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8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8화
68화
소흥에서만 만들어지는 술이기 때문에 소흥주라 이름이 붙은 술은 중국 전역에서 알아주는 명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소흥에 들를 일이 있을 때마다 맛을 보고 가던 황삼위였으나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술은 나중에 먹도록 하고 지금은 잠이나 자자.”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침상에 눕자 황삼위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강무진은 막상 자리에 누웠으나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이에 이리저리 자리를 뒤척이고 있는데 황삼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안 오십니까? 잠이 안 올 때는 술 한잔이 최고인데, 여기는 소흥과 가깝기 때문에 찾아보면 소흥주를 파는 곳도 있을 겁니다.”
“에휴, 그래. 알았다, 알았어. 가서 술 구해 와봐. 안주할 것도 좀 가져오고.”
강무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황삼위가 옷을 챙겨 입으며 대답했다. 이럴 때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 민첩한 황삼위였다.
“옛! 알겠습니다. 금방 바람과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간 황삼위는 한참이 지나 세 명의 사내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의외라는 듯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어! 너희들이 왜 여기 있는 거야? 항주는 어떻게 하고?”
황삼위와 같이 방으로 들어선 세 사람은 막평을 비롯한 강달무와 이이책이었던 것이다.
“하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주님.”
“대주님을 뵙습니다.”
세 사람이 강무진을 보고 예를 취하자 강무진이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예를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휴.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마침 술도 있으니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죠.”
이이책이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탁자에 앉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탁자에 앉았다. 황삼위가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한 잔 받으십시오.”
막평이 먼저 강무진에게 술을 따르자 강무진이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막평의 손에서 술병을 건네받아 네 사람에게 모두 술을 따라주었다.
모두의 잔에 술이 차자 가볍게 서로 잔을 부딪친 후 모두가 단숨에 술을 비웠다.
“캬, 좋구나. 역시 소흥주다.”
황삼위가 술맛에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강무진도 술맛이 좋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것보다 이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가 궁금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모두들 여기에 있는 거야? 대원들은?”
“그들도 모두 이곳에 와 있습니다.”
막평의 대답에 강무진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지 않다면 조장들이야 몰라도 항주에 있어야 할 대원들까지 모두가 이곳에 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때 이이책이 작게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꺼냈다.
“휴.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얼마 전에 갑자기 성에서 귀환하라는 서찰이 도착하자 이이책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에 우선 강무진에게 황삼위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려 같이 돌아오게 하고, 자신은 개인적인 연락책을 통해서 성의 사정을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항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들이 한두 명씩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모두가 한가락할 것 같은 무림인들이 속속들이 항주로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패왕폭풍대와 패왕비영대가 항주 근방까지 왔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그들이 온다면 먼저 연락이 와야 하건만 연락은 일절 없었다. 강달무는 자신들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패왕폭풍대가 오는 것이라 말했으나 이이책은 뭔가 찜찜했다.
사실 패왕마전대가 적을 밀어버리고 자리를 잡아놓으면 그곳의 관리는 늘 패왕폭풍대가 나서서 했다. 그러니 강달무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이이책은 그들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온데다가 패왕비영대와 같이 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패왕비영대는 살수집단이다. 이미 성에 이곳의 상황을 대충 보고한 상태였다. 그러니 성에서도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저렇게 패왕비영대 같은 살수들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이에 일단 이이책이 먼저 그들을 마중하러 나갔다. 패왕폭풍대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이이책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이책은 확실히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패왕폭풍대를 이끌고 온 사람이나 자신과 친분이 있어 말을 나누던 사람들 모두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이책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그들을 항주의 외곽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몰래 자리를 뜨려고 하는 순간 그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것이 아닌가?
미리 그들을 경계하며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로부터 그렇게 쉽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길로 이이책은 불왕래객(不往來客) 객잔으로 달려가 모두를 불러들였다.
이이책의 생각으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에서 자신들을 죽이기로 결정했고, 이에 패왕폭풍대와 패왕비영대가 온 것이라 여겨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최근에 갑자기 항주로 몰려드는 무인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들 역시 모두 한패일 수가 있었다.
그것을 조장들에게 말하자 모두가 일단 항주를 빠져나가기로 결정을 했다. 강무진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과 맞설 수도 없었고, 맞서 싸운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지금 그들을 죽이면 정말 패왕성을 적으로 여겨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던 것이다.
패왕마전대는 그때부터 은밀하게 항주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흑마련의 도움으로 모두 무사히 항주를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이책의 예상대로 항주로 몰려들던 무인들 모두가 패왕마전대를 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패왕마전대는 항주를 벗어나자 일단 강무진이 있는 보타사로 방향을 잡았다. 운이 좋다면 강무진과 중간에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길이 엇갈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그리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
혹시 몰라 흑마련주 구소단에게 이야기를 해놓고 왔으니 길이 엇갈린다면 구소단이 먼저 강무진을 찾아낼 것이라 여겼다. 그런 생각으로 이동하던 패왕마전대는 이곳 상우에 도착하자 날이 어두워 모두들 객잔에 짐을 풀고 하루 쉬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막평이나 강달무, 그리고 이이책은 밤이 늦었는데도 쉴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술 생각이 나자 기왕에 마실 거 소흥주를 찾아보기로 하고 그렇게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던 황삼위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흐음, 성에서 우리를 모두 죽이려 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나 때문인가?”
강무진이 그런 말을 하자 이이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실은 이곳에 오면서 전에 풀어둔 연락책을 통해 성에 대한 것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강무진이 잘됐다는 듯이 이이책을 바라보자 이이책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지금 성에는… 반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뭐?”
이이책이 하는 의외의 말에 강무진이 놀란 눈을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반란을 일으켜 거의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성주님의 측근들은 모두 쓸려 나가고 있다는 군요.”
“그럴 리가……. 사부님은? 사부님은 어떻게 되셨지? 사부님이 가만히 계셨을 리가 없는데.”
“예? 아! 아마 모두 잡혀 있거나 죽지 않았을까요? 원래 유운무 대주님이 성주님의 오른팔이나 다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유운무 대주님을 죽였던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이런 상황이라면 성안에 있는 패왕마전대 역시 상황이 좋지는 않을 겁니다.”
이이책은 아직까지도 강무진의 사부가 마홍을 비롯한 패왕마전대 12조의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응?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홍이나 염 할아버지가 위험한 건 알고 있지만 내가 이야기한 건 내 사부님인데.”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에 분명히 대주님에게 무공을 전해 준 사람은 그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무공은 그들한테 배웠지만 내 사부님은 따로 있어.”
“에?”
“아니, 그럼 사부님이 누구입니까?”
옆에 있던 황삼위가 궁금해하며 묻자 강무진이 이상하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긴 누구야? 패왕성의 성주님이 내 사부님이지. 철혈마제(鐵血魔帝) 적상군. 다들 알고 있는 것 아니었어?”
“에엑!”
강무진의 말에 네 명 모두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성주님이 대주님의 사부님입니까?”
“어? 내가 전에 말 안 했던가?”
“절대로 안 했었거든요!”
강무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명이 인상을 팍 쓰며 동시에 말했다.
“그랬구나. 난 또 다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그 중요한 걸 이제 말해 주면 어떻게 합니까?”
이이책이 도끼눈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당연한 것 아닙니까? 휴우. 가만, 성주님에게는 모두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혹시… 대공자십니까?”
이이책은 순식간에 그간 봐온 강무진에 대한 것들을 짚어보다가 강무진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당연하다는 듯이 짧게 대답했다.
“응.”
“맙소사.”
이이책은 순간 머리가 지끈해 오는 것을 느꼈다. 강무진의 한마디로 그동안 풀리지 않던 것들이 일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겁니까?”
이이책이 약간 맥 빠지는 목소리로 묻자 강무진이 여전히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도 안 물어봤으니까.”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강무진의 신상에 대한 것을 깊이 있게 물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유운무의 죽음과 협곡에서의 전투 등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난데다 강무진이 펼치는 무공이 모두 패왕마전대 12조 사람들의 무공들이었고, 강무진도 그것을 순순히 인정했기 때문에 모두들 그들이 강무진의 사부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문제가 커졌습니다.”
“…….”
이이책의 말에 모두들 말없이 이이책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받은 정보로는 성주님은 긴 시간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이책이 슬쩍 강무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으나 강무진은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이이책이 그러는 것을 눈치 채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부님은 괴물이야, 괴물. 우리 패왕마전대가 모두 달려들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사부님이라고. 그런 사람이 죽을 리가 있나? 하하하.”
강력한 믿음이었다. 막평이 유운무에게 가지고 있던 그런 것과 같은 끝없는 믿음이었다.
“흠, 그랬으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우선 지금 반란은 거의 성공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은 성주님이 죽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수족이 잘려 나가고 있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성주님의 아들인 적 공자가 성을 탈출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