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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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9화
59화
배가 갈수록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가자 왜구의 우두머리가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모르겠스므니다!”
사내도 갑자기 배가 기울자 영문을 몰라 하며 우두머리 사내를 바라봤다.
구해신니 일행도 배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자 원인을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때 배 옆의 끝자락에 있던 용보아가 밑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아앗!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용보아의 말에 구해신니가 옆에서 덤벼들던 왜구를 일장에 날려버리고는 용보아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무슨 일이더냐? 헛!”
구해신니가 용보아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강무진이 상당히 난처한 표정으로 작은 배에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실을 알게 되다>
강무진은 두어 번 더 그 커다란 도로 배를 후려쳐 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중심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휘두르는 도의 위력으로는 배에 구멍을 낼 수가 없었다.
‘역시 아수라패왕권(阿修羅覇王拳)밖에 없겠어.’
강무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수라패왕진결(阿修羅覇王眞訣)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무진의 단전에 있던 열화마결의 화기(火氣)가 진동을 하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이에 강무진이 주먹을 한껏 뒤로 젖힌 후 힘껏 배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강무진의 몸이 크게 진동을 했으나 다행히 배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었다.
아수라패왕권은 주먹을 상대에게 댄 상태에서도 충분히 그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중심이 조금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능히 그 위력을 다 낼 수가 있었다.
그렇게 강무진이 아수라패왕권으로 배를 후려치자 주먹을 중심으로 배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하아아아.”
강무진은 아수라패왕권을 쓰고 나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에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서 좀 쉬려고 하는데, 강무진이 뚫어놓은 구멍으로 바닷물이 세차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무진이 타고 있던 배도 안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심하게 흔들렸다.
“어어!”
강무진은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에서 배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았다.
그사이에 강무진이 타고 있던 배는 강무진이 뚫어놓은 구멍 끝에 부딪쳐 선회하다가 그 구멍에 가로로 걸려버렸다. 그리고는 바닷물이 계속 구멍 안으로 밀려들어 가는 힘 때문에 단단히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휴.”
강무진은 일단 배가 뒤집히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무진이 위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허걱!”
강무진이 뚫어놓은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면서 커다란 배가 조금씩 기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강무진이 있는 쪽으로 배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배가 기울면서 같이 수장될 판이었다.
“니미.”
강무진이 당황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기울어지는 배 위쪽에서 몇몇 낯익은 사람들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바로 용보아와 구해신니였다.
“어!”
그들을 보고 기쁜 마음에 강무진이 도움을 청하려는 순간이었다.
콰자자작!
“으아아아악!”
갑자기 강무진의 몸이 배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배가 기울면서 구멍으로 들어가는 물의 압력이 더 세졌고, 이에 강무진이 뚫어놓은 구멍 언저리가 부서져 나가면서 강무진이 타고 있던 배가 안으로 밀려 들어갔던 것이다.
강무진은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순간 물에 빠지면서 심하게 허우적거렸다. 워낙 창졸간에 일어난 일인데다 수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당황해서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게다가 묵갑의 무게 때문에 강무진의 몸은 물살에 밀리면서도 자꾸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크으윽. 이걸 빨리 풀어내야…….’
강무진은 아무리 허우적대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자 우선 묵갑을 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묵갑은 쉽게 풀어지지가 않았다. 물살에 떠밀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는데다가 마음이 급해 평소와 같이 풀어내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게 왜 이리 안 풀려!’
물에 잠기며 사력을 다했지만 겨우 팔목에 차고 있던 묵갑 하나만 풀어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강무진은 숨이 차왔고 그만큼 묵갑을 풀어내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강무진이 더 이상 숨을 참지 못하고 거품을 뿜어냈다.
뽀골뽀골!
한계였던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물이 꾸역꾸역 목 안으로 넘어왔다.
‘커허어억.’
괴로움으로 인해 물속에서 끊임없이 허우적대던 강무진은 어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의식이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대로…….’
강무진이 그렇게 의식의 끈을 놓치려는 순간 아주 낯익은 얼굴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초연……. 그녀가 어떻게…….’
몽롱한 의식 속에서 강무진은 자신에게 헤엄쳐 오고 있는 여인이 초연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초연의 얼굴을 보면서 강무진의 눈은 점점 감기어갔다. 그리고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한편 구해신니를 비롯한 보타사의 고수들과 왜구들은 배가 침몰하면서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싸움을 멈추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 작은 배들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은 몇 척 되지 않아서 왜구들과 구해신니 일행들이 모두 배에 타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서로 먼저 작은 배를 차지하기 위해 또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퍼퍼펑!
“크아악!”
용보아가 검을 찔러 넣는 척하다가 교묘하게 참뢰항마장을 펼쳐 왜구 한 명을 날려버리고는 옆에서 같이 왜구를 상대하던 정소옥을 향해 외쳤다.
“사저! 강 소협이 배 밑에 있어요!”
“뭐?”
“제가 밑으로 내려가 봐야겠어요!”
용보아가 그렇게 외치면서 이제는 완전히 비스듬히 기울어 버린 바닥을 차고 앞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구해신니가 앞쪽에서 날아 내려오며 용보아를 보고 외쳤다.
“뭘 하느냐? 어서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그러면서 다시 몸을 날려 앞쪽에 있던 왜구들을 향해 양손을 펼치자 두 명의 왜구들이 각각 가슴에 장을 맞고는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퍼퍼펑!
“크아악!”
“커헉!”
그때 용보아가 기합을 지르면서 자신의 옆에서 공격해 오던 두 명의 왜구를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하아앗!”
그들이 그것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순간 용보아가 그중 한 명에게 바짝 다가서며 일장을 날렸다.
퍼엉!
“크억!”
상대는 용보아의 일장에 어깨를 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 틈을 노리고 다른 왜구가 용보아를 노리고 검을 찔러오는 순간, 그 왜구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푹 꼬꾸라졌다. 정소옥이 어느새 그 왜구의 옆구리를 베어버렸던 것이다.
그사이에 또다시 두 명의 왜구들을 죽인 구해신니가 정소옥과 용보아를 보며 말했다.
“너희 둘도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 조금 있으면 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사부님! 아까 강 소협이 밑에 있는 것을 봤잖아요. 이 밑으로 물살에 쓸려 들어갔다고요.”
용보아가 그렇게 다급하게 말하고 있는데 배가 다시 옆으로 기울어 이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에 구해신니가 용보아의 손을 잡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근처에 있던 작은 배로 내려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정소옥도 경공을 펼쳐 구해신니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렇게 기울어가던 배는 이제 물 위에 완전히 옆으로 누운 상태로 반 이상이 잠겨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강 소협은 어떻게 하죠? 사부님!”
용보아가 계속 구해신니를 보며 애처롭게 말했으나 이미 어떻게 손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배가 저렇게 뒤집혔으니 살아 있다 해도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침착해라. 모두들 빠져나온 게냐?”
구해신니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대여섯 척의 작은 배에 타고 있던 보타문의 고수들이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 대사저가 보이지 않아요.”
정소옥의 말에 구해신니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유빙화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정소옥의 말대로 유빙화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빙화를 보지 못했느냐?”
구해신니가 내공을 실어서 외치자 멀리에 있는 작은 배에 올라타 있던 사람들까지 그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이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제자가 아까 봤습니다. 아까 배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
“이런! 그럼 아직 저 배 안에 있단 말이냐?”
구해신니가 이제는 거의 가라앉아 버린 커다란 배를 보면서 말하자 옆에 있던 정소옥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사부님! 어떻게 하죠?”
“일단 너희들은 도망가고 있는 왜구들을 끝까지 쫓아라. 갈 곳이 없으니 저렇게 도망치다가 또 마을을 노리고 뭍으로 올라갈 것이다.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된다.”
멀리서 서너 척의 배에 타고 열심히 노를 저어 도망가고 있는 왜구들을 보면서 구해신니가 외치자 주위에 있던 보타문의 고수들이 곧 그들을 향해 배를 저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빙화를 찾아보자꾸나. 배를 좀더 가까이 대어라.”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용보아가 뭔가를 보고 갑자기 기쁜 듯이 소리쳤다.
“사부님! 저기를 보세요!”
“아!”
용보아의 외침에 구해신니는 물론이고 정소옥까지 용보아가 가리키는 곳을 봤다. 그곳에는 유빙화가 물에 떠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빙화야!”
구해신니가 기쁜 마음에 유빙화를 불렀으나 유빙화는 미처 듣지 못한 듯했다. 구해신니의 부름에도 유빙화는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곧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대사저가 왜 저러죠?”
용보아가 의아해하며 물었으나 누구도 이유를 모르니 대답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다시 물 위로 떠오른 유빙화를 보며 사람들은 유빙화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다시 물 위로 떠오른 유빙화는 정신을 잃고 있는 한 사내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다름 아닌 강무진이었다.
“아! 강 소협!”
용보아가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자 그제야 유빙화가 용보아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구해신니를 보고 크게 외쳤다.
“사부님!”
“무리하지 말고 그쪽에 있어라! 뭐 하느냐? 어서 배를 저쪽으로 대지 않고.”
구해신니의 말에 배에 같이 타고 있던 보타문 사람이 빠르게 노를 저어 배를 유빙화가 있는 곳으로 몰아갔다.
유빙화는 안고 있던 강무진을 먼저 배 위로 올린 후에 자신도 배 위로 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구해신니의 물음에 유빙화가 잠시 강무진을 보다가 대답을 했다.
“우연찮게 그를 구하게 되었어요.”
그랬다. 선실 안에서 왜구들을 상대하던 유빙화는 선실의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배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배가 기우는 것이 심해지자 원인을 알기 위해 배의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바닷물이 가득 차오르면서 물건들이 모두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잠시 그곳을 살피던 유빙화의 눈에 안쪽에 있는 기둥에 강무진이 정신을 잃고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