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7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7화
137화
그때 뒤에 있던 왕이후가 앞으로 나서며 도를 뽑아 들고 발로 땅을 한 번 구르자 쿵 소리가 나면서 땅이 울렸다. 그러자 패왕폭풍대 모두가 일시에 기합을 지르며 도를 뽑아 들었다.
“하압!”
차차차차창!
3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시에 무기를 뽑아 들며 기합을 지르자 그 기세에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빙겸대 사람들은 절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며 들고 있는 겸을 움켜잡고 있었다.
그렇게 양쪽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자 이미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놀랍게도 유소호가 주소예의 손을 뿌리치고 나서면서 소리쳤다.
“모두 그만둬!”
“아, 아가씨.”
그런 유소호의 행동에 놀라면서 향이가 불렀으나 유소호는 그대로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서 소리쳤다.
“나는 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헉! 아가씨!”
유소호의 말에 빙겸대의 우두머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희들은 이대로 돌아가서 아버님에게 내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라. 나 유소호는 스스로 목숨을 지킬 수 있을 때 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하, 하지만 아가씨. 그랬다간 저희는…….”
“닥쳐랏! 방금 내가 한 말을 못 들었느냐?”
빙겸대의 우두머리는 유소호의 기세 실린 외침에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그때 유소호가 자신의 팔목에 걸려 있는 팔찌를 빼서 우두머리 사내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어버님에게 보여주고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면 너희에게 뭐라 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나를 억지로 데려가려 한다면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 것이다. 그럼 이 많은 사람들이 증인이 될 것이고, 너는 물론 네 부하들과 그들의 일가친척까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헉! 그, 그런……. 알겠습니다, 아가씨. 아가씨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빙겸대의 우두머리가 그렇게 대답하면서 유소호에게서 팔찌를 받아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소예가 미소를 지었다.
‘조그만 게 아주 당찬걸.’
“그럼 이제 가자꾸나.”
주소예가 그렇게 말하면서 유소호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유소호가 손을 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대들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뭐?”
유소호의 말에 주소예가 놀란 눈을 하자 유소호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그대들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니? 우리를 따라오지 않겠다니! 그렇다면 남궁세가로 가겠다는 말이니?”
“아니다. 남궁가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
“뭐?”
주소예가 이유를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유소호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들이 패왕성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나중에 가도 된다.”
“뭐야? 하지만 지금 우리를 따라가지 않으면 누가 너를 지켜주겠니?”
“그건 그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까 그대가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누구를 따라갈지 선택권은 나한테 주겠다고.”
“그, 그거야 그랬지만…….”
“그럼 됐다. 나는 이미 따라갈 사람이 정해져 있다.”
유소호의 말에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를 따라갈지 궁금해하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황당하게도 유소호가 옆에 있는 황랑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여기 있는 두목을 따라갈 것이다.”
“뭐?”
“저자가 누구지?”
사람들이 황랑을 보며 누군지 몰라 웅성거리고 있는데, 주소예가 황랑을 가리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저 산적 두목을 따라가겠다는 거니?”
“그렇다. 그는 우리 팔공채의 두목이다. 그러니 그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은 주소예와 유소호가 하는 말을 듣고 그제야 황랑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보잘것없는 산적 두목이었던 것이다.
“그는 너를 지켜줄 힘이 없어.”
“그렇지 않아! 그는 여태까지 나와 향이를 지켜주었어! 그러다 저렇게 다친 것이다.”
“휴……. 그럼 저 사람하고 다 같이 패왕성으로 가면 되잖니.”
주소예가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리며 말하자 유소호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결정은 두목이 한다. 그리고 부두목도 있으니 그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뭐? 부두목? 참 나…….”
주소예는 갈수록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유소호를 달래야 했기 때문에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 부두목이 누구기에 너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거니? 만약 그에게 그만한 힘이 없다면 우리와 함께 패왕성으로 가자. 알겠지?”
“흥! 패왕성은 그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
유소호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대놓고 킥킥거리기도 했다. 팔공채라는 곳은 자신들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녹림십팔채에 들어가는 산채로 팔공산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곳이기는 했으나 아무리 대단해 봐야 산적이었다. 그런 곳의 두목인 황랑의 실력은 안 봐도 뻔했다.
실제로 아까 싸움이 났을 때 황랑은 그를 향해 공격하던 이름 없는 무인의 10초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부상을 입었었다. 두목의 실력이 그러니 부두목의 실력이야 안 봐도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 유소호가 패왕성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던 것이다.
주소예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유소호가 귀엽게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어쩌다가 하필 산적들에게 걸려서 그들에게 의지를 하려고 한단 말인가?
그것도 북해신궁의 소궁주의 신분으로서 말이다.
“그래. 그럼 그 실력이 대단하다는 부두목은 어디 있니?”
주소예가 한심하다는 투로 그렇게 묻자 유소호가 강무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부하가 위험한데 나서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냐?”
사람들은 유소호가 누구를 향해 그렇게 말하는지 선뜻 감이 잡히지 않았다.
‘훗! 녀석! 그렇게 내 부하가 아니라고 하더니만…….’
강무진은 유소호가 처음으로 자신의 부하라고 크게 외치자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남궁소희를 살짝 떨쳐내고는 천천히 사람들을 헤치며 유소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 강무진을 보며 사람들은 속으로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무진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다만 강무진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본 남궁세가의 사람들이나 황보세가, 그리고 제갈세가만큼은 강무진을 얕잡아 보는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일개 산적이라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강무진이 천천히 유소호에게 다가가서 그 앞에 서자 유소호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부두목…….”
“그래.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유소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유소호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져서 놀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주소예가 뭐라고 말하며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도백광과의 싸움이 끝났을 때 강무진의 몸은 엉망이었다. 유명한 의원들이 다 와서 살폈지만 회복 불능이라고 했다. 강무진은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1년이나 누워 있었다.
주소예는 그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다. 자신이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려고 했으나 강무진이 그렇게 누워서 깨어나지를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무진이 사라졌다. 의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이것 때문에 패왕성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패왕성의 그 많은 사람들이 강무진의 행방을 찾았으나 아무도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모두들 강무진이 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곳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대, 대사…형…….”
주소예가 간신히 목소리를 내서 작게 속삭이듯이 말하고 있을 때 왕이후도 주소예만큼이나 충격을 받은 얼굴로 강무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왕이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강무진이 맞는지 주소예를 바라봤다. 그러나 주소예가 굳이 대답을 할 필요도 없었다. 패왕폭풍대 사람들 중에서 강무진을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헛! 패, 패왕…….”
“패왕이다!”
“패왕이다!”
그렇게 한두 사람이 소리치기 시작하자 곧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패왕이다!”
“패왕!”
그 기세에 사람들이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패왕폭풍대 모두가 일시에 몰려나오면서 강무진을 확인하더니 기쁜 얼굴로 같이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하! 패왕이다!”
“만세!”
“남쪽의 패왕, 우리들의 패왕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그들 중에 한 명이 크게 외치면서 무릎을 꿇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을 따라 한두 사람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내에는 패왕폭풍대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강무진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모두 강무진이 도백광과 직접 싸우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사람들이었다.
온몸에서 뿜어대는 엄청난 화기,
그 화기가 이내 화룡의 모습이 되어 그의 몸을 타고 돌 때는 누구도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또한 산이라도 부숴 버릴 것 같은 도백광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과감함과 몇 번이나 나가떨어져도 끈질기게 덤벼드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그를 응원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무엇보다 도백광을 찍어 누르며 무려 30여 장이나 되는 웅덩이를 만들었던 마지막의 그 일격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후로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패왕성을 집어삼키려 했던 도백광을 혼자의 몸으로 무너트린 강무진의 이야기는 패왕성 사람들에게는 전설이었다.
패왕전설!
남쪽의 패왕 강무진의 이야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그가 도백광을 쓰러트리기까지의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새로 패왕성의 성주가 된 적운휘가 강무진에게 패왕이라는 직위를 줬다.
원래 그런 직위는 있지 않았으나 적운휘는 성주가 되던 날 모두에게 말했었다.
성주의 모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패왕의 직위를 강무진에게 준다고 말이다.
유소호 때문에 모여든 사람들은 갑자기 천여 명이나 되는 패왕폭풍대의 사람들이 패왕을 외치면서 무릎을 꿇자 크게 놀라면서 모두들 강무진을 바라봤다. 설마 일개 산적이 남쪽의 패왕이라 불리는 사람이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패왕전설에 대한 것은 자신들도 한 번씩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을 직접 보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군. 아까 상이가 아수라패왕권 어쩌고 하더니, 저놈이 그 패왕이었구먼.’
나악태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끌끌 혀를 찼다. 몰랐으면 모르되 그가 패왕이라는 사실을 알자 한번 겨루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바로 북리단천이었다.
‘흐음, 패왕이라……. 어느 정도인가?’
남궁소희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위험에 빠져 풍수개에게 자신이 거짓말을 했던 것이 사실이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냥 높은 지위가 아니라 이렇게 모든 사람의 무릎을 꿇릴 수 있는 패왕이었다.
“아…….”
남궁소희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계속 눈물이 났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