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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15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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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15화

 115화

 

그렇게 말한 향이가 그때부터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두막을 아무리 뒤져봐도 아침밥을 할 만한 재료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전에 있던 강무진의 부하들은 강무진의 아침밥을 준비할 때 산채의 식사 담당을 찾아가 슬쩍 압력만 넣으면 되었다.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는 향이는 아침밥을 직접 준비하기 위해서 부산하게 뛰어다녀야 했다. 그랬음에도 결국 향이가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사냥 가서 잡아온 토끼를 구운 것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것이 겨우 이거야?”

“밥을 준비하려고 해도 뭐가 있어야 하죠.”

“무슨 말이야? 그럼 전에 있던 놈들은 어떻게 다 준비를 했겠어? 그런 건 알아서 해야지, 알아서.”

“내 시녀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뭐야? 넌 좀 빠져 있어. 그리고 겨우 토끼 고기 하나가 뭐야?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이것도 간신히 구한 거라고요. 먹기 싫으면 말아요.”

향이가 그렇게 말하더니 토끼 고기를 뜯어 유소호에게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것을 확 낚아채면서 말했다.

“이것들이 정말! 두목이 손도 안 댔는데 감히 먼저 손을 대?”

“무례하다! 식사 중에 음식을 뺏어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도대체 예의라고는 모르는구나.”

“으이그……. 넌 그 말투 좀 어떻게 좀 해라.”

“뭐예요? 아가씨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뭐야?”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에는 토끼 고기 하나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은 그들이었다.

조금 부족했지만 어쨌든 아침 식사를 끝낸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당분간은 도망칠 생각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산 아래의 산채 쪽으로도 가지 마. 너한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하나도 없으니까. 더구나 저놈들 중에는 여자에 굶주린 놈들도 많다고.”

‘뭐야? 걱정해 주는 건가?’

향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숲 쪽으로 가고 있는 강무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유소호는 강무진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멍하니 강무진이 간 쪽을 바라보고 있는 향이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그러자 향이가 그제야 정신을 챙기며 유소호를 바라봤다.

“예, 아가씨.”

“여자에 왜 굶주리지? 먹을 게 없어서 여자를 먹는다는 거야?”

“예? 호호호. 아니에요, 아가씨.”

향이가 대답하기 곤란한 듯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손을 저었다. 유소호는 그런 향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숲으로 들어간 강무진은 앞에 폭포가 보이자 곧 옷을 벗고 폭포 밑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쏴아아아아아!

최근에 강무진은 밤마다 여러 가지 꿈을 꿨다. 꿈에서 나타나는 많은 사람들이 결코 낯설지가 않았다. 심지어 목숨을 줘도 안 아까울 정도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꿈속에서는 그들이 항상 먼저 죽어갔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꿈이려니 하고 넘겼지만 그런 꿈을 자주 꾸게 되자 최근에는 꿈을 꾸지 않는 낮에도 그들이 생각났다. 그때면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그때마다 강무진은 이곳에 와서 폭포를 맞으며 머리를 맑게 만들었다.

‘그 사람들은 잃어버린 내 기억 속의 사람들일 것이다. 도대체 난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지? 왜 그들은 날 위해 희생하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의 그는…….’

꿈의 마지막에 항상 나타나는 사내…….

그는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 사내로 무공이 굉장히 강했다. 자신의 어떤 공격도 모두 막아내거나 피해내며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강력한 위력의 권풍(拳風)이 몰아쳤다. 또한 주먹에 맺힌 푸르스름한 기운과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화기(火氣)가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강한 사내에게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맞서는 자신이었다. 자신 역시 온몸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그 사내에게 맞서 싸우는데, 마지막에는 항상 그 사내를 향해 주먹을 뻗어냈다. 그때면 온몸이 타들어가며 전신의 혈맥이 터져 나가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에 놀라서 눈을 떴다.

‘나는 누구인가?’

쏴아아아아아!

‘나는 누구인가?’

쏴아아아아아!

“깔깔깔깔.”

쏴아아아아아!

‘나는…….’

“바보 같으니라고!”

‘바보인가? 뭐?’

갑자기 들려온 웃음소리와 말소리 때문에 명상이 깨진 강무진이 놀라며 눈을 뜨자 유소호와 향이가 바로 앞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봐라! 자맥질은 이렇게 하는 거다.”

유소호가 그렇게 말하면서 바위에서 폴짝 뛰어 물로 뛰어들었다.

풍덩!

“어머! 대단하세요, 아가씨. 호호호.”

향이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하자 물 위로 떠오른 유소호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저것들이…….’

“야!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예? 밥 먹고 나서 소화시키려고 운동 중인데요.”

“뭐? 그런데 왜 여기 와서……. 헉!”

강무진은 폭포에서 뛰쳐나와 소리를 지르다가 향이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향이는 물속에 허리까지만 담근 상태였는데 옷을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였다. 그래서 물 위로 나와 있는 상체가 강무진의 눈에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왔던 것이다.

“가, 가…슴…….”

강무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더듬자 향이가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놀라서 소리치며 물 속으로 쏙 잠수를 해버렸다.

“예? 어머!”

사실 밥을 먹고 나서 슬며시 사라지는 강무진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 보니 북해에서는 보지 못한 장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침 햇살에 쏟아지는 폭포수, 물의 밑바닥까지 다 보일 정도의 맑은 물, 그리고 그 뒤로 펼쳐져 있는 풍경이 정말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이에 강무진이 폭포 아래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유소호와 물로 뛰어들었다. 향이는 그렇게 한참이나 물놀이를 하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강무진을 보고 그제야 강무진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원래 북해는 중원보다 성관념이 자유스러운 편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혼인 전이라 해도 하룻밤을 지내는 일이 다분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두르는 등의 애정행위도 자연스러웠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향이였지만 역시 알몸을 다른 남자에게 보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향이는 아직 경험이 없는 숫처녀였던 것이다.

“뭘 보고 있는 것이냐? 아녀자가 씻고 있는 것을 훔쳐보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구나.”

“뭐?”

“당장 사라지지 못할까?”

“이……. 뭐 이런…….”

“아니면 나한테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이냐?”

“컥!”

도저히 여덟 살 먹은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들이 유소호의 입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자 강무진은 곧 몸을 날려 옷을 주워들고 사라졌다.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유소호가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눈으로 말했다.

“흥! 그래도 남자라고 밝히기는…….”

강무진은 아직도 향이의 가슴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것 같아 곧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소호의 알몸이 떠올랐다.

“참내, 뭐야? 이제는 그런 어린애까지……. 가만…….”

강무진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유소호는 분명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이 달려 있단 말인가?

여자에게는 없고 남자에게만 있는 그 물건이 분명히 유소호에게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 봤나? 아니야. 분명히……. 그럼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였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강무진은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 유소호를 향해 손짓하며 크게 소리쳤다.

“야! 너 꼬맹이……. 허걱!”

그러나 그곳에는 때마침 물에서 나와 옷을 입으려는 향이가 나체로, 그것도 옷을 집어 올리느라 상체를 숙인 상태로 있었다.

“앗! 또 나타났다! 파렴치한 놈!”

그렇게 외치는 유소호는 이미 옷을 다 입은 상태라서 강무진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향이가 도끼눈을 뜨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기에 유소호를 가리켰던 손가락을 가만히 내리고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그제야 향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아! 나 정말……. 오늘 왜 이러지?’

강무진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뭔가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향이의 알몸이 떠오르자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약간 들었다.

 

“두목, 부르셨습니까?”

“응. 그래. 어서 와라.”

강무진이 황랑의 거처로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황랑이 강무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황랑이 이렇게 친근한 말투를 쓰는 것은 다섯 명의 부두목들 중에서 오직 강무진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자자, 이리 앉아.”

“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은……. 우리 사이가 무슨 일이 있어야 보는 사이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 들었다. 얼마 전에 계집애 하나하고 꼬마애 하나를 잡아왔다며?”

“아, 예……. 그건…….”

“크큭! 됐다. 이제야 너도 조금은 산적다워지는구나.”

사실 그동안 강무진은 산적질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었다. 황랑이나 다른 산적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달갑지가 않았다. 기왕지사 일을 벌여 강무진을 부두목이라 속였으니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친분을 쌓을 생각이었다. 나중에 혹여나 기억이 돌아와도 그간의 친분을 생각해서 자신들을 죽이지 못하게 목숨을 부지하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이 산적질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렇게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는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으니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강무진이 마차 한 대를 털어서 혼자서 꿀꺽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던 것이다.

그때 당한 부하들의 죽음 같은 것은 별로 아까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강무진만 완전히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까짓 부하들쯤이야 대수로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재미는 어떤가? 남장을 하고는 있었지만 제법 예쁜 계집이라고 하던데……. 크크크.”

“아, 예……. 뭐, 그냥…….”

강무진이 우물쭈물 하면서 대답하지 못하자 황랑이 그런 강무진의 어깨를 소리 나게 탁탁 치면서 웃었다.

“하하하. 우리 사이에 뭘 쑥스러워하고 그러나.”

“무공 연구는 잘 되어갑니까?”

강무진은 황랑이 자꾸 대답하기 곤란한 이야기만 꺼내자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러자 황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 도움으로 많은 진보가 있었네.”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아닐세. 아니야.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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