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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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6화
166화
까까까깡!
사방에서 연속으로 공격해 오는 검을 순식간에 쳐낸 강무진이 등 뒤에 있는 하은연에게 소리쳤다.
“하 누이! 움직일 수 있소?”
“끙! 그래. 조금 쉬었더니 괜찮아.”
“그럼 내 뒤에 바짝 따라붙어요!”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순간 몸을 웅크렸다가 펼쳤다. 그러자 그의 양쪽 손에서 무수히 많은 암기가 날아갔다.
천변결이었다.
강무진의 근처에 있던 사내들은 그 같은 갑작스러운 암기공격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에 대여섯 개의 암기를 허용하며 쓰러졌다.
파파파팍!
“갑시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공문 대사가 있는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곧 하은연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강무진은 앞장서서 앞에 있는 적들을 우직스럽게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때 하은연의 뒤쪽에 있는 방문이 부서지면서 사내 한 명이 뒹굴었다. 그리고 뒤이어 또 사내 한 명이 날아와 난간을 부수며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하은연이 부서진 방문으로 안을 보니 왕이후가 유무화를 보호하면서 도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는 아직도 두 명이나 남아 있었는데 왕이후의 무공으로 봐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창문이 부서지면서 적이 한 명 들어오는가 싶더니 뒤이어 서너 명이 차례대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렇잖아도 좁은 방이 적들로 가득했고 왕이후는 도를 휘두르기가 힘들어졌다.
좁은 곳에서 이렇게 상대가 다수로 밀어붙이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고수라도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가진 힘의 반도 쓰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이후는 등 뒤에 있는 유무화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다.
그것을 보고 하은연이 소리쳤다.
“강 오라버니! 왕 소협이 위험해요!”
하은연의 급한 외침을 들은 강무진은 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도를 휘둘러 물러나게 한 후 왼손으로 옆에 있는 벽을 힘껏 후려쳤다.
콰아아앙!
폭음이 나면서 강무진의 장력에 맞은 벽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구멍이 생기자 방 안의 풍경이 훤하게 보였다. 강무진이 열화마결을 운용해서 친 것이라 그 위력이 굉장했던 것이다.
그렇게 벽을 부숴버린 강무진은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면서 화기를 뿜어냈다.
화아아아악!
벽이 갑자기 무너진 데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자신들을 덮쳐오자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왔던 사내들이 모두 기겁을 하면서 몸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강무진의 화기는 그들을 태우고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강무진은 몸을 계속 회전시키며 아까 밀어냈던 앞에 있는 적들에게도 열화마결의 화기를 뿜어대며 장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이 얼결에 방어를 하며 무기를 휘둘러왔으나 허사였다. 강무진의 장력에 부딪히는 모든 것들이 그 엄청난 화기에 의해 불이 붙으면서 타들어갔던 것이다.
“삐이이익! 삑! 삑!”
그때 어디에선가 호각 소리가 들려오자 적들이 빠르게 몸을 날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데도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마치 연기가 빠지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강무진 일행은 그들을 쫓지 않았다. 강무진은 하은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고 왕이후는 유무화 때문에 그들을 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소림사의 스님들은 자신들을 노린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굳이 쫓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급했다.
“제갈 소저는 괜찮습니까?”
왕이후가 유무화를 안고 나와 소리치며 물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하은연을 보호하느라 제갈용화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제갈 소저!”
왕이후가 제갈용화를 소리쳐 부르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하은연과 마찬가지로 온몸에 상처를 입고 간신히 검을 들고 있는 제갈용화의 모습이 보였다.
제갈용화의 무공은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으나 제 한 몸 지키며 버틸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달해 있었다. 때마침 호각 소리가 나면서 적들이 물러가지 않았다면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수도 있었다.
“괜찮소?”
왕이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 제갈용화를 부축했다.
그러자 제갈용화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왕 소협도 무사하셨군요.”
왕이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일 때, 뒤이어 왕이후를 따라 들어온 강무진과 하은연도 제갈용화가 무사한 것을 보고 다행이라 여겼다.
강무진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그나마 그렇게 무사했지만 소림사의 스님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공문 대사와 무장, 두 사람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네 명의 스님들은 모두 적들에게 당했던 것이다.
공문 대사가 슬퍼하는 무장을 달래면서 조용히 법경을 읊조렸다.
강무진은 그것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분명 유무화를 노리고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자신이 익힌 금강불괴신공의 약점만 골라서 공격을 할 리가 없었다.
“대사님, 저희들 때문에 괜한 일에 휘말려 아까운 분들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강무진이 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을 건네자 공문 대사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고 죽는 것 모두가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으나 공문 대사의 얼굴에도 슬픈 기색이 어려 있었다. 아무리 깨달음이 깊다 해도 수년간 같이 생활했던 사람이 죽었는데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대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닐세. 그나저나 그들의 손속이 굉장히 악랄하군. 우리뿐만이 아니라 객잔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손을 쓰다니……. 아미타불.”
공문 대사의 말대로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참사를 당한 상태였다. 방에 묵었던 손님들이나 주인과 점원들까지 모두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이에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강무진 일행뿐이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겠나?”
공문 대사의 질문에 강무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북해신궁 사람들입니다.”
뜻하지 않은 대답에 공문 대사가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
“북해신궁? 그들이 왜 그대를 노리는가?”
“정확히는 저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저기 저 아이를 죽이려는 것입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유무화를 가리켰다.
그러자 유무화를 잠시 빤히 보던 공문 대사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다시 강무진을 바라봤다. 좀더 세세하게 알려 달라는 눈빛이었다.
“저 아이는 북해신궁의 후계자입니다.”
강무진의 한마디에 공문 대사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럼과 동시에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까지 확 풀려버렸다.
“이런……. 허허. 바로 옆에 찾는 물건이 있었음에도 모르고 있었다니. 이렇게 우매할 수가……. 아아, 공문아, 공문아…….”
스스로를 자책하듯 공문 대사가 자신의 법호를 몇 번이나 읊조렸다.
그런 공문 대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제갈용화는 순간 전에 무장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단번에 그 손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대사님, 혹시 전에 이야기하던 소림사에 계신 손님이라는 분이 혹시 북해신궁의 궁주님이 아닌지요?”
“허허. 맞네. 역시 총기가 뛰어나군.”
“아니에요. 보잘것없는 재주예요.”
제갈용화가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보며 물었다.
“강 소협은 저보다 먼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거군요. 그렇죠?”
“에? 정말인가요, 오라버니?”
하은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강무진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무장이 그때 이야기하기를 소림사에 신분이 높은 손님이 와서 소림사의 보물을 훔치고는 배짱을 부리며 뭔가를 요구해 왔다고 했다.
소림사야 주인된 입장에서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그 손님을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제삼자인 강무진이라면 입장이 달랐다.
이에 강무진은 그 손님이란 자를 찾아가서 슬쩍 손을 봐주려고 했다. 그 손님의 신분이 아무리 높아도 소림사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그래서 강무진은 그냥 힘으로 그것을 되찾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손님이 북해신궁의 궁주일 줄 어찌 알았겠는가?
사실 소림사에서 있었던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북해신궁의 궁주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무림의 세가들에게 아이들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면서, 아이들만 찾아 오면 그 대가로 북해신궁의 보물인 빙정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들이 아이들을 찾아오지 못하자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이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소림사였다.
소림사의 방장인 공조 대사와 몇 번 왕래가 있었던 북해신궁의 궁주 유양천은 소림사가 나서면 아이들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림사로 찾아와 부탁을 했지만 소림사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빙정이 대단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소림사에는 그것에 버금가는 대환단이라는 보물이 있었기 때문에 큰 욕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몇몇 사람만이 나서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었다.
유양천을 그것을 못마땅히 여겨 꾀를 한 가지 냈다. 아무도 모르게 소림사의 대환단을 훔쳐낸 것이다.
그러나 유양천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증거가 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북해신궁의 무공은 극음(極陰)의 무공이라 그 흔적이 분명했다.
이에 공조 대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유양천에게 물었으나 유양천은 끝까지 시치미를 뗐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의 아이들을 찾아주면 대환단을 돌려줄 기색을 비추었던 것이다.
소림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유양천과 싸움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혹시나 그를 힘으로 누르면 대환단을 없애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환단은 그 보관방법이 굉장히 까다로워 그냥 지니고 있으면 그 효능이 많이 감소되어 버린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 아이들을 찾게 했던 것이다.
“응. 하하하. 뭐 그렇지. 뭐.”
강무진은 힘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 그렇게 대충 얼버무렸다.
다행히 사람들은 그런 강무진의 말을 믿는 것 같았다. 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모를까 기억을 되찾은 후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인 덕분이었다.
관도를 따라 한 떼의 무리가 느긋하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잘생긴 귀공자 한 명과 체구가 작은 노인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뒤에는 절제된 동작을 보이며 풍겨내는 기세가 보통이 아닌 무사들이 약 100여 명 가까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관도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앞장서서 가던 남궁종상은 문득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남궁종상은 유소호를 데리고 소림사에 있는 북해신궁 궁주 유양천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 남궁종상의 뒤로는 남궁세가의 자랑이라는 천검대원들이 무려 100여 명이나 따르고 있었다. 게다가 옆에는 천하제일의 고수 중 한 명인 괴성 나악태까지 있어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