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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70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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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0화

170화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공이 강해졌고, 쓰고 있는 도(刀)도 예전의 그 커다란 것이 아니라 유빙화가 준 왜구들이 쓰는 것처럼 얇고 가벼운 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인이라 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로서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인도 이런 거리에서 싸우는 권각술(拳脚術)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의 특기는 검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그의 쾌검을 뚫고 이렇게 접근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접근하기 전에 이미 승부가 났던 것이다.

그런데 강무진이 이렇게 바짝 붙어서 도를 휘둘러오니 어떻게 막아내지를 못하고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퍼억!

“큭!”

바짝 접근해 있던 강무진이 머리로 인의 얼굴을 박아버렸다. 그러면서 팔뚝으로 힘껏 인의 어깨를 내려쳤다.

우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인이 비틀거리면서 물러났다. 그러자 인과 강무진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인이 충분히 검을 쓸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인은 오른쪽 어깨가 부러져 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그때 강무진의 도가 아래에서 위로 하나의 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가가가각!

“크아아악!”

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부하들은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죽어가면서까지 그 누구도 비명은커녕 신음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우두머리인 인은 지금 팔이 잘린 것만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잘린 인의 팔에서 피분수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잘린 팔이 떨어졌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인은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실수였다.

강무진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를 너무 얕잡아 봤던 것이다.

강무진과 같이 호신기공이 뛰어난 자들은 보통 다른 무공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강무진과 싸웠던 북해설인대의 대주 마항달이었다.

마항달은 설인호원공(雪人護原功)이라는 뛰어난 호신기공을 익혔다. 그러나 그 무공을 익히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다른 무공을 익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설인호원공은 대단했지만 다른 무공은 별 볼일이 없었던 것이다.

인이 마항달과 강무진의 대결을 보고받았을 때 인은 강무진도 그럴 거라고 판단을 했다. 이에 자신의 찌르기를 피해내지 못할 것이라 확신을 했었던 것이다.

그것이 실수였다. 강무진이 그때 마항달과 그렇게 무식하게 싸운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누구의 주먹이 더 강한가, 누구의 몸이 더 단단한가를 두고 겨루는 자존심 대결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인과의 싸움 초반에서 누가 더 빠른가를 놓고 벌인 자존심 대결과 마찬가지였다.

그때 인은 깨달았어야 했다. 강무진이 단순히 몸만 단단한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인도 마항달과 마찬가지로 자존심 대결에서 이기고 싶었다. 게다가 강무진이 빠르기는 했지만 자신이 의도한 대로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거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네가 졌다. 길을 터라.”

강무진이 도를 옆으로 한 번 휘둘러 도에 묻은 피를 떨쳐내면서 말했다.

인은 피를 쏟으며 고통 때문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강무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의 뒤에 서 있던 사내들 중 한 명이 소리 없이 움직이더니 인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은 물론이고 일행 모두가 놀란 눈을 했다.

인을 베어버린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거둔 후 몸을 날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사내들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들이 그렇게 가버리자 거리를 두고 강무진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적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다가 이내 모두 사라져버렸다.

“오라버니.”

하은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강무진을 부르면서 뛰어왔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응, 괜찮아.”

강무진이 그렇게 대답하면서 죽어 있는 인을 바라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탈한 심정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그렇게 격렬하게 싸웠던 상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채 저렇게 죽어 있었다.

“묻어주고 싶은데,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강무진이 공문 대사를 향해 그렇게 말하자 공문 대사가 낮게 불호를 외면서 합장을 했다.

“아미타불.”

승낙의 뜻이었다. 아무리 길이 급하다고는 해도 사람 한 명 묻어줄 시간도 없는 건 아니었다.

인을 묻어준 강무진 일행은 다시 소림사로 향했다. 그 후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더 이상 밤에 암습을 받지 않았다. 이에 일행은 모두 조금 여유를 가지고 피로를 풀며 이동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登封縣)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안심해도 될 걸세. 자랑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우리 같은 중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공문 대사가 농담조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같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먼저 가서 알리고 오겠습니다.”

무장이 그렇게 말하자 공문 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먼저 가서 방장 사형에게 알리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라.”

“네.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무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소림사가 있는 숭산(嵩山)으로 향했다.

“우리는 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고 좀 쉬었다가 가는 것이 어떻겠나? 산을 오르려면 그러는 것이 좋겠네.”

공문 대사의 말에 모두가 가까운 객잔을 하나 찾아 들어갔다. 그곳의 주인은 공문 대사의 머리에 찍힌 계인의 수를 보고 깜짝 놀라며 극진히 대접을 했다.

소림사가 있는 숭산 바로 밑에서 객잔을 운영하다 보니 소림사 스님들의 직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행이 그렇게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하은연이 갑자기 누군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아앗! 너!”

하은연은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에 일행이 모두 그곳을 보니 하은연과 닮은 얼굴에 키가 큰 여인 한 명이 그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여인도 하은연을 보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언니!”

“너 잘 걸렸다! 이리 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은연이 그녀를 향해 화를 내며 재빨리 달려가자 그녀가 젓가락을 집어 던지며 그대로 몸을 날려 사라져 버렸다.

하은연은 그녀를 놓친 것이 아쉬운지 한참을 씩씩대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그걸 보고 강무진이 물었다.

“하 누이, 대체 누군데 그러는 거야?”

“아, 저 계집애… 저거 이번에 잡았어야 하는데……. 으휴…….”

하은연이 그렇게 투덜대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저런 모습은 말썽피우는 자식들을 둔 부모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아까 그 계집애는 제 하나뿐인 동생이에요.”

“에?”

“정말?”

모두가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은 좀 비슷해도 키가 너무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래서 동생이라는 그 여인보다 키도 작고 동안인 하은연이 오히려 더 동생 같아 보였다.

“그래요. 북리세가의 멍청한 놈에게 빠져서는 공짜로 거기다 정보를 퍼다 주고 있어요. 전에 기밀로 취급되는 정보도 몇 번이나 빼내서 가져간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 번 만나면 혼을 좀 내줄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또 놓쳐버렸네요.”

“북리세가라면…….”

“그래요. 얼마 전에 오라버니랑 싸운 도성 북리단천이 그곳의 가주예요. 저 계집애가 여기 있는 걸 보면 아마 그 기생오라버니같이 생긴 놈도 같이 와 있을 거예요.”

“기생오라버니?”

“흥! 오라버니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놈이 하나 있어요. 제 동생의 피를 빨아먹고 있는 놈이죠. 만나기만 하면 그냥!”

하은연이 얼굴을 사납게 하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워낙에 귀여운 얼굴이라 그런 행동도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혹시 그 사람이 북리세가의 소가주인 북리대성이 아닌가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갈용화가 그렇게 묻자 하은연이 의외라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에? 그 사람을 아나요?”

“네.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훗! 여자들이 많이 따를 것 같더군요.”

제갈용화의 말대로 북리대성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키도 크고 잘생긴 얼굴에 성격도 좋아 은근히 그를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더구나 북리세가의 소가주라는 것과 뛰어난 무공도 여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몫을 했다.

“흥! 오라버니에 비하면 발가락의 떼만큼도 안 되는 놈이에요.”

“훗!”

하은연의 직접적인 표현에 제갈용화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걸 보고 강무진은 무안함에 하은연의 옷을 잡아당기며 재빨리 자리에 앉혔다. 이제 그만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하은연은 밥을 먹는 내내 북리대성과 자신의 동생인 하은소를 계속 욕하며 씩씩거렸다.

 

“뭐? 인이 죽었다고?”

구혁상은 뜻밖의 보고에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보고를 한 수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흠… 유무화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입니다.”

“이미 소림사에 도착했겠군.”

“그렇습니다.”

수하가 대답을 하자 구혁상이 옆에 있는 월계지를 바라봤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을 묻는 눈빛이었다. 유무화와 북해신궁의 궁주인 유양천이 이미 만났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월계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에게는 설왕이 있어요. 마침 잘됐어요. 이 기회에 궁주와 그 아이까지 한 번에 죽이면 될 테니까요.”

“쉽지는 않을 거요. 그들이 소림사에 있는 이상 우리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소.”

구혁상의 말대로였다. 북해신궁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소림사 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권력다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훗! 잊었나요? 우리에게는 유소호가 있어요. 제가 왜 유소호를 안 죽이고 살려놓았다고 생각해요?”

“그렇군. 그 생각을 못 했어. 유소호는 지금 뭘 하고 있지?”

“걱정 말아요. 정이가 잘 보살피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월계지의 말대로 유소호는 유정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유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니까요. 아이참, 오라버니가 그걸 봤어야 했는데.”

유소호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유소호는 그간 자신이 중원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신이 나서 하고 있었다.

산적들과 강무진을 만난 이야기, 패왕성으로 간 이야기와 납치되어 끌려가 남궁세가로 갔던 것까지 모두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유정은 처음 들어보는 그 같은 이야기에 밤이 늦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더 이야기를 듣던 유정이 그제야 유소호에게 말했다.

“이제 늦었으니까 그만 자.”

“응? 하지만 아직 이야기가 남았는걸.”

“내일 이야기하면 되지.”

“하지만…….”

순간 유소호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그걸 보고 유정이 유소호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말했다.

“알았지. 내일 또 이야기를 들려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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