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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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6화
126화
‘이 노인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가?’
강무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나 일단 이 노인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장과 굳이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갈까 합니다. 갑시다, 남궁 소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려고 했으나 남궁소희는 발이 선뜻 떨어지지가 않았다. 강무진이 그것을 알아채고는 남궁소희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갑시다.”
“네? 네.”
남궁소희는 강무진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냥 강무진이 끄는 대로 따라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풍수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그 웃음에는 내공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남궁소희는 당장에 속이 뒤집히려는 것 같았다. 이에 그렇잖아도 창백했던 얼굴이 더 하얘지면서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일이 귀찮게 됐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무진이 몸의 화기를 움직였다. 강무진이 기억하고 있는 무공은 아수라패왕권과 그 아수라패왕권을 쓰다가 실패해 살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펼쳤던 열화마결의 최상승 초식 중 하나인 열화마염풍뿐이었다. 아수라패왕권은 그때 한 번 성공하기는 했으나 쓰기 전에 항상 엄청난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열화마염풍을 쓰기 위해 화기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광인도 풍수개는 갑자기 강무진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화기가 뿜어져 나오자 웃음을 그치고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호오, 역시 믿는 것이 있었구나. 네놈도 화씨세가의 사람이더냐?”
“아닙니다.”
“응? 아니라고? 그럼 네놈의 그 무공은 뭐란 말이냐?”
“나도 모릅니다.”
“클클클. 노부를 상대로 농을 하자는 게냐? 재미있는 놈이구나. 그럼 어디 화씨세가의 사람이 아닌지 한번 보자꾸나. 클클.”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강무진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기합과 함께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는가 싶었는데 벌써 강무진을 다섯 번이나 베고 지나간 상태였다.
“합!”
터터터텅!
강무진은 풍수개의 도를 그대로 몸에 맞으면서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러자 풍수개가 놀란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 그건 또 무슨 무공이더냐?”
“모릅니다.”
“말하기 싫다면 내가 알아내마.”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며 도에 내공을 실어 강무진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휘둘렀다. 그것을 강무진이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찰나 강무진의 어깨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던 도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느새 강무진의 허리를 수평으로 베어오고 있었다.
퍼어엉!
풍수개의 내공이 잔뜩 실린 도를 그대로 맞은 강무진이 뒤로 계속 밀리다가 곧 한쪽 발로 땅을 힘껏 디디며 멈추어 섰다. 그렇게 강무진이 밀린 자리에는 깊게 골이 파여 있었다.
풍수개는 강무진이 자신의 내공이 제대로 실린 공격조차도 몸으로 멀쩡히 받아내자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음……. 네놈, 소림사의 공지와는 무슨 관계냐?”
‘소림사? 공지라면 공지대사 말인가? 맙소사! 천하제일의 고수 중 한 명인 불성(佛星) 공지대사와 이 멍청한 산적이 관계가 있다고?’
옆에서 풍수개의 말을 듣던 남궁소희가 속으로 놀라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강무진은 풍수개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모릅니다.”
“클클. 모른단 말이냐, 아니면 대답하기가 싫단 말이냐? 클클. 네놈이 공지 그놈의 제자라 해도 상관없다. 방금 네놈을 그냥 죽여버리기로 마음을 정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인장의 실력을 보니 제가 전력을 다해도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 크하하하하.”
풍수개가 강무진의 말에 그렇게 박장대소를 하자 남궁소희는 두 손으로 귀를 꾹 막았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내 근래에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아라. 크크.”
‘그때 그걸 써보는 거야. 어차피 그것밖에 모른다. 그게 안 통하면 무조건 엉겨 붙는 수밖에…….’
강무진은 마음속으로 대충 어떻게 싸울지 정해지자 곧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화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 화기가 급기야 화룡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던 풍수개는 여태까지 여유 있던 모습이 싹 사라지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놈! 내가 너무 얕보았구나. 젊은 놈이 어찌 벌써 저런 경지에 다다랐단 말이냐!’
순간적으로 풍수개는 강무진의 화룡을 보고 피하기 위해 몸을 움찔했다. 그러나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에 하체를 단단히 굳히고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강무진의 화룡이 그의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크으윽! 이노오옴!”
콰콰콰콰콰쾅!
섬광이 번쩍이면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귀청이 찢겨져 나갈 정도의 폭음과 함께 거대한 기의 폭풍이 주위로 휘몰아쳐 갔다.
그 여파에 남궁소희도 휩쓸리면서 뒤로 넘어져 버렸다.
“아악!”
그렇게 뒤로 밀려 넘어진 남궁소희는 갑자기 조용한 정적이 흐르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강무진과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풍수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설마……. 광인도를 상대로 이겼…….’
남궁소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강무진이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후욱……. 대단한 놈이구나. 설마 이 정도의 내공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풍수개가 입가의 피를 소매로 슥 문질러서 닦으며 강무진을 내려다봤다. 방금 풍수개가 쓴 무공은 풍수개가 평생에 걸쳐 익힌 절기 중의 하나로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妙)를 살려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힘을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주는 초식이었다.
그래서 금강불괴신공을 익힌 강무진이었지만 기혈이 엉키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풍수개도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내공을 완전히 다 끌어올린 상태도 아니었고, 강무진이 펼친 열화마염풍의 위력이 너무 대단했기 때문에 모두 되돌리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풍수개도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법 설쳤다만 여기까지다. 그냥 죽어라.”
그렇게 말하면서 풍수개가 들고 있는 도로 단번에 강무진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남궁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안 돼!”
그러나 풍수개의 도는 이미 강무진의 목에 떨어진 상태였다.
터엉!
그러나 당연히 잘려 나가야 할 강무진의 목은 잘리지 않고 풍수개의 도에 밀려 옆으로 튕겨나갔다.
“뭐?”
풍수개가 그런 강무진을 보며 당황하는 순간 강무진이 사력을 다해 일어나며 풍수개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머리로 있는 힘껏 풍수개의 얼굴을 박아버렸다.
퍼억!
“크윽!”
얼굴을 제대로 맞은 풍수개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런 풍수개를 강무진이 붙잡고 쓰러트리고는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풍수개를 향해 주먹을 내리꽂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퍽퍽퍽!
“크으윽!”
풍수개는 여태까지 수많은 싸움을 해봤지만 이렇게 어이없이 얻어맞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강무진이 내리꽂는 주먹을 하나하나 옆으로 쳐내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한 손으로는 강무진의 멱살을 잡고 당기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의 목울대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목울대를 부숴버릴 생각으로 힘을 주던 풍수개는 사람의 목이 아니라 마치 바위를 움켜잡은 것 같은 느낌에 강무진의 목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당황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강무진이 머리를 뒤로 확 젖히더니 그대로 풍수개의 얼굴에 박아버렸다.
“헉! 자, 잠깐…….”
퍼억!
“큭!”
풍수개는 강무진의 머리가 얼굴을 파고드는 순간 골이 울리면서 아찔한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강무진은 재차 같은 방법으로 이마로 풍수개의 얼굴을 박았다.
퍼억!
“크아악!”
풍수개가 아찔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데도 강무진은 쉬지 않고 계속 머리를 젖히며 내리꽂았다.
퍽! 퍽!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소희는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설마 그 풍수개를, 광인도라 불리며 누구나 두려워하며 피하는 풍수개를 강무진이 이길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게다가 저런 식의 싸움은 무공을 몰라 삼류 측에도 못 드는 시정잡배들이 하는 싸움이었다.
그때 풍수개의 고통에 찬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다.
“그마안! 그만 해라! 이놈아!”
그러자 그제야 제정신이 들었는지 강무진이 동작을 멈추었다.
“크으윽…….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네놈이 이겼다. 그러니 이제 비켜서라.”
그렇게 말하는 풍수개의 얼굴은 눈과 입술 주위가 퉁퉁 부어오른데다 앞니도 빠져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던 강무진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그동안 꾹 누르고 있던 내상으로 인해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우에엑!”
철퍽!
강무진의 피를 얼굴에 그대로 뒤집어쓴 풍수개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주체를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어린놈에게 이런 치욕을 당한데다 그것을 본 증인까지 있으니 두 연놈을 죽이지 않고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몸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은 이 괴물 같은 놈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무진이 비실비실하며 간신히 일어나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풍수개가 소매로 얼굴의 피를 문질러 닦아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데 그렇게 문지르니 통증이 밀려왔던 것이다.
“크으윽!”
풍수개는 강무진을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살기 띤 눈으로 노려봤다. 그러자 강무진의 몸이 움찔했다. 그러나 그것은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풍수개의 살기에 반응을 한 것이었다. 이에 강무진이 풍수개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풍수개가 흠칫하며 말했다.
“왜, 왜 그러느냐? 이미 내가 졌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풍수개가 필사적으로 소리치자 강무진의 몸이 그제야 멈췄다. 그걸 보고 풍수개는 속으로 기가 막혔다.
‘허! 내 평생에 이런 괴물 같은 놈을 만나게 될 줄이야…….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괴물 같은 놈을 길러냈단 말인가?’
“한 가지만 묻자. 네놈의 사부가 정말 공지가 아니더냐?”
“아닙니다.”
“허면 네놈의 호신기공이 소림사의 금종조가 아니란 말이냐?”
풍수개의 물음에 강무진이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풍수개의 물음에서 자신이 배운 것이 금종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풍수개가 저렇게 계속 물어볼 리가 없지 않은가?
강무진은 나중에 소림사로 한번 가서 공지라는 사람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허! 그렇단 말이지.”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면서 생각에 잠기자 강무진이 비틀거리며 남궁소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남궁소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풍수개의 눈치를 살피며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 그녀는 풍수개가 두려웠던 것이다. 그만큼 광인도 풍수개라는 인물은 무림인들에게 공포의 대명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