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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95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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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95화

 95화

 

그때였다. 강무진이 갑자기 관옥상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관옥상이 흠칫 놀라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내게 한 번 형님이면 영원한 형님입니다. 전에 절강성에 형님이 한 분 더 계시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나중에 한번 같이 가서 그 형님을 뵙시다.”

관옥상은 강무진의 눈에서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강무진은 서 장로같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왠지 마음이 쉽게 풀어지지가 않았다. 이에 강무진의 손을 뿌리치고 그 자리를 벗어나던 관옥상이 잠시 멈추어 서서 강무진을 힐끗 돌아봤다.

“장로들이 네 정체를 알고 패왕성에 넘기려고 한다.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을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가는 관옥상의 뒷모습을 보면서 강무진은 미소를 지었다.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하다>

 

악양에서 바라보는 동정호의 풍경은 천하에서 알아주는 진풍경이다. 그 동정호의 북쪽에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을 끼고 가다 보면 우뚝 솟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을 사람들은 군산(君山)이라 불렀다.

그 산은 깊은 협곡과 험한 절벽으로 유명했는데, 지금 그 절벽 위에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후욱…….”

그는 벌써 한 시진이나 그 자리에 서서 몇 번이나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하려면 이 방법뿐이야.’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강무진은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나 절벽이 높은지 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이대로 뛰어내리면 죽는다. 그건 개죽음이야. 어떻게 이런 절벽에서 떨어지고 살아남는단 말이냐? 이건 멍청한 짓이야.’

벌써 이 같은 생각을 한 시진째 하고 있는 강무진이었다. 금강불괴신공의 완성을 위해서 험한 절벽을 찾아서 뛰어내릴 생각을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도저히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큰마음 먹고 뛰어내리려고 할 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호흡이 거칠어졌고 다리도 움직이지가 않았다.

“후욱……. 후욱……. 젠장!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는다고!”

갑자기 사자가 포효하듯이 크게 소리를 치던 강무진이 그 자리에서 힘껏 뛰어내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절벽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에 머리며, 어깨, 허리, 다리가 부딪쳤다. 그때마다 무지막지한 통증이 밀려오기는 했으나 오히려 정신은 번쩍 들고 있었다.

“크윽…….”

‘이번에는 머리…….’

콰아아앙!

바위가 툭 솟아나온 부분에 머리가 부딪치면서 몸 전체가 튕겨 나갔다. 그리고 다시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어깨…….’

콰아아앙!

콰콰콰콰!

이번에는 어깨가 부딪치면서 몸이 몇 번이나 회전을 하며 벽에 끌리다가 떨어져 내렸다.

“크으윽!”

‘이번에는 다리…….’

쿠아아아앙!

신기한 일이었다. 어떠한 때보다 집중력이 월등히 발휘되고 있었다. 몸이 떨어져 내리는 그 짧은 시간에 어디에 어디가 부딪칠지 정확히 파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온몸으로 구르며 떨어져 내리던 강무진의 몸이 드디어 절벽의 마지막 부분까지 떨어져 내렸다. 그곳은 다행히 동정호의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었다.

퍼어어어어어엉!

물보라가 높게 솟으면서 강무진의 몸이 물속 깊숙이 잠겨 들어갔다. 강무진은 수영을 못 하기 때문에 숨을 참고 필사적으로 손과 발을 허우적댔다.

“푸하아아아아!”

그렇게 간신히 물 위로 떠오른 강무진은 근처에 툭 솟아올라와 있는 바위를 잡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허억……. 허억…….”

정말 죽다 살아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체험한 강무진이었다. 온몸의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어 바위를 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가능하다! 이 정도면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할 수 있어!’

항상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들어 처음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을 뛰어넘으면 그 뒤부터는 별것 아닌 것같이 느껴진다. 무슨 일이든 그런 법이다.

그러나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는 것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뛸 때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압박감, 뛰어내리고 나서 등골을 서늘하게 할 정도의 오싹함이 항상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강무진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위기의 상황에서 주변의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크게 발달했다.

이런 능력은 적과 싸울 때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절벽의 바위와 벽에 몸이 부딪치면서 금강불괴신공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무진은 크게 기합을 지르며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동안 강무진의 몸은 사정없이 이곳저곳에 부딪쳐 튕겨 나가며 굴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통증이 없었다. 오히려 강무진의 몸과 부딪치는 바위와 벽이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아!’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심하게 몸이 부딪치고 있는데도 몸이 아프기는커녕 충격조차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마치 그런 것이 지금 내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닌 것같이 느껴졌다.

퍼어어어어엉!

강무진이 절벽 아래의 물로 떨어져 내리자 물보라가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강무진의 몸이 둥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렇게 가만히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 있던 강무진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훗…….”

‘완성했다!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했다!’

속으로는 금강불괴신공을 완성했다는 기쁨에 신이 나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날뛰고 싶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여전히 몸에 힘을 빼고 물살의 흐름에 맡긴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초연……. 조금만 기다려. 네 원수는 꼭 갚아줄게.’

초연을 생각하자 가슴이 아려오는 강무진이었다.

 

“휘이……. 덥다. 더워.”

송편이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몰며 연방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마차 안에서 이이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멀었냐?”

“내 참……. 안에서 편하게 가면서 그렇게 보채지 마십시오.”

“뭐야?”

“아니면 이 땡볕으로 나와서 마차를 좀 몰아보시든가요.”

송편이 투덜대면서 말하자 적영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송편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마차를 몰아볼게요. 잠시 마차를 세워주세요.”

“엇! 그런 말 마십시오. 적 소저에게 마차를 몰게 했다가 나중에 대주님한테 무슨 말을 들으려고요. 적 소저는 그냥 편안하게 계십시오. 옆에 있는 분처럼 말입니다.”

“허! 저놈이 참, 요즘 왜 저렇게 투덜투덜 말이 많아졌는지…….”

이이책이 부채를 펼쳐 부채질을 하며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그런 이이책의 모습을 보면서 적영령이 미소를 지었다.

“호호. 그러지 말고 마차를 세워주세요. 안에만 있기 갑갑해서 그래요. 그러니 마차 모는 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제 다리가 이러니 마차도 못 몰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지요?”

“헛!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야, 이놈아, 들었지? 빨리 마차 세워라.”

“나중에 대주님이 나한테 뭐라고 하면 모두 조장님 지시였다고 할 겁니다.”

송편이 그렇게 이이책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마차를 세웠다.

그리고 잠시 후…….

마부석에는 이이책과 적영령이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가고 송편은 마차 안에서 또 뭐가 불만인지 인상을 잔뜩 쓰고 앉아 있었다.

“호호호. 정말이요?”

“정말이고말고요. 그때의 대주님 얼굴은 정말 볼만했습지요. 하하하.”

“호호호호.”

그렇게 두 사람이 즐겁게 나누는 대화를 마차 안에서 듣고 있던 송편은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아, 나……. 정말 이게 아닌데……. 에라! 잠이나 자자.’

송편이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 안에서 벌렁 누우려고 할 때였다. 마차가 멈춰 서며 이이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편아, 다 왔다.”

“끙.”

송편이 마차에서 내리자 이이책이 적영령을 부축해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송편이 마차에 실어두었던 적영령의 탈것을 내렸다. 그것은 두 개의 긴 나무 중간에 의자가 부착되어 있는 아주 간단하게 만든 가마였다. 이이책이 이곳에 올 때 미리 준비를 한 것이었다.

그 의자에 적영령을 앉힌 이이책이 앞에서 양쪽에 있는 나무를 잡고 뒤에 있는 송편과 같이 가마를 들어 올렸다.

“무겁지 않으세요?”

적영령이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말하자, 이이책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송편이 먼저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무겁기는요.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하하하.”

‘놈. 속보인다, 속보여.’

이이책이 슬쩍 뒤에 있는 송편을 곁눈질하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편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합니까? 조장님! 어서 출발해야죠.”

“끙! 알았다. 가자.”

그렇게 구불구불 좁은 시골길을 한참이나 가니 작은 산이 나왔다. 그 산을 두 사람이 낑낑대며 중턱까지 오르자 한쪽에 밭이 있고, 그 옆에 작은 초옥이 있는 것이 보였다.

“휴……. 여기가 맞습니까?”

이이책이 숨을 내쉬면서 적영령에게 묻자 적영령이 잠시 주위의 경관을 살피다가 말했다.

“네. 여기가 맞는 것 같아요. 아! 저기 밭을 매는 사람이 있으니 저 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거예요.”

적영령의 말에 이이책이 그쪽을 보니 과연 쭈그리고 앉아서 밭을 매고 있는 노인이 한 명 보였다. 이에 이이책이 뒤쪽에서 가마를 들고 있는 송편을 보고 말했다.

“내려라.”

“네.”

“송편아.”

“왜 그럽니까?”

가마를 내려놓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송편을 이이책이 부르자 송편이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가서 물어보고 와야지.”

이이책의 말에 송편이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던지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지금 조장님의 말은, 조장님은 여기 그늘에서 쉬고 있을 테니 나 혼자 저 땡볕에 가서 예쁜 아가씨도 아닌 저 노인과 말을 섞고 오라는 뜻입니까? 싫습니다. 저는 지금 힘들어서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안 그러면 다시 가마를 들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늦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내공이 저보다 훨씬 고강하신 조장님이 갔다 오십시오.”

그렇게 말한 송편은 계속 손으로 부채질을 하다가 이이책에게서 아무 말도 없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에 이이책을 슬쩍 바라보자 이이책이 도끼눈을 하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헉!”

“네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지? 앙? 요즘 좀 풀어줬더니 머리끝까지 올라서려고 하네. 죽음의 단련 한 번 할까? 앙?”

이이책의 말에 송편은 이 더위에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단련이란 패왕마전대에서 하는 수련법 중의 하나로 선배가 후배에게 무공을 지도해 준다는 명목 하에 후배를 반 죽여놓는 일이었다. 보통 후배 중, 말을 잘 안 듣는 꼴통 같은 놈이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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