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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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5화
165화
<그들이 움직이다>
어두운 밤이었다. 달이 뜨지 않은 데다 날씨가 흐려 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불빛이 없으면 바로 앞의 발밑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그런 밤의 어둠을 타고 누군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은밀한지 소리는 물론이고 일체의 기척조차도 없었다.
그렇게 은밀하게 움직이던 자가 강무진이 머물고 있는 객잔 위로 가볍게 내려섰다.
그는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옷에 검은색 두건을 쓰고 있어 오로지 눈만이 보였다. 그 눈은 이미 죽은 사람인 것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생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그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 수십여 명이 그 사내 곁으로 내려섰다. 또한 객잔 주변의 골목골목마다 그와 같은 복장을 한 사내들이 언뜻언뜻 모습을 비추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면 어쩌다가 지나가는 행인이 그들을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은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동시에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지붕 위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보였던 사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내의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움직이자 그 주변에 있던 사내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강무진이 있는 객잔으로 소리 없이 숨어들었다. 마치 바람이 스며드는 것처럼 조용하고도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이 방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강무진을 비롯한 모두는 그들의 기척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림사의 고수인 공문 대사조차도 그들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데도 여전히 알아채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순식간에 객잔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잠재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지면서 그 같은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곤히 자던 유무화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잠결에 오줌을 싸고는 창피하니 울음이 나왔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앙!”
그저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면 되는데 유무화가 울음을 터트리자 모두의 청각이 열리면서 자신들 주변의 공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강무진이었다.
강무진은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귀 바로 앞까지 와 있는 상대의 손을 잡고 열화마결의 화기를 일으켰다. 그러자 상대의 손이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갔다.
끔찍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신음조차도 내지 않았다. 게다가 오히려 반격을 가해 왔다.
강무진에게 잡혀 있는 손 말고 다른 손을 휘둘러왔던 것이다. 그 손에는 뾰족한 대침이 쥐어져 있었다.
상대는 강무진을 죽이기 위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의 귀에 대침을 박아 넣으려고 했었다. 그들은 이미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연공해서 몸이 금강석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웬만한 공격으로는 죽일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몸이 단단해도 눈이나 귀, 그리고 입 안과 같은 곳은 단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같은 방법으로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사내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강무진의 귀를 꿰뚫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어이없게도 사내의 공격은 간단한 강무진의 대처로 인해 막혀버렸다. 강무진이 그냥 고개를 살짝 틀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강무진의 귀를 노리고 휘둘렀던 대침은 강무진의 머리를 맞고 튕겨져 버렸다. 그 틈을 놓칠세라 강무진이 누운 상태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발로 상대의 배를 연달아 찼다.
퍼퍼퍼퍽!
경쾌한 타격음이 나면서 사내가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사내는 그렇게 날아가서 벽에 부딪쳐 선혈을 뿜어내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뒤이어 강무진이 달려들어 사내의 목을 꺾어버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드득!
“…….”
“지독한 놈이군.”
강무진이 죽어버린 상대를 내던지며 그렇게 말할 때였다. 약간 열린 방문의 틈으로 서너 명의 사내들이 스며들었다.
그랬다. 갑자기 들어왔다는 말보다는 마치 물이 흐르듯이 바람이 불듯이 스며들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그들의 기척을 알아채고 강무진이 몸을 돌릴 때는 이미 그의 눈앞에 작은 침들이 빽빽이 날아들고 있었다.
“헛!”
강무진이 놀라서 재빨리 양팔을 교차시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 작은 침들이 눈에 박혔을 테니 어쩔 수가 없었다.
사내들이 노리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강무진의 시야가 가려지자 사내 두 명이 좌우에서 동시에 커다란 대침으로 강무진의 귀를 노리고 휘둘렀다.
강무진은 눈을 감고 있었으나 상대의 그 같은 움직임을 바로 알아챘다. 이에 교차시켰던 양팔을 풀어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사내들은 예상을 하고 오히려 바라던 일이다.
강무진이 그렇게 양손으로 귀를 막자 그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들 중 한 명이 대침으로 강무진의 두 눈을 찍어내려고 했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귀를 막은 손을 풀면 귀가 뚫린다. 그렇다고 그대로 있으면 두 눈이 뚫릴 판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으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강무진이 그 상태에서 고개를 빙글빙글 돌린 것이다. 그러자 강무진의 귀와 눈을 노렸던 대침이 모두 엉뚱한 곳을 찍었다.
그러나 사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재차 대침을 찍어댔다. 그때마다 강무진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면서 화기를 일으켜 사내들을 향해 뿜어냈다.
화아아아악!
“……!”
사내들은 강무진의 화기에 몸이 타들어가면서도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해왔다.
“하아압!”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양쪽 장을 번갈아가며 내질렀다. 그러자 사내들 모두가 일장씩 몸에 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퍼퍼퍼펑!
콰콰쾅!
우직!
사내들이 침대의 기둥이며 문을 부수면서 나뒹굴었다. 그것을 확인할 사이도 없이 강무진은 침대 옆에 두었던 도를 들고 급히 방을 나왔다.
그 순간 강무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해치운 것과 같은 복장을 한 사내들이 객잔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들려오는 소리는 오로지 사람들의 비명뿐이었다.
“멈춰!”
강무진이 크게 외치면서 앞에 있는 사내들부터 베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내들은 묘한 움직임으로 강무진의 도를 피해내더니 아까 방에서 상대했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강무진의 눈과 귀만을 노리고 공격을 해왔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 합격술이었다.
“하아압!”
힘찬 기합과 함께 강무진의 얇은 도가 한 명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그사이에 뒤쪽에서 소리 없이 다가온 상대가 강무진의 양쪽 귀를 향해 단검을 꽂으려고 했다.
강무진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으며 몸을 회전시켰다. 동시에 검을 휘둘러 뒤에서 공격해 오던 사내와 앞쪽에 있던 사내의 발목을 베어버렸다.
가가가각!
“……!”
사내들은 발목이 잘려 나가는데도 여전히 비명은커녕 신음조차도 내지 않았다.
“하 누이!”
강무진은 붕비도법을 극한까지 펼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하은연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들은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강무진의 눈과 귀를 공격해 왔다.
그 집요함에 강무진은 기가 질릴 정도여서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그때 앞쪽에 있는 방문이 열리면서 공문 대사가 나왔다. 그는 가만히 합장을 하고 수많은 적들의 공격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그러나 강무진과 마찬가지로 적들의 공격은 공문 대사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사내들은 강무진을 공격했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공문 대사의 귀와 눈을 노리고 공격했다. 그걸 보고 강무진이 소리쳤다.
“위험해요!”
파파파팍!
가벼운 파공음과 함께 사내들의 공격은 이미 공문 대사에게 적중해 있었다.
그러나 공문 대사는 멀쩡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상대의 대침은 눈 바로 앞에 뭔가에 가로막혀 멈춰 있었다. 귀도 마찬가지였다. 귀 바로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상대의 공격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현 소림사 최고의 호신기공이라는 금종조였다.
금종조는 막대한 내공을 사용해서 온몸에 기의 막을 두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펼치기만 하면 눈과 귀는 물론이고 몸 어느 곳이든 보호를 할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약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금종조는 오래 펼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온몸에 기를 둘러야 하는 만큼 내공의 소모가 엄청났던 것이다.
아무리 내공이 대단해도 사람이라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금종조를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것은 겨우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은 공문 대사처럼 이렇게 계속 금종조를 펼치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해 올 때만 잠깐씩 펼치는 방법을 썼다.
그에 비해 강무진이 익힌 금강불괴신공은 눈과 귀, 또는 입 안같이 단련할 수 없는 곳은 보호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대에게 그런 곳을 뚫리면 당연히 죽게 된다.
그러나 금강불괴신공은 시간적인 제한이 없었다. 금종조처럼 내공을 극도로 소모하면서 펼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든 항상 그 효과를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강무진이 정신을 잃어도 금강불괴신공의 효능은 살아 있을 정도였다.
이것이 금종조보다는 금강불괴신공을 더 높이 쳐주는 이유였다.
쉬쉬쉬쉭!
터터터텅!
사내들은 쉬지 않고 공문 대사를 향해 공격을 가했으나 합장을 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공문 대사에게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강무진은 그것을 보고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 말로만 듣던 소림사의 금종조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에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무진의 앞쪽 방에서 하은연이 방문을 부수며 뛰쳐나왔다. 그러면서 뛰쳐나오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복도의 난간에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
그런 하은연의 몸은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고, 입고 있는 하얀색 옷은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 누이! 흐아아압!”
하은연이 다친 것을 보고 눈이 뒤집힌 강무진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도를 휘둘러갔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하은연과 강무진이 사이에 있던 적들은 그때까지와 다르게 제대로 공격 한 번 못 해보고 그대로 강무진의 도에 베이며 쓰러졌다.
가가가각!
“하 누이!”
강무진이 다시 하은연을 부르며 한걸음에 다가가 그 앞을 막아서자 하은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난 괜찮아. 그만 불러도 돼.”
하은연이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에도 하은연을 뒤따라 나온 적들과 강무진의 뒤를 따라온 적들이 동시에 강무진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강무진은 도를 빠르게 휘둘러 그런 그들을 쳐나갔다. 그러나 뒤에 하은연이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가 없어 공격이 얕을 수밖에 없었다.
적들도 곧 그것을 눈치 채고 강무진의 힘을 빼기 위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