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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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93화
93화
“큰일이구려. 패왕성에서 우리 흑룡문을 통째로 먹으려고 드니……. 허 참!”
서 장로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하자 우 장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흥! 그들은 본문을 너무 우습게보고 있소이다. 대성상단에서도 우리에게 그리하면 안 되지 않소.”
“그러게나 말이오. 허나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어쩌겠소? 어쨌든 문주님이 직접 가셨으니 뭔가 결론을 내고 오실 것이오.”
“그들이 만약 끝까지 본문을 억압하려 든다면 이 우모가 목숨을 걸고 그들을 상대할 것이오.”
“자자, 너무 흥분하지 마시구려. 누군들 그런 생각이 없겠소? 쯧쯧. 이런 때에 믿음직한 후계자라도 있으면 문주님도 마음고생이 좀 덜하련만. 원, 어찌 그런 망나니 같은 놈이 태어나서는…….”
‘뭐야? 서 장로 그가……. 여태까지 나를 속였구나. 거짓으로 나를 대했던 거였어. 두고 보자, 서 장로!’
서 장로의 말에 분노를 느끼면서 관옥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는 이랬든 저랬든 본문의 소문주이지 않소!”
“아아! 알겠소이다. 그나저나 문주님의 손님으로 온 자들 말이오. 그들이 정말 패왕마전대가 맞소?”
“내 귀로 똑똑히 들었소이다.”
‘뭐? 그들이 아버님과 같은 패왕마전대란 말인가? 흠, 그래서 아버님이 그리 귀빈 대접을 했군.’
“쯧쯧! 패왕성의 실권이 바뀐다 해도 패왕마전대가 남아 있었더라면 본문의 상황이 이리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오.”
“말해 뭐 하겠소. 이미 그리된 일을…….”
“헌데 소문주가 어찌 그들과 같이 있는 거요?”
‘응? 무슨 말이지?’
“그걸 나도 모르겠소. 소문주와 같이 다니는 자가 바로 패왕마전대의 대주라고 하더이다.”
‘뭐?’
우 장로의 말에 관옥상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가 다시 들려왔다.
“패왕성에서 그들을 찾고 있는 것 같던데 그들을 내주는 것이 어떻겠소? 지금과 같은 상황에 그들이라도 내주면 뭔가 도움이 되지 않겠소?”
“흠, 그럴지도 모르지만 문주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그럼 문주님 몰래 처리하면 되잖소.”
“그,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이게 다 본문을 위한 일이 아니겠소.”
“그렇지만…….”
“자자, 내 말대로 합시다. 우선…….”
그때부터 서 장로가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기 때문에 관옥상은 더 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이에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오며 생각에 잠겼다.
‘설마, 아우가 패왕마전대의 대주란 말인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아우같이 어수룩한 사람이 어떻게 그 대단하다는 패왕마전대의 대주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들이 아마 잘 못 알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그들이 잘못 알고 있다 해도 이 일을 어서 아우한테 알려야 하겠군. 그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진 관옥상이었으나 벌써 며칠째 강무진을 보지 못한 그였다. 지금도 그를 찾아다니고 있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 거야?’
강무진을 생각하니 다시 짜증이 나는 관옥상이었다.
악양(岳陽)에서 보이는 동정호(洞庭湖)의 풍경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진풍경이다. 그 동정호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우뚝 솟아 있는 전각이 하나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악양홍루라는 기루였다.
그 악양홍루의 깊고도 은밀한 방에 적영령과 강무진이 벌써 이틀째 딱 붙어 있었다. 적영령이 강무진에게 내공을 전수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적영령의 모든 내공이 강무진에게 전해질 수가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서 내공을 전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조용한 산속으로 가자는 말도 있었고, 이곳 흑룡문의 연공실을 잠깐 빌리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러다 지내고 있는 후원의 방에서 그냥 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 이렇게 기루로 오게 되었다.
물론 기루로 가자는 의견은 강무진이 낸 것이었다. 이에 처음에는 모두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루만큼 안전한 곳도 없겠다 싶어 모두 동의를 하게 되었다. 기루에는 신분을 감추고 며칠씩 조용히 묵었다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도 그렇게 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악양홍루의 깊숙이 있는 조용한 방 두 개를 잡았다. 그 한쪽 방에서 적영령이 강무진에게 내공을 전수하고, 바로 옆방에서는 마홍과 이이책, 그리고 송편이 돌아가면서 그들을 보호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뜻하지 않게 강무진과 적영령이 있는 옆방에 손님이 들었다. 이에 마홍 등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공을 전해 받을 때 외부에서 약간의 충격만 받아도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혈관이 터지고 기혈이 엉켜 미치거나 죽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모두들 바짝 긴장을 했던 것이다.
적영령은 강무진과 마주 앉아 강무진의 두 손에 자신의 손을 붙이고 내공을 계속 불어넣고 있었다. 이미 오른쪽 팔의 막힌 기혈들은 거의 뚫은 상태였다. 나머지는 강무진이 내공을 모두 전해 받은 후에 스스로 뚫어도 충분했기 때문에 지금은 내공을 전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옆방에서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그쪽으로 갔다. 이에 강무진이 여태까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적영령을 바라봤다. 적영령은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자 곧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약간의 시간이 흘러갔다.
모두가 느끼기에 다행히 옆방에 든 손님은 아주 조용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 사람 외에 또 하나의 기척이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기녀인 것 같았는데, 기녀가 옆에 있는데도 말소리 하나 나지 않고 조용했던 것이다. 이에 옆방에 있던 마홍이나 이이책, 그리고 송편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렇게 밤이 깊었을 때였다.
옆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기에 그냥 자나 보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한 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가 작았기 때문에 적영령이나 강무진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가 약간 커지자 강무진은 곧 그 소리가 뭘 할 때 나는 소리인지 알고는 한순간에 집중력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하필 이럴 때…….’
적영령도 강무진과 같이 그 소리를 듣고 있었으나 적영령은 단순히 옆방에 있는 여인이 어딘가 많이 아픈가 보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남자에게 손목 한 번 잡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옆방에서 나는 소리의 정체를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강무진의 집중력이 산만해지는 것도 옆방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라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옆방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신음 소리가 이상해지면서 강무진의 상태도 이상해져 가자 그제야 적영령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단순히 여인이 아파서 앓는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의 상태가 이상하다. 이대로 가면 둘 다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어.’
적영령은 강무진에게 정신을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내공을 전하는 동안에는 말을 하는 순간 기가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눈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더 강무진을 미치게 하고 있었다.
강무진은 적영령의 눈을 보고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적영령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무진은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극이 상당히 심했다. 더구나 아무리 피가 섞인 동생이라지만 반쪽짜리에다 오랜 시간 동안 안 보다가 다 커서 만난 사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영령은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미인이었다. 그런 적영령이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와는 상반되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계속 자신을 바라보자 그것이 더 강무진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아… 음……. 아이, 좋아요…….”
여태까지 신음 소리만 들려오다가 처음으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적영령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파서 저렇게 앓고 있는데 뭐가 좋단 말인가?
그때 적영령은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자 강무진의 눈 속에서 기이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욕정이었다. 그제야 적영령도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비록 남자한테 손목 한 번 제대로 잡혀본 적이 없는 적영령이었으나 나름대로 들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소리는 이제 갈수록 커져가며 두 사람을 미치게 하고 있었다.
‘크으……. 저것들이 정말! 이제 조금만 있으면 끝나는데…….’
그때였다. 강무진은 장심으로 들어오던 적영령의 기가 고르지 않은 것을 느끼고는 적영령을 바라봤다. 그러자 적영령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큰일이다. 적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어 기가 고르지 않다! 이대로 가면 정말 둘 다 주화입마에 빠지는데…….’
사실 여태까지는 적영령이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뭔지 몰라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은데다 강무진은 상대가 동생이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스렸기 때문에 그나마 어떻게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적영령까지 마음이 흔들리자 당장에 두 사람은 극히 위험한 고비를 맞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강무진은 적영령과 마주 붙이고 있던 장을 살짝 손가락만 풀어 적영령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었다. 그러고는 힘주어서 꽉 쥐자 적영령이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그런 적영령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눈에는 욕정이 가득 차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평소의 적영령이라면 아무리 옆방에서 그런 소리가 나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공을 전하는 가운데 사람의 마음과 관계되어 있는 중단전이 움직이는 바람에 감정이 깊게 나타났던 것이다.
“하아……. 하악…….”
‘크으…….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 차려! 적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금씩 강무진에게 상체를 숙여오는 적영령을 보면서 강무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몸 안의 기혈을 다스릴 뿐이었다.
그렇게 적영령이 몽롱한 눈으로 강무진에게 다가갈수록 옆방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도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크윽! 기혈이 엉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다. 정신을 차려라. 방법을 생각하자, 방법을…….’
이미 어제 생사혈관을 타통해 기혈의 막힘은 없었으나 그런 기혈의 움직임이 익숙하지가 않은데다 지금 적영령의 상태가 이상해지니 기혈이 엉키면서 거꾸로 흐르려 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강무진이 무사하려면 적영령을 밀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강무진은 살 수 있지만 적영령은 백이면 백 중상을 입고 죽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럴 수는 없다.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차라리 같이 죽는 것이 낫다. 크윽, 이제 정말 한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