내왔다.
“그래, 어떻게 지내는가? 보타사에 간 일은 잘됐고?”
“네. 다행히 일이 잘 풀렸습니다.”
“요즘 상황이 안 좋아 고생을 하는구먼.”
“어쩔 수 없죠. 그보다 절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실은 전에 이 조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네. 이 조장이 패왕성의 상황을 좀 알고 싶다고 하더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오랜 세월 패왕마전대를 상대해왔네. 그러다 보니 우리 나름대로 패왕성과 연결되어 있는 정보망이 있지.”
구소단의 말에 강무진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구소단이 이야기를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