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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98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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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98화

98화

 

“내가 보니 형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는데, 모두들 그것도 모른단 말이오?”

강무진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말하자 사람들 중에 한 명이 강무진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데 이곳에 함부로 들어왔는가?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 온 것인가?”

“물론이오. 나는 패왕마전대의 대주 강무진이라고 하오.”

“헛! 패왕마전대…….”

강무진의 말에 좌중의 사람들이 모두 놀란 눈을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 다음에 하는 말은 그들을 더 놀라게 했다.

“그리고 저기 있는 소문주님의 의제 되는 사람이오. 이 자리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으나 당신들 하는 짓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아 나도 모르게 나섰소이다.”

강무진의 말에 사람들의 인상이 모두 바뀌었다. 그러다 그들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뭐라고 하는 것인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는 것이 아니다!”

“흥!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고 있는 것은 당신들이지 않소?”

“뭣이?”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막돼먹은 곳은 처음 봤소. 세상에 어느 문파에서 소문주를 이리도 무시한단 말이오? 소문주가 좀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부족한 부분을 감싸주고 채워줘야 하는 것 아니오? 그러지는 못할망정 무시하고 뒤에서 욕이나 하는 짓을 어느 명문 정파에서 한단 말이오?”

강무진의 말에 사람들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강무진의 말이 모두 옳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과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부터 말 생각을 하지. 형님 말대로 당신네들이 고개 숙이고 그들 밑에 들어가면 그 순간 끝인 걸 정말 모르오? 저기 잘난 아가씨 말대로 당신들이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소?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곳으로 가면 흑룡문이고 뭐고 그쪽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뭔 짓이든 할 사람들 같소이다.”

“말을 삼가라. 더 이상 입을 놀린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푸하하하하!”

갑자기 강무진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자 관평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모두 귀를 막았다. 강무진이 내공을 실어 웃음을 터트렸던 것이다.

“나한테 덤빌 용기가 있다면 그 힘으로 패왕성에 맞서시오!”

그때였다.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관여지가 나서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죠? 누구보다 그러고 싶은 사람들은 우리들이라고요. 하지만…….”

관여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무진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에서 정녕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저기 있는 내 형님밖에 없소이다. 소저 역시 그들과 싸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 않소?”

“하지만 방법이…….”

“그것 역시 말도 안 되오. 방금 방법이 없다고 했소? 스스로들 한 번 생각해 보시오. 패왕성에서 이곳을 없애려고 했다면 그냥 없애지, 왜 그러지 않고 대성상단에 귀속시키려 한단 말이오? 그것은 그만큼 흑룡문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오. 또한 흑룡문을 상대하기가 껄끄럽다는 뜻이기도 하오. 그러니 일단 대성상단을 향해 실력행사를 하다가 패왕성에서 나서면 그들 역시 손을 좀 봐주면 되오. 몇 번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그쪽에서 먼저 요구하는 것을 가지고 나설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그건…….”

“아아! 물론 그러자면 피를 좀 봐야 할 거요. 그러나 그 정도 희생을 감수해서 흑룡문이 건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소?”

“그들이 꼭 그렇게 나온다고 어떻게 장담하죠? 그들이 우리를 아예 이곳에서 지우려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패왕성은 충분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패왕성에 있었던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당연하오. 그래서 그들이 내 말대로 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아오. 그것이 패왕성의 방식이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문주님, 당신도 한때 패왕마전대의 일원이었으니 잘 알지 않습니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관평대를 쏘아보자 관평대도 강무진을 쏘아봤다. 그렇게 두 사람이 기세싸움을 하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 네놈이 지금 누구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게냐?”

관평대는 호통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채고는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대청의 입구를 바라봤다. 그러자 마홍이 몇몇 노인들과 같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홍!”

“대공자님,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마홍이 성큼성큼 강무진에게 다가와 예를 취하더니 곧 뒤에 있는 노인들을 보며 말했다.

“뭣들 해? 어서들 인사하지 않고! 이분이 내가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그분이야.”

마홍의 말에 뒤에 있던 노인들이 다가와 강무진에게 동시에 예를 취했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강무진은 뜻하지 않게 노인들의 인사를 받자 속으로는 당황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그 예를 받았다. 사실 그들은 관평대와 마찬가지로 한때 패왕마전대의 대원들이었나 지금은 은퇴해서 조용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마홍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모두 모았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 예를 주고받자 마홍이 관평대를 향해 서릿발 같은 기세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관평대 네 이놈! 네놈이 팔자 좀 펴면서 문주 자리 하나 꿰차더니 간이 배 밖에 나왔구나. 한 번 패왕마전대는 영원한 패왕마전대인 걸 모르느냐?”

“끙, 제발 이놈 저놈 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문내 사람들도 있는데 체면 좀 세워주면 안됩니까?”

관평대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하자 마홍이 열을 올리며 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놈이 하는 짓을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을 안 한단 말이냐? 이분이 패왕마전대의 대주라는 것을 알면서도 예를 취하기는커녕 떡하니 앉아서 눈알을 부라려? 아주 그놈의 눈알을 확……. 이놈아, 내가 옛날에 네놈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줬더냐?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뿐이냐? 네놈이 사고 치고 다니면 그거 누가 다 뒤치다꺼리를 했는데! 그러는 네놈이 내 체면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따위로 행동한단 말이냐? 당장 와서 예를 취하지 못하느냐?”

“선배, 지금은…….”

“시끄럽다. 네놈이 그럴 줄 알고 내 이놈들을 찾아 함께 온 것이다. 당장 와서 예를 취할래, 아니면 오랜만에 우리 모두한테 죽음의 단련을 한 번 받아볼 테냐?”

마홍이 소매를 걷어올리며 그렇게 말하자 마홍의 옆에 있던 노인들이 실실 웃음을 흘렸다.

“클클. 죽음의 단련이라……. 정말 오랜만이구먼.”

“그러게. 흘흘. 옛날 생각나는군. 관가야, 그냥 그렇게 잠시 뻗대다가 죽음의 단련을 받는 것이 좋겠다. 요즘 창왕이라고 불린다며? 어디 그 솜씨 한 번 보자. 흘흘.”

“창왕은 무슨. 지랄, 저놈이 창왕이면 나는 도왕에 검왕이다. 너는 몽둥이질을 잘하니 봉왕 해라. 크크크.”

노인들이 그렇게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자 관평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홍은 물론이고 그 노인들 모두 한때 관평대의 선배였던 자들이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저렇게 이놈저놈 해도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대청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난입한 노인들이 관평대를 보며 이놈 저놈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화가 났으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럴 일이 아닌 것 같아 그저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때 뜻밖에도 관옥상이 나서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오?”

이에 그들은 물론이고 대청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관옥상을 바라봤다.

“이곳이 지금 어떤 곳인지 알고들 그 난리를 치고 있는 거요?”

“형님…….”

강무진은 관옥상의 그런 반응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관옥상을 불렀다. 그러자 관옥상이 강무진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

짝!

이에 대청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헛! 대공자님!”

마홍 역시 깜짝 놀라며 금방이라도 관옥상을 향해 손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조용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너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사람들이 모두 나를 무시한다고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냐?”

“아닙니다, 형님.”

“이곳은 지금 흑룡문의 사활을 걸고 의논을 하는 자리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있는데 네가 그리 나오니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러는 거냐? 나를 정말 형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

“죄송합니다, 형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됐다.”

관옥상이 강무진을 외면하며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소리쳤다.

“여기 흑룡문은 내가 먹고 자는 곳이고, 내가 커온 곳이며, 내 가족이 지내는 곳입니다! 내 어머니가 이곳에서 돌아가셨고, 내 동생인 여지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평생을 피땀 흘려 이루어놓은 곳입니다. 내 모든 것이 이곳 흑룡문에 있단 말입니다.”

관옥상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모두를 바라봤다. 관옥상 말고도 여기에 있는 흑룡문 사람들 중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싸웁시다! 이곳이 없어지면 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건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남자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다 같이 죽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외치던 관옥상이 순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뚝뚝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님!”

강무진도 놀라서 급히 관옥상에게 가려고 했으나 관옥상이 그런 강무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부탁입니다. 싸웁시다! 내 이 피로 맹세합니다. 무공도 약하고 성격도 더러워 아무 데도 쓸모없는 나지만 그런 내가 제일 앞에 서서 싸우겠습니다. 이 못난 놈을 형님이라고 여기는 저 아우에게 부끄럽지 않게 누가 다쳐야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다칠 것이고! 누가 죽어야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죽겠습니다. 그러니 이곳을 지켜주십시오! 나를 조금이라도 소문주라고 생각한다면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흑룡문 사람 아닙니까?”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피가 뚝뚝 흐르는 주먹을 꽉 쥐고 소리치던 관옥상의 말이 끝나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우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관옥상에게 예를 취하면서 크게 외쳤다.

“이 우모가 소문주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이후로 누구라도 소문주를 무시한다면 이 우모가 나서서 일장에 쳐 죽이겠습니다. 또한 이 우모 역시 소문주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이 피로 맹세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우 장로도 관옥상처럼 품에서 단도를 꺼내 팔뚝을 한 번 그었다. 그러고는 피가 흐르는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우 장로를 따르는 몇몇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팔을 그으면서 외쳤다.

“나도 함께하겠소!”

“나 역시 소문주에게 목숨을 맡기겠소!”

그러자 이제는 여기저기서 모두가 일어나서 자신의 팔을 그으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나도 이 피에 맹세하겠소이다.”

“까짓 한 번 죽지 두 번 죽소! 해봅시다.”

“맞소!”

“해봅시다!”

상황이 이러자 관옥상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우 장로가 다가가 관옥상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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