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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0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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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02화

102화

 

적운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자신의 옷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떨쳐내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내가 안전하게 지켜드리리다.”

적운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 적운휘를 바라봤다. 그러자 적운휘가 아까처럼 아주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웃어주었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겉잡을 수 없이 뛰는 심장 때문에 그 소리를 적운휘가 들을까 봐 손을 가슴에 대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순간 적운휘의 모습이 고정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그녀는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고정정의 사형들은 적운휘가 고정정을 안고 자리를 뜨자 다시 덤벼드는 이리 떼들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적운휘가 곧 다시 나타나 이리 떼들을 쳐 날리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때 적운휘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날아올라 고정정이 있는 나무의 옆에 있는 나무 위에 두 사람을 내려놓았다.

“이곳에서 기다리시오.”

그러고는 몸을 날려 이리 떼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적운휘의 주먹에 맞은 이리들은 뼈가 꺾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리의 머리에 주먹이 꽂히면 머리가 그대로 깨지면서 튕겨 나갔고, 몸에 맞으면 뼈가 부서지면서 나가떨어졌다. 어떤 때는 두세 마리가 겹치면서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그 굉장한 위력에 나무 위에서 보고 있던 세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형, 저 사람의 무공은 정말 대단하군요. 보아하니 나이도 우리와 비슷한 연배일 것 같은데…….”

고정정의 사형 중 한 명이 부러운 듯이 말하자 그에게 사형이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저자의 무공은 사부님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이런 깊은 산중에서 그것도 어려운 때에 저런 기인을 만났으니 정말 하늘이 도왔다.”

“강호에 저런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가 쓰는 무공을 보면 굉장히 패도적인데 혹시 무슨 무공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사내의 말에 사형이라 불린 자가 가만히 적운휘가 싸우는 모습을 살폈다.

적운휘가 휘두르는 주먹에는 일정한 초식이 없었다. 그저 위력만 믿고 감각적으로 휘두르는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시정잡배들이 싸우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확히 일격에 한 마리씩 이리들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글쎄다. 초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아직 본 실력을 내지 않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 그럼 본 실력을 내지 않고 있는데도 저 정도란 말입니까?”

“음…….”

고정정은 사형들이 적운휘를 칭찬하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또다시 아까 들렸던 늑대의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아우우우우우우우…….”

“그쪽이냐?”

그 순간 적운휘가 크게 외치면서 울음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더 이상 적운휘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간간히 이리들이 컹컹 거리며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이리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런 이리들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에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해했다.

“사형, 왜 이리 조용하죠? 내려가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은근히 적운휘가 걱정되던 고정정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의 사형 두 사람의 눈에 잠시 갈등하는 기색이 보였다. 아직 안전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칫 내려갔다가 또다시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눈치 챈 고정정이 퉁명스럽게 두 사람을 쏘아붙였다.

“사형들은 왜 그렇게 겁이 많아요? 내려갔다가 위험할 것 같으면 다시 나무 위로 올라오면 되잖아요.”

고정정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지라 그제야 두 사람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일단 내가 먼저 내려가서 상황을 알아볼게.”

“됐어요. 제가 먼저 가볼래요.”

고정정이 뾰로통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아까 늑대에게 물린 다리를 깜빡 잊고 있었기 때문에 땅에 내려서는 다리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아야!”

나무 위에 있던 두 사내는 고정정이 비명을 지르자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두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며 적운휘가 사라진 방향으로 쩔뚝거리며 갔다. 그러자 두 사내가 어쩔 수 없이 고정정의 뒤를 따라 같이 움직였다.

그렇게 조금 가자 세 사람은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곳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이빨을 들이대며 덤벼들던 이리 떼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는데 못 잡아도 백 마리는 훨씬 넘을 것 같았다. 적운휘가 그 짧은 시간에 아까 그곳에 있던 이리들을 모두 처리한 것이었다.

“맙소사…….”

고정정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적운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좀더 안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한쪽 풀숲에서 적운휘가 빠르게 뒤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적운휘보다 두 배는 몸집이 커다란 이리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건 이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생김새는 이리와 같았으나 그 커다란 몸집에 기다란 이빨은 웬만한 대호(大虎)도 물어뜯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 이리의 눈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움츠려들 정도였다. 그 이리가 바로 사람들이 마안혈랑이라 부르는 이리들의 왕이었던 것이다.

“크윽! 이놈이!”

적운휘는 그런 마안혈랑과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다. 마안혈랑은 그 큰 몸집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적운휘는 그런 마안혈랑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며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적운휘의 움직임을 마안혈랑도 알아채며 피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던 순간 적운휘는 옆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자신도 모르게 그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 틈을 놓칠 마안혈랑이 아니었다. 마안혈랑의 이빨이 적운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피가 솟아올랐다. 만약 적운휘가 피해내지 못하고 마안혈랑에게 어깨를 물렸다면 거기에서 끝난 싸움이었다.

“아!”

그 모습을 보고 고정정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다가 입을 막았다. 방금 적운휘의 집중이 흩어진 이유도 고정정과 그녀의 사형들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마안혈랑이 그들을 보고 무섭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적운휘의 주먹이 그런 마안혈랑의 몸통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적운휘의 두 번째 주먹이 다시 마안혈랑의 몸을 가격하자 마안혈랑의 그 커다란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가며 밀려났다.

“흐아아앗!”

그런 마안혈랑을 향해 적운휘는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마안혈랑 역시 그리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적운휘의 그 무시무시한 위력의 주먹을 맞고도 이빨을 들이대며 적운휘를 공격했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 마안혈랑과 적운휘의 사투는 무려 한 시진이나 계속되었다. 그동안 세 사람은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싸움이 끝났다.

마안혈랑은 적운휘의 앞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마안혈랑을 적운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안혈랑은 혀를 길게 빼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보였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적운휘를 향해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적운휘는 그런 마안혈랑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헉……. 헉…….”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결국 적운휘를 바라보던 그 눈이 서서히 감겼다.

“헉……. 헉…….”

적운휘는 그때까지도 마안혈랑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그것을 보고 있던 고정정은 적운휘가 그대로 가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마음이 급해지자 다리가 아프다는 것도 잊은 채 적운휘를 부르며 뛰어갔다.

“잠깐만요!”

간신히 가려는 적운휘의 소매를 잡은 고정정이 그제야 다리에 고통이 이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주저앉았다.

“아야!”

그러나 그러면서도 적운휘의 소매는 놓지 않았다. 적운휘는 잠시 거칠어진 호흡을 조절하며 입가로 흐르는 피를 닦았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고정정의 다리를 잡고 살폈다. 이에 고정정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깊이 물리기는 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소. 그러나 이리의 이빨에는 독이 있으니 빨리 가서 치료해야 하오.”

적운휘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고정정의 상처를 감싸며 말했으나 고정정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상처를 다 살핀 적운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고정정이 적운휘에게 급히 검 하나를 내밀었다.

그러자 적운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이거 받아주세요. 정확히 한 달 뒤… 그러니까 그때가 아버지 생신이니까 꼭 와주세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을 내밀고 있었으나 적운휘는 그 검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것을 눈치 챈 그녀가 적운휘의 손을 잡아 검을 쥐어주면서 다시 말했다.

“꼭! 오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고정정이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고는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기운이 넘치는지 뛰다시피 해서 사형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적운휘는 조금 난감하기는 했으나 검 하나쯤이야 어떠랴 하는 생각으로 검을 돌려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몸을 날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형들이 있는 곳으로 가던 고정정은 뒤에서 옷깃 날리는 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나 이미 적운휘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호남성의 형산에 위치한 형산파가 창건된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형산파를 찾아오기는 처음이었다. 오늘이 바로 인자검이라 불리는 형산파의 장문인 고춘의의 오십 번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손님들 중에는 무림에 이름 있는 명사들은 물론이고 나라의 고관이나 평범한 촌민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고춘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것이다.

고춘의의 인망이 얼마나 두터운지, 왜 인자검이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자 형산파의 문도 사람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주인공인 고춘의 역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옆에 서서 의례적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고정정은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다.

그날 적운휘에게 봉황쌍검 중 하나를 억지로 건네준 것까지는 좋았다. 문파로 돌아와 아버지인 고춘의에게 혼쭐이 나면서도 마냥 즐거운 고정정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을 건네주면서 아버지의 생신날 찾아오라고만 했지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하물며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말을 하지 않고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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