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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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3화
173화
그렇게 공문 대사까지도 강무진을 어떻게 하지 못하자 노승들은 일단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했다.
“험!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네만…….”
아까 화를 내면서 제일 먼저 강무진을 시험해 봤던 노승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어투로 말을 꺼냈다.
“네. 말씀하십시오.”
“그, 자네의 성취는 어느 정도인가?”
노승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성취에 대해서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제가 본 책에는 이 이상의 단계가 없다고 했습니다.”
“허… 그렇다면 완전히 다 익혔다는 말이군.”
공지 대사가 끼어들며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공지 대사가 기쁜 듯이 말했다.
“허허, 사실 나도 조금은 의심을 하고 있었네만 실제로 보니 그 말을 믿을 수가 있네. 사실 금종조는 몸을 보호하기에는 좋으나 내공의 소모가 너무 심하네. 그에 비해 금강불괴신공은 내공의 소모가 거의 없지. 그래서 금강불괴신공을 호신기공 중에 최고로 치는 걸세. 만약 그대가 익힌 것이 금강불괴신공이 아니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펼칠 수가 없었을 테지.”
“예.”
공지 대사는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것이 확인되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있었다.
“자네는 금강불괴신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연원을 아는가?”
“모릅니다. 책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내가 이야기를 해줌세. 원래 소림사에는 금강불괴신공이 없었다네. 최고의 호신기공은 지금과 같이 금종조 하나뿐이었지. 하지만 역대의 선사들 중에 천양이라는 분이 금강불괴신공을 창안하였다네. 그게 얼추 300년 정도 전의 이야기지.”
강무진은 공지 대사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자신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히기는 했지만 그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공지 대사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300년 전…….
아수라교(阿修羅敎)라는 사악한 종교집단이 크게 번성을 하면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그것을 보다 못한 수많은 무림 명문정파들이 나서서 그들과 싸웠다. 그러나 아수라교 사람들의 무공이 너무 뛰어나 오히려 그들이 당하고 말았다.
그때 보다 못한 천양 선사가 나섰다.
천양 선사의 무공은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그런 천양 선사가 사람들을 이끌고 아수라교에 대항하자 아수라교는 곧 전멸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이에 아수라교에서는 교주가 직접 천양 선사와 겨루기를 원했다. 거기에서 이긴 사람의 뜻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천양 선사로서도 더 이상 피를 흘리는 것보다는 그것이 좋다고 여겨 두 사람은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서로 겨루게 되었다.
아수라교의 교주와 천양 선사는 목숨을 걸고 3일 밤낮으로 겨루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승리한 것은 천양 선사였다. 아수라교의 교주는 천양 선사의 금종조를 결국 깨트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로 아수라교의 교주는 천양 선사의 금종조를 부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아수라패왕권이라는 무공을 창안하게 된다. 금종조의 단단한 방어력을 부수기 위해 극강한 위력의 아수라패왕권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위력이 너무나 강하다 보니 아수라패왕권을 쓰면 혈맥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려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버티어내도 몸이 엉망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아수라패왕권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수라교의 교주는 다시 수년간 연구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약점을 보완해 아수라패왕권을 펼쳐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것은 내공의 양이 미비한 사람이 아수라패왕권을 펼치는 것이었다.
아수라패왕권은 너무나 위력이 강해 내공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펼쳐도 굉장한 위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내공의 양이 적으니 몸에 그만큼 무리가 가지 않아 혈맥이 터져 죽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아무래도 적은 양의 내공으로 아수라패왕권을 펼치다 보니 가진 내공은 물론이고 온몸의 모든 기력까지 다 끌어다 써야 했다. 이에 한 번 아수라패왕권을 펼치고 나면 기력이 돌아와 다시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이것만은 오랜 연구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아수라교의 교주는 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연계공격이었다. 수십여 명의 사람들에게 아수라패왕권을 익히게 해서 순차적으로 치고 빠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때 아수라교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할 정도로 몰락해 있었다.
교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여덟 명의 신도들에게 아수라패왕권을 가르쳤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간 쌓아온 내공을 모두 지워버리고 다시 무공을 익혀야 하는데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교주는 천양 선사를 찾아가 대결을 청했다.
싸움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이번에는 천양 선사의 패배였다.
금종조의 방어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극강한 위력의 아수라패왕권을 연속으로 막기에는 무리였다.
그나마 천양 선사의 내공이 대단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몇 번이고 쳐대는 아수라패왕권을 버틸 수가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 방에 모두 뚫렸을 것이다.
간신히 목숨만 건진 천양 선사는 그길로 금종조의 약점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기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금종조처럼 심한 내공의 소모 없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기공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년의 연구에 걸쳐 금강불괴신공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천양 선사는 그때 이미 세수가 다하여 죽음이 눈앞에 와 있었다. 결국 비급만 남겨놓은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천양 선사가 그렇게 숨을 거둘 때 아수라교의 사람들 역시 남아 있는 자가 없었다. 천양 선사가 눈치 채지 못한 아수라패왕권의 약점을 파악한 적들이 그들을 모두 죽여버렸던 것이다.
실로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아수라교의 명맥이 그렇게 끊기면서 아수라패왕권도 조용히 묻혀버렸다. 그리고 아수라패왕권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금강불괴신공은 비급만이 남겨져 전해졌다.
그 후로 겨우 세 사람만이 그 비급을 통해 금강불괴신공의 연공에 성공했고 그 후로는 맥이 끊겨 있다가 그나마 보관하고 있던 비급의 전반부마저 분실했던 것이다.
강무진은 그러한 공지 대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익힌 아수라패왕권과 금강불괴신공에 그런 연원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무공이 그렇게 엮여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 엄청난 연원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한 것을… 우리 후대의 사람들이 못나서 천양 선사의 맥을 잊지 못해 안타까움이 컸었는데 이제 자네가 그 맥을 이어가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네.”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소림을 남이라 생각하지 말게나. 우리 역시 그대를 남이라 생각하지 않을 걸세.”
공지 대사가 훈훈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말에 강무진은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제가 어찌 감히…….”
“아닐세. 여기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일세.”
“그렇게 하게나.”
공문 대사까지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노승들에게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그럼 고맙게 받아들이겠습니다.”
“흠… 그렇지.”
“허허.”
노승들도 처음과는 달리 모두들 얼굴들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모두들 이제는 강무진의 금강불괴신공을 완전히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공지 대사님.”
“응? 뭔가 할 말이 있는가?”
“예. 실은… 아까 대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놀랐었습니다. 그 이유가 금강불괴신공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아수라패왕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
강무진의 말에 공지 대사가 공문 대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공문 대사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실은 패왕성의 무고에서 금강불괴신공 말고 또 하나 익힌 무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방금 이야기해 주신 아수라패왕권입니다.”
“뭐?”
강무진의 말에 공지 대사는 물론이고 모든 노승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는 두 개의 무공이 이런 깊은 은원으로 얽혀 있는 줄 몰랐었습니다.”
“허허, 하늘의 뜻이로다. 아미타불…….”
그때 공문 대사가 문득 의문이 드는지 물어왔다.
“아수라패왕권은 내공이 강하면 펼칠 수가 없지 않은가? 헌데 그때 객잔에서 보니 자네는 굉장한 화기를 사용하더군. 내 생각에는 패왕성의 비기라는 열화마결인 것 같은데 맞는가?”
“네. 열화마결이 맞습니다.”
“한데 어찌 아수라패왕권을 배울 수가 있었는가?”
“당시에는 열화마결을 익히기 전이었습니다. 내공이 미비할 때라 익힐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펼칠 수가 없겠군.”
공문 대사가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금종조까지 부술 수 있는 위력의 아수라패왕권을 한 번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응? 그럼 내공이 그리 대단한데도 펼칠 수가 있다는 건가?”
“네. 그냥은 안 되고 약간의 편법으로 가능합니다.”
강무진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자 공문 대사와 공지 대사가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 옆에 있던 노승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한 번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흐음… 그래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대답하자 노승이 공문 대사를 보고 말했다.
“금종조는 방장 다음으로 자네가 뛰어나니 한번 받아보면 되겠군.”
노승의 말에 강무진이 재빨리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아수라패왕권은 그 위력이 엄청나서 저도 조절이 안 됩니다. 그러니 대사님에게 펼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땅에다 펼칠 테니 한번 봐주십시오.”
“흐음… 그래서야 위력을 알 수 없지 않나?”
노승의 말에 강무진이 살짝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흐음…….”
강무진의 대답에 노승이 한번 보자는 식으로 입을 다물자 강무진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열화마결의 최고 초식인 열화마염풍을 펼쳤다.
화아아아악!
방장인 공지 대사와 노승들은 강무진의 몸을 타고 화룡이 일어나면서 뜨거운 기운이 사방으로 확 번져오자 놀라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흐아아앗!”
그때 강무진이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양손을 하늘로 향해 뻗어 올렸다. 그러자 열화마결의 화기가 그의 손을 따라 공중으로 뻗어나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이 등천을 하는 듯했고, 그 열기로 인해 주위가 한낮처럼 밝아지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것을 보고 노승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무진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 정도였다. 그랬건만 저 정도의 화후라니…….
굳이 금강불괴신공을 펼치지 않더라도 저 정도의 내공이라면 결코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에 처음에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 때문에 이름을 떨쳤다고 생각했던 노승들은 약간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