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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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1화
131화
남궁소희가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하자 제갈무용이 크게 당황하며 얼굴이 굳어졌다.
“아, 아니야. 처제, 아니야. 야, 이 녀석들아! 당장 사과하지 않고 뭐 해?”
제갈무용이 그렇게 다시 제갈가의 사내들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사내들이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얼굴로 남궁소희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오, 남궁 소저. 우리가 말이 좀 심했소.”
제갈가의 사내들이 그렇게 사과를 하자 남궁소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제갈무용도 덩달아 같이 웃음을 지었고 그것을 보고 있는 제갈가의 사내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망할……. 그렇게 장가가고 싶나.’
남궁소희는 제갈무용하고 같이 있으면 남궁종상을 만날 때까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그 아이를 찾아요.”
“응. 그럴까?”
제갈무용이 그렇게 말하는데 옆에서 한 사내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제갈무용이 눈치 없이 그를 보며 말했다.
“왜 옆구리를 찌르고 그래?”
사내는 제갈무용에게 거절하라는 뜻으로 그랬던 것인데 제갈무용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자 무안함에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험! 험! 남궁 소저는 일행이 있는 듯하니, 따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궁소희는 사내의 말은 들은 체도 안 하며 제갈무용에게 물었다.
“아! 맞다. 당신, 내상을 치료하는 약 가지고 있죠?”
“응? 난 무공이 강해서 그런 것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당신은 없어도 저 사람들은 있을 것 아니에요.”
남궁소희가 제갈무용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제갈무용이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들이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없다는데.”
“흥! 그렇게 나온다 이거죠. 두고 봐요. 내가 돌아가서 언니한테 당신이 저들을 시켜서 나를 핍박하고 약 몇 알이 아까워서 숨겨두고 안 줬다고 할 테니까.”
남궁소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갈무용은 사내들을 향해 성난 곰처럼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빨리 안 내놔!”
‘지랄……. 처제한테도 저러니 장가가면 어찌 살지 뻔히 보인다, 보여.’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내상을 치료하는 약을 건네자, 남궁소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받아 들고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제갈세가는 의술에도 상당히 뛰어나서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비상시를 대비해서 가지고 다니는 약 또한 굉장히 효능이 좋았다.
남궁소희가 강무진에게 약을 건네주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 약을 받아 먹었다. 그리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제갈세가의 사내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갈세가의 사내들은 남궁소희의 행동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강무진이 그나마 저렇게 인사치레를 하자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아니오. 사해가 동도라고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소.”
“훗! 그럼 이제 가요.”
남궁소희가 강무진의 팔짱을 끼고 부축을 하며 말하자 제갈무용이 잠시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가자.”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남궁소희와 동행한다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았으나 제갈무용이 그녀에게 저리 꼼짝도 못 하니 방법이 없었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계속 몇 번이나 멈추어 서고 있었다. 그렇게 멈춰 서서 그 주변의 나뭇가지가 꺾인 방향이나 발자국 등을 통해 사람들이 이동한 시간과 방향을 추측해서 그것을 토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동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그런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던 강무진이 남궁소희에게 말했다.
“저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흥! 뭐가 대단하다는 거죠? 그저 잔머리가 좋은 것뿐이에요.”
“그렇지 않소. 사람들의 흔적을 저렇게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저들은 여러 가지를 알아내고 있소. 나 같은 사람은 흉내도 못 낼 일이오.”
“치……. 그게 뭐가 대단한 거라고.”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남궁소희는 눈에 거슬렸으나 강무진은 그렇지 않았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남궁소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예의를 아는 사람 같았다. 더구나 자신들을 칭찬하는 말을 하니 자연히 그를 대하는 눈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 모두들 강무진을 측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쯧쯧, 어쩌다가 저런 악녀에게 걸려가지고……. 둘째 공자님처럼 되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그렇게 한 시진 정도를 이동했을 때였다. 어디에선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들려오는 소리로 봐서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갈세가의 사내 중 한 명이 제갈무용에게 그렇게 말하자 제갈무용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남궁소희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봐야지요. 오라버니가 그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응? 처남도 왔어?”
‘크……. 저 악녀가 와 있는 것을 보면 뻔한 것 아니냐?’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궁소희가 제갈무용을 닦달하면서 말했다.
“그래요. 빨리 가봐요.”
“그럼 가봐야지.”
그렇게 말하며 제갈무용이 가려고 하자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그를 잡고 말리려고 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싸우는 곳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뭔가 계획이라도 세우고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
“공자님, 잠시…….”
그러나 그런 그들의 행동은 남궁소희의 한마디에 무너져 버렸다.
“잠시고 뭐고 빨리 가요.”
“응. 가자.”
‘크으……. 정말…….’
제갈무용이 저렇게 가버리자 남아 있는 사내들도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야 했다. 물론 무계획으로 말이다.
<황보세가 사람들을 만나다>
일행들이 싸움 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하자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쪽은 두 명의 여인과 한 명의 중년인, 그리고 두 명의 젊은이가 둥그렇게 모여 서로 등을 보호해 주며 싸우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또한 쓰는 무공도 기괴했다. 그들의 무기는 갈고리같이 생긴 겸이었는데, 손잡이에 쇠사슬이 길게 달려 다른 쪽 손목의 고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을 던지기도 하고 손으로 잡고 휘두르기도 하면서 상대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 저들은…….”
남궁소희는 중앙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중 두 명의 여인을 당장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두 여인은 하얀색의 소매 없는 옷을 입었으며 긴 머리를 한쪽 옆으로만 질끈 묶은 모습이었는데, 두 사람 다 쌍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것이 너무나 똑같았다. 쌍둥이였던 것이다.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인 황보세가의 황보란, 황보린 자매였다. 두 사람이 합심해서 펼치는 합공(合攻)은 꽤나 유명했다. 두 사람은 모습이 같은데다 쌍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의 눈을 현혹하기가 쉬웠다. 더구나 쌍둥이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펼치는 합격술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런 두 사람을 남궁소희는 예전에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형부! 빨리 저 사람들을 도와야 해요.”
“응?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하면서 제갈무용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황보세가의 사람들은 수적으로나 무공으로나 모두 적들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쌍둥이 자매의 활약으로 제법 잘 버티고 있었다. 그때 제갈세가의 사내 한 명이 제갈무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공자님, 저들의 옷차림으로 봐서 아마 북해신궁 사람들 같습니다. 지금 그들을 도우면 북해신궁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응? 저들이 북해신궁 사람이야?”
“옷차림이나 무기를 봐서 틀림없습니다. 북해신궁의 세력 중에 빙겸대(氷鎌隊)라는 곳이 있는데 그들이 저런 무기를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이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저들을 돕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것이 아닙니다. 일단 북해신궁에 해가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게 그 말이죠! 형부! 형부는 나보다 저 사람이 더 좋은 거죠? 그래서 저 사람 말을 듣는 거죠?”
남궁소희의 억지에 제갈세가의 사내는 할 말이 없었다.
‘참 내……. 둘째 공자가 좀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 말에 넘어가겠냐?’
그러나 그것은 사내의 착각이었다. 제갈무용은 남궁소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를 한 번 확 째려본 후 허리에 차고 있던 두 개의 단봉을 뽑아 들면서 말했다.
“너 때문에 나 장가 못 가면 넌 죽는다.”
“허걱!”
제갈무용의 살기 가득한 말에 사내가 흠칫하며 몸을 떠는 동안 제갈무용은 두 개의 단봉을 연결해서 하나로 만들었다.
“좋았어! 너희들은 그냥 여기 있어도 돼!”
그렇게 외치면서 제갈무용이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봉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기합과 함께 힘껏 내려쳤다.
“흐아아압!”
콰아아아앙!
“뭐냐?”
“조심해라!”
빙겸대의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제갈무용을 피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곳으로 내려선 제갈무용이 봉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들의 무기를 쳐내는 한편, 적들에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봉을 돌리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공격과 방어를 모두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봉과 조금 스치기만 해도 빙겸대 사람들의 겸이 모두 튕겨 나가고 있었다.
“흐랴아앗!”
빙겸대 사람들을 몰아붙이던 제갈무용은 신이 나는지 더욱이 날뛰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제갈무용은 그냥 싸움만 중지시켜도 될 것을 상대를 인정사정없이 패고 있었던 것이다. 북해신궁에 아이를 데려가서 빙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 북해신궁의 사람들을 저리 패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하긴, 단순한 제갈무용이 그런 것을 생각할 사람이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사고는 제갈무용이 치고 오면 그 뒷감당은 세가에서 하는 것이다.
황보세가 사람들은 계속 수세에 몰리다가 제갈무용의 난입으로 인해 숨통이 좀 트이자 곧바로 적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빙겸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겨우 버티던 것에서 여유가 좀 생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갈무용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몰리고 있었다. 적의 수가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제갈세가 사람들이 모두 한숨을 푹 쉬었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앞뒤 모르고 날뛰더라니…….”
“에휴. 말해 뭐 하나? 가세나.”
그렇게 병장기를 뽑아 들고 제갈무용을 돕기 위해 가는 제갈세가 사람들은 남궁소희를 한 번 확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남궁소희였다.
“흥! 누가 째려보면 겁먹을 줄 알고.”
그렇게 제갈세가 사람들 중 일부가 가세하자 조금은 나은 싸움이 되었으나 여전히 모두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러자 남궁소희가 남아 있는 제갈세가의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왜 당신들은 가서 돕지 않는 거죠?”
“도우려면 남궁 소저나 가서 도우시오. 우리는 따로 할 일이 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