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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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4화
134화
사실 유소호를 제일 먼저 찾아서 데리고 있었던 것이 화씨세가였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다른 세력들이 화씨세가를 공격해 유소호를 가로채려 했고 그 과정에서 싸움이 나면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생겼다. 황보세가 역시 화씨세가와 싸우다가 같이 왔던 사람들 반 이상이 죽고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이들이 죽은 시각이 얼마 되지 않았소. 아마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이 있을 겁니다. 이동 속도를 조금 높입시다.”
제갈세가의 사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이 모두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강무진은 내상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어 뒤로 처졌다. 그런 강무진 때문에 남궁소희도 천천히 이동하자 두 사람만 남긴 채 다른 사람들은 먼저 가버렸다.
“쳇! 그래, 그렇게 가버려라.”
남궁소희가 투덜대듯이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끼리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훗! 오라버니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광인도도 이긴 오라버니잖아요. 북해신궁은 꼬리를 말고 도망갔고요. 그런데 뭐가 무서워요?”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겠다. 그런 말은 하지 마. 광인도와의 싸움은 솔직히 내가 진 것이다. 그리고 북해신궁의 사람들도 이야기가 잘 되어 그냥 돌아간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위험했다.”
“흥! 그러기에 왜 나서요, 나서기를! 내가 얼마나 걱정…….”
그렇게 말하던 남궁소희가 곧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입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자니 쑥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남궁소희의 머리를 강무진이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어라? 뭐지? 예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남궁소희는 강무진이 친숙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앞쪽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많은 것으로 봐서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앞에서 싸움이 났나 보군.”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천천히 가요.”
“훗! 남궁 형이 저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
“아!”
남궁소희는 그제야 남궁종상이 생각나자 조금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럼 빨리 가봐요.”
그렇게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따라 그곳에 도착해 보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좁은 공터에서 적어도 100여 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는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을 피해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얼핏 100여 명은 되어 보였다.
그때 강무진이 반가운 듯이 크게 소리쳤다.
“어! 유소호!”
그러자 옆에 있던 남궁소희가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먼저 와 그들 앞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제갈세가의 사람들도 강무진을 봤다. 그들 모두가 강무진의 시선을 쫓자, 공터 한쪽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와 그 곁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볼 수가 있었다.
강무진은 유소호는 물론이고 향이와 두목인 황랑까지 무사한 모습을 보자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 오라버니! 저기 오라버니가 있어요.”
그때 남궁소희가 외치면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남궁소희 말대로 남궁종상과 천검대원들이 서 있었는데, 남궁종상 옆에는 못 보던 키가 작은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남궁종상은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그 노인과 계속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빨리 오라버니가 있는 곳으로 가요.”
남궁소희가 그렇게 말하며 강무진의 팔을 끌며 가려고 하자 제갈무용이 그녀를 말렸다.
“처제, 지금 움직이면 위험해. 일단 기다려.”
그러자 강무진도 남궁소희를 보며 말했다.
“그러는 것이 좋겠소.”
“네.”
제갈무용만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그냥 무시하고 그대로 움직였을지도 모르나 강무진까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녀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다.
싸움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 싸움의 중심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화공을 사용하고 있는 화씨세가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한 여인을 중심으로 여섯 명이 여섯 방향을 방어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중년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그 앞에서 날뛰고 있었는데 그가 뿜어내는 열기가 대단해서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뒤에는 유소호와 향이가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고, 황랑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한 채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그곳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강무진은 황랑의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었다.
‘내상을 입은 건가?’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마침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향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향이가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곧 그녀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향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유소호에게 뭐라 말하자 유소호도 이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향이와 마찬가지로 강무진을 보고는 기쁜 얼굴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 제갈무용이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화…룡…녀.”
그의 눈은 화씨세가 사람들이 펼치고 있는 진(陳)의 중심에 있는 여인에게 꽂혀 있었다. 그 여인은 온몸을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옷은 물론이고 신발이나. 심지어 장신구까지 모두가 붉은색이었다.
제갈세가 사람들도 그제야 그녀를 보고는 당황하며 제갈무용에게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
“안 됩니다, 둘째 공자.”
“지금 나가면 안 됩니다.”
사실 황보세가의 사람들도 화룡녀를 알아보기는 했지만 황보란과 황보린이 부상을 입은 상태이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워낙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서 감히 끼어들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갈무용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려고 하자 황보란은 아까 제갈세가의 사내가 부탁하던 말이 떠올랐다.
‘원한이 있었군.’
황보란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크아아악! 비켜라!”
제갈무용이 크게 포효하며 몸을 휘돌리자 그를 못 나가게 하기 위해 달라붙어서 말리던 사내들이 모두 가을날의 낙엽처럼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제갈무용이 그 화씨세가의 여인을 크게 부르며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화, 룡, 녀!”
제갈무용은 성난 호랑이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의 앞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그 기세에 눌려 자신들도 모르게 비켜서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휘두르는 주먹에 모두 나가떨어져야 했다.
그렇게 단숨에 화씨세가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자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제갈무용은 급히 멈추어 서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스쳐 지나가며 그의 머리카락 몇 올을 태워버렸다.
“웬 놈이냐? 떨어져라!”
제갈무용이 크게 외치면서 양장을 쭉 뻗어내자 산이라도 밀어낼 것 같은 압력에 뜨거운 기운이 밀리면서 상대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흥! 누군가 했더니 무공만 뛰어난 제갈가의 바보로군.”
중년의 사내가 비웃듯이 말했으나 제갈무용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화룡육방진(火龍六防陣)! 오늘 내가 깨부순다.”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제갈무용이 내공을 실어서 외치자 그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울렸다.
과거에 제갈무용은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화룡녀라 불리는 여인에게 청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화룡녀가 내세운 조건이 있었으니, 화씨세가의 자랑 중 하나인 화룡육방진을 뚫고 자신에게 오면 혼인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날 제갈무용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덤볐으나 결국 화룡육방진을 깨지 못했다. 무공은 뛰어나지만 머리가 나빠 진의 흐름을 전혀 잡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진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있었다면 그날 승리는 제갈무용의 것일 수도 있었다.
제갈무용은 지금에 와서 화룡녀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때의 치욕만큼은 갚고 싶었다. 그때도 그들은 그렇게 말했었다. 무공만 뛰어난 제갈가의 바보라고 말이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천재라는 소리는 귀가 따갑게 들어봤어도 바보라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제갈무용만큼은 예외였다. 주위에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그들에게 비교되다 보니 그는 항상 바보였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것이 너무나 싫은 제갈무용이었는데 상대에게 패한 시점에서 상대가 그런 말을 하자 그것이 가슴에 사무쳤던 것이다. 그나마 그 뒤로 남궁혜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가슴에 사무쳤던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화룡녀에게 청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갈무용이 생각하기에 남궁혜인은 선녀였다. 그녀는 아무 조건 없이 제갈무용을 받아주었던 것이다. 비록 하인처럼 그를 부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흐아아압!”
제갈무용이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아까 그를 공격했던 중년인이 그의 옆에서 뜨거운 화기를 뿜어내며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여태까지 화룡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여섯 명 중 네 명이 동시에 제갈무용을 향해 덮쳐갔다.
퍼퍼퍼펑!
“크윽!”
제갈무용은 그들을 상대로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혼자서 중년인까지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과연……. 제갈세가가 저자로 인해 그간의 한을 풀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다른 세가에 비해 늘 무공이 뒤처졌던 제갈세가는 그것을 항상 그들의 뛰어난 머리로 대신했었다. 그러나 강호는 강자지존의 법칙이 통하는 곳이다.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절정의 고수 한 명만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제갈세가였기에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면서도 다른 세가들에게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열등감이 제갈무용으로 인해 사라졌다. 제갈무용의 무공은 그 비슷한 연배의 후기지수(後起之秀)들 중에도 발군이었다. 젊은 나이에 그만한 성취를 이루었으니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다.
머리가 좀 딸리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제갈세가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머리를 대신해 줄 사람은 제갈세가에 차고도 넘쳤던 것이다.
“흐랴앗!”
퍼퍼퍼퍼펑!
제갈무용은 시간이 갈수록 미친 듯이 날뛰었다. 지치고 내공이 고갈되기는커녕 오히려 힘이 나는 듯했다. 그러자 그를 상대하고 있던 화씨세가의 사람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화룡녀의 호위를 위해 남아 있던 두 사람마저 가세를 해서 총 일곱 명이 제갈무용을 상대하였다.
그러자 그것을 보고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둘째 공자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중에 둘째 공자에게 혼이 나지 않을까요?”
“멍청한! 지금이 그때와 같이 비무를 하는 자리인 줄 아느냐? 어서 가자!”
“넷!”
그렇게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사람들 틈을 뚫고 달려가 제갈무용의 뒤에 멈춰 섰다. 그럼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더니 세 명씩 나뉘어서 총 네 개조가 형성되게 진을 쳤다.
“삼재사상진(三才四象陣)!”
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제갈세가였다. 천하에 알려진 진의 대가(大家)들도 제갈세가 앞에서는 웬만하면 고개를 숙인다. 그만큼 머리 쓰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이 제갈세가였다.
“팔괘연합진(八卦聯合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