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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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53화
153화
그러나 하은연이 치밀하게 시간을 계산해 본 결과 자신들이 쫓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공안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여겼다. 이에 마을 안에서 그들을 찾기보다는 왔던 길을 되짚어서 그들을 찾기로 한 것이다.
과연, 하은연의 예상은 적중했다. 강무진이 멀리서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기척을 잡아내고 혹시나 하며 달려왔더니 그들이 북리세가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무공이 서로 비슷비슷한 왕이후와 제갈무용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고, 이어서 황보란, 황보린이 가세를 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경공이 형편없는 강무진과 함께 하은연이 보조를 맞추어서 도착을 했던 것이다.
하은연은 화화를 보자 단번에 몸을 날려 그녀 앞으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도끼눈을 뜨며 사납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화화! 너 상대가 패왕성인 걸 알고도 그랬지? 응? 이것이 누구 물먹이려고 작정을 했나? 알았으면 중간에 빠져야지 왜 사람을 이 고생시켜? 네가 아주 간덩이가 부었지? 앙?”
“그, 그게……. 소문주… 읍!”
화화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하은연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자 눈만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쉿! 조용히 해. 저들은 아직 내가 누군지 몰라.”
하은연의 말에 화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은연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풀었다.
“푸우……. 그런데 설마 소…가 아니라 언니가 직접 올 줄은 몰랐어요.”
화화의 말에 하은연이 화화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이게 정말!”
“아야!”
“남쪽에 있는 지부가 너 때문에 모두 날아갈 판인데 너 같으면 안 오겠어?”
“치이…….”
“그나저나 북리세가 사람들이 왜 여기 있어?”
“저도 모르겠어요.”
하은연은 북리세가 사람들을 보며 화화에게 그렇게 물었으나 사실 속으로 짚이는 것이 있었다.
‘흐응……. 은소, 고 계집애가 아직도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하고 붙어 있나 보군.’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응?”
화화가 강무진을 보며 하는 묻자 하은연이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분이 바로 패왕성의 패왕이셔. 이분 아니었으면 우리 지부가 모두 개박살이 날 뻔했어. 개. 박. 살. 말이야.”
하은연이 눈에 힘을 주고 또다시 화화를 구박하며 말했으나 화화는 그것보다 강무진이 패왕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패, 패왕이라면 설마 그…….”
“호호. 그래. 그 소문의 주인공이야.”
“에엑! 말도 안 돼! 저렇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아야!”
화화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하은연이 다시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았던 것이다.
“이게 어따 대고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호호호. 상공, 신경 쓰지 마시어요.”
하은연이 있지도 않은 강무진 가슴의 먼지를 툭툭 털면서 애교를 부리자 화화는 속으로 기가 막혔다.
‘뭐야? 벌써 해치운 거야?’
그때쯤 싸움은 이제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애초에 왕이후나 제갈무용의 상대는 아니었다. 게다가 황보란과 황보린까지 합세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때 한 무리의 사내들이 관도를 따라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 강무진의 눈에 잡혔다. 강무진은 그들을 보며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이거 쉽지 않겠는걸.”
“네?”
그때까지 화화를 구박하고 있던 하은연도 강무진의 시선을 따라 그들을 바라보다가 곧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달려오고 있는 사람들 모두 짙은 남색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한눈에 그들이 북리세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중에 천하제일의 고수 중 한 명이라는 북리세가의 가주 도성(刀星) 북리단천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천하제일고수와 겨루다>
북리단천은 눈앞에서 자신의 세가 사람들이 당하는 것이 보이자 갑자기 속력을 높였다. 그러자 그와 함께 달려오던 사람들과 단번에 차이가 벌어졌다.
“감힛!”
북리단천이 크게 외치면서 도를 뽑아 들고 제일 먼저 가까이 있던 제갈무용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제갈무용은 북리세가의 사내 한 명의 복부를 봉으로 찔러 쓰러트리는 순간 갑자기 날카로운 기세가 어깨를 파고들자 놀라서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러자 북리단천의 도가 제갈무용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며 약간의 상처가 생겼다.
“크윽!”
제갈무용은 급히 몸을 트느라 중심이 그쪽으로 쏠려 있는 상태였다. 이에 그 상태에서 한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반 바퀴를 돌아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러나 북리단천의 도가 벌써 그의 다리를 쓸어가고 있었다.
“헛!”
제갈무용은 아직 중심을 완전히 바로하지 못한 상태에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러나 아무리 당황을 했다 해도 역시 제갈무용이었다. 봉으로 땅을 짚음과 동시에 몸을 거꾸로 해서 하늘로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 밑을 아슬아슬하게 북리단천의 도가 지나쳐 갔다.
“제법!”
북리단천이 일갈을 하더니 그도 제갈무용을 따라 몸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제갈무용을 따라잡았다.
쉬쉬쉬쉭!
“흐랴아앗!”
북리단천은 네 번 도를 휘둘렀다. 제갈무용은 그 네 번의 도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봉을 돌리며 물샐틈없는 방어를 했다.
카카캉캉!
봉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네 번이 울릴 때 제갈무용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크악!”
북리단천이 휘두른 네 번의 도는 막아낼 수 있었으나 뒤이어 그가 올려 찬 발은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슴을 발에 채인 제갈무용이 피를 뿜으면서 튕겨 나가자 밑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왕이후가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왕이후는 북리단천이 제갈무용과 겨루는 그 몇 초식을 보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북리단천이 공중에서 제갈무용을 날려버리자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저렇게 공중에서 몸을 이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아앗!”
힘찬 기합과 함께 뇌전폭풍도의 초식 중 위력이 가장 강한 뇌전일도(雷電一刀)를 펼쳤다. 그러자 뇌기가 왕이후의 도를 타고 빠지직 거리며 북리단천을 쳐가기 시작했다.
“흥!”
북리단천은 그런 왕이후의 위력적인 공격에도 코웃음을 치더니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힘껏 도를 내려쳤다.
콰콰콰쾅!
“크으윽!”
왕이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허공에 있어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그만큼 도를 위력 있게 휘두를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반면에 자신을 땅을 힘껏 박차고 올랐다. 게다가 뇌전폭풍도의 초식 중 제일 강한 위력의 뇌전일도를 펼쳤다. 그런데도 북리단천이 내려치는 도의 기세에 밀려 자신이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다못해 북리단천을 공중에서 뒤로 밀어내지도 못한 상태였다.
쿠웅!
머리부터 지면에 부딪치려는 찰나 간신히 몸을 회전시켜 착지를 한 왕이후는 그 여파로 인해 온몸이 짜르르 하니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런 왕이후 앞으로 북리단천이 천천히 내려섰다.
‘크으……. 이리도 차이가 난단 말인가?’
왕이후는 입가의 피를 슥 문질러 닦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전에 안휘성에 있는 경정산(敬亭山)에서 북리단천과 같은 천하제일고수 괴성 나악태와 겨룰 뻔한 적이 있는 왕이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왕이후는 아무리 상대가 천하제일이라 불린다 해도 자신이 한두 수에 나가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북리단천과 겨루어보니 그때 자신이 가졌던 자신감은 오만하다 못해 분수를 모르는 행동이었다.
단 한 번의 부딪침에 약하기는 하지만 내상을 입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듯, 왕이후가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북리단천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크아아앗!”
빠지지직!
쉬쉬쉬쉭!
하나하나가 위력적인 초식이었다. 왕이후 평생의 내력을 담고 있는 뇌전폭풍도였다. 허나 북리단천은 그것을 너무나도 가볍게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북리단천은 속으로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패왕성에서 알아주는 패왕폭풍대의 대주라고는 하나 아직 서른이 안 되어 보이는 젊은 나이의 왕이후였다. 그런데 이런 위력적인 도법을 이렇게까지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왕이후의 노력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만큼 재능도 대단하다는 이야기였다.
아쉽게도 북리세가에는 왕이후 정도의 젊은 고수라고는 자신의 아들인 북리대성뿐이었다. 그러나 패왕성에는 왕이후 말고도 그때 봤던 주소예나 성주인 적운휘, 그리고 무엇보다 패왕이라고 불리는 강무진까지 젊은 고수들이 수두룩했던 것이다.
“흠!”
그때 북리단천이 짧게 기합을 넣으면서 도를 찔러 넣었다. 그러자 북리단천의 도가 교묘하게 왕이후가 휘두르는 도의 틈을 파고들어 그의 가슴을 쳤다.
퍼억!
“크헉!”
북리단천은 굳이 패왕성과 원한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에 힘을 빼고 도를 거두었다. 만약 북리단천이 그렇게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면 왕이후는 이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북리단천이 너무나 간단하게 왕이후와 제갈무용을 제압하자 모두들 싸움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저 정도였단 말인가?’
화화는 처음 보는 북리단천의 실력에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화화의 옆에 있는 하은연도 마찬가지였다.
‘천외천(天外天)이라더니……. 과연…….’
그때 하은연은 옆에 있던 강무진이 북리단천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설마 북리단천과 싸울 생각인가? 아무리 패왕이라고는 하지만 무리다.’
하은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월궁루에서 소란이 일어났을 때 그의 실력을 보지는 못했지만 매나 난으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었다. 그걸로 추측하건대 강무진은 북리단천의 상대가 아니라 여겨졌다. 더욱이 지금 눈앞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북리단천의 실력을 직접 보자 그런 생각이 더 짙어졌다.
“괜찮아, 사제?”
강무진이 가서 부축을 하자 왕이후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대로 왕이후의 어깨를 누르면서 말했다.
“좀더 쉬고 있어. 은연 누이, 가서 제갈 형의 상처를 봐줘.”
강무진이 뒤쪽에 있는 하은연에게 말하자 하은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제갈무용에게 달려갔다. 그것을 확인한 강무진이 북리단천에게 포권을 취하며 먼저 인사를 했다.
“그때 뵙고 또 보는군요.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네.”
“물러나지 않으시면 손을 쓰겠습니다.”
“망설이지 말게.”
“그럼.”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포권을 풀고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화기를 몸에 돌리자 강무진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주위로 확 번져가기 시작했다.
“헛! 물러서라!”
“뒤로 물러나!”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그렇게 외치면서 뒤로 물러나자 강무진 일행들도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서로 대치하고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북리단천은 생각보다 강한 강무진의 화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이게 소문으로 듣던 패왕성의 열화마결인가?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생각 이상이군. 화씨세가는 비교도 안 되겠어.’
강무진의 화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북리단천을 압박해 들어가자 북리단천이 가만히 도를 들어 올렸다. 단순히 도를 들어 올려 강무진을 향해 겨누었을 뿐인데 강무진의 화기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더 이상 그를 압박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