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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9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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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91화

 91화

 

“얼마 전에 잡아온 의원 말이다.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하지만 아가씨가…….”

“뭐야? 지금 내 명령보다 여지의 명령이 더 중하다는 거냐?”

“아, 아닙니다.”

“빨리 가서 데려와!”

“네.”

시비가 관옥상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대청을 나가자 관옥상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쯧! 버릇이 없어. 버릇이…….”

‘흐음, 일개 시비들조차 그를 무시하고 있는 건가? 정말 마치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군.’

분명 관옥상이 그렇게 무시를 당하는 것은 관옥상이 그럴 만한 행동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환경과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몰아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거에 강무진도 그 같은 것을 겪어봤기에 지금 관옥상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때 자신에게는 마홍이라도 있었으나 지금 관옥상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강무진이 보기에 관옥상이 개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자신이 재능이 없고 주위 사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무마시키려는 것같이 보였던 것이다.

관옥상과 강무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자 잠시 후 아까 나갔던 시비가 초라한 행색의 장년 사내를 한 명 데리고 왔다. 관옥상이 그 사내를 보더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며 불렀다.

“왔군. 이리 오게나.”

“네.”

사내가 다가오자 관옥상이 강무진을 보며 말했다.

“이자의 의술이 제법 뛰어나다네. 그러니 팔을 한 번 보여보게나. 여기 이 사람은 내 의제이니 제대로 봐줘야 하네.”

“네.”

사내가 대답을 하고는 곧 강무진의 오른쪽 팔을 살피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그런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 꼬맹이 말대로라면 잡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별로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걸.’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네? 아! 저는 무 씨입니다. 무덕삼이라고 합니다.”

“아, 무 의원이군요. 어떻습니까? 고칠 수 있겠습니까?”

“음, 이상하군요. 이렇게 상처가 심하면 보통 근육과 뼈가 엉망이 되는 게 정상인데, 생각 외로 멀쩡하군요.”

무덕삼의 말대로 강무진의 팔은 금강불괴신공에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혈맥이나 뼈들이 그렇게까지 크게 상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다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혈이 다 막히지는 않았습니다. 뼈가 어긋난 것을 바로잡고, 약으로 팔의 힘줄들은 어떻게 살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덕삼의 말에 강무진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드러났다.

“그럼 다시 팔을 예전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아닙니다. 팔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예전같이 쓸 수는 없을 겁니다. 방금 이야기했듯이 뼈와 근육은 어떻게 해볼 수가 있겠지만 기혈이 막힌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팔에 감각이 없는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그럼…….”

강무진이 약간 실망한 얼굴로 무덕삼을 바라보자 무덕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팔은 움직이겠지만 잘해야 밥숟가락을 들 정도입니다.”

그때였다.

쾅!

관옥상이 갑자기 탁자를 힘껏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다.

“뭐야? 아니 이 정도도 치료를 하지 못한단 말이야? 그러고 무슨 의원이란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에잉, 그럼 내 체면이 뭐가 돼? 방법을 찾아, 방법을! 안 되면 되게 하란 말이다.”

“괜찮습니다, 형님. 그래도 팔은 움직일 수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른 의원들은 그것조차 모두 포기를 했었습니다. 이게 모두 형님 덕분입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관옥상이 화를 조금 누그러트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었다.

“흠, 아우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뭘 하고 있어? 당장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네. 그럼 바로 약을 달이겠습니다. 그리고 침도 병행을 해야 합니다만…….”

“그래? 그럼 일단 약을 달이고 있어. 의제가 묵을 방을 정한 후에 시비를 보내마.”

“네. 그럼 전 물러가보겠습니다.”

무덕삼이 그렇게 대청을 나가자 관옥상이 마시던 찻잔을 놓고 강무진을 바라봤다.

“가세나. 자네가 묵을 곳을 알려주지. 그리고 상의할 것도 있으니 조용한 곳이 좋겠군.”

“네.”

그렇게 강무진이 관옥상을 따라 후원의 작은 정원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정원 안에 있는 정자에서 서너 명의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무진은 그들 대부분이 낯익고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어!”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강무진을 알아보고 강무진을 부르려고 했으나 강무진이 재빨리 눈짓을 주며 손을 젓자 그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관옥상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오, 소문주.”

“흠, 물론이오. 그대들도 평안해 보이는구려.”

“하하하. 소문주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흥. 가세나.”

관옥상은 그들과 별로 말을 하기가 싫은지 곧바로 그곳을 지나쳐 갔다. 그 뒤를 따라가는 강무진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들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은 강무진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던 마홍과 이이책, 그리고 송편이었다. 적영령은 방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관옥상과 강무진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이이책이 웃으면서 마홍에게 말했다.

“제가 무사할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일세. 허허. 무사하시니 다행일세.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것 같습니다. 우릴 보고도 아는 체를 안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훗!”

 

 

<힘을 얻다>

 

야심한 밤.

검은 인영 하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더니 방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누가 없는지 주위를 살핀 후에 작게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러자 송편이 문을 열고 강무진을 반기며 말했다.

“오셨습니까, 대주님.”

“응.”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자 송편이 누가 없는지 밖을 한 번 살피더니 곧 방문을 닫았다.

방 안에는 마홍과 이이책, 그리고 적영령이 앉아 있다가 강무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대공자님, 무사하셨군요.”

“응.”

마홍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자 강무진이 그런 마홍의 손을 잡고 가만히 두드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이책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조금 늦으셨습니다.”

“응.”

적영령 역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오라버니.”

“응.”

그때 송편이 안으로 들어서면서 강무진에게 말했다.

“저도 무사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 망토를 다 두르고 다니십니까? 낮에도 그런 대주님의 모습을 보고 어찌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크큭.”

송편의 말에 모두들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강무진만은 그리 편한 웃음이 아니었다. 사실 강무진이 그렇게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것은 다친 팔을 감추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막돼먹은 놈과 같이 다니시는 겁니까?”

송편이 기분 나쁜 투로 묻자 강무진이 선뜻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고 되물었다.

“응? 누구?”

“관옥상 말입니다.”

“아, 그렇게 됐어.”

“어쨌든 이렇게 다시 모였으니 술이라도 한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 나중에 봐서 자리를 한 번 만들자고.”

“하하하. 이거 기대됩니다. 적 소저는 아직 대주님과 같이 안 놀아봤지요? 크크큭!”

송편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면서 웃자 모두들 박장대소를 했고, 적영령만이 왜 그러나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적영령은 강무진의 움직임이 뭔가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강무진을 유심히 보다가 그를 불렀다.

“저기 오라버니.”

“응? 왜?”

“여기 목 좀 축이세요.”

“응? 아! 그래.”

강무진은 적영령이 차를 따라 내밀자 아무 생각 없이 오른손으로 받으려고 했으나 오른손은 움직이지가 않았다.

‘훗!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무진이 왼손으로 적영령이 내민 차를 받아서 한 번에 쭉 들이켰다. 그런 강무진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적영령의 눈이 살짝 빛났다.

“오라버니.”

“응.”

“오른손을 다치신 건가요?”

“응?”

방금까지만 해도 서로 반가워하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적영령의 한마디로 인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바뀌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가씨?”

마홍이 적영령을 보며 묻자 적영령이 여전히 강무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오라버니가 말해 보세요.”

“응? 하하하하. 이거 모두들 걱정할까 봐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사실 그때 싸우다가 오른팔을 좀 다쳤는데 아직 안 나았어.”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에 마홍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아니, 어디가 어떻게 된 겁니까?”

“괜찮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마침 이곳에 무덕삼이라는 명의가 있더라고. 그가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까 금방 나을 거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마홍이 안심했다는 얼굴을 하자 이이책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 말했다.

“어쩐지 어울리지도 않는 망토를 두르고 있다 했더니 그것 때문이었군요.”

“응. 혹시나 이곳으로 오면서 적을 만날지도 모르잖아. 그럼 일단 오른팔을 다쳤다는 것을 감춰야 할 것 같아서……. 하하.”

강무진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모두들 믿는 눈치였으나 적영령만은 그렇지 않았다.

“오라버니.”

“응.”

“잠깐 다친 팔을 좀 보여주세요.”

“응? 아니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러니까 한번 보여주세요.”

적영령이 물러서지 않고 강경하게 나오자 강무진이 적영령을 바라봤다. 그리고 적영령과 눈이 마주치자 더 이상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강무진이 어쩔 수 없이 망토를 걷고 적영령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적영령이 강무진의 오른손을 잡고 가만히 살피기 시작했다. 맥을 짚어보기도 하고 이곳저곳 만져보는 것이 의술을 좀 아는 것 같았다. 그런 적영령의 모습을 보고 마홍이 다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어떻습니까, 아가씨?”

“잠시만요.”

“훗! 적매가 의술을 아는 줄은 몰랐는걸.”

강무진이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자 마홍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헛! 아직 모르고 계셨습니까?”

“응? 뭘?”

“아가씨의 의술은 패왕성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난다 긴다 하는 의원들이 고치지 못한 병을 고친 적도 여러 번이나 있습니다.”

“뭐?”

“호호호. 다 옛날 말이에요. 한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걸요.”

“…….”

“다 됐어요.”

적영령이 장난스럽게 강무진의 손을 탁 소리가 나게 치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다시 망토로 오른손을 가렸다. 그러자 마홍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어떻습니까, 아가씨?”

“오라버니가 말해 보세요. 다 알고 있으니까 속이려 하지 마시고요.”

적영령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강무진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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