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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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42화
142화
강무진은 갑자기 뭔가가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들자 그대로 멈춰 서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그대로 짓이겨졌다.
콰직!
“……!”
사내는 면상이 완전히 눌리면서 아찔한 충격이 오는데도 신음 소리 하나 없었다.
그때 강무진의 주먹이 사내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하자 사내의 몸이 그 자리에서 빙글 돌며 머리부터 문에 처박혔다.
퍼억!
콰직!
강무진은 문을 부수면서 나가떨어지는 사내를 확인할 사이도 없이 유소호와 유무화를 납치해 간 사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지붕 위에서 납작하니 엎드려서 기척을 지운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간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은 안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일이 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무조건 튀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런 생각에 사내들이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데, 건물의 창문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와 지붕으로 올라섰다. 그 사내는 옆구리 양쪽에 아이를 한 명씩 끼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건 말건 사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아이 한 명을 옆에 있는 사내에게 넘겼다. 그러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몸을 날려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아 있는 사내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곧 사태를 짐작하고 모두 흩어져서 몸을 날렸다.
그들이 그렇게 사라지자 방금 사내가 나왔던 창문으로 강무진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한 손으로 지붕의 처마를 잡고는 지붕 위로 올라섰다.
“젠장! 벌써 빠져나갔나?”
강무진은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주위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기척이 하나 둘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둘이 아니었군. 흩어져서 도망갔나?’
도망치고 있는 그들의 기척을 잡아낸 강무진은 마음이 급해졌다. 경공에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모두 흩어져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쫓아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일단 아무나 한 놈 잡고 보자.’
그런 생각을 한 강무진이 곧 지붕에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만약 강무진이 적들을 발견했을 때 소리를 쳐서 알렸다면 아마 그들이 그렇게 패왕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급한 마음에 자신이 그들을 빨리 쫓아가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고 무조건 몸을 날려 형편없는 경공술로 그들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이다.
쉬쉬쉭!
퍼퍼퍽!
강무진은 정신없이 달리다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그어오는 검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상대의 검은 강무진의 목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상대가 흠칫 놀라면서 이번에는 왼쪽 장을 쭉 뻗어 강무진의 가슴을 쳤다.
퍼엉!
상대의 장을 가슴에 맞은 강무진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친 사내의 손목을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컥!”
목을 잡힌 사내가 숨을 못 쉬며 발버둥치자 있는 힘껏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그러고는 쓰러져 있는 상대의 뒤통수에 발을 올려놓고 지그시 누르면서 물었다.
“어디냐?”
“…….”
사내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좀더 발에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이대로 계속 내리누르면 사내의 목이 그대로 꺾여나갈 판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그때 강무진은 갑자기 뭔가가 등 뒤에서 느껴지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공기를 가르며 작은 비수 네 개가 강무진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앞에 있는 나무에 꽂혔다.
터터터텅!
강무진이 그렇게 비수를 피해내자 어느새 강무진의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사내가 발로 강무진의 턱을 차올렸다.
퍼억!
턱을 제대로 얻어맞은 강무진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지자 사내가 이번에는 무릎으로 다시 한 번 강무진의 턱을 쳤다.
퍼억!
그 충격에 강무진이 뒤로 밀려나면서 넘어지려고 했으나 곧 자세를 바로잡고 섰다. 그사이에 사내는 강무진에게 당한 사내의 목을 단번에 그어버리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그러나 강무진이 앞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가며 공중으로 몸을 날리려던 사내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힘껏 잡아당겨 상대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콰앙!
“큭!”
그때 사방에서 호각 소리가 울리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들의 침입을 눈치 챈 패왕성 사람들이 그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무진이 있는 곳으로도 수십여 명의 패왕성 사람들이 달려와 강무진과 사내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웬 놈들이 감히 패왕성에서……. 헛! 당신은…….”
사내들 중 한 명이 내공을 실어 크게 소리치다가 강무진을 알아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꼬리를 흐렸다.
“저 자식 잘 붙잡아놓고 있어!”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경공을 펼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패왕성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일단 강무진의 명령대로 바닥에 처박혀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강무진은 경공을 최대한 펼쳐서 달렸다. 그러나 워낙에 형편없는 경공술이어서 느리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달리던 강무진은 패왕무고로 가는 숲으로 들어섰다. 그 앞쪽에서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야?’
강무진은 여태까지 그 기척을 쫓아 이곳까지 달려왔는데 갑자기 기척이 사라지자 잠시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일단 달리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패왕무고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헉!”
강무진은 갑자기 자신의 발밑에서 잡히는 적의 기척에 놀라서 밑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뭔가 터지면서 엄청난 폭음이 났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벽력탄이었다. 벽력탄이 터져나가면서 강무진도 그 폭발에 휩싸여 날아가 버렸다.
쉬쉬쉭!
파팡!
밤의 정적을 깨며 주먹과 발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손과 발을 놀리던 제갈무용이 호흡을 고르며 동작을 멈추었다.
“후우…….”
제갈무용은 예전에 밤낮으로 무공을 연습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 자기 전에 항상 이렇게 몸을 움직여줘야 푹 잘 수가 있었다.
“아함……. 이제 가서 자볼까나.”
크게 하품을 하며 방으로 향하던 제갈무용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림자 하나가 제갈무용의 머리 위로 빠르게 하늘을 가르며 스쳐 지나갔다.
“뭐야?”
제갈무용이 놀라는 그 잠깐 사이에 그림자는 이미 앞쪽에 있는 건물의 지붕을 박차고 다른 건물의 지붕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림자가 제갈무용의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할 때쯤이었다.
“비켜!”
갑자기 하늘에서 누군가가 크게 소리치며 떨어져 내렸다.
“헉! 뭐냐?”
제갈무용이 놀라며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자 방금까지 제갈무용이 서 있던 곳으로 강무진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뭘 하다가 왔는지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완전히 누더기가 된 채 여기저기 불에 그슬려 있었다.
“젠장! 방금 그놈 어디로 갔어?”
강무진이 제갈무용을 향해 묻다가 곧 멀리서 사라져가는 기척을 잡아내고는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강무진이 그렇게 사라지자 잠시 뒷머리를 긁적이던 제갈무용이 곧 그를 따라 달리면서 크게 외쳤다.
“기다리시오! 같이 갑시다!”
“뭐야? 적들이 침입했는데 모두 놓쳤다는 거냐?”
왕이후가 보고를 하고 있는 사내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쳤다. 그러자 사내가 찔끔하면서 대답했다.
“총 여섯 명이 침입해서 세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성을 벗어났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살수들인가?”
“살수들은 맞는 것 같지만 목적이 살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대답하던 사내가 잠시 말을 끌며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후에 대답했다.
“북해신궁의 두 아이가 모두 납치되었습니다.”
“뭐야?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지금 당장 패왕폭풍대 전원에게 비상 걸어! 놈들의 행적을 놓치면 모두 각오하라고 해! 뭐 해? 당장 안 튀어가고!”
“명!”
왕이후가 격분해서 소리치자 보고를 하던 사내가 재빨리 뛰쳐나갔다.
“크으……. 어떤 놈들이 감히…….”
패왕성은 이곳 호남성은 물론이고 주위 세 개의 성까지 통틀어서 가장 영향력이 대단한 곳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남쪽 네 개의 성에서만큼은 패왕성에서 마음먹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그런 패왕성이다 보니 감히 패왕성으로 침입해 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그 누구도 패왕성을 적으로 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패왕성의 경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오만함이 너무 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패왕성에서는 누군가 침입했다가 달아난다 해도 충분히 다시 잡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패왕성에서 사고를 치고 그 세력권을 벗어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왕이후는 잠시 이를 갈다가 곧바로 적운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단순히 적들이 침입한 것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소호와 유무화가 납치된 것은 문제가 컸다.
왕이후가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데 마침 적운휘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형!”
“그래. 얘기 들었다. 아이들이 납치되었다고?”
“네. 죄송합니다, 사형. 면목 없습니다.”
패왕성 안팎의 경비는 왕이후가 대주로 있는 패왕폭풍대의 책임이었다. 이에 왕이후가 고개를 숙이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적운휘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런 왕이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놈들이 벽력탄까지 준비를 해온 것을 보면 꽤나 오랫동안 준비를 했을 것이다.”
“네, 사형.”
“그보다 대사형의 안전이 우선이다.”
“네?”
“패왕무고 앞에서 제일 먼저 벽력탄이 터졌다고 한다. 수하들 말로는 그곳에 대사형이 있었다고 하더군.”
“대사형이요?”
“그래. 그쪽은 내가 가볼 테니 너는 아이들을 되찾아 와라. 적들이 살수 같으니 패왕비영대(覇王秘影隊)에서 사람들을 추려 가도록 해라.”
패왕비영대는 패왕성의 살수집단이었다. 살수계의 전설인 무영살검(無影殺劍) 노극부에 의해 반 이상이 전멸되어 그 수가 많이 줄었으나 개개인의 실력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적들이 살수라면 같은 살수가 쫓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생각에 적운휘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사형.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그러자 적운휘도 바로 경공을 펼쳐 패왕무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놓치고 말겠소.”
제갈무용의 말에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치고 있던 강무진이 못마땅한 눈으로 슬쩍 제갈무용을 바라봤다. 자신은 지금 최대한 노력해서 경공을 펼치고 있는데, 제갈무용이 아까부터 자꾸 옆에서 중얼거리니 신경이 분산되어 속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적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척을 잡아내기 위해 그만큼 더 집중을 해야 했는데 제갈무용 때문에 몇 번이나 적의 기척을 놓칠 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