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9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92화
92화
“사실… 오른팔을 쓸 수가 없어. 이곳에 오는 것이 늦은 이유도 여기저기 의원들을 찾아다녔기 때문이야. 하지만 아까 말한 대로 이곳에 있는 명의가 치료할 수 있대.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아니요. 오라버니 팔은 어떤 명의라도 완전히 고칠 수 없어요. 기혈의 대부분이 막힌데다 근육도 엉망이에요. 운이 좋아 고친다고 해도 검을 쥘 수도 없고, 무공을 쓸 수도 없어요. 아마 겨우 움직이는 정도일 거예요. 제 말이 맞죠?”
“……!”
적영령의 말에 모두들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 그런……. 대공자님,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아가씨의 말이 정말입니까?”
마홍은 충격이 컸던지 얼굴까지 빨개져서 말을 더듬고 있었다.
“어서 말해 보십시오! 아가씨의 말이 사실입니까?”
“응.”
강무진이 작게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짝!
마홍이 순간 힘껏 강무진의 뺨을 치자 모두들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강무진 역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홍을 바라봤다.
“왜, 왜 그런 것을 숨기려고 했습니까? 이, 이 내가……. 이 마홍이 남이란 말입니까?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여태까지 대공자님을 걱정하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마홍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마홍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이이책이 그 모습을 보고 마홍을 부축해 다독이면서 자리에 앉혔다.
“진정하십시오, 마 선배님. 대주님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누구보다 괴로운 것은 대주님일 겁니다.”
“…….”
“마홍, 미안해. 나는 모두들 걱정할까 봐……. 다 나으면 말하려고 했는데…….”
강무진이 마홍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손을 잡으며 말하자 마홍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압니다. 제가 어찌 대공자님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다음부터는 어떠한 일도 숨기지 마십시오. 항상 당당하고 떳떳하셔야 하십시오. 대공자님은 패왕성의 대공자님이시잖습니까? 이 늙은이의 마음을 염려해 준다면 다음부터는 절대로 숨기지 마십시오.”
“응. 그럴게.”
“팔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천하의 명의들을 다 찾아가겠습니다. 무슨 짓을 해서든 대공자님의 팔을 고쳐드릴 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응.”
마홍과 강무진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모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생각보다 깊어 마치 조손과 같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보던 적영령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오라버니의 팔을 고칠 방법이 있어요.”
“……!”
적영령의 말에 모두들 적영령을 바라봤다.
“오라버니의 팔을 고칠 수도 있고, 오라버니의 내공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대단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게 무슨 방법입니까?”
마홍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묻자 적영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 내공을 모두 오라버니에게 전해 주는 거예요.”
“……!”
적영령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짓는 가운데 강무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말이야? 그럴 수는 없어.”
“아니요. 그 방법밖에 없어요. 제가 내공을 전하면서 오라버니의 막힌 혈들을 뚫어야만 오른팔을 예전과 같이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내공은 제 힘으로 쌓은 것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제게 전해 준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되요.”
적영령의 말에 마홍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헛! 그, 그럼 전대의 성주님이신… 적공후 님께서…….”
“네, 맞아요. 할아버지가 무공 수련 중에 주화입마에 들자 모두들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그러나 간간히 제정신을 차린 할아버님이 자신의 내공을 없애버리려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주화입마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거예요. 그 과정에서 할아버님의 내공을 받을 사람이 필요했고, 처음에는 운휘 오라버니가 선택되었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제가 선택되었죠.”
“음, 위험 부담 때문이었군요.”
여태까지 곰곰이 듣고 있던 이이책의 말에 적영령이 약간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책의 말대로 내공을 전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 봐 부용화가 극구 반대를 했던 것이다. 마홍 역시 그런 적영령의 마음을 헤아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아가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공후 님이 아직 살아 계시다는 겁니까?”
“네. 내공을 모두 저에게 전해 주고, 모든 것을 아버님에게 물려준 후 어딘가로 가버리셨어요. 그때 이후로 뵙지를 못했으니, 아직 살아 계신지는 저도 몰라요. 사실 도백광 그자가 저를 죽이지 않고 살려놓은 것도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이 내공 때문이에요.”
적영령의 말에 마홍이 놀라서 급하게 물었다.
“그자가 아가씨의 내공을 가지려 했다는 겁니까?”
“아니요. 그가 아니라 그의 제자가 가지려고 했죠.”
적영령의 말에 강무진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운강?”
“아니요.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감이 넘쳐나는 사람이죠. 도백광의 제자 중 방산이라는 자가 있는데 그가 열화마결을 익혔어요.”
“흠.”
방산은 예전에 적영령이 적운휘를 패왕성에서 탈출시킬 때 상대했던 그자였다. 적영령이 잡히고 나서 어떻게 적영령이 그렇게 대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지 상황을 짐작해 낸 도백광이 처음에는 고운강에게 그 내공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적영령의 말대로 고운강은 자신의 무공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못해 넘치는 인물로 그만큼 자존심도 강했다.
그가 거절하자 호지가 그 내공을 전해 받으려 했으나 호지는 마력진패강기만을 익혔을 뿐, 아직 열화마결을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열화마결을 익힌 방산이 내공을 전해 받으려 했으나 방산은 그때 적영령에게 부상을 당한 것이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부상이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는데, 그러던 중에 강무진 일행이 적영령을 구한 것이었다.
“어머니를 죽이지 않고 잡아놓은 것도 제가 가진 내공 때문이었어요. 내공을 타인에게 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죠. 그래서 혹시나 제가 딴마음을 먹을까 봐 어머니를 잡아두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일이 있었던 줄은 몰랐군. 사모님은 아직 무사하실 거야. 걱정하지 마.”
“네.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는 적영령이었다.
“아 참! 오라버니도 열화마결을 익혔죠? 게다가 몸을 보호하는 호신기공도 익혔고요. 그 호신기공 때문에 오라버니의 팔이 그나마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응, 맞아. 열화마결은 이제 초입 부분에 들어섰고, 호신기공은 소림사의 금강불괴신공이야.”
“헛!”
강무진의 말에 모두들 놀라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강무진이 뭔가 대단한 호신기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것이 금강불괴신공일 줄은 짐작도 못 했던 것이다. 금강불괴신공이라면 수련 방법이 기이한데다 완전히 익힌 사람이 극히 드물어 소림사조차도 버려두고 등한시하는 무공이지 않은가?
풍문으로 그 정도는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무진의 입으로 직접 들었음에도 설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강무진의 말에 모두들 그제야 정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강불괴신공은 아직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지 못했어. 금강불괴신공만 완성했어도 오른팔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강무진이 고운강과 대결하던 때를 떠올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저한테 내공을 모두 전해 받으면 더 이상 오라버니의 적수는 없을 거예요.”
“그게… 그렇다면 나는 좋지만 그럼 적매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리도 그렇게 불편한데 내공마저 나한테 전해 주면…….”
“훗! 저는 괜찮아요. 오라버니가 내공을 전해 받고 강해져서 도백광을 물리쳐주세요. 그리고 어머니도 구해주시고요. 그러면 할아버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게다가 오라버니는 아버님의 큰제자이니 내공을 전해 줘도 상관없어요. 어쩌면 적격자라고 할 수도 있죠. 그리고 저는… 오라버니가 평생 보살펴주시면 되죠.”
적영령의 말에 모두가 적영령을 바라봤다. 그리고 강무진을 바라봤다. 이에 적영령은 살짝 얼굴을 붉혔고 강무진은 왜 그러냐는 얼굴로 모두를 바라봤다. 적영령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왜들 그런 눈으로 봐? 그리고 적매, 걱정하지 마. 넌 이 오라버니가 평생 보살펴줄 테니까 말이야.”
강무진이 호언장담하는 말에 모두들 속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강무진은 친동생으로서 보살펴준다는 의미로 말을 한 것인데, 강무진과 적영령의 관계를 모르는 모두는 적영령을 책임지겠다는 말로 이해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영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적영령이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훗. 네.”
“크윽!”
“치잇!”
그 순간 이이책과 송편은 서로 주먹을 불끈 쥐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홍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대주님과 싸웠던 그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응? 누구? 고운강?”
송편이 묻는 말에 강무진이 갑자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 정도면 그 녀석은 어떻게 됐겠냐? 착 하면 척! 이해가 되지 않냐?”
강무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이책이 크게 웃으며 송편을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하하하.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봐라. 내가 뭐랬냐?”
“누가 뭐랩니까요?”
그렇게 그들은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옥상은 며칠째 강무진이 보이지 않자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무공이 쓸 만한데다 자신을 잘 따르는 것 같아 조금 잘 대해주었더니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강무진을 곁에 두고 이용해 먹을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관옥상이 얼굴에 짜증을 잔뜩 묻히고 한 건물 앞을 지나갈 때였다.
앞에서 누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아니, 그것이 정말이오?”
“그렇소이다.”
“그래서 문주님이 이번에 가신 것이었군.”
문주님이라면 자신의 아버지인 관평대를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이에 호기심이 생긴 관옥상이 몸을 숨기고 슬쩍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두 명의 노인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 장로와 서 장로로군. 그런데 무슨 이야기들을 저렇게 나누고 있는 거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명의 노인은 모두 흑룡문의 장로였다. 우 장로는 성격이 강직해서 타협을 모르는 인물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았다.
그에 비해 서 장로는 성격이 둥글둥글해 누구와도 잘 어울려서 모두가 좋아했다. 문내의 모든 사람들이 무시하며 상대도 안 하려고 하는 관옥상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나누며 잘 대해주었기 때문에 관옥상도 좋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