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09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09화
109화
“그럼 이이책이?”
“그래요.”
그때 유빙화가 순식간에 세 명의 적들을 쓰러트리고는 강무진의 곁으로 날아내렸다.
“오랜만이에요. 훗!”
유빙화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자 강무진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의 눈빛이 끈적하게 오가고 있는데 앞에서 검성이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그 목소리에는 내공이 담겨 있어 마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들렸다.
“빨리 안 오고 뭐 하느냐?”
이에 구해신니가 놀라서 검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검성도 슬쩍 구해신니를 바라봤다.
“아! 당신은…….”
“음……. 무공을 보아하니 보타문 사람이구려. 허, 그렇군. 그대가 절강성 최고수라는 구해신니로군.”
“과찬입니다. 최고수라니요.”
검성을 단번에 알아본 구해신니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겸손을 차리고 있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아무리 그녀라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인사는 나중에 나눕시다. 내가 길을 뚫을 테니 뒤를 부탁하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차후에 다시 한 번 뵙겠습니다.”
“허허, 즐거이 기다리고 있겠소.”
검성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주위에 뒹굴던 검을 아무거나 하나 주워 들었다. 그리고 마치 산보를 가듯이 느긋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앞에는 지금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검성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검성이 뿜어내는 날카로운 기세와 검성이 부드럽게 그어 움직이는 검 때문에 속속들이 물러나며 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검성의 무공을 보며 구해신니는 크게 감탄을 했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더니……. 오늘 내가 크게 눈을 넓히는구나.”
검성이 그렇게 길을 뚫기 시작하자 강무진과 이이책이 그 뒤를 따랐다. 그것을 보고 구해신니가 근처에 있던 유빙화에게 소리쳤다.
“그들을 따르거라!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네! 사부님!”
유빙화가 대답을 하며 몸을 날려 강무진의 뒤를 따르자 구해신니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녀석……. 저리 좋을까?’
그렇게 네 사람이 유유히 포위망을 뚫고 사라지자 남은 사람들이 그 뒤를 막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패왕성입니다.”
숲이 우거진 곳을 통과하면서 이이책이 모두에게 말할 때였다. 갑자기 어디에선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모두의 걸음을 제지했다.
“노 어르신.”
이에 이이책이 놀라며 그를 불렀다. 그러자 노극부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여태까지 그 격전을 치러오면서도 절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노극부였다. 그런 노극부가 지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노극부는 가만히 숲을 노려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네놈이 선택한 길이 이것이더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 이 숲을 지나가되 천천히 걸어가게.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지어 움직이되 절대로 뛰거나 멈추어 서면 안 되네. 산책을 하듯이 천천히 걸어서 이 숲을 지나가게나.”
노극부가 그렇게 말하고는 사람들이 뭐라고 묻기도 전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검성 부형승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모두 들었느냐? 그가 시키는 대로 하자구나.”
그러면서 먼저 앞장서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에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조금 이동했을 때 이이책이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부형승을 불렀다.
“검성 어르신.”
그러자 검성이 한쪽 손을 들고 다른 손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쉿!”
검성은 지금 그저 걷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움직임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성조차도 사람들이 움직일 때에야 비로소 그 기척들을 느끼고 잡아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지나가고 있는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포양이 노극부의 말을 따르지 않고 결국 그와 맞서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에 패왕비영대 최고의 살수들과 수신호위대의 최고수들을 모두 데리고 이 숲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검성조차도 최대한 집중을 해야 그들의 기척을 잡아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검성은 자신이 기척을 느꼈다 싶으면 바로 그 기척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노극부가 소리없이 상대를 하나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때는 검성이 먼저 기척을 잡아내지 못하고 노극부가 상대를 죽이고 나서야 알아챌 때도 있었다.
‘허! 대단하군. 대단해.’
검성 부형승은 그런 노극부와 적들의 움직임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게 결국 모두가 그 숲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검성 말고는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르신, 노 어르신은…….”
강무진이 노극부를 걱정하며 묻자 검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다. 곧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네.”
강무진은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잠시 뒤를 돌아보다가 곧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패왕성의 앞쪽에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이이책이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많군요.”
유빙화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자 이이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정도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도백광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강무진이 그들을 가만히 살피다가 말하자 이이책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저들을 뚫고 성안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흥! 와볼 테면 와보라 이건가?”
그때 강무진이 무엇을 봤는지 순간 눈을 빛냈다. 그리고 살기가 그의 몸에서 무섭게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그런 모습에 모두들 강무진을 바라보는 순간 강무진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헛! 대주님!”
강무진은 단신의 몸으로 검을 뽑아 들고 오로지 한 사람을 목표로 수백 명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여사악이었다.
여사악은 갑자기 강무진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코웃음을 치며 손짓을 한 번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백여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강무진을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무서운 속도로 그들에게 달려 나가던 강무진이 순간 기합을 크게 질렀다.
“크아아아앗!”
그러고는 덤벼드는 적들을 향해 사정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가가가각!
“크아악!”
강무진이 상대를 베는 동안 수많은 검과 도가 강무진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강무진은 그러한 것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검을 휘두르며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 나갔다.
적들은 검과 도가 강무진의 몸에 통하지 않자 수십여 명이 뭉쳐서 강무진의 팔과 다리를 잡고 움직임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등 뒤에서 그의 목을 잡고 올라타기도 했다.
“크아아아!”
그러나 강무진은 그런 그들을 무서운 힘으로 뿌리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상황이 이러자 수많은 사람들을 믿고 여유만만하게 있던 여사악의 얼굴빛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강무진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덮쳐 누르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완전히 눌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산을 이루어 올라탔으니 강무진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여사악이 다시 얼굴에 여유를 찾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여사아아아악!”
강무진이 미친 듯이 외치며 자신을 잡고 있던 사람들을 무서운 힘으로 튕겨내었다. 그러자 그 여파로 인해 강무진을 누르고 있던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도저히 사람의 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괴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힘을 내고 있는 강무진의 모습 역시 사람으로는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한 마리의 야수와 같았다. 머리는 다 헝클어지고 옷은 여기저기 찢기어 엉망인데다 살기를 띠고 있는 눈은 도저히 인간의 눈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여사아아아아악!”
다시 강무진이 여사악을 크게 부르며 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앞을 막아서는 적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라 양손을 좌우로 쫙 펼쳤다. 그러자 수백여 개의 암기가 마치 폭우가 쏟아지듯이 강무진의 앞을 막고 있는 적들에게 날아갔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악!”
“으아아악!”
그렇게 길이 열리자 강무진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화기가 폭사되어 나왔다. 이에 그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그 화기를 버티지 못하고 손발을 잡으며 뒤로 나뒹굴었다. 그런 그들의 몸에는 마치 불에 덴 듯 화상이 가득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그것을 보고 있던 여사악의 얼굴은 이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강무진이 미친 듯이 그의 이름을 외치며 그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손발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 이 내가 겁을 먹고 있단 말인가? 이 여사악이?’
여사악도 무인이었고 무공 또한 뛰어났다. 게다가 도백광과 함께 일평생 수많은 적들을 상대해 왔었다. 그런 그가 두려움으로 인해 다리까지 떨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여사악은 이성을 완전히 잃고 소리쳤다.
“막아라! 막아! 저놈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으란 말이다!”
그렇게 여사악이 미친 듯이 소리칠 때였다. 그의 눈에 어느새 강무진의 모습이 한가득 담겼다.
“으아아아악!”
이에 여사악이 비명을 지르다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그러자 그가 있던 자리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강무진이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아아악! 뭣들 하느냐? 저 악귀 같은 놈을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
여사악이 미친 듯이 소리치며 도망을 가며 소리치자 주위에 있던 자들이 강무진을 막아섰다. 그러나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강무진은 그런 그들을 무서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여사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먹을 힘껏 뒤로 젖히며 소리쳤다.
“여사아아아아아악!”
이에 자신도 모르게 여사악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강무진의 주먹이 여사악의 얼굴 바로 옆을 스치며 그 앞의 공간을 터트렸다.
퍼어어어엉!
“크아아아아악!”
강무진이 주먹으로 여사악을 맞추려는 순간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며 강무진을 잡아당기자 주먹의 방향이 틀어지면서 여사악의 바로 옆을 쳤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주먹이 그렇게 여사악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대로 아수라패왕권을 터트려 버렸다.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격한 것이었다. 이에 아수라패왕권이 작렬을 하면서 그 여파로 인해 그 앞에 있던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완전히 떡이 되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그리고 가장 근처에서 그 여파를 입은 여사악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강무진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모두들 겁을 먹고 슬슬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헉……. 헉…….”
그런 그들을 강무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