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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06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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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06화

 106화

 

“어쨌든 지금은 강무진의 부탁으로 왔으니 말을 전하마. 만일 성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자리를 이어가는 것은 성주의 대제자이다. 그런 패왕성의 법규에 따라 강무진이 성주의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정확히 한 달 후, 패왕성으로 귀환한다고 하니 모두들 마중을 나오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

노극부의 말에 모두들 할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봤다. 사실 노극부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성주인 적상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연히 그의 대제자가 그 뒤를 이어받게 되어 있는 것이 패왕성의 법규였다. 그러나 이미 도백광이 모든 실권을 잡고 있는 마당에 강무진이 그런 말을 전하니 모두들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왜? 황당하냐? 멍청한 것들. 그동안 명분을 세웠어야지. 힘으로 성을 장악한 것은 좋지만 명분이 약해. 힘으로 누르려면 근본까지 싹 밀어버렸어야지. 쯧쯧. 강무진 그놈이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하는데 누가 말려? 세상 사람들이 그와 네놈 중 누구를 지지하겠냔 말이다.”

“훗! 그에게 그만한 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도백광이 그렇게 말하자 노극부가 또다시 혀를 끌끌 찼다.

“힘이 왜 없어! 내가 그놈을 도와주기로 한 이상 없는 힘도 만들어줄 참이다. 혹시라도 머릿수로 밀고 들어올 생각은 않는 것이 좋아. 그랬다가는 네놈을 따르는 놈들을 한 놈씩 차근차근 죽여주마.”

“…….”

“왜? 못 할 것 같으냐? 이놈! 포양! 당장 모습을 보이지 않고 뭘 숨어 있는 게냐!”

그때 노극부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크게 소리치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내가 네놈 목부터 따버리겠다!”

노극부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어디에선가 통통한 체구의 사내가 갑자기 노극부의 앞에 나타나더니 급히 포권을 취했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네놈이 내가 없는 동안 간덩이만 키웠구나. 감히 내 앞에서 포권을 취한단 말이냐?”

노극부의 질책에 포양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급히 무릎을 꿇었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사실 포양은 패왕수신호위대의 대주였다. 그리고 패왕비영대의 부대주이기도 했다. 또한 노극부의 유일한 제자이기도 했다.

“네놈이 나 없는 사이에 아주 기가 살아서 날뛰었더구나.”

“아, 아닙니다, 어르신.”

“네놈은 지금 바로 패왕비영대의 모든 살수들을 패왕성으로 불러들여라. 그리고 수신호위대와 함께 패왕성의 상위 직책에 있는 자들 옆에 붙여놔라. 이후 그들이 패왕성의 대공자인 강무진에게 무례하게 행동한다면 그들의 목을 베도록.”

“어, 어르신…….”

포양이 난처한 기색으로 슬쩍 도백광의 눈치를 보면서 노극부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 가지 않고 네놈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게냐? 네놈 목을 따버리고 내가 직접 움직이랴?”

“아, 아닙니다.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포양이 그렇게 말하고는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것을 도백광은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보고만 있었다.

“초홍이는 이 말을 원로원에 전해줘라.”

“예…….”

“그럼 난 전할 말 다 전했으니 이만 가련다.”

노극부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려고 하자 도백광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그냥 이곳에 머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흥! 날 잡아둘 수 있겠느냐?”

“제가 전력을 다한다면 쉽게 가시지는 못할 것입니다. 모습을 감추었을 때야 어렵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눈앞에 계시지 않습니까?”

도백광의 말에 노극부가 가만히 도백광을 바라봤다. 그러다 도백광의 뒤쪽에 있는 여사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의 목을 네 손으로 비튼다면 생각해 보마.”

“……!”

노극부의 말에 여사악의 몸이 움찔했다. 여사악은 왜 노극부가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죽인 초연이 노극부의 손녀라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는 오랫동안 저를 도와주었던 사람입니다.”

“그렇겠지. 어떻게 할 테냐? 저놈의 목을 비틀어 버린다면 당분간 이곳에 있으마. 어차피 한 달 뒤면 강무진 그놈이 올 테니 굳이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그냥 가겠다. 잡으려면 잡아라. 어차피 살 만큼 산 인생이다.”

노극부가 그렇게 말하면서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뒷짐을 진 채 마치 산보하듯이 성문으로 향했다. 그런 노극부를 보면서 여사악이 조용히 도백광을 불렀다.

“주군.”

“아직 때가 아니다. 지금은 그의 말대로 그를 죽여봤자다. 한 달 뒤에 올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이다.”

“네. 제가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도백광이 무표정하게 말은 그렇게 했으나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노극부가 저렇게 나설 정도라면 그들도 준비를 많이 하고 올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노극부가 패왕성에 말을 전하고 온 다음 날부터 흑룡문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제일 바쁜 것은 다름 아닌 이이책이었다.

“아, 나 정말……. 야! 송편!”

“예?”

“배 확실히 섭외했어?”

“예. 그리로 사람이 가 있으니 곧 연락이 올 겁니다.”

“크고 화려한 놈으로 했지?”

“물론입니다.”

“좋아. 각 지부에 서찰은 돌렸어?”

“그건 흑룡문에서 맡아서 하기로 했잖습니까?”

“누가 뭐래? 확인을 했느냐 이 말이다?”

이이책의 말에 송편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사람들이 출발했어요. 아마 지금쯤 도착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아! 관 소저.”

송편이 관여지를 보고 아는 체를 하고는 이이책을 슬쩍 본 후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

“아, 대주님 옷이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 포목점에 갔다 오겠습니다.”

이미 늦은 밤이라 포목점이 아직까지 문을 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송편은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 송편의 뒤에 대고 이이책이 크게 소리쳤다.

“미친놈, 포목점이 아직까지 문을 열고 있을 리가 있나. 술 많이 먹지 마라.”

밖으로 나가던 송편이 그런 이이책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흔들었다. 관여지도 그런 송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이이책을 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었는데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군요.”

“이미 일이 시위를 떠났으니 이제부터는 시간싸움이오. 저쪽이 더 많은 준비를 하느냐, 아니면 우리가 더 많은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는 거요.”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듣자니… 사흘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일처리를 하고 있다더군요.”

“…….”

관여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하는 말에 이이책이 관여지를 슬쩍 바라봤다. 관여지는 약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해야 할 것은 해놔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나도 어쩔 수가 없소이다.”

“이제 중요한 일은 거의 처리를 했으니 좀 쉬는 것이 어때요?”

“지금 나를 걱정해 주는 거요?”

이이책이 직접적으로 묻자 관여지가 붉어진 고개를 돌려 이이책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걱정하기는 누가……. 이제 본문도 같이하기로 한 이상 이번 일에 본문의 사활이 걸려 있잖아요. 그래서…….”

관여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이이책이 기지개를 크게 폈다.

“으아아아! 그러고 보니 몸이 좀 찌뿌둥하구만. 배도 좀 고프군. 어떻소? 같이 밥이나 먹읍시다. 악양에 맛있는 곳을 알고 있으면 좀 안내를 해주시오. 밥 먹으면서 상의를 할 것도 있고……. 내 머리로는 좀 어려운 것들이 있구려.”

이이책의 말에 관여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훗! 좋아요. 악양의 밤은 볼거리가 많죠. 그렇게까지 부탁을 하니 좋은 곳으로 안내하죠.”

“좋소. 그럼 갑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때마침 들어오며 지켜보던 관옥상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허……. 여지 저것이 남자랑 저리 친하게 지내는 것은 처음 보는군.”

“나도 그렇다.”

“으악! 놀래라.”

관옥상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곳에 서 있는 관평대가 보였다.

“아버지……. 아니,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고 그러십니까?

“녀석, 놀라기는……. 저 대가 센 아이를 누가 데려갈까 했었는데, 다 제 짝이 있구나.”

“쳇! 전 저놈보다는 제 아우가 훨씬 좋습니다. 아우의 첩으로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아우가 훨씬 낫죠.”

“허, 녀석……. 이이책은 그런 네 아우의 오른팔이 아니더냐? 게다가 이이책의 능력은 여지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때 대청에서 여지를 찍소리 못 하게 누르는 것을 못 봤더냐? 크크……. 여지가 임자를 만난 게지. 클클.”

“아버지는 이이책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강 공자가 패왕성의 성주가 되면 그의 오른팔인 이이책도 당연히 그만한 직책을 받지 않겠느냐? 게다가 무엇보다 여지 그 아이가 이이책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느냐?”

“그거야 그렇지만…….”

예전 같았으면 이런 대화는 꿈도 꿀 수 없는 부자지간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에 의해 관계가 좋아진 이후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져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부자지간이 되어 있었다.

“험! 그건 그렇고 네놈은 어떻게 되어가느냐? 아직도 그 유가장원의 여식한테 목매고 있는 거냐?”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죠.”

“네놈도 잘 생각하여라. 강 공자가 패왕성의 성주가 되면 우리 흑룡문은 물론이고 의형인 너한테도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

“저는 그런 거 안 바랍니다. 유 소저만 있으면 됩니다.”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따라와! 어제 가르쳐준 초식은 다 익혔지?”

“아니, 하루 만에 그 어려운 초식을 어떻게 익힙니까?”

“잔소리 말고 당장 따라와! 네 의제한테 도움이 되려면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밤이 이렇게 깊었는데 무슨 수련입니까?”

“원래 수련은 남들 다 잘 때 하는 거야. 남들 할 때 같이하면 언제 실력이 늘겠냐?”

“쳇! 알았다고요. 대신에 이 초식 다 익히면 더 강한 걸로 가르쳐주셔야 합니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느냐? 강한 초식보다는 쉬운 것이라도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며 연무장으로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 장로와 서 장로였다.

“허허……. 저리 사이가 좋으니 본문의 앞날이 밝구려.”

“그러게나 말이오. 이것이 모두 강 공자 덕택 아니겠소. 그런데 강 공자는 어디에 있소? 벌써 자는 건가?”

“아니오. 아까 후원에서 봤는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구려.”

 

후원에서 밤하늘에 걸린 둥근 달을 올려다보던 강무진이 갑자기 쓸쓸한 얼굴을 했다. 초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친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

“응?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네.”

적영령이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바퀴를 굴리며 다가오자 강무진이 재빨리 가서 적영령의 의자를 뒤에서 잡았다. 그리고 의자를 밀면서 천천히 걸었다.

“밤이 늦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생각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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