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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17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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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17화

117화

 

“험! 아무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만큼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왕삼이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한 말이지만 정말 괜찮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왕삼의 옆에서 유소호가 그와 똑같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궁을 벗어나면 배울 것이 많다더니 역시 어머니 말이 맞았어.’

“자, 여기 있다.”

“에? 이것이 뭐냐?”

유소호는 왕삼이 철전 한 닢을 손에 쥐어 주자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왕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 배당금이다. 어쨌든 너도 이번 일을 같이했으니 나눠주는 거야. 원래 처음에는 주지 않는 법이지만 네가 소질이 있어 보여서 주는 거다. 그러니 넣어둬.”

“…….”

유소호는 산적 우두머리가 준 철전을 가만히 바라봤다. 사실 철전 한 닢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돈의 가치를 모르는 유소호한테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뭔가를 한 대가로 처음으로 돈을 받아봤다는 것이 중요했다. 비록 몸을 숨기고 있다가 옆에서 소리치는 산적의 곁에 서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자, 이제 돌아가자. 너도 강 부두목에게 가야지. 아 참, 오늘 이 일은 비밀이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을 위에서는 잘 모르거든. 그래서 우리가 먼저 돈을 약간 나눠 가진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난 일한 만큼 평등하게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한테도 배당을 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았지?”

“응. 나도 알고 있다. 그대는 산적이지만 배울 것이 많군.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어라.”

“크크. 언제든 환영이다. 자 돌아간다!”

왕삼이 부하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시야에 강무진과 향이가 못마땅한 눈으로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허걱!”

‘돈을 먼저 챙긴 것을 들킨 건가?’

왕삼은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예전에 자신과 같이 돈을 몰래 챙기다가 걸린 놈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왕삼이었다.

그들은 모든 산적들이 보는 앞에서 본보기로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고 결국 절름발이가 되어서 산채에서 쫓겨났던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왕삼이 바짝 긴장한 채 강무진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향이가 소리를 꽥 질렀다.

“아가씨! 말도 없이 이곳에 와 있으면 어떻게 해요?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응? 내가 말을 안 하고 왔었나?”

“끙. 항상 조심하셔야 해요. 이렇게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향이가 유소호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으며 말하자 유소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휴……. 어쨌든 무사하시니 다행이에요. 다음부터는 어디 가실 때 꼭 이야기를 하고 가셔야 해요.”

“응. 그럴게. 그런데 말이지, 나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과…….”

유소호가 자신이 겪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면서 왕삼을 바라보자 왕삼이 곤란한 눈치로 손가락을 슬쩍 입에다 가져다 댔다가 재빨리 내렸다. 그것을 보고 유소호가 씨익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배가 고프구나.”

“네. 어서 올라가요.”

향이가 유소호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두막으로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왕삼을 바라봤다. 그러자 왕삼이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너, 누구 밑에 있냐?”

“네? 네? 저, 저는 적 소두목 밑에 있습니다.”

“쯧, 그 위에 부두목이 누구야?”

“네? 아! 하하하. 표부 두목입니다.”

팔공채의 조직체계는 채주인 황랑 밑에 네 명의 부두목, 그리고 그 밑에 또 네 명의 소두목들이 각각 대략 열 명씩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체계였다. 그리고 그 밑에 조장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명에서 대여섯 명까지 부하를 거느렸다.

왕삼이 말한 표부 두목은 강무진과 같은 부두목 중 하나였다. 체구가 왜소하고 성질이 급하며 작은 손도끼를 주무기로 썼는데, 무공 실력이 다른 세 명의 부두목들보다 뛰어나 20대 초반의 나이인데도 부두목의 자리에 앉은 사내였다.

“그래? 좋아. 오늘부터 너는 내 부하다.”

“네?”

“표부 두목한테는 내가 이야기해 놓겠다. 오늘부터 너는 내 부하다. 저기 향이의 명령을 따르도록.”

“네? 하, 하지만 그것이…….”

“왜? 싫어?”

강무진의 물음에 왕삼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인사 이동은 아무리 부두목이라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산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관이 없었지만 다른 부두목 밑의 사람을 함부로 끌어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랬다가는 체계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왕삼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난처한 기색을 보였던 것인데, 강무진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에라.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

“아닙니다. 강 부두목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 그럼 됐어. 그렇게 결정이다. 너만 오는 거야. 너만. 다른 놈들은 필요 없어.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다. 가자.”

강무진의 말에 왕삼은 순간 하늘이 노랗게 되는 것 같았다. 그동안 그나마 이렇게 서너 명이라도 거느릴 수 있는 조장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윗사람들에게 온갖 아부 다 하고, 순진한 시골놈들 꼬셔서 부하로 삼기 위해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었다. 그랬건만 이제 부하들을 다 놔두고 다시 다른 사람의 밑으로 들어가라고 하니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니미……. 어떻게 이 자리에 올랐는데…….’

“뭐 해? 빨리 오지 않고.”

그때 강무진이 걸어가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치자 왕삼이 울상을 지으며 축 처진 어깨로 그 뒤를 따랐다.

 

“찾았나?”

“그렇습니다.”

“어디더냐?”

“팔공산의 산적들에게 붙잡혀 있다고 합니다.”

“……!”

질문을 하던 장년의 사내는 의외의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검은 장포에 하얀 털가죽 옷을 위에 입고 있는 사내는 북해신궁의 좌호법으로 냉혈군자(冷血君子) 구혁상이라는 사내였다. 강직한 성격에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정대해서 많은 이들이 따르고 있었으나 일단 한 번 손을 쓰면 아주 독하게 쓰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구혁상은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계획을 조금씩 진행을 시켰다. 그 결과 북해신궁의 궁주인 유양천의 첫째 부인이 아무도 몰래 자신의 아들 유무화를 궁 밖으로 빼돌렸다. 구혁상이 그동안 아주 조금씩 알게 모르게 위협을 가했던 것이 통했던 것이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다섯째 부인의 딸인 유소호까지 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일이 상당히 커져버렸다.

첫째 부인의 아들인 유무화만 궁을 빠져나갔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헌데 다른 아이도 아닌 하필 궁주인 유양천이 가장 귀여워하는 유소호까지 사라지자 유양천이 직접 나서서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싫든 좋든 간에 궁주보다 더 빨리 아이들을 찾아야 했다. 유소호는 어차피 딸이라 상관이 없지만, 유무화만큼은 꼭 찾아서 제거를 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근 몇 개월 동안 유무화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호남성(湖南省) 일대에서 종적을 놓쳐버린 후로는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연찮게 유소호를 찾게 된 것이었다.

‘일단 유소호를 데려와서 궁주를 약간이나마 안심시키는 것이 좋겠군. 그사이에 유무화를 찾아낸다면 좋은데…….’

“산적들한테 잡혀 있다고? 남궁세가가 아니라 확실히 산적들이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북해신궁의 궁주인 유양천의 다섯째 부인은 북해 사람이 아니라 중원 사람이었다.

남궁이라는 성을 쓰면서도 무공도 모르고 스스로 남궁세가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했지만, 구혁상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남궁세가의 여인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구혁상은 유소호가 남궁세가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사실 구혁상은 아직도 왜 유소호가 궁을 빠져나갔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유무화야 아들이라서 목숨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궁을 나갔지만 딸인 유소호는 궁을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궁주인 유양천의 사랑을 그렇게 받고 있지 않았던가?

이에 구혁상은 혹시나 유소호가 정말 누군가의 손에 납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세히 알아봤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유양천의 첫째 부인이 유무화를 몰래 내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다섯째 부인 역시 그렇게 유소호를 내보냈던 것이다.

“그 아이 옆에는 향이라는 계집이 붙어 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산적들한테 붙잡혀 있단 말인가?”

이유를 몰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구혁상은 일단 유소호의 신변을 확보해 놓기로 결정을 내렸다.

“설인대(雪人隊)와 함께 가서 산적들을 섬멸하고 그 아이의 신변을 확보해라.”

“명!”

구혁상 앞에서 부복하고 있던 사내가 짧게 대답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구혁상이 턱수염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아이를 통해서 유무화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천검대와 설인대가 만나다>

 

“왕삼! 뭐 하는 거야? 빨리 아침 준비하지 않고?”

“네,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간 왕삼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향이는 사람을 다루는 데 도가 튼 여자였다. 북해신궁에서 유소호의 시중을 들었기 때문에 시녀들 중에서도 급이 높았고, 이에 수많은 시녀들을 다루어봤던 향이였다.

그런 향이가 왕삼을 다루기 시작하니 왕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향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다 왕삼에게 시키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바빠 죽겠는데 유소호까지도 같이 놀아달라고 들들 볶는 바람에 왕삼은 그의 일생에서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전에는 겨우 조장의 지위였지만, 지금은 강무진의 직계부하로 소두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산채에 내려가면 강무진을 등에 업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으스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성질 더럽다는 표부 두목조차도 강무진의 한마디에 자신과 같은 인재(?)를 선뜻 넘겨줬다. 그만큼 지금 이곳 팔공채에서 강무진의 입김은 채주인 황랑 다음으로 강했다.

그러니 겨우 조장이었던 왕삼이 그렇게 으스대며 다녀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다. 부려먹을 부하가 없어서 부림을 당한다는 것만 빼면 할 만했던 것이다. 이에 왕삼은 자신의 밑으로 새로운 놈이 딱 한 명만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강무진이 머무는 오두막 앞의 공터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강무진, 향이와 유소호, 그리고 왕삼이 모여 있었다. 왕삼이 준비한 아침 식사는 전에 향이가 준비했던 아침 식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왕삼은 예전에 강무진의 부하들이 그랬듯이 산채로 내려가 식사를 준비하는 놈들에게 압력을 넣어 자신들이 먹을 것도 준비시키고는 그것을 들고 오기만 했던 것이다. 이에 모두가 양과 질이 뛰어난 식사를 할 수가 있었고, 강무진은 그것에 아주 만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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