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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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6화
66화
적운휘는 품 안에 있는 적영령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적영령도 적운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의 손에 절대로 피를 묻히게 할 순 없다. 그러자면 팔 하나쯤은 각오해야겠지.’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은 적운휘가 마력진패강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운휘의 몸에서 주위를 압도하는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 기세에 적운휘의 근처에 있던 자들이 잠시 주춤하며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곧 크게 기합을 지르며 적운휘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흐아아앗!”
“죽어랏!”
그러자 갑자기 적운휘의 몸이 전후좌우 사방으로 빠르게 움직여 나갔다. 마치 적운휘가 네 명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흐아악!”
그렇게 순식간에 덤벼들던 적들을 일격에 한 명씩, 모두 날려버린 적운휘가 어느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적영령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태사의가 있는 쪽을 향해 서너 걸음을 움직일 때였다. 소리 없이 적운휘의 목을 노리고 그어오는 검이 있었다.
이에 적운휘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것을 피해내자 또 다른 검이 이번에는 적영령을 노리고 그어져 왔다. 그러자 적운휘가 적영령을 안고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 두 사람을 노리고 곳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공중으로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수신호위들이었다.
그렇게 동시에 수신호위들의 공격을 받자 적운휘로서도 모두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피할 수가 없다.’
가가각!
퍼퍼퍽!
“크헉!”
적운휘는 공격해 오는 수신호위들 중 두 명의 공격을 막아내고 한 명을 차서 날려버렸다.
그러나 나머지 수신호위들의 공격은 어떻게 하지 못하고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적운휘는 몸을 웅크리고 회전시키며 적영령을 온몸으로 보호했다.
그리고 바닥으로 내려서면서 밑에 있던 사내 두 명의 머리를 발로 차서 순식간에 쓰러트렸다.
그 순간 적운휘의 몸이 휘청했다. 원래 적운휘 혼자라면 이렇게 휘청거릴 정도의 부상은 입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러나 적영령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처가 깊었던 것이다.
적운휘가 그렇게 휘청하자 적영령이 부축을 하며 뭔가를 원하는 눈으로 적운휘를 바라봤다.
그것을 본 적운휘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직은 아니다. 난 괜찮다.”
적운휘는 몸을 바로 세우고 주위의 적들을 노려보며 다시 마력진패강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앞에서 달려드는 적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자 그 사내의 몸이 뒤로 날아가며 그쪽에 있던 몇몇 사내들과 부딪쳤다.
적운휘는 어떻게든 적영령을 보호하면서 태사의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기를 썼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으나 적운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동생인 적영령을 위해서라면 목숨이 아깝지 않은 적운휘였던 것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적운휘의 뒤쪽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본 적운휘의 눈에 반가운 기색이 스쳤다. 그곳에는 부용화와 척경이 함께 적을 상대하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적영령도 그들을 보고 부용화를 소리쳐 부르자 부용화도 적운휘와 적영령을 보고 기쁜 얼굴을 했다.
“척경! 아이들이 저기 있어요!”
“제가 뒤를 맡을 테니 길을 뚫으십시오!”
척경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공격해 오던 다섯 개의 검을 한 번에 막아냄과 동시에 흘려버리며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까까깡!
그사이에 부용화가 몸을 날려 적운휘의 근처에 내려서며 그곳에 있던 적을 향해 연검을 화려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상대가 어깨를 베이면서 뒤로 물러났다.
적운휘는 어려운 상황에서 부용화가 나타나자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어머니! 령아를 보호해 주세요!”
적운휘가 그렇게 말하며 양손에 마력진패강기를 가득 담고는 적을 향해 휘둘러갔다. 그러자 적운휘의 공격을 미처 피해내지 못한 사내들이 적운휘의 주먹에 맞고 모두 뒤로 튕겨 날아갔다.
그때였다. 적운휘는 뭔가 거대한 기세가 자신의 머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느끼고는 미처 확인할 사이도 없이 양장을 하늘로 뻗어 올렸다.
그러자 그런 적운휘의 장과 적운휘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사람의 장이 부딪치며 파공음을 내었다. 그 순간 상대의 어마어마한 장력에 적운휘의 양쪽 발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퍼퍼펑!
“크윽!”
쩌쩡!
원래대로라면 피했어야 할 기세였다. 그만큼 상대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러나 자신이 피해버리면 적영령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적운휘는 어쩔 수 없이 맞받아쳤던 것이다.
적운휘는 상대의 장력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자 몸을 뒤로 누이면서 발로 상대의 얼굴을 차올렸다.
그러자 상대가 그 자리에서 몸을 회전시켜 적운휘의 발을 자신의 발로 차서 날리며 그 힘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 바닥으로 내려섰다.
적운휘는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제대로 볼 수가 있었다.
상대는 마치 서생같이 약한 모습의 아주 잘생긴 사내였다. 나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자신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것 같았다.
적운휘는 그런 사내를 보면서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까지 압도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가 쓴 것은 자신과 똑같은 마력진패강기였던 것이다.
“누구냐? 너는?”
“나? 나는 호지라고 하지. 네 이름은 전부터 들어왔다. 언제고 한 번 꼭 겨루고 싶었지.”
적운휘는 앞에 있는 호지라는 사내를 노려보면서 주위의 기척을 살폈다. 등 뒤로 강력한 기세의 충돌이 계속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저 호지라는 놈 말고도 강자가 서너 명이나 더 나타난 것 같았다.
호지가 그런 적운휘의 행동을 눈치 채고 적운휘의 뒤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군. 하긴 무리도 아니지. 우린 오랜 세월 동안 이런 날을 기대하며 미친 듯이 수련만 하고 살았거든.”
“하나만 묻자. 네가 어떻게 마력진패강기를 알고 있는 거냐?”
“응? 하하하. 이런 상황에 궁금한 것이 그거야? 마력진패강기가 너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 사대비기를 그렇게 무고에 모두 처박아둔 이유는 능력이 되면 누구나 익히라는 뜻 아니겠어? 그런데도 못 익히는 것이 바보들이지.”
“그렇군.”
호지의 말에 적운휘가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자자, 그럼 우리도 슬슬 시작하지. 저쪽은 벌써 거의 끝나가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호지의 그런 말에도 적운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던 것이다.
적운휘는 슬쩍 뒤쪽에 있는 적영령을 살피면서 호지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그것을 보고 호지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야아, 이거 뭐야? 뒤에 있는 아가씨가 신경 쓰여서 쉽게 못 움직이는 거야? 그렇다면 마음 놓으라고. 너와 나의 대결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그 아가씨를 건드리게 하지 않을 테니까.”
“그거 고맙군.”
적운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적영령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의심이 많은 친구군.”
호지가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적운휘의 얼굴과 양어깨, 그리고 배와 옆구리를 노리고 주먹을 연속으로 뻗었다.
퍼퍼퍼펑!
그것을 적운휘가 모두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위력에 뒤로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서야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적영령을 그대로 지나치게 되었다. 이에 적운휘가 당황하며 무리해서 호지를 공격해 갔다.
“저 아가씨는 걱정 붙들어 매래도 그러네!”
콰아앙!
“크으윽!”
호지가 그렇게 말하며 적운휘의 일격을 그대로 맞받아치자 적운휘의 몸이 뒤로 밀리며 또다시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굉장한 위력이다. 마치 아버님을 대하는 것 같아.’
적상군이 진정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적운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 만했다. 아직 적운휘의 무공이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적상군은 늘 적운휘에게 맞춰서 대련을 해줬던 것이다.
그것은 적상군이 실제 실력의 반도 안 낸 것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적운휘로서는 제대로 맞설 수가 없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호지한테서 그 정도의 강함이 느껴졌기 때문에 적운휘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적상군이 제대로 실력을 내서 싸우는 모습을 봤다면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부용화와 척경도 갑자기 어디에선가 나타난 적들 때문에 고전을 하고 있었다.
부용화가 상대하고 있는 상대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여인이었는데 놀랍게도 패왕성의 사대비기 중 하나인 수라십삼검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실력이 상당한 수위에 올라 있어 부용화로서도 쉽게 상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용화는 상대가 어떻게 패왕성의 비기를 익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싸움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척경의 상대는 머리를 산발하고 덩치가 우락부락한 사내였는데, 이 사내 역시 패왕성 사대비기 중 하나인 열화마결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수신호위대의 조장으로 있었던 척경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의 화기를 뿜어내면서 말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설마 이들이 나섰을 줄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돼. 아가씨만이라도 어떻게든 보내야 한다.’
척경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뒤로 몸을 뺄 틈을 노렸다. 그러나 상대는 쉴 새 없이 척경을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틈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척경은 자신이 노리던 틈이 생기자 재빨리 몸을 빼서 뒤로 날아올랐다.
“어?”
척경을 몰아붙이던 머리를 산발한 사내는 척경이 저렇게 도망갈 줄은 예상을 못 했던지 잠시 당황하다가 곧 물러나는 척경을 한걸음에 따라잡으며 일장을 쭉 뻗었다.
퍼엉!
“크윽!”
척경은 그것을 맞받아치며 상대의 장력에 밀려나는 힘을 이용해 계속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부용화를 공격하고 있던 젊은 여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방어는 완전히 등한시한 채 아껴두었던 절초를 펼친 것이었다.
가가가각!
그 기세에 젊은 여인이 놀라서 몸을 뒤로 빼자 척경이 부용화의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
“먼저 가십시오, 아가씨!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습니다!”
그때 갑자기 척경의 앞으로 거대한 화기가 밀려오자 척경이 또다시 절초를 펼쳤다.
가가각!
퍼엉!
“크흑!”
그러나 상대의 주먹은 척경의 절초를 뚫고 척경의 왼쪽 어깨를 쳤다.
이에 척경이 신음을 내며 뒤로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서며 비틀거리다가 곧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부용화를 보고 다시 소리쳤다.
“어서 가십시오!”
척경의 외침에 잠시 망설이던 부용화는 척경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적영령이 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그것을 보고 수라십삼검을 쓰는 젊은 여인이 부용화를 따라 몸을 날렸으나 척경이 그 앞을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크흑!”
“아악! 오라버니!”
갑작스러운 적영령의 외침에 부용화가 적운휘를 바라봤다.
그 순간 부용화의 눈에 상대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피를 뿜으며 뒤로 나가떨어지는 적운휘의 모습이 보였다.
“운휘야!”
이에 부용화가 다급하게 외치며 몸을 날려 계속 피를 토해내고 있는 적운휘를 안아 들었다.
“운휘야! 운휘야!”
부용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적운휘를 안은 상태에서 정신없이 적운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